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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April Snow, 2005)
2005년 9월 7일 개봉
감독-허진호
주연-배용준.손예진
[등장인물]
김인수-조명감독. 남. 31세
한서영-강원도에서 인수가 만난 여자. 여. 27세
강수진-인수의 아내. 여. 29세
윤경호-서영의 남편. 남. 30세
실내 콘서트 장. 밤. 내부.
화면 가득 인수의 얼굴이 보인다.
고개 숙인 인수의 얼굴이 어둡다.
난감한 표정으로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 있는 인수.
눈을 감는다.
작업 등만 켜진 어두운 텅 빈 무대에서 광일이 인수를 부른다.
광일 ; 팀장님! 블루요! 팀장님!
무대 위에서 광일이 손짓을 하며 인수를 부른다.
객석 한 가운데의 콘솔 앞에 서 있는 인수는 광일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하다.
광일은 큰 소리로 다시 한 번 인수를 부른다.
광일 ; 팀장님! 블루요!
목청껏 부르는 소리에 인수가 그제야 고개를 든다.
인수는 콘솔의 버튼을 누른다.
무대 위의 푸른 색 조명에 불이 들어온다.
광일 ; ok! 팀장님! 레드요!
인수는 다시 콘솔의 버튼을 눌러 붉은 색 조명을 켠다.
조명을 확인하는 인수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다.
초조하게 시계를 보는 인수의 얼굴에 붉은 빛이 불안하게 내려앉는다.
붉은 조명 라인 중에 하나의 조명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광일이 인수가 있는 콘솔 쪽으로 뛰어온다.
광일 ; 3번 라인 라이트 하나가 안 들어오는데요? 테스트 다 해서 올렸는데... 아무래도 라인 문젠 거 같아요.
인수는 광일을 바라본다.
인수 ; 광일아...
인수는 잠시 목이 멘다.
인수 ; 내가 집에 일이 생겼다. 마무린 니가 맡아서 해.
광일 ; 네?
인수 ; 괜찮아... 괜찮을 거야.
침착하게 말하고 있지만 인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린다.
급하게 겉옷을 걸쳐 입는 인수.
옷소매가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팔이 들어가지 않자 그냥 손에 든다.
광일 ; 팀장님.전 아직...
인수 ; 잘 할 수 있을 거야. 조명기 다 내려서 테스트 다시 하고... 메모리 잡기 전엔 올게..
광일의 어깨를 툭 치고 가방을 챙겨 떠나는 인수.
당황하는 광일.
광일 ; 팀장님!
인수는 대답 없이 서둘러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고속도로. 인수의 차. 밤. 외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보인다.
운전을 하고 있는 인수의 얼굴 위로 차들의 불빛이 지나간다.
창문을 여는 인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는 인수.
삼척 병원 앞. 밤. 외부.
삼척의 허름한 병원 전경.
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빠르게 들어온다.
차 안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인수.
병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불안하다.
차 밖으로 나오는 인수. 응급실 쪽으로 달려간다.
삼척 병원 수술실 앞 복도. 밤. 내부.
누군가의 시점으로 시계가 보인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다.
수술실 앞 복도로 인수가 뛰어 들어온다. 가쁜 숨을 몰아쉰다.
인수는 복도 앞의 명패들을 살피며 가다가 수술실임을 보고는 선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인수.
텅 빈 수술실 앞 로비엔 서영이 혼자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
서영에게 뭔가를 물어보려 다가가는 인수.
서영은 멍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수는 서영에게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건너편 자리에 앉는다.
안절부절 못하며 일어섰다 앉았다 반복하는 인수.
서영은 조용히 눈물을 닦는다.
인수는 진정하려는 듯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다.
텅 빈 로비에 인수와 서영만이 침묵 속에 앉아 있다.
중환자실. 밤. 내부.
인수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수진을 내려다본다.
붕대 사이로 보이는 수진의 얼굴은 곳곳이 멍들고 긁혀 있다.
피멍이 든 가슴이 이불 밖으로 보이자 이불을 올려 가슴을 가려 준다.
하지만 인수는 수진의 얼굴을 오래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 버린다.
힘들게 눈을 뜨는 인수. (시간경과)
안타까운 표정으로 수진 곁에 서 있는 인수.
의사가 인수에게 다가온다.
의사 ; 강수진씨 보호자 되시죠?
인수 ; 네...
의사 ; 사고 당시 뇌와 요추 부분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뇌압을 낮추기 위한 조 치들을 취해 놓았지만... 의식불명 상태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요추 복원 수술은 비교적 성공적이지만, 의식 회복 후 하반신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 구요.
인수 ; 그럼 못 걷는 건가요?
의사 ; 아직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인수 ; 얼마나 아픈 건가요? 아픈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인데..
인수의 표정이 착잡하다.
그때 경호의 침상이 중환자실로 들어선다.
서영과 시어머니가 경호의 침상 옆에서 경호를 보며 들어선다.
비상계단. 아침. 내부.
병원 복도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인수.
인수 ; 나.. 못 올라갈 것 같아요. 광일이가 알아서 잘 하겠죠. 미안해요 선배.
먼저 전화를 끊는 인수,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빠른 걸음으로 비상계단 문 쪽으로 걸어가는 인수.
비상계단의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문틈 사이로 비상계단에 앉아 있는 서영의 모습이 보인다.
울고 있는 듯 서영의 어깨가 들썩인다.
인수는 그런 서영을 보고 가만히 문을 닫는다.
삼척 경찰서. 낮. 내부.
인수와 서영이 경찰과 마주앉아 있다.
경찰 ;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절차니까 양해해 주십시오.
경찰이 사고 조사서 문서와 사고 장면을 찍은 사진 철을 인수와 서영에게 건넨다.
사진들을 보는 인수.
끔찍한 사고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다.
흉측하게 찌그러진 가드레일과 부러진 나무.
