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15일, 월요일, Lima, Flying Dog Backpackers (Miraflores 지역) (오늘의 경비 US $34: 숙박료 $18, 버스 $16, 미국-Lima 왕복 항공료 1인당 $512, 환율 US $1 = 3.50 sol) 오늘은 남미여행의 첫날이다. 미국 유타 주 Salt Lake City에서 아침 8시 55분 비행기로 출발해서 Atlanta를 경유하고 밤 10시 50분에 페루 수도 Lima에 도착했다. 약 9시간의 긴 비행시간이었으나 생각보다 빨리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8 정도) 밤이라 위험할 것 같아서 택시보다 안전해 보이는 공항버스를 탔다. 승객은 우리 부부까지 6명, 대부분 외국 배낭 여행객 같았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Lima시 밤 풍경은 매우 삭막해 보였다. 말 듣던 대로 페루는 못사는 나라같이 보였다. Lima 시내에서 몇 사람 내려주고 한 30분 더 달려서 Lima의 부촌이라는 Miraflores 지역에 있는 내 숙소 앞에 내려주었다. 숙소는 조그만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배낭족에게 인기가 많다는 곳이다 (숙소는 매 여행기 첫 줄에 도시 다음에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오늘 여행기 Lima의 숙소는 Flying Dog Backpackers다). 숙소에 하나뿐인 2인용 방은 벌서 다른 사람들이 들었단다. 내가 예약을 했는데도 남에게 주어버린 것이다. 항의해야 소용없는 일이고 선불한 것도 아니고 밤 12시가 지나서 도착했으니 이해 할만도 하다. 조금 기분이 언짢았으나 무사하게 도착한 것으로 만족이다. 포도주 한잔으로 자축하고 이미 새벽 한시라 우리 방에 자고 있는 다른 두 배낭 여행객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침대에 들어가서 남미여행 첫날밤을 맞았다. 여행지도 2003년 9월 16일, 화요일, Lima, Flying Dog Backpackers (Miraflores 지역) (오늘의 경비 US $33: 숙박료 $23, 버스표 4, 입장료 10, 점심 21, 환율 US $1 = 3.50 sol) 오늘 아침 8시경에 일어났다. 밤중에는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부엌에 나가서 숙소에서 준비해 놓은 뜨거운 물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서 숙소에 있는 컴퓨터로 이메일을 체크했다. LA 친구 원 박사에게 보낸 이메일의 답장이 와 있었다. 자기 은퇴 후에는 꼭 같이 여행을 하자고, 그러자고 하기는 했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어제 이문구 동문에게 이메일에 첨부해서 보낸 배낭 메고 찍은 우리 부부 사진이 올라있고 우리의 남미여행 출발을 축하하는 메시지도 여럿 올라있었다. 거의 매일 홈페이지에서 만나는 동문들이지만 (이문구, 김영송, 임효제, 전준영, 임정수, 김무경 동문) 항상 반갑고 고맙다. 어제는 4인용 방에 다른 두 배낭 여행객과 들어서 좀 거북했는데 오늘 아침에 2인용 방으로 옮겼다. 널찍한 방에 욕실까지 딸려있어서 편리하다. 숙박료도 $23이니 어제의 4인용 방보다 고작 $5 더 비싼 셈이다. 목욕을 하고 짐을 풀어서 정리를 하고 숙박료에 포함되는 아침식사를 하러 지정된 근처 음식점으로 찾아갔다. Miraflores의 중앙광장에 자리 잡은 아담한 음식점이었는데 좌석이 바깥에도 있었다. 우리는 바깥 좌석에 자리를 잡으니 아침 공기도 좋고 공원 경치도 좋았다. 음식점 웨이터가 "카페 꼰 레체? (cafe con leche)" 하면서 다가온다. 지난봄에 배운 스페인어가 아직은 머리에 남아있는지 다행히 귀에 들어온다. 밀크 (leche) 커피를 원하느냐는 얘기다. 나는 카페 네그로를 (cafe negro, 블랙커피), 집사람은 카페 꼰 레체를 시켰다. 남미에서 첫 번째로 한 스페인어 대화가 제대로 되어서 올 봄에 과테말라까지 가서 스페인어 공부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둘러보니 Miraflores 지역은 어제 본 Lima 시내와는 딴판이다. 전혀 다른 도시 같았다.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에 쓰여 있는 대로 거리도 깨끗하고 건물들도 미끈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헌칠하다. 외국 배낭 여행객들도 제법 많이 보인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은행으로 돈을 바꾸러 갔다. 호텔 근처에도 은행이 있었으나 몇 블록을 걸어서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에서 추천하는 Banco de Credito라는 은행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에서 추천하는 곳이 좋겠지 하고 간 것이다. 잠시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어서 은행직원에게 미리 준비한 "끼에로 깜비야 디네로" (Quiero cambiar dinero. 돈을 좀 바꾸고 싶습니다) 하며 미화를 페루 돈 Sole로 바꾸었다. 그 장면을 본 집사람은 매우 대견해했다. 이곳의 미화 환율은 3.45 sole인데 어제 공항의 미화 환율 3.40 sole보다 약간 높았다. 돈을 바꾸고 나니 올 봄 과테말라에서 만났던 한 배낭여행객 생각이 났다.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에서는 길가에서 돈을 바꾸면 위조지폐를 받을 수가 있으니 항상 은행에 가서 바꾸라고 권고한다. 그 친구가 물건을 사고 은행에서 바꾼 돈으로 지불하니 돈을 체크한 상인이 (이곳 상인들은 고액지폐는 항상 체크한다) 위조라고 안 받더란다. 어떻게 은행에서 위조화폐를 주나, 참 한심한 일이다. 