겨울, 난설헌 古宅
남진원
솟을대문 열려 있어 조심스레 들어가니
고택의 겨울바람 시린 채 다가선다
눈발도 내력 알았나 절름대며 쌓이고
백 매화 숨은 향기 혹덕하여 맑던 시혼
한 시대 정제한 언어 이국까지 밝혔어도
어여쁜 스물일곱살 꺾어지던 아픔이야
녹차 물 앞에 두니 가야금 뉘 데불었나
絶腸의 恨을 풀어 가락가락 눕는구나
애절해 빛나던 슬픔 찻물 속에 휘어진다.
( 2015. 현대시조문학상 수상작 )
단풍에게 묻다
남진원
더러는 환희로웠지 몽매한 내 지난날들
이제는 어리석음 한데 모아 불 지피니
생애를 이리 태우고 나면 사리 몇 알 얻으려나
( 2023. 11. 29)
山家
남진원
안개 저, 물결에 스스로를 맡겼네
멍청한 허공 속에 깊은 맛 드는 지금
빠졌다 솟구쳤다 한다 참으로 일 없이…
여울목
남진원
내 못 잴 여울목에 눈썹이 하얀 사랑
철마다 단비 내려 무성하게 자라나도
망치여 가슴의 못질, 앓을수록 푸른 깊이
휴휴사 풍경소리
남진원
고요한 휴휴사에 풍경소리 들려온다
패던 장작 놓아두고 모탕 위에 앉았으니
뎅그렁 곁을 다가와 눈물 같은 속을 준다
일상이 드문드문 그리움에 휘는 날은
은근히 달구는 律, 찻물 다 식혀놓고
적막한 허공 배 한 척 가을 한 채 싣고 가나
어디서 온 것인가 모양도 뵈지 않고
어디로 갈 것인가 향도 색도 없는 걸음
맑아라, 풍경 소리가 그림자도 두지 않네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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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원의 시조 작품
겨울 난설헌 고택, 단풍에게 묻다, 산가, 여울목, 휴휴사 풍경소리
황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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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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