트럭과 부딪쳐 논바닥 아래로 추락한 승용차.
처참하게 일그러진 승용차와 완전히 깨져버린 앞 유리..
그리고 군데군데 핏자국들..
더 이상 볼 수 없는지 사진을 덮어 버리는 인수.
서영은 끔찍한 광경을 차마 볼 수 없는지 손도 대지 않는다.
경찰 ; 아직 운전자는 두 분 중 누구인지 파악이 안 됐어요.두 분 다 차 밖에서 발견이 돼 서요. 윤경호씨 차량이니까 그분이 했을 가능성이 많지만 정확히 해야 되거든요, 운전한 사람은 가해자지만 보조석에 탄 사람은 피해자가 됩니다. 물론 트럭에 타 고 있던 김영기씨, 이 양반이 제 1 피해자죠.이분도 지금 돌아가실 것 같다네요.
서영의 표정은 참담하다.
경찰 그리고 병원 검사 결과로는 강수진씨는 술을 드신 거로 돼있습니다.
인수 ; 수진이는 술을 못합니다.
경찰 ; 검사 결과가 그렇습니다. 나중에 병원 쪽에 한번 확인해 보세요.
인수 ; ...
인수는 혼란스러운지 대답을 하지 못한다.
경찰 ; 그런데... 어떻게, 서로 아시는 사인가요? 강수진씨랑 윤경호씨는?
서영 ; 그이는 오늘 삼척에 출장을 간다고 했었어요. 지점을 낸다구요. ☆☆이라구... 남편이 운영하는 회산데...
인수 ; 와이프는 인테리어회사 팀장입니다.
경찰 ; 그럼 두 분이 출장을 오셨다가 사고가 나신 건가요? 참...
경찰은 수첩을 보면서 말을 잇는다.
경찰 ; 증거자료 같은걸 국과수에 이미 넘겼고... 한 보름 정도 후면, 운전자가 누군지 밝혀질 거예요.
인수와 서영 둘 모두 참담한 표정이다.
(시간경과)
박스 안에 수진과 경호의 소지품들이 섞여 있다.
경찰 ; 저희가 분류 한다고 하긴 했는데...아마 섞여 있는 것도 있을 겁니다.
인수와 서영은 각각 자신의 배우자의 물품들을 골라낸다.
지갑,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 화장품 같은 것들이 있다.
인수 ; 이거 혹시...
인수가 화장품을 들어 서영을 보여주면 서영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인수는 화장품들을 챙긴다. 화장품 중에는 껍데기에 금이 간 것도 있다.
인수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어서 보다가 서영에게 건네준다.
인수 ; 제 아내 건 아니네요.
머뭇거리며 받아 드는 서영.
인수는 수진의 핸드폰을 발견한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톨게이트 영수증, 공원 입장권, 동전 등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물건들도 많다.
하나하나 집어서 봉투에 담는 두 사람.
마지막으로 콘돔 하나가 남는다.
서영의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어색한 표정이 된다.
인수는 그런 서영을 본다.
콘돔을 집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 인수.
공업사 마당. 낮. 외부.
부서진 차들이 쌓여 있는 휑한 공업사 마당.
마당의 한 구석엔 승용차 한 대가 처참한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다.
그림자 하나가 차 앞으로 다가서다가 멈춘다.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는 서영의 모습이 보인다.
한동안 차를 바라보던 서영이 돌아서면 뒤쪽에서 서 있던 인수가 차로 다가온다.
차의 안쪽에는 수진의 신발 한 짝이 놓여 있다.
멍하니 수진의 신발을 바라보는 인수.
병원 앞 주차장. 인수의 차. 낮. 외부.
수첩을 뒤지는 인수.
수진의 회사 전화번호를 찾아낸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는 인수.
인수 ; 네... 거기 [푸른 방]이죠? 저는 강수진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네...
인수는 잠시 호흡을 고른다.
인수 ; 당분간 아내가 출근을 못할 거 같습니다.어제 차 사고가 났어요.지금 중환자실에 있구요.잘 모릅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서...
침착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인수.
인수 ; 당분간 휴직처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뇨... 네?
인수의 표정이 멍해진다.
인수는 한동안 전화기를 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인수. 잠시 멈칫하다가...
인수 ; 제가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인수는 조용히 전화를 끊는다.
인수는 문득 보조석을 본다.
수진의 신발과 소지품들, 콘돔이 보인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는 인수.
인수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좁은 차 안은 금세 연기로 가득 찬다.
중환자실. 낮. 내부.
면회시간.
인수가 수진의 모습을 보고 있다.
인수의 뒤에서 수진의 아버지가 들어온다.
인수 ; 오셨어요?
수진의 아버지는 염색한 지가 좀 지났는지 머리 안쪽이 새하얗다.
수진을 내려다보는 수진의 아버지.
수진은 여전히 붕대에 덮여있다.
장인은 조심스레 수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본다.
병원 근처 식당. 낮. 내부.
장인과 인수는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인수는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몇 수저 떼다가 만다.
장인도 밥을 잘 먹지 못한다.
생각에 빠진 듯 가만히 있는 인수...
장인이 그런 인수를 본다.
장인 ; 출장 중이었나?
인수 ; 네.
인수 ; 서울에 하루정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인수는 가방에서 모텔 키를 꺼내 장인에게 건네준다.
장인 ; 그래.다녀오게.운전 조심하고...
두 사람은 다시 밥을 먹으려 하지만, 잘 넘어가지 않는지 이내 수저를 내려놓는다.
해안국도. 고속버스. 해질녘.
차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창밖을 보는 서영.
손에 쥔 디지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본다.
눈을 감는 서영.
다시 눈을 뜨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서영의 집. 밤. 내부.
서영은 한기로 가득 찬 집 안으로 들어온다.
서영은 마루를 둘러보다가 다락으로 올라간다.
