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1일, 일요일, Georgetown, 가이아나, Florentin's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2,000, 점심 1,100, 식수 300, 맥주 160, 환율 US $1 = 200 가이아나 dollar) 어제 밤엔 매우 힘든 여행을 했다. 밤 11시 반쯤 가이아나 국경도시 Lethem을 떠났는데 미니버스가 완전 만원이어서 너무 불편했다. 좌석이 좁고 발을 놓는 곳까지에도 짐들이 쌓여있어서 똑바로 앉아있을 수도 없고 몸을 맘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미니버스 지붕은 물론이고 차안에도 좌석 밑, 복도 등 빈 공간에는 모두 짐이었다. 사람이 타는 차가 아니고 짐차에 짐들 사이에 사람이 실려 가는 식이었다. 거기다가 라디오 음악은 최고로 크게 틀어놓아서 귀마개를 해도 귀가 따가운 것은 물론이고 머리가 지끈지끈해질 정도였다. 도대체 잘 시간인데 음악을 왜 그렇게 크게 틀어놓는단 말인가. 그리고 왜 아무도 불평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견디다 못해서 기사에게 음악 볼륨을 좀 내려 달라고 애기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나중에 보니 음악 볼륨 조정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밤새 쉴 새 없이 고문을 당한 기분이었다. 도로는 생각보다 좋았다. 비포장도로지만 도로 표면 상태가 좋아서 차가 쌩쌩 잘 달렸다. 포장이지만 도로가 낡아서 물구덩이 천지인 브라질 도로 보다 훨씬 좋았다. 밖이 깜깜해서 경치 구경은 전혀 할 수 없었다. Lonely Planet에 이곳 여행은 "unforgettable experience"가 될 것이라고 쓰여 있는데 딱 맞는 말이었다. 미니버스 안에는 14명이 탔다. 밤새 자기네들끼리 신나게 얘기를 해대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얘기할 때는 영어를 쓰는데 자기네들끼리 얘기할 때는 스페인어도 포르투갈어도 아닌 알 수 없는 언어를 쓴다. 아마 creole이라 불리는 영어, 인도어, 아프리카 노예들의 언어 그리고 이 지역의 원주민의 언어들의 합성어인 모양이다. 새벽 4시쯤 차가 멈춘다. 도로에 큰 나무가 쓸어져서 길을 막고 있다. 이런 경우가 가끔 있는 듯 30분 정도 작업을 하더니 나무 한쪽을 절단해서 길을 틔운다. 몹시 졸리기는 하지만 잠자리가 불편해서 잠을 잘 도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자다 깨어나다 했다. 엉덩이가 차가워서 보니 좌석 바닥에 구멍이 나있고 그 구멍으로 습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래저래 죽을 노릇이다. Lethem에서 하루를 더 기다려서도 대형버스를 타고 오는 것인데 후회막급이었다. 미니버스 요금이 8,000 가이아나 dollar인데 나 혼자만 그 요금을 내는지도 모른다. 8,000 가이아나 dollar면 미화 $40인데 도저히 현지 사람들이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닌 것 같다. 나만 내고 있는 바가지요금이 틀림없다. 아침 5시 반쯤 강변에 도착해서 미니버스가 선다. 아침 6시에 미니버스를 싣고 강을 건널 배가 온단다. 주위는 완전 밀림지대다. 강변에서 30여분 기다리는 동안에 하늘이 훤해진다. 무장 강도같이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서 신분증 조사를 한다. 유니폼을 안 입었으니 경찰인지 군인인지 강도인지 알 도리가 없다. 아침 6시가 되어서 배가 와서 강을 건너고 한참 달리니 커다란 제재소가 나온다. 제재소에는 아름다리 나무들이 산 같이 싸여있다. 달리는 동안 그렇게 큰 나무들을 못 보았는데 어디서 잘라온 나무들일까? 임업이 이 나라의 주요 산업 중의 하나라더니 그런 모양이다. 어쩌면 한국 회사들도 들어와 있는지 모르겠다. 제재소 옆에는 종업원들의 사택으로 보이는 2층집들이 줄을 지어서 있다. 아래층은 차고나 창고로 쓰는 공간이고 위층은 생활공간인 것 같다. 