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4일, 금요일, La Paz, Hotel Torino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40, 아침 25, 점심 24, 식료품 15, 기타 3, 환율 US $1 = 8 boliviano) 방에 전기 플러그가 없어서 아침에 커피 물을 끓일 수가 없었다. 아래층에 있는 카페로 내려가서 뜨거운 물을 샀다. 그냥 줘도 될 만한데 3 boliviano를 받는다 (약 500원). 방에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아침 커피를 만들어서 마셨다. 습관이 되어서 아침엔 꼭 커피를 마셔야 한다. 느지막하게 나가서 아래층 카페에서 continental식 아침을 먹었다. Continental식 아침 식사는 커피나 차, 오렌지 주스와 빵 종류뿐으로 아주 간단하다. American식 아침 식사는 그보다 더 많아서 토스트, 계란 프라이, 햄이나 베이컨이 포함된다. 남미에서는 보통 continental식 아침 식사다. 아마 점심을 잘 먹기 때문인 것 같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다. 음악도 좋고 종업원들도 친절하다. 손님들은 대부분 현지인 같은데 모두 백인 계통 사람들이다. 카페 한쪽으로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가끔 담배 피는 사람이 눈에 띠는 거다. 시내 도보관광을 나갔다.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에 나온 La Paz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걸으면서 관광명소들을 구경하는 거다. 가이드 없이 하는 거지만 Lonely Planet에 약간의 설명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로 재미있다. 단체여행과는 달리 쫓기지 않으며 피곤하면 카페에 들려 커피 한잔하면서 사람구경도 해가면서 쉬엄쉬엄 한다. La Paz 시내 풍경은 꼭 수십 년 전의 서울거리를 연상시킨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차도 많고 경적 소리도 요란하다. 언제 정치데모가 있었느냐 싶다. 소위 마녀시장이라 (Witches Market) 불리는 시장에 들렸다. 마녀들이 일할 때 쓰는 물건들을 판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호기심이 있는 관광객들이 많이 꼬이는데 별로 볼 것은 없다. 마녀라기보다는 무당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마녀시장 근처에 가니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어느 도시든지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는데 그런 곳에 머물면 여러 가지로 편한 점이 있지만 때로는 불편한 점도 있다. La Paz는 내가 머무는 성당이 있는 시내 중심지역보다는 동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마녀시장 근처가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 같다. 시내 쪽으로 내려오다가 공원에서 한참 쉬었다. 쉬면서 종이비행기를 하나 접어서 옆에서 놀고 있던 4살 짜리 꼬마에게 주었더니 한참 잘 가지고 논다. 은행에 들려서 이곳 돈을 바꿨다. 요새는 1999년 중국 여행 할 때와 비교하면 참 편하게 여행 할 수 있다. ATM 때문에 현금이나 여행자 수표를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고 인터넷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항상 알 수가 있어서 멀리 여행을 떠난 것 같지가 않다. ATM으로 돈 찾고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은행계좌를 체크하면 벌써 돈이 빠져나간 기록이 나와 있다. 모든 것이 실시간에 처리되고 수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꼭 집에 있는 것처럼 웬만한 것은 다 처리할 수 있다. 단 한 가지, 컴퓨터에서 한글이 잘 안 되는 게 흠이다. 참 알 수 없는 일인데 스물 넉자로 모든 글을 표기 할 수 있는 컴퓨터 친화적인 한글이 어쩌다가 수만 자를 써야하는 컴퓨터 비 친화적인 한문, 일본어와 함께 소위 double-byte (좀 기술적인 표현임) 언어로 분류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영어와 같은 single-byte 언어로 분류되었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 카페에서 쉽게 한글을 쓸 수가 있었을 텐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글은 double-byte 언어이기 때문에 특별 설치를 해야 사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 외국 인터넷 카페에서는 할 줄 모른다. 호텔 근처에 있는 정부 청사가 몰려있는 광장으로 갔다. 대통령 궁전, 국회 의사당, 성당, 경찰본부 건물들이 있었다. 광장 한 구석에 한비야 여행기에 소개된 "Korea" 간판을 붙인 사진관이 아직도 있었다. 가보니 점심시간이라 (siesta) 문을 닫았다. 이곳은 점심시간이 보통 3, 4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기다릴 수는 없어서 내일 다시 가보기로 했다. 몸 컨디션이 영 안 좋아서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 Titicaca 호수에서 걸린 감기 기운이 아직도 조금 남아 있는데다 이곳에 와서는 고산증세까지 겹쳐서 조그만 움직여도 금방 피곤해진다. 칠레 바닷가에서 너무 갑자기 고지대로 올라와서 그런 것 같다. 여행지도 "마녀 시장, Witches Market" 물건들 차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La Paz 시내 풍경 정부청사 광장에 있는 "한국 사진관", 원래 주인은 한국교포였는데 팔고 은퇴했다 Plaza Pedro D Murillo 광장 대성당 Plaza Pedro D Murillo 광장 풍경 Plaza Pedro D Murillo 광장 풍경, 지난주의 80여 명이 생명을 잃은 유혈 정변은 다 잊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