다락에서 경호의 물건들을 뒤지는 서영.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서영은 자신의 모습이 서러운지 굳은 듯 멈춰 선다.
베란다 빨래걸이에 널려 있는 속옷을 걷는 서영.
서영은 마루로 나온다.
마루에는 싸고 있던 짐들이 놓여 있다.
서영은 경호의 속옷을 개서 가방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짐들이 가득 차서 가방이 잘 닫히지 않는다.
억지로 닫아보려 하다가, 서영은 갑자기 안에 있던 짐들을 몽땅 쏟아버린다.
경호의 스킨 병이 깨지면서 손가락을 베이는 서영...
손가락에서 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서영은 멍하니 피가 흐르는 손을 바라본다.
(시간경과)
쌓여진 짐 옆으로 서영이 누워 새우잠을 자고 있다.
인수의 집. 밤-아침. 내부.
집에 들어온 인수는 불을 켠다.
정리되어 있지 않은 집 안 풍경이 보인다.
설거지 하는 인수.
안방 침대에 누워 있는 인수.
침대에 베개가 두 개 놓여 있다.
인수는 벌떡 일어나 옷장으로 간다.
옷장을 열어 수진의 가방과 옷 주머니들을 뒤지는 인수.
인수는 안방을 나와 수진의 방으로 들어간다.
수진의 화장대 서랍과 책상도 뒤져본다.
영화표 두 장이 나온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인수는 정리되지 않은 사진 봉투를 발견한다.
사진을 보는 인수.
사진 속엔 함께 여행을 가서 찍은 인수와 수진의 즐거운 한때가 담겨 있다.
수진은 사진 속에서 행복해 보인다.
복잡한 표정으로 사진을 보는 인수의 얼굴이 어둡기만 하다.
마루의 소파에 인수가 앉아 있다.
손에는 수진의 핸드폰이 들려있다.
인수는 수진의 핸드폰을 켠다.
핸드폰의 락을 풀려고 비밀번호 네 자리를 계속 눌러본다.
종이를 가져다가 자기가 입력한 번호를 하나하나 연습장에 써본다.
하지만 비밀 번호는 잘 풀리지 않는다.
서재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 인수.
화면 가득 인터넷의 웹 페이지가 보인다.
0000에서부터 9999까지의 숫자의 조합들이 빼곡하게 보이는 화면.
“이 안에 비밀 번호가 들어 있습니다. ^^ ”
다른 방법들도 보인다.
“서비스센터에 가보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거 알아서 뭐하려고요.”
마루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인수.
아침이 됐는지 커튼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일어나는 인수, 커튼을 열면 아침 햇살이 얼굴에 닿는다.
인수는 빛이 싫은 듯 다시 커튼을 닫는다.
핸드폰 AS센터. 아침. 내부.
직원으로부터 수진의 핸드폰과 주민등록증을 받는 인수.
직원 ; 여기 풀렸습니다. 비밀번호 1026이구요.
인수는 말없이 핸드폰을 받아든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인수.
비밀번호가 풀린 수진의 전화기를 보고 있다.
메시지를 확인하는 인수의 표정이 혼란스럽다.
인수의 앞뒤로 직원들과 고객들이 스쳐지나간다.
동 밖. 아침. 내부.
대리점 앞의 복도를 걸어가는 인수.
멍하니 걸어가던 인수는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미로처럼 복잡한 복도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이다.
오른쪽으로 꺾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인수.
실내 콘서트 장. 낮-밤. 내부.
전화를 하고 있는 인수.
뒤로는 설치중인 무대가 보인다.
인수 ; 네.아버님.아직 일이 좀 남아서요.며칠 걸릴 것 같습니다. 네...
(시간경과)
인수가 트라스에 올라가서 조명기들을 달고 있다.
위험해 보이는 트라스 위를 거침없이 걸어 다니는 인수.
뭔가 잊으려는 듯 일에 몰두하는 인수.
이마에 땀이 맺힌다.
(시간경과)
거대한 트라스에 달린 수십 개의 조명 불빛들이 켜지고...
인수는 조명기 앞에 필터를 꽂는다.
필터들의 색깔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시간경과)
인수와 트라스 업체 직원 등이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부스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트라스가 전자동으로 천장 가까이까지 올라간다.
인수 ; 조금만 더 올려줘요.
직원 ; 더 이상은 안돼요. 좀만 더 올라가면요 트라스가 천장에 닿아요. 위험할지도 몰라요.
인수 ; 1미터만 올려줘요. 1미터 차이 때문에 그림자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직원, 잠시 망설이다가 확인하듯...
직원 ; 딱 1미텁니다. 1미터 이상은 안 됩니다.
직원, 어쩔 수 없다는 듯 무대 쪽으로 뛰어가 버튼을 누른다.
트라스가 윙~ 소리를 내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때 갑자기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리더니 트라스가 흔들거린다.
트라스에 달려 있던 조명기 몇 대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작업 중인 조수들이 그 소리에 놀라 무대 밖으로 도망치듯 뛰쳐나온다.
불꽃을 튀기며 박살난 조명기들과 깨진 조명렌즈 유리조각들이 무대에 흩어진다.
허망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인수의 표정이 당혹스럽다.
(시간경과)
콘솔 근처에 혼자 앉아 고개 숙이고 있는 인수.
그때 광일과 중년의 사장이 뒤에서 다가온다.
광일 ; 팀장님.
뒤를 돌아보는 인수.
인수 ; 오셨어요?
사장은 화가 나 있지만 꾹꾹 눌러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이고, 광일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숨을 쉬는 사장.
사장 ; 오늘 사고 친 것도 그렇고, 너 지금 일할 상태가 아닌 것 같다. 너 저번에 그냥 가서 얼마나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 기획사 쪽에서 앞으로 우리랑 일 안한대.
인수 ; 미안해요 선배.
사장 ; 괜찮아지고 그러면 내가 다시 부를게.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좀 쉬어.