이 지역은 항상 습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지은 것 같다. 이곳에서 다시 신분증 조사를 받았다. 국경에서 한 것보다 더 철저히 한다. 오늘 아침 이곳 제재소까지 오는 동안의 경치는 별로 볼 것이 없었다. 브라질 경치와 다름없이 도로 양쪽으로 끝없는 밀림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브라질로 넘어올 때 본 Gran Savana 경치만도 못하다. 오정 때쯤 Linden이란 제법 큰 도시에 도착했다. 어제 밤 Lethem을 떠난 후 처음으로 보는 도시다. 도시 풍경은 흡사 작년에 가본 중미 나라 Belize를 보는 것 같다.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흑인이다. 꼭 아프리카 어느 도시의 풍경일 것 같다. 이곳부터는 포장도로로 바뀌었는데 Georgetown에 가까워 올수록 도로가 넓어지고 좋아진다. 한 시간 정도 더 달려서 Georgetown 교외에 도착하니 집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고급 집들도 보인다. 부자들이 사는 집들 같다. 이곳도 부자들은 미국처럼 교외에 사는가 보다. 가이아나 수도 Georgetown 시내에 들어오니 보이는 건물들은 전부 1, 2 층 목조 건물들인데 주로 흰색이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넓은 수로가 보이는데 옛날 영국 사람들이 뱃놀이를 하던 곳 같다. 옛날에 이곳에 살던 영국 사람들은 아주 고급스러운 생활을 했을 것이다. 며칠 전 베네수엘라에서 며칠을 함께 보낸 욕쟁이 영국 배낭여행객 Steve 같이 저질이라도 백인이라는 것 하나로 그런 고급스러운 생활을 했을 것이다. 시내로 들어올수록 흑인들이 더 많아지고 집들도 더 낡아 보인다. 여기저기 흑인들이 떼를 지어서 모여 있는데 술 취한 사람들도 보이고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아 보인다. 영국 영토였던 가이아나는 원래 인구의 대부분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이었다. 그들은 1831년에 노예 해방이 되면서 임금을 받고 하는 사탕수수밭 일을 원치 않아서 모두 밀림으로 도망갔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식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사탕수수 농장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 농장주들은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1846년부터 1917년까지 인도 사람들 약 25만 명을 데려왔다. 그 결과로 가이아나의 현재 인구분포는 인도인 51%, 흑인 43%, 원주민 인디언 4%, 나머지 2%가 유럽인과 중국인이다. 1960년에 독립한 후 영국인들은 영국으로 돌아가고 인도인들은 가이아나의 상권을 차지하고 흑인들은 정부를 차지하는 식으로 출발을 했는데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의 고위직은 점점 인도인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불만을 품은 흑인들이 여러 번 폭동을 일으켰는데 현재도 언제 또 폭동이 일어날지 불안한 분위기란다. Georgetown에 도착해서 Lonely Planet에 소개된 New Tropicana Hotel로 짐을 지고 걸어서 찾아갔다. 미니버스 정류장에서 불과 10여분 거리인데 습기가 많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된다. 허름한 호텔이지만 위치가 좋고 방 값도 싸서 (약 5천 원) 들려했는데 욕실에 물이 안 나온다. 당장 샤워를 하고 싶은데 물이 안 나오다니 어떻게 하나. 알고 보니 내방뿐 아니라 호텔 전체가 물이 안 나온다. 호텔 매니저가 잠시 후에 물이 나올 것이라고 해서 근처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들고 돌아와 보니 역시 물이 안 나온다. 호텔 뒤쪽으로 물탱크가 여럿 보이는데 전부 비었다는 말인가. 