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3일, 일요일, Lima-Huaraz 밤 버스 (오늘의 경비 US $35: 택시 9, 공항 세금 12, Lima 택시 50, Huaraz 버스표 40, 점심 12, 인터넷 1, 환율 US $1 = 3.50 sole) 시끄러운 모터 택시를 타고 Iquitos 공항으로 아침 7시까지 나갔다.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때로는 아찔아찔 했다. 이틀 전 Tabatinga에서 Iquitos까지 타고 가면서 죽다 살아난 것 같았던 “fast boat” 생각이 났다. 공항에 도착해서 요금 7 sole을 주니 팁을 달란다. 2 sole을 주었더니 "Korea"를 외치며 무척이나 좋아한다. 2 sole에 (600원 정도) 한국 좋아하는 페루 사람 한 사람을 만들었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공항에서는 Tabatinga에서 만났던 영국인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박사 과정 공부를 하는 친구인데 페루 정글에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원숭이 종류를 연구한단다. 정글에 오두막집을 손수 짓고 (짓기가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현지인 조수 두 명을 데리고 일을 한단다. 일이 있어서 오늘 영국으로 돌아가는데 두 주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단다. 박사 과정의 "field work"을 이곳에서 하는데 2년 정도 걸린다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마존 정글은 장관이었다. 며칠 전에는 배를 타고 봤는데 이번엔 비행기에서 본 것이다. 강이 구불구불 8자를 그리며 흘러가는데 강물 색깔은 갈색이었다. 바다 같이 넓은 호수가 보이는데 지도에는 그런 호수가 없다. 그렇게 큰 호수가 왜 지도에 없을까. 어쩌면 우기 때만 생겼다 없어지는 습지인 것 같다. 아마존 정글이 끝나고는 안데스 산맥이 나오는데 Lima에 내릴 때까지 줄 곳 나무 없는 흙과 바위산뿐이었고 남미 대륙의 남부에 있는 Patagonia에서 본 초목이 우거진 푸른 산은 전혀 없다. 가끔 푸른 계곡이 보였고 사람 사는 흔적도 보였다. Lima에 도착해서 본 Lima는 너무나 황폐해 보였다. 지난번에 볼 때는 밤이어서 잘 몰랐는데 낮에 보니 너무나 도시가 황폐했다. 옛날에는 스페인의 남미 식민지의 수도로 화려했던 곳인데 어찌 이 꼴이 되었던 말인가. 지금 까지 본 남미 도시 가운데 제일 황폐한 도시다.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는데 못된 택시기사를 만나서 사기를 당했다. Lima에 갔다 와서 사기나 절도를 안 당했다면 거짓말이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7개월 전에도 사기를 당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또 당했다. Lima에는 묵을 생각이 없어서 오늘 버스로 Huaraz로 가려고 공항에 내려서 시내에 있는 Ormeno 버스회사 터미널로 가려 하는데 (버스 회사마다 터미널이 따로 있다) 한 친구가 다가와서 말을 붙이면서 이것저것 묻고 Lima가 얼마나 위험한 도시임을 주지시킨 다음에 택시기사 신분증을 보여주며 자기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 자기 택시를 타란다. 다른 방도가 없어서 이 친구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시내는 정말 엉망이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있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 천지다. 택시기사 얘기가 정부가 포기해버린 마피아 지역이란다. 어디를 보아도 경찰은 안 보인다. 무법천지인 모양이다. Ormeno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택시기사가 Huaraz 행 버스 시간을 알아가지고 올 테니 차안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 5분 만에 돌아오더니 오전 6시 반이라고 쓴 종이쪽지를 보이면서 오늘 이 회사 버스는 더 이상 없단다. 근처에 있는 CIVA 버스 회사 터미널로 가잔다. 그곳에 가서 또 알아오더니 이 회사는 Huaraz에 가는 버스가 아예 없단다. 