사장, 자신도 답답한 듯 밖으로 나가 버린다.
인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고개를 숙인다.
안쓰러우면서도 미안한 표정으로 인수를 바라보는 광일.
고개 숙인 인수의 표정이 고통스럽다.
콘서트 장. 화장실. 밤. 내부.
화장실에서 세수하는 인수.
코피가 나와 얼굴이 피범벅이 된다.
그것도 모르고 계속 세수하던 인수, 뒤늦게 안다.
거울 속에 피범벅 된 자신의 얼굴을 보는 인수.
삼척 모텔 주차장. 아침. 외부.
주차장에서 짐을 내리는 인수.
트렁크를 들고 모텔로 걸어온다.
병원 바로 앞에 위치한 모텔.
인수는 모텔 앞에서 잠시 병원을 본다.
모텔로 들어가는 인수.
모텔
화가 난 듯 문 쪽으로 다가가는 서영.
서영, 문을 여는데 인수가 비틀 거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소파에 털썩 쓰러지는 인수...
서영은 거리를 두고 서서 인수를 지켜본다.
인수, 뭔가 말하려다 말고 취한 듯 고개를 숙인다.
모텔 서영의 방. 오전. 내부.
잠에서 깨는 인수.
뭔가 이상한 듯 주위를 둘러본다.
서영의 방이다. 서영은 없다.
어제일이 기억나지 않는 듯 고개를 푹 숙인다.
인수,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병원 중환자실 앞. 낮. 내부
중환자실 앞.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는 인수.
카운터 안쪽의 간호사가 면회시간을 알린다.
간호사 ; 면회시간입니다. 면회하실 보호자 분들 들어오세요.
사람들은 벽에 부착된 핸드클리너 박스의 버튼을 눌러 손을 씻고 안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인수의 표정이 무겁다.
인수는 뒤돌아 밖으로 나가버린다.
병원 복도, 자판기 앞. 낮. 내부.
자판기가 있는 복도 구석.
인수가 커피를 뽑고 돌아서는데 구석에 서영이 앉아 있는 게 보인다.
고개를 숙인 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서영.
인수는 서영에게 다가가 선다.
인수의 기척에 고개를 드는 서영.
인수 ;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실수한 거 같네요.
서영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인수 ; 미안합니다.
서영 ; 아니에요.
서로 말 없이 커피를 마시는 두 사람.
잠시 후, 서영의 전화가 울린다.
병원 로비. 낮. 내부.
인수와 서영이 보험회사 직원의 앞에 나란히 앉아있다.
심각한 표정의 인수와 서영.
직원 ; 아무래도 나중에라도 합의를 보셔야 될 가능성이 많으시니 시간 내셔서 조문 한 번 다녀오세요.
서영 ; 꼭...가야 하나요?
직원 ; 물론 쉬운 일 아닙니다. 가서 안 좋은 일 당하는 경우도 많구요. 하지만, 당해도 그게 나중에 좋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는 두 사람.
서영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다.
인수는 서영을 본다.
해남 국도. 인수의 차. 낮. 외부.
국도를 달리는 인수의 차.
말이 없는 인수와 서영.
해남 상갓집 앞. 낮. 외부.
사고의 피해자, 김영기의 장례식장은 보통의 한옥집이다.
골목을 돌면 노란 근조 등이 보인다.
상갓집에 온 서영과 인수는 집 앞에 도착해서 바로 들어가지 못한다.
인수 ; 저 혼자 들어갔다 나오겠습니다.
인수가 먼저 안으로 들어간다.
서영은 잠시 서 있다가 따라 들어간다.
상갓집. 낮. 내부.
인수가 상갓집 안으로 들어간다.
유가족들은 문상객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영정 사진 속의 남자는 꽤 젊어 보인다.
인수는 영정사진 앞으로 들어서는데...
서영이 뒤따라 들어온다.
인수, 잠시 서영을 보다가 영정 앞에 절을 하고 유가족과도 절을 한다.
서영도 절을 한다.
나이든 어머니와 젊은 아내, 어린 두 아이가 있다.
인수와 서영이 유가족들에게 다가가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인수 ; 사고 낸 사람의 배우잡니다. 정말 죄송하단 말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70대의 할머니가 서영 앞으로 다가온다.
울다가 지친 듯한 얼굴이다.
할머니는 아무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할머니 ; 얼른 돌아가.
인수 ; 인사만이라도 여쭈고 싶어서요.
할머니 ; 나 영기 에미야... 됐지. 빨리 가.
서영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할머니 ; 어떻게 여길 올 생각을 했어.어이구... 이건 무슨 경우야, 경우가...
할머니 눈을 훔치고, 서영도 눈물을 닦는다.
서영 ; 정말 죄송해요...
하는데 고인의 동생으로 보이는 40대의 남자가 나온다.
동생 ; 어서 꺼져! 여기가 어디라고 낯짝을 들이밀어!
서영 ; 죄송합니다.
동생 ; 당장 꺼지지 못해?
언성을 높여 욕을 하며 나오던 동생은 서영을 보자 멱살이라도 잡을 듯 달려든다.
인수가 막아선다.
동생은 주먹을 휘두른다.
인수가 막다가 결국 몇 대 맞는다.
사람들이 뒤늦게 말린다.
그 바람에 서영이 넘어진다.
사람들이 동생을 인수에게서 떼놓으며 빨리 나가라고 인수와 서영을 떠민다.
인수와 서영은 허겁지겁 상갓집에서 나온다.
해남 국도. 인수의 차. 해질녘. 외부.
국도를 달리는 차.
화가 난 듯 속도를 올리는 인수.
인수의 차가 빠르게 국도를 달린다.
서영은 창밖을 본다.
눈물을 참으려는 서영.
서영 ; 잠시만 세워주세요.
인수는 갓길에 차를 세운다.
