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30일, 화요일, Bonito, Albergue da Juventude (오늘의 경비 US $25: 숙박료 20, 버스 36, 아침 3, 점심 7, 택시 10, 환율 US $1 = 3 real) 오늘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짐을 싼 후 자고 있는 숙소 주인을 깨워서 잠긴 앞문을 열고 나가보니 어제 5시 반에 오기로 약속한 택시가 안 나타난다. 할 수 없이 두어 블록 떨어진 택시 정류장으로 걸어가 보니 다행히 택시 한 대가 대기하고 있어서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버스 출발시간인 6시가 다 되었는데도 매표소도 안 열려있고 버스도 안 보인다. 참 이상하다. 6시가 되니 매점이 열려서 커피라도 한잔 사 마시려고 "카페 네그로“ 하고 스페인어로 블랙커피를 시켰으나 못 알아듣는다. "카페 씬 아주카 (설탕 넣지 않은 커피)" 해도 역시 못 알아듣는다. 간단한 스페인어인데 못 알아듣는다. 언어 때문에 브라질에서 고생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Buenos Aires에서 포르투갈어를 1주일이라도 공부할까 하다가 수업료가 너무 비싸서 그만 두었는데 안 한 것이 후회가 된다. 결국 설탕을 미리 탄 커피밖에 없어서 한 잔을 사 마셨는데 너무 달아서 마시는 게 좀 고통스러웠지만 따끈한 맛에 마셔두었다. 다른 버스회사 한 군데 매표소가 막 열리고 있어서 가서 물어보니 자기네 회사 첫 버스가 아침 7시에 Campo Grande로 떠난단다. 내가 가려하는 Bonito는 Campo Grande로 해서도 갈 수 있지만 좀 돌아가는 것이라 좀 망설이다가 우연히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6시 반이 아니고 5시 반이다. 아차, 이곳 시간은 파라과이 시간보다 한 시간 늦다. 비록 길 하나 사이라도 나라가 다르면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 늦은 것이 다행이다. 손목시계 시간을 바꾸고 있으니 내가 타려고 하는 버스회사의 매표소가 열리고 버스가 나타났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침 6시 버스를 타고 Jardim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왔지만 진짜 5시 반에 숙소에 나타나서 나를 찾았을 택시기사를 생각하니 미안했다. 아마 호텔 주인을 만나서 내가 5시 반이 아니고 4시 반에 나갔다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내가 시간을 착각해서 그렇게 된 것을 알았을까? 버스에 오르니 시간을 착각해서 생겼던 긴장이 서서히 풀린다. 어제 산 브라질 술 Cachaca 한 잔을 마시며 창 밖 경치를 쳐다보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술은 브라질에 흔한 사탕수수로 만든 싸구려 술인데 (500 ml에 600원 정도) 한국의 소주 같이 브라질에서 서민이 애용하는 술인 것 같다. 나는 혼자 외국을 여행할 때는 술을 가끔 마신다. 아주 가끔 혼자 마신다. 오늘 아침같이 무언가 잘 못되어서 생기는 긴장을 풀기 싶을 때 한 잔 마신다. 갑자기 외로움을 느낄 때도 한 잔 마신다. 페루의 Machu Picchu나 아르헨티나의 Iguazu 폭포 같은 기막힌 경치를 앞에 놓고 있을 때도 한 잔 마신다. 그럴 때는 한 잔 술이 흡사 친한 친구같이 느껴진다. 네 시간 Jardim으로 가는 동안의 풍경은 지형은 파라과이와 비슷하나 땅의 사용도가 파라과이보다 높은 것 같았다. 대규모 농장과 목장들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브라질은 파라과이 보다 선진국이라 그런 것인가? 그런데 파라과이에서 못 본 광경이 보인다. 오막살이 촌락인데 풀과 나무로 아주 엉성하게 만든 움막 같은 집 100여 가구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꼭 피난민촌 같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파라과이에서도 움막 같은 집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집들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브라질이 빈부의 차가 심하다니 그래서 그런 것인가? 버스가 어느 소도시에서 잠깐 멈추는 동안 아침식사를 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군만두 비슷한 empanada를 하나 사 먹었는데 따끈따끈 한 것이 참 맛있었다. 