그러면서 자기가 알아봤는데 Mobil Tours라는 회사 버스가 오후 1시 반에 있는데 버스 터미널이 Lima 북쪽 교외에 있단다. 할 수 없이 그곳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곳에 가니 정말 오후 1시 반에 Huaraz로 떠나는 버스가 있어서 버스표를 샀다. 그런데 택시 요금이 50 sole이나 나왔다. 10시간 가는 Huaraz 버스 요금이 40 sole인데 그 보다도 더 비싸다. 공항에서 Ormeno 터미널까지 20 sole, Ormeno 터미널에서 CIVA 터미널까지 10 sole, 그리고 CIVA 터미널에서 Mobile Tours 터미널까지 10 sole이란다. 할 수 없이 주긴 했지만 당한 것이 틀림없다. 우선 Ormeno 버스가 오전 6시 반에 딱 한 대 있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다. 하루에 적어도 3번은 있을 것 같다. Ormeno보다 훨씬 작은 회사인 Mobil Tours도 아침 8시, 오후 1시 반, 저녁 9시, 하루에 3번이나 있었다. 더구나 Mobil Tours 버스표를 사고 나서 보니 이 버스 회사 터미널이 시내에도 있었다. 그곳에서 버스가 출발해서 30분 걸려서 이 터미널에 온단다. 택시기사는 시내 터미널에 데려다 줄 수도 있는데 먼 이곳으로 데려다 준 것이다. 서울로 치면 세종로에서 태우고 서울역에 안 데려다 주고 영등포역에 데려다 준 셈이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Ormeno 터미널에 왔을 때 20 sole을 주고 택시에서 내렸어야 했다. 내려서 내가 직접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정말 버스가 없으면 다른 택시를 타고 다른 버스 회사 터미널로 갔어야 했다. 버스 시간 알아보는 것을 택시기사에게 맡긴 것이 실수였다. 보통 그렇게 안 하는데 오늘은 깜빡했다. 오후 1시 반에 버스가 출발했는데 버스 안에서 점심 식사를 준다. 그럴 줄 알았더라면 버스에 오르기 전에 사먹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하루 종일 실수만 저지른다. Lima를 떠나서 북쪽으로 향하는데 거대한 모래 산을 끝없이 올라간다. 경사가 급한 모래 산인데 모래가 버스로 금방 무너져 내려올 것 같다. 그런데 모래를 막을 아무런 장치도 없다. 산사태 사고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알고 싶다. 비가 거의 안 오는 지역이라 어쩌면 모래 산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모래 산이 아니고 돌같이 단단한 모래 산일지도 모른다. 모래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Lima는 안개인지 매연인지 거무칙칙한 공기에 싸여있다. 지난번 Lima에 머물 때는 Miraflores라는 Lima 교외 바닷가 지역에 머물러서 Lima의 공기가 이렇게 나쁜 줄 몰랐다. 버스가 달리는 길 주위의 산들은 나무 하나 없는 모래 산이거나 흙산이다. 가끔 물기가 있어 보이는 계곡에는 농촌이 있다. 농촌 집들은 지붕이 납작한 흙벽돌집들이고 집 주위에는 쓰레기가 싸여있다. 벌판에는 사람들이 버린 색색의 플라스틱 봉지들이 흡사 바람에 날리는 들꽃같이 보인다. 왜 이런 황량한 곳에 Lima를 세웠을까. Lima는 1535년에 Inca 제국을 멸망시킨 Pizarro가 페루의 새로운 수도로 세운 도시다. Inca 제국 전역에서 약탈한 금은보화를 스페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 항구가 필요해서 이곳에 세운 것이다. 이곳에서 출발한 배는 태평양을 건너서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을 돌아서 유럽으로 갔다. 오랜만에 타는 버스 좌석은 너무 불편하다. 이렇게 앉아보고 저렇게 앉아보아도 불편하다. 거기에 비하면 아마존 강에서 사용한 해먹은 정말 편하다. 해먹에서는 어떻게 누어도 편했다. 해먹에 누어서 가는 버스가 있으면 좋겠다. 여행지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아마존 정글, 8자를 그리며 흐르는 거대한 아마존 강 아마존 강 유역의 자연은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아마존 강 정글이 끝나고 남미 대륙의 척추인 안데스 산맥이 나온다 버스가 달리는 차도 바로 옆 경사가 급한 모래 산이 금방 무너져 내릴 듯하다 놀랍게도 비옥해 보이는 평야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