차가 서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는 서영.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서영은 그 자리에 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엉엉 울던 서영, 감정이 복받친 듯 그 자리에 토하고 만다.
인수가 차에서 내려 그런 서영을 본다.
서영을 보는 인수의 표정이 힘들다.
서영의 울음소리는 잦아들지만... 쉽게 그치지 않는다.
인수의 표정에 알 수 없는 분노가 스미는 것 같다.
휑한 국도에 차가운 바람이 분다.
국도. 인수의 차. 밤. 외부.
달리는 차의 시점으로 국도의 풍경이 보인다.
인수는 운전을 하고 있고, 서영은 피곤한 듯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무언가에 놀란 듯 깜작깜작 몸을 뒤척이는 서영.
인수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다 서영을 본다.
눈을 감고 자던 서영이 기침을 한다.
몸살기가 있는지 몸을 떠는 서영... 식은땀을 흘린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차 밖으로 나가는 인수.
문이 닫히는 소리에 서영이 깬다.
눈을 떠서 인수를 보는 서영.
인수는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운다.
하늘을 보는 인수.
겨울 하늘이 차다.
국도. 약국 앞. 밤 (비)
차 앞 유리에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잠이 들어있던 서영이 잠에서 깬다.
주위를 둘러보는 서영.
차가 국도변 약국 앞에 서 있다.
약국에서 나온 인수가 차에 탄다.
인수는 서영에게 약봉투를 내민다.
서영은 약봉투를 받는다.
잠시 약 봉투 안을 들여다보는 서영.
인수는 차를 출발시킨다.
국도. 인수의 차. 밤. 외부. (비)
주변의 불빛들이 거의 없는 캄캄한 지방도.
인수의 차가 갈림길 한가운데 서 있다.
완전히 길을 잃은 듯하다.
서영이 고개를 돌려 그런 인수를 쳐다본다.
인수 ; 어느 쪽으로 갈까요? 한번 골라보실래요?
서영을 보는 인수.
서영은 갈등된다는 듯 두 갈래 길을 번갈아 바라본다.
조그만 목소리로 왼쪽을 가리키는 서영.
서영 ; 저 쪽이요.
자신 없어 보이는 서영.
인수는 웃으며 차를 출발시킨다.
톨게이트. 밤. 외부. (비)
톨게이트로 들어서는 인수의 차 시점이 보인다.
톨게이트는 늦은 밤이라 한산하다.
앞차에 탄 남자가 통행권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는 안타깝게도 손이 닿지 않는다.
낑낑거리다가 결국 차 문을 열고 내려 통행권을 뽑는 남자.
둘은 잠시 웃음이 나온다.
웃다가 어색해지는 두 사람.
통행권을 뽑고 고속도로로 진입해 가는 인수의 차.
모텔 복도. 밤. 내부.
계단을 올라온 인수와 서영.
서영은 자기 방 앞에 선다.
인수는 조금 떨어져 있는 자신의 방 쪽으로 간다.
서영, 문을 열려다가 잠시 머뭇거린다.
손잡이를 돌리려다 말고 인수를 돌아본다.
인수와 눈이 마주친다.
인수가 걸어와 손을 내민다.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미는 서영.
악수를 하는 두 사람.
인수 ; 힘내요.
서영 ; 고마워요.
서영이 방으로 들어간다.
밖에 잠시 서 있던 인수.
자신의 방으로 간다.
병원. 진료실. 낮. 내부.
진료실에 담당의와 마주 앉아있는 인수.
인수는 수진의 상태에 관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의사 ; 딱히 회복이 되었다곤 할 순 없지만... (CT 촬영한 사진을 가리키며) 강수진 환자가 뇌압이 많이 안정됐습니다. 폐 수술한 자리도 잘 아물고 있고... 아직 의식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상황은 많이 안정적이니까 그때 말씀하셨던 것처럼 서울로 옮기고 싶으시다면 지금 옮기시는 게 좋을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수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다.
눈길을 돌려 창밖을 보는 인수.
창밖엔 소복이 눈이 쌓여 있고, 아이들은 눈을 뭉쳐서 던지고 있다.
인수 ; 여기서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의사 ; 네...그럼 일단 일반병실로만 옮기시죠.
인사는 진료실을 나간다.
모텔 앞. 해질녘. 내부.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인수.
유리창 너머로 해질녘의 풍경이 보인다.
서영이 다가온다. 인수가 서영을 본다.
인수 ; 어제 잘 잤어요?
서영 ; 네.저... 오늘 아침에 연락을 받았는데 운전을 경호씨가 했다고 하네요. 죄송합니다.
인수 ; 네.
서영 ; 일단 보상금은 보험회사에서 지급이 되나 봐요. 부족한 부분은 저한테 말씀을 하세요.
잠시 말이 없는 인수와 서영.
서영이 일어나 돌아간다.
인수는 서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병원 수진의 병실. 낮. 내부.
간호사들이 수진이 누워 있는 이동침대를 밀며 병실 안으로 들어온다.
인수의 눈빛이 미묘하게 떨린다.
인수 ; 남편 분...어느 대학 나왔어요?
서영 ; 00 대학이요.
인수 ; 아내도 그 대학 나왔어요.
서영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인수 ; 같은 대학 같은 써클이군요...
서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인수 ; 거기서 만났겠군요. 우리보다 먼저 만났겠네요.두 사람.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바닷가 술집. 밤. 내부.
인수와 서영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둘 다 취한상태다.
서영 ; 도대체 둘은 얼마나 서로 좋아했던 걸까요? 얼마나 둘이 좋아했길래 그런 짓을 한 걸까요?
인수 ; ... 깨어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서영 ; 지금 생각엔... 절대로 용서 못할 것 같네요.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지...
인수 ; 계속 기억에 남겠죠...
술을 들이키는 인수.
회를 한 점 먹는다.