옆에 보니 한 노인이 조그만 수레에 꼬치고기를 굽고 있어서 꼬치 두 개를 사 먹었는데 역시 꿀맛이다. 가지고 있던 사과 한 개를 곁들여 먹으니 훌륭한 아침 식사가 되었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여서 10시경에 Jardim에 도착했다. 어제 버스회사 직원 얘기가 Jardim에서 Bonito 가는 버스는 오후 2시 반에 있고 그 버스를 타면 Bonito에 오후 7시경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는데 엉터리 같은 얘기였다. Bonito 가는 버스가 거의 30분에 한 대씩 있어서 오전 10시 20분 버스를 타고 Bonito에 도착하니 오정이었다. Bonito는 브라질에서 꽤 외진 곳이고 별로 알려진 곳이 아니다. 왜 이곳에 여행객들이 오는가? 최근에 소위 "eco-tourism"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곳이라는데 맑은 강물 때문이다. 남미의 강물은 대부분 흙탕물인데 이곳의 강물은 수영장 물처럼 깨끗하다. 그 이유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솟아 나와서 생긴 강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바닥의 지형이 특수해서 강물이 흘러 내려가면서 혼탁해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맑은 강물에는 아름다운 물고기가 꽉 차 있다. 사람을 안 무서워하는 물고기들 사이로 스노클링을 하면서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것이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주된 이유란다. 이곳에 찾아오는 여행객들은 주로 멀리서 오는 외국인들 같았다. 공항도 막 생겨서 (내가 있는 동안에 브라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항 행사가 있었다.) 앞으로 관광객들이 더 많이 몰려올 추세란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에 나온 대로 이곳 호스텔에서 나온 소형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버스를 타고 1.5km 떨어진 Albergue da Juventude라 불리는 호스텔로 갔다. 배낭 여행자들로 붐비었는데 시설도 좋고 (수영장, 에어컨, 욕실, 부엌, 아침식사 포함) 숙박료도 하루 밤에 20 real로 저렴하다. 간이음식점도 있어서 점심을 사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뷔페식이었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을 따로 먹을 필요가 없었다. 숙박료가 시설에 비해서 너무 싸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대신 관광으로 돈을 버는 것이었다. 매일 이곳에서 출발하는 하루 혹은 반나절 짜리 관광 프로그램이 여러 개가 있어서 (손님들이 갈 곳을 매일 투표로 정한다) 손님들은 낮에는 대부분 이 관광을 가는데 관광비가 제법 비싸다. Bonito로 가는 버스 안에서 50대 부부 한 쌍을 만났는데 남자는 미국 Florida 주에서 온 미국인 Mike이고 여자는 브라질 Sao Paulo에서 온 브라질 여자 Zulma다. 4년 전 유람선 여행 중에 만나서 사귀다가 4개월 전에 결혼해서 현재 Sao Paulo에서 살고 있단다. 3일 정도 이곳에 머물 예정이라는데 Mike는 브라질어를 못하니 나와 좋은 말 친구가 될 것 같다. 저녁때 같이 시내 구경을 가자고 해서 숙소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구경을 했다. 여행사 한곳에 들려서 관광 가격을 알아보니 반나절 관광이 최소 100 real이다. 방값 20 real에 비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시내 관광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올 때 Mike와 Zulma와 헤어저서 혼자 돌아오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한참 헤맨 다음에 간신히 숙소를 찾았다. 나는 길눈이 밝은 편인데 해가져서 어두워지면 가끔 길을 잃고 헤맨다. 여행지도 Bonito 가는 길 Bonito 가는 길 미개간의 땅이 널려있다 정체불명의 움막 촌은 왜 이곳에 있을까? 숙소 수영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