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2일, 목요일, Amazon 강 (오늘의 경비 US $2: 맥주 4, 과자 1.30, 환율 US $1 = 2.85 real) 어제 밤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배 엔진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배가 정박해 있을 때 해먹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잘 때 엔진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 줄 몰랐다. 또 해먹 공간이 너무 좁아서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운 데다 옆에서 자는 10세 먹은 여자 애가 자꾸 나에게 발길질을 해서 여러 번 깜짝 놀라서 깨어났다. 아침 7시경 아침 식사를 했다. 음식이 지난번 탔던 배보다 더 좋다. 지난번에는 뜨거운 밀크커피와 버터를 바른 빵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밀크커피와 빵 외에도 오렌지, 파인애플, 과자, 젤로가 더 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세수를 하고나니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배를 타고 Amazon 강 여행을 하는 묘미인 것 같다. 전혀 바쁜 것이 없는 단조로운 생활이다. 말이 안 통하니 누구하고 얘기는 못 해도 강물, 하늘, 강변을 번갈아 바라보고, 여행기를 쓰고, 책을 읽고, 가끔 맥주를 사서 마시고, 이런저런 공상을 하고, 애들 노는 것을 바라다보고, 사진을 찍고, 그러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고, 저녁시간이 되고, 취침시간이 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데 하나도 지루한 줄 모르겠다. 어제 밤에 나에게 발길질을 하던 여자 애의 여동생이 나에게 다가와서 내가 여행기를 쓰고 있는 것을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엄마, 할머니와 넷이서 여행을 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흔치 않은 백인 가족이다. "데 돈데 비에네 - 어디 사니?" 하고 스페인어로 물으니 "Macapa" 하고 대답한다. 어제 떠나온 도시의 이름이다. 스페인어를 모를 텐데 내 말을 알아듣는다. 그만큼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비슷한 것이다. 스페인어를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코모 테 야마스? - 네 이름 뭐니" 하고 다시 스페인어로 물으니 이름을 대답한다. 그리고 내 이름을 묻는다. 다른 말은 안 들렸지만 "노메 - 이름"이라는 말은 들려서 이름을 묻는 것을 알았다. "노메"라는 포르투갈어 말은 브라질을 세 번이나 입국과 출국 수속을 하면서 서류 작성을 할 때와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 때 항상 듣는 말이라 안다. 두 자매와 금방 친해졌다. 어제 밤 발길질을 할 때는 미웠는데 이제는 아주 귀엽다. 9살과 10살인데 어린애들처럼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재롱을 떤다. 애들 사진을 두어 장 찍었다. 언니 애가 가족 앨범을 가져와서 보여준다. 친척도 많이 보이는데 아주 백인도 있고 혼혈도 있고 가지각색이다. 미국에는 친척들 중에 혼혈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브라질에는 있다. 그것 때문에 친척들 간에 미묘한 차별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오전 10시쯤 옥상 그늘 흔들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상류로 가는 배라서 물결이 비교적 약한 강가에 가깝게 간다. 가끔 몇 집 안 되는 조그만 마을이 보이고 조그만 배들이 오고 간다. 날씨는 개였으나 구름이 좀 있어서 햇볕이 별로 따갑지 않고 적당히 부는 바람이 습기를 씻어 가서 시원하고 좋다. 며칠 전 Amazon 밀림 지역을 버스로 여행할 때는 정말 더웠는데 Amazon 강은 전혀 다르다. Rio de Janeiro에서도 매우 더웠는데 Rio de Janeiro보다 훨씬 더 더울 것으로 생각했던 Amazon 강이 전혀 안 더운 것이 예상 밖이다. 9살 짜리 여자 애는 나에게 관심이 많으나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해한다. 내가 해결책으로 Lonely Planet 책에 나와 있는 간단한 영어-포르투갈어 여행 회화 문장을 보여주었더니 문장을 찾아서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결혼했느냐 등 질문을 한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한국을 모른단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세계지도에서 한국을 가리켜주어도 모른단다. 중국과 일본은 들은 적이 있다는데 한국은 들어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남미의 어른들은 대부분 한국을 안다. 며칠 전 택시를 탔을 때 운전기사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반갑다고 하면서 악수를 청한다. 아마 내가 처음 만나는 한국 사람인 모양이다. 한참 있다가 남한이냐 북한이냐 묻는다. 한국이라고 하면 꼭 나오는 질문이 "norte o sur - 남 혹은 북"이다. 한국이 남북으로 나누어진 것도 다 안다. 그러나 북한 사람은 혼자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남미 오지에서는 남북을 막론하고 한국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니 그런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오정 때가 되니 배가 고파온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간 것 같아서 (주방과 식당이 아래층에 있다) 내려가 봤더니 벌써 먹고 있었다. 식탁에 자리가 12 밖에 없어서 한참 기다려서 먹었다. 식기를 가지고 와서 음식을 타가지고 자기 해먹이나 복도 난간에 가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 점심 식사는 밥, 국수, 감자 샐러드, 밥에 덮어먹는 콩 볶음 등이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대부분 낮잠을 잔다. 오늘은 배가 세 번이나 섰다. 첫 번째는 제법 큰 도시였고 두 번째는 30여 호의 목조 가옥들이 강가에 한 줄을 지어서 있는데 수면에서 높이 지어있고 이들 가옥들을 연결하는 길이 2km 정도의 목조 길도 역시 수면에서 높이 지어져 있다. 칠레 도시 Caleta Tortel을 연상시키는 마을이었다. 배가 샛강으로 들어왔는지 강폭이 100m 정도밖에는 안 되어 보인다. 강변 집들 너머로는 제법 큰 농경지와 목초지가 보인다. 옥수수 밭도 보이고 소 떼도 보인다. 샛강이 한 동안 계속되었다가 다시 큰 강이 나온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 같은 큰 강이다. 오후 3, 4시경에는 조금 더워지더니 5시가 되니 다시 시원해진다.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들었다. 저녁 식사는 밥, 국수, 밥에 얹어 먹는 크림소스, 소고기 볶음이었다. 소고기가 좀 질겼다. 그럭저럭 또 하루가 지났다. 오늘밤에는 잠을 제대로 잤으면 좋겠다. 여행지도 밤새 나에게 발길질을 하던 귀여운 자매 멋쟁이 소년, 좀 혼혈인 것이 보인다 바다 같이 넓은 Amazon 강 위로 눈에 익은 브라질 국기가 휘날린다 배 옥상에서 카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승객들, 혼혈 정도가 조금씩 다른 것이 보인다 제법 커 보이는 강변 도시 조그만 마을, 건물은 모두 목조다 아래층 식당에서 하루 세끼 12명씩 돌아가면서 식사를 한다 강변 마을 집들은 수면에서 높이 지은 나무 길로 연결되어 있다 장마철에는 수면이 높이 올라가는 모양이다 이 소년은 조그만 배를 저어서 어디로 가는가? 강변 목초지 에는 소 떼도 보인다 목이 긴 새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빨간색 열매는 먹을 수 있을까? 배가 샛강으로 들어섰다 샛강 너머로 Amazon 강이 보인다 수평선이 보이는 Amazon 강으로 나왔다, 오늘은 가장 대표적인 Amazon 강 배 여행의 경치를 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