서영 ; 맛있네요. 맛있는 음식 먹을 때가 참 행복한 것 같아요. 살면서 좋을 때가 그렇게 많진 않잖아요.
인수 ; 몇 살이에요?
서영 ; ...
서영 의아하게 인수를 쳐다본다.
인수 ; 그런 생각하기 쉽지 않은데...
미소 짓는 두 사람.
인수 ; 그렇게 살기가 쉽지는 않죠.
서영,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한잔 마신다.
서영.... 일하는 여자가 매력 있죠?
서영의 말에 씁쓸함과 슬픔이 배어 나온다.
인수가 약간 안쓰럽게 웃는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인수 ; 둘은 어떻게 만났어요?
서영 ;졸업하고 바로 선봤어요.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서영, 자조하듯 씁쓸하게 웃는다.
서영 ; 그쪽은 어떻게 할 거에요? 깨어나면...
인수 ; 복수해야죠.
인수 자기의 말에 씁쓸히 웃는다. 서영도 같이 웃는다.
서영 ;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어요. 아...답답해.
인수가 서영의 잔에 술을 따른다.
서영, 잔을 비운다.
점점 더 취해가는 두 사람.
해안 도로. 인수의 차. 밤. 외부.
해안 도로를 달리는 인수의 차.
도로 옆으로 바다 멀리, 오징어 배 불빛이 보인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인수가 액셀을 밟는다.
차가 약간 좌우로 휘청거린다.
서영, 불안한 듯 보다가 창문을 연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 서영.
인수도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다.
시내도로. 밤. 외부.
인수의 차가 시내로 접어든다.
멀리 경찰차의 불빛이 번쩍거린다.
골목이 보인다.
갑자기 우회전을 해서 골목에 차를 세우는 인수.
급히 시동을 끈다.
인수 ; 숙여요.
인수와 서영, 고개를 숙인다.
서로의 몸이 닿을 듯 가까이 있다.
경찰차 불빛이 지나간다.
지나가는 경찰차의 불빛을 바라보는 두 사람.
좀 더 몸을 숨기기 위해, 둘의 몸이 더욱 가까워진다.
서영의 얼굴이 인수의 얼굴에 가까이 있다.
서로의 숨소리가 닿을 듯 가깝게 들린다.
모텔 앞. 밤. 외부.
모텔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멈춰 선다.
택시에서 내리는 인수와 서영.
서영 ; 먼저 들어가세요. 전 뭐 좀 사가지고 들어갈게요.
인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 인사하는 두 사람.
서영은 돌아서 병원 쪽으로 걸어간다.
인수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병원 중환자실 앞. 밤. 내부.
서영이 중환자실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온다.
의자에 털썩 앉는 서영.
서영은 한참동안 어둠속에 그대로 앉아 있다.
모텔 인수의 방. 낮. 내부-외부. (눈)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인수.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여관에서 나와 걸어가고 있는 서영의 모습이 보인다.
서영의 손엔 커다란 비닐봉지가 들려 있다.
걸어가던 서영이 인수의 방을 올려다본다.
둘이 눈이 마주친다.
인사하는 두 사람.
병원 근처의 공원. 낮. 외부. (눈)
간간이 눈이 흩날리는 공원을 걷는 인수와 서영.
둘 다 추리닝 차림이다.
인수는 담배를 하나 문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인수.
바람에 불이 잘 붙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던 서영이 외투자락으로 바람을 막아준다.
서영의 외투자락 안에서 불을 붙이는 인수.
서영이 인수가 담배피우는 모습을 바라본다.
서영 ; 저도 줘 봐요.
인수는 서영에게 담배를 건네준다.
담배를 피우는 서영.
담배연기를 들여 마셨는데 연기가 안 나온다.
웃는 인수.
잠시 후 걷고 있는 두 사람.
서영 ;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인수 ; ...
서영 ; ...
인수 ; 어떤 계절 좋아해요?
인수, 웃으며 서영을 쳐다본다.
서영도 살포시 웃는다.
인수, 서영의 얼굴을 쳐다본다.
웃는 인수.
서영 ; 글쎄... 꽃피는 봄? 아... 겨울 지겹다. 그런데 눈은 좋네요. 꽃이 피고, 눈도 내리고 그럼 좋을 텐데...
인수 ;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웃는 인수와 서영.
서영 ; 요샌 잠 잘 자요?
인수 ; 잠자는 시간이 제일 좋죠. 빨래 다 됐겠네요.
서영 ; ...
공원을 나서는 두 사람의 뒷모습.
빨래방. 낮. 내부.
빨래방에 와있는 인수와 서영.
아저씨 앞에는 빨래 봉투가 한 개 놓여 있다.
아저씨 ; 미안하네.난 또 부분 줄 알았지.
인수가 눈치 없이 빨래를 분류하려고 한다.
서영 ; 제가 챙겨서 드릴게요.
봉투를 드는 서영.
모텔. 인수의 방. 낮. 내부.
인수의 방문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어보는 인수.
서영이 인수의 빨래 봉투를 건네고는 쑥스러운 듯 돌아간다.
인수, 서영의 뒷모습 잠시 보다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온다.
(시간경과)
빨래 봉투에서 옷을 꺼내는 인수.
작은 양말 한 짝이 남아 있다.
서영의 양말 같다.
병원 복도. 낮. 내부
이동침대를 옮기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침대를 따라서 걷고 있는 서영. 경호의 침대다.
경호가 누워 있는 이동침대가 일반병실로 들어간다.
병원 경호의 병실. 낮. 내부.
경호가 1인실로 된 일반병실 침상에 누워있다.
창밖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서영은 경호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다.
서영은 잠시 손을 멈추고 경호의 얼굴을 바라본다.
시선을 돌리는 서영.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본다.
병원 매점 앞 (로비). 낮. 내부.
인수가 로비에서 매점 앞으로 지나간다.