이제 이 여행객의 문제는 받은 위조지폐를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은행에 가서 항의하고 바꿔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배낭 여행객은 전혀 다른 기발한 의견을 제시했다. 위조지폐를 은행에 가져가면 은행이 경찰에 고발해서 위조지폐 소유자로 체포당할지도 모르니 돈 식별이 잘 안 되는 밤중에 나가서 돈을 써버리라는 것이다. 그 친구는 결국 그 의견을 따라서 위조지폐를 처분했다. 돈을 바꾼 후 숙소로 돌아가서 돈을 오늘 쓸 만큼만 몸에 지니고 나머지는 여권과 함께 숙소에 있는 배낭 속 깊숙이 넣어두었다.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는 몸에 지니고 다니다 길거리에서 도난당하는 확률이 숙소 방에 두었다가 도난당하는 확률보다 훨씬 더 높으니 숙소에 숨겨 놓으라고 권고한다. 몇 사람에 물어 버스를 타고 Lima 중심가에 있는 중앙광장 Plaza Mayor로 찾아갔다. Lima 역시 남미의 모든 스페인 식민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건설되었다. 중앙광장 주위에는 성당, 정부청사, 그리고 옛날에 그 도시의 권력자들의 저택들이 있다. 권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중앙광장 가까이 살았고 권력이 적은 사람일수록 중앙광장에서 멀게 살았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 실업자들처럼 보였다. 광장주위의 건물들은 무슨 뜻이 있는지 모두 노란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광장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성당 안 구경을 했다. 이 성당의 최고 볼거리는 성당 안에 있는 Pizarro의 묘다. Pizarro는 1532년에 잉카제국을 정복한 사람이다. 그는 당시 6백만 인구를 가진 잉카제국을 불과 300여 명의 스페인 군대로 정복했다. 일자무식의 Pizarro는 페루를 정복하면서 나쁜 짓을 많이 했다. 당시의 잉카제국의 왕 Atahualpa를 만찬에 초대하고 무장을 안 하고 온 그를 납치하고 몸값으로 많은 양의 금은보화를 받은 다음에 죽어버렸다. 죄 값을 치른 것인지 불과 10여 년 영화를 누린 후 반대파에 의해서 죽음을 당했다. 멕시코를 정복한 Cortez는 그런대로 조금이나마 존경을 받았지만 Pizarro는 아무에게도 존경을 받지 못했던 무뢰한이었다. 그런 그의 묘가 아직도 Lima 성당 안에 있다니 페루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인 모양이다. 점심으로 페루 인기음식인 Lomo Saltado와 Sopa a la Criolla를 먹었다. Sopa a la Criolla는 국수가 든 소고기 국인데 국물을 우유로 만들어서 내 입에 맞지 않았다. Lomo Saltado는 등심 소고기를 길쭉하게 썰고 양파, 감자, 토마토와 함께 볶아서 밥 위에 덮은 요리로 먹을 만 했다. 이틀 후에 태평양 해안 국립공원이 있는 Pisco로 가는 버스표를 미리 사놓기 위해서 중앙광장에서 멀지 않은 버스 터미널로 갔다. 관광청 사무실에 들러서 버스 터미널 가는 길이 위험하지 않은가 하는 것도 확인했다. 낮에는 별로 위험할 것 없으니 가방만 꼭 잡고 가란다. 그 말을 듣고 가다보니 가는 길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에는 Lima 시내에서는 대낮에도 꼭 택시를 타고 다니라고 쓰여 있는데 관광청 직원 말을 듣고 걸어 간 것이 실수였다. 한 150m 전방에 빤히 보이는 버스 터미널을 결국 택시를 타고 갔다. 버스 터미널 앞에서 내릴 때 택시 운전사도 가방을 몸 앞에 꼭 끼고 걸으라고 주의를 준다. 시내에는 군데군데 군인인지 경찰인지 깔려 있는데도 이 도시 치안이 보통 엉망이 아닌가보다. 과테말라 수도인 과테말라 시에서도 그랬는데 무슨 정부가 수도 치안 하나 제대로 유지 못 하는지 한심하다. Pisco까지는 별로 긴 버스여행이 아니라서 (4시간 정도) 2등 표를 (11 sol) 샀다. 1등은 35 sol로 2등의 세 배다. 아침 9시 15분에 떠나서 오후 1시 15분에 도착이니 여유 있는 스케줄이다. 표를 사는데 한 열 살 먹은 애가 다가와서 무얼 사라고 해서 안 산다고 했더니 일본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한국말을 해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했더니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계속 말을 시킨다. 물건 파는 것 보다 외국인과 얘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모양이다. (후기. 나중에 생각해보니 외국 여행객에게 물건을 팔기 위한 상술로 외국어를 배우려는 것 같았다.) 버스표를 산 후 다시 버스를 타고 Lima 시내를 벗어나서 숙소가 있는 Miraflores로 돌아오니 공기가 훨씬 좋아지고 갑자기 선진국으로 온 기분이다. 불과 6km 정도인데 너무나 다르다. 숙소 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거의 내가 살고 있는 분당 롯데 백화점 수준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미국을 떠날 때 만들어서 가져온 샌드위치를 보드카 한잔 곁들여서 저녁으로 때웠다. MP3 Player로 패티김의 노래를 틀어 놓으니 분위기 또한 좋았다. 이렇게 남미 여행의 첫날을 보냈다. Miraflores에서 첫 아침식사를 한 공원 가에 있는 음식점 Lima 중앙광장에 위치한 성당, Lima 시내는 좀 위험한 곳이다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불한당 Francisco Pizarro의 묘가 성당 안에 있다, 그의 시신이 정말 이 묘안에 있을까? Pizarro의 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