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8일, 화요일, Popayan, Casa Familiar Turistica (오늘의 경비 US $15: 숙박료 9,000, 점심 4,500, 맥주 1,600, 식료품 2,000, 택시 2,500, 버스 18,000, 환율 US $1 = 2,700 peso) 오늘 Popayan 버스는 5시간이 아니고 7시간 반이 걸렸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이 길은 콜롬비아에서 게릴라 출몰이 제일 빈번한 곳이라고 했는데 옛날 한국 50년대 초 게릴라들이 출몰했던 지리산 지역과 비슷한 곳인 모양이다. 어제 에콰도르 국경에서 Pasto까지 오는 길과 같이 오늘 온 길에도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도중에 검문도 한 번 받았는데 승객들은 전부 버스에서 내려서 몸수색과 짐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조금도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시간이 예정보다 2시간 반이 더 걸린 이유는 도중에 뒷길로 들어서서 먼 길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Pasto-Popayan 길은 한국으로 말하면 경부국도 같은 길인데 중간의 일부가 게릴라들의 점령지역이 된 모양이다. 돌아간 길은 비포장의 험한 산길이었다. 외진 산길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이해가 안 된다. 점심식사는 도로변 음식점에서 Almuerzo를 (한국의 백반에 해당하는) 먹었는데 지난번 Quito에서 먹은 것 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감자 수프가 맛있었다. 메인 코스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밥, 콩, 소고기였는데 소고기가 짜고 질겨서 육포를 먹는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콜롬비아에서는 아니다. 오늘 산 경치도 아름다웠다. 산 높이가 해발 3, 4천 미터는 될 텐데 산 사이 계곡에는 급류의 강물이 흐른다. 산은 계곡에 가까울수록 경사가 급하고 정상에 가까울수록 경사가 완만하다. 토질도 산 정상 쪽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 정상 근처에 산다. 도시도 마을도 전부 산 정상 근처에 있고 도로도 산 정상 근처를 지나간다. 도로는 계곡을 건널 때만 계곡으로 내려가서 그곳에 있는 다리를 건넌 후에는 다시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간다. Popayan 근처에 와서 제법 큰 흑인 마을을 지났는데 아프리카에 온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흑인 일색이었다. 오늘 버스기사도 지난번 에콰도르 때와 마찬가지로 폭주 운전을 했다. 시내에 들어와서도 속도를 낮추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가 파해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조심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Popayan에서 도착해서 같은 버스에 탔던 일본여자 배낭여행객과 함께 호텔을 찾아갔는데 나보다 호텔을 더 잘 찾는다. 7개월 째 혼자 멕시코, 중미, 남미를 여행 중이란다. 숙소는 깨끗하고 아담한데 기숙사식 방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둘 외에는 손님이 없는 것 같다. 여행지도 콜롬비아 국경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에 나붙은 입국 환영 표지판 군인들의 검문을 받았는데 전혀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사진은 몰래 찍었다 2004년 6월 9일, 수요일, Popayan, Casa Familiar Turistica (오늘의 경비 US $19: 숙박료 9,000, 아침 3,000, 점심 12,000, 맥주 1,700, San Augustin 버스표 20,000, 인터넷 2,500, 환율 US $1 = 2,700 peso) Popayan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스페인 풍 도시이다. 옛날 건물들 대부분이 흰색이라 때가 잘 탈 텐데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게 보존하는지 모르겠다. 날씨가 개었으면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텐데 하루 종일 흐리고 오후에는 한 때 비까지 내리는 나쁜 날씨여서 사진을 전혀 못 찍었다. 같은 방에 묵는 일본 여행객 요꼬는 도대체 말이 없다. 묻는 말에나 간신히 대답할 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어도 스페인어도 시원치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후에 우리 방에 두 사람이 더 들어왔는데 스위스 친구 하나와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재일교포 청년이었다. 요꼬는 금방 이 청년과 붙어서 저녁때는 같이 어디로 없어진다. 벙어리 같던 여자가 금방 수다쟁이로 변했다. 내일 San Augustin으로 가기로 하고 오전 11시에 떠나는 버스표를 샀다. 5시간이 걸린다니 오후 4시면 도착할 수 있겠다. San Augustin은 매우 후진 곳이라 게릴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니 좀 걱정이 된다. San Augustin에서 금방 돌아온 이스라엘 친구에게 물어보니 San Augustin에 다녀오면서 군인들에게 검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한 번은 게릴라 군인들에게 받았다고 한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정부 군인인지 게릴라 군인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며 군복에 "FARC"란 표시가 있는지 살펴보란다. FARC는 콜롬비아의 게릴라 집단 셋 중의 하나인데 다른 두 집단은 ELN과 M-19이다. 그러나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오늘 점심은 메뉴에서 제일 비싼 “baby beef”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고기질도 최고로 좋았고 내가 딱 좋아하게 적당히 익혀서 나왔다. 주문할 때 "poco cosido - 살짝 구어서"라고 요청했는데 통한 모양이다. 양도 450g 정도로 충분했다. Baby beef와 함께 나온 군 바나나는 먹질 못하고 숙소로 싸가지고 왔다가 저녁으로 잘 먹었다. 오늘 만난 이스라엘 친구에게 게릴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자기 생각에는 그들의 원래의 정치적 목표는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은 코카인 마약 사업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 같다고 한다. 정치 단체가 코카인 카르텔로 둔갑했다는 얘기다. 그럴듯한 얘기인데 콜롬비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회가 있으면 물어봐야겠다. 아마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오늘은 나쁜 날씨 때문에 시내 구경도 못하고 숙소에서 지냈다. 내일 San Augustin에 갔다가 이틀 후에 Popayan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시내 구경은 그때 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