문득 매점 안에 있는 서영을 발견하는 인수.
서영은 매점 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서영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는 인수.
인수 잠시 망설이다가 유리창에 똑똑 노크한다.
서영이 인수를 본다.
눈인사하는 두 사람.
라면을 고르는 서영, 또 하나를 집어 들어 인수를 향해 흔들어 보인다.
인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로비 구석의 벤치.
인수와 서영이 약간 떨어져서 라면을 먹는다.
병원 근처의 공원. 낮. 외부.
공원의 구석진 벤치에 앉아있는 서영.
서영은 외투를 벗어 무릎에 놓고, 벤치에 앉아 햇볕을 쪼이고 있다.
따스한 햇볕에 서영이 조금 편안해 보인다.
캔 커피를 사들고 다가오던 인수는 그런 서영을 한동안 바라본다.
서영에게 다가가는 인수.
커피를 건네는 인수.
인수는 서영의 옆에 앉는다.
둘은 한참을 그냥 말없이 햇볕을 쪼이며 앉아있다.
해바라기 하는 두 사람.
한동안 그렇게 있던 서영이 인수를 본다.
인수는 무릎위에 놓인 서영의 손을 본다.
손이 가늘고 예쁘다.
인수, 조심스럽게 서영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 본다.
그렇게 한참동안 앉아 있는 두 사람.
병원 수진의 병실. 낮. 내부.
일반 병실로 옮겨진 수진이 누워있다.
상처가 다 나은 수진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인다.
인수는 수진의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며 운동을 시키고 있다.
수진은 아무런 반응 없이 누워있다.
인수는 고개를 숙인다.
간병인이 들어온다.
인수 ; 며칠 걸릴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간병인과 인사를 나누고 병실을 나서는 인수.
서울 인수의 집. 낮. 내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인수.
잠시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베란다 창밖을 바라본다.
베란다로 나가는 인수.
베란다의 화분들이 다 죽어있다.
담담하게 화분들을 치우기 시작하는 인수. 소파에 앉아 있는 인수, 전화를 하고 있다.
인수 ; 210호 연결 되나요? 여보세요...잘 지냈어요? 며칠 걸릴 거 같아요.저...핸드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인수는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받아 적는다.
인수 ; 네...안녕히 계세요. 삼척에서 뵈요.
전화를 끊는 인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모텔. 서영의 방. 낮. 내부
미소 지으며 전화를 끊는 서영.
잠시 후 서영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서울. 실내 콘서트 장. 밤. 내부
천정의 빛이 무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인수는 장갑을 벗고 떨어지는 빛에 손을 가져가 본다.
갑자기 인수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는 인수.
(시간경과)
인수가 콘 솔 앞에 앉아 있다.
모두 철수한 듯 아무도 없고, 모든 불빛들이 꺼져 있어 암흑 같다.
콘솔의 작은 불빛들만이 인수를 밝히고 있다.
인수가 혼자뿐인 공연장 안에서 콘솔의 페이더를 천천히 올린다.
무대 중앙의 불빛 하나가 천천히 어둠을 삼키듯 밝아온다.
다시 페이더를 내리면, 다시 암흑이 된다.
다른 페이더를 올리는 인수.
또 다른 곳의 불빛이 강하게 밝아온다.
무심히 그 불빛을 바라보는 인수의 표정이 무겁다.
그때 광일이 공연장 안으로 들어온다.
광일이 인수를 보자 반가운 표정이다.
광일 ; 오셨어요?
인수도 미소 지어 보인다.
인수 ; 준비 잘 되니?
광일 ; 잘 돼긴요.
인수 ; 무빙이 좋은데? 다 잘 돼있네.
씩 웃는 광일. 광일이 조금 망설이다가 말한다.
광일 ; 팀장님...
인수가 광일을 바라본다.
광일 ; 공연 때 오실 거죠?
인수 ; 그래야지.
광일 ; 저.. 부탁이 있는데요. 제 근처엔 절대 오지 마세요. 팀장님 계시면 떨려서 못할 것 같거든요.
인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인수 ; 알았어...
(시간경과)
2층의 구석에 인수가 서 있다.
인수는 광일이 조명을 조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 실내 콘서트 장. 밤. 내부.
무대 위에서는 힙합 그룹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거리의 조명 부스에선 광일이 콘솔을 조작중이다.
공연을 지켜보던 인수는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낸다.
문자가 와있다.
서영이 보낸 문자다.
문자를 본 후 광일에게 다가가는 인수.
광일의 어깨를 두드리는 인수.
인수
좋은 꿈을 꾸고 있는지 웃는 얼굴이다.
핸드폰이 다시 울리자 눈을 뜨는 서영.
서영은 머리맡의 핸드폰 폴더를 열어본다.
(시간경과)
서영이 속옷을 입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하려는 서영.
서영은 화장을 하려다가 그만 두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본다.
삼척. 극장. 낮. 내부.
인수와 서영이 함께 영화관 안으로 들어간다.
한적한 극장 안, 영화는 이미 시작해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가만히 서 있는 인수와 서영.
잠시 후 자리를 찾으려 하지만, 아직 어둠에 익숙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허둥대다가 겨우 자리를 찾아 앉는 두 사람.
(시간경과)
영화를 보는 인수와 서영.
두 사람의 손이 스친다.
잠시 망설이다가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만지는 두 사람.
다른 모텔. 침실. 낮. 내부.
키스하는 인수와 서영.
서로의 몸을 감싸 안는다.
서영의 표정이 힘들어 보인다.
동작을 멈추는 인수, 서영을 바라본다.
인수가 서영을 안아준다.
다른 모텔 앞. 낮. 외부.
모텔에서 나와 걸어가는 인수와 서영.
서영 ; 미안해요.
인수가 서영을 손을 꼭 잡아준다.
주차장에 인수의 차가 보인다.
인수의 차 번호판이 가리개로 가려져 있다.