호텔에는 손님이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눈이 시뻘건 흑인 매니저가 방값부터 내란다. 물이 나와야 주겠다고 하니 오후 5시경에는 꼭 나올 것이란다. 이 매니저의 말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눈은 왜 시뻘건지 모르겠다. 대낮에 술에 취해있는 것인가. 술 냄새는 안 나는데 행동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짐을 싸가지고 나와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Florintin's란 호텔로 옮겼는데 방 값이 배로 불었다. 가이아나는 못사는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물가는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보다도 비싼 것 같다. 점심을 숙소 근처에 있는 중국 음식점에서 먹었는데 중국인 부부가 경영하는 진짜 중국 음식점이었다. 치킨 차오메인을 시켰는데 너무 빨리 나왔다. 맛은 있었지만 새로 만든 것이 아니고 한참 전에 만들었던 것을 데워서 내어온 것 같았다. 수프를 더 시켰더니 이번에는 새로 만드느라고 한참 만에 내온다. 차오메인은 400 가이아나 dollar인데 수프는 600 가이아나 dollar다. 페루에서는 차오메인을 시키면 수프가 따라 나왔는데 여기는 따로 시켜야한다. 중국 음식점에서는 음료수, 술, 담배도 파는데 내가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 흑인들이 끊임없이 와서 사간다. 돈이 없는 친구들인지 담배는 가치담배로 사고 술도 조금씩 사서 자기가 가져온 병에 담아간다. 미국 대도시에서 흑인들이 한국 식품점에 드나들며 물건을 사가는 것과 비슷한 풍경일 것 같다. 술을 파는 중국 사람은 돈을 벌고 술 사가는 흑인들은 술주정뱅이가 되고, 흑인들의 장래는 암담하다. 흑인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문젯거리인데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중국 음식점에는 12살과 9살 짜리 애들이 부모를 돕고 있었다. 일요일리라 그런 모양인데 밖에 나가서 뛰어 놀아야할 나이인데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나 있는지 모르겠다. 음식점 내부는 굵직한 나무 창살로 주인이 있는 장소와 손님들이 있는 장소를 분리해 놓았다. 술 사가는 사람들은 나무 창살을 통해서 술을 받고 주인은 나무 창살을 통해서 돈을 받는다. 주인은 음식을 내올 때와 식탁을 치울 때만 나무 창살 밖으로 잠깐 나왔다가 들어간다. 이 도시에는 범죄가 많은 것이 틀림없다. 조심해야겠다. 오랜만에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오니 이상하다. 남미에는 옛날 영국식민지는 이 나라뿐이다. 한때 화려했다던 Georgetown은 이제는 매우 위험한 곳이 된 것 같다. 빨리 다음 나라 수리남 비자를 받고 돈이나 찾은 다음에 수리남으로 떠나야겠다. 수리남도 흑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지만 가이아나보다 안전할 것 같다. 교회는 왜 그렇게 많은지 여기저기 이상한 종파의 교회들이 보인다. 이곳은 기독교 선교사들의 천국인 모양이다. 그런데 왜 흑인들은 술주정뱅이들뿐인가? 그래서 교회가 많은 것인가? 힌두교와 회교사원도 보인다. 인구의 반 이상이 인도인이라는데 인도인은 아직 한 명도 못 보았다. 대부분 외국에 나가서 살거나 교외 부촌에 사는 모양이다. 시내는 정부 청사나 있고 흑인들이나 사는 빈민 지역인 것 같다. 여행지도 Georgetown 가는 새벽 길, 강을 건네주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 Georgetown 가는 길, 비포장이지만 정비가 잘 되어있어서 차가 잘 달린다, 주위는 온통 정글이다 처음 찾아간 Georgetown 호텔, 물탱크는 있는데 물이 안 나와서 다른 호텔로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