번호판을 가린 가리개를 치우는 인수.
인수와 서영이 차에 올라탄다.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서영이 가만히 인수의 손을 잡아준다.
모텔 주차장 문 앞, 길게 내려온 차단막을 뚫고 나오는 인수의 차...
삼척 강변. 낮. 외부.
둑길을 걷는 인수와 서영.
강변의 들판엔 개나리와 진달래 등 봄꽃들이 피어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봄 산책을 나온 듯 선생님의 인솔 하에 지나쳐간다.
장난치며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인수와 서영.
인수는 아이들을 보며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는 서영.
서영 ; (아이들을 보며) 저 때가 젤 좋아... 그죠?
인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서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사투리로 전화하고 있는 서영.
인수는 사투리 쓰는 서영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전화를 끊는 서영.
인수 ; 대구 살았어요?
서영 ; 네... 결혼해서 서울 오기 전까지 쭉 살았어요.
인수 ; 어느 동네 살았어요?
서영 ; 황금동.
인수 ; 어... 진짜 황금동 살았어요?
서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인수 ;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서영 ; 황금초등학교요.
인수 ; 중학교는요?
서영 ; 황금중학교요... 근데 왜요?
인수 ; 고등학교는요?
서영 ; 황금고등학교요.인수씨도 대구 살았어요?
인수 ; 아뇨. 군 생활을 대구에서 했어요. 옛날에 봤을 수도 있겠다.
서영, 어이없다는 듯 풋 웃는다.
인수도 웃는다.
서영 ; 나, 그때랑 지금은 많이 달라요.
인수 ; 그때가 더 예뻤나?
서영 ; 예쁜 건 똑같구요.그때는 슬픈 게 뭔지 잘 몰랐죠.
인수 ; ...
서영 ; 전에, 한참 전에... 아니면 지금이 아니라 아주 나중에 만났으면 어땠을까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는 서영.
서영 ; 우리 사진 찍을까요?
서영은 손을 뻗어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손을 내려놓는다.
핸드폰을 그냥 주머니에 넣는 서영.
인수가 그런 서영의 모습을 본다.
손을 뻗어 서영의 손을 잡는 인수.
핸드폰을 쥐고 있는 서영의 손을 주머니에서 뺀다.
서영이 인수를 바라본다.
핸드폰 폴더를 여는 인수.
서영이 다시 손을 들어 둘의 얼굴을 핸드폰 사진 프레임 안에 넣는다.
웃어 보이는 서영과 인수.
찰칵하고 사진이 찍힌다.
사진속의 둘의 표정이 쓸쓸해 보인다.
CT 촬영실. 낮. 내부.
경호가 다시 CT촬영을 받는다.
옆에서 경호를 지켜보는 서영.
까페. 낮. 외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고 있는 서영.
인수를 기다리는 것 같다.
인수가 까페 안으로 들어와 서영을 본다.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인수가 웃어준다.
서영도 미소 지어 보인다.
병원 근처의 공원. 낮. 외부.
인수와 서영이 함께 공원의 마당을 산책한다.
공원 여기저기 봄꽃들이 피어 있고, 나무들은 봉우리를 피우려 하고 있다.
공원 한쪽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인수.
인수 ; 네...
전화를 받는 인수의 얼굴에 만감이 스친다.
서영이 커피를 사들고 인수에게 다가온다.
인수 ; 네...네.... 알겠습니다.
인수, 전화를 끊고 잠시 망설인다. 서영을 보는 인수.
인수 ; 서영씨... 오늘은 그냥 들어갈까요?
서영이 인수의 안색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병원. 복도. 낮. 내부.
인수가 수진의 병실 앞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인수, 생각에 잠긴 듯하다.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는 인수의 표정이 복잡하다.
인수는 천천히 병실 문을 연다.
병원 수진의 병실. 낮. 내부.
인수가 수진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인수가 수진을 보고 있는데...
수진이 눈을 뜨고 인수를 바라본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수진을 보던 인수, 고개를 돌린다.
수진이 인수에게 손을 내민다.
망설이는 인수.
그러다 인수는 수진의 손을 잡아준다.
눈물을 흘리는 수진.
안쓰러운 듯 수진을 보는 인수.
인수는 손으로 수진의 머리칼을 넘겨준다.
병원 램프. 낮. 내부.
병원 램프를 걸어 내려가는 서영.
창 너머 수진의 병실이 보인다.
병실 안의 인수와 수진의 모습을 보는 서영.
인수는 수진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던 서영, 고개를 돌린다.
돌아서서 경호의 병실로 향하는 서영.
병원 경호의 병실. 낮. 내부.
서영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다.
밖으로 나오면, 간병인이 짐을 싸고 있다.
서영 ; 수고하셨어요.
간병인이 짐을 다 싸고 서영과 인사한다.
간병인 ; 요 앞 환자는 낮에 의식이 돌아왔어.남편 분이랑 같이 사고 났던 분이라면서...
서영 ; 그래요? 잘 됐네요.
간병인 ; 금방 깨어날 거야. 힘내요.
서영 ; 네...
간병인이 밖으로 나가고, 서영만 혼자 남는다.
서영은 멍하니 경호의 얼굴을 본다.
경호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서영은 경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서영은 경호를 가만히 보다가 경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본다.
병원 옥상. 낮. 외부.
경호의 병실 안을 바라보는 인수.
서영이 경호의 품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인수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고개를 숙이는 인수, 돌아서서 걸어간다.
병원. 복도. 낮.
서영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마주오던 인수가 서영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한다.
인수에게 다가가는 서영.
서영 ; 축하드려요. 이제 서울로 옮기시겠네요.
인수가 말없이 서영을 본다.
서영이 인수를 스쳐 지나가 버린다.
모텔. 밤. 내부-외부.
(모텔 앞 / 밤 / 외부)
모텔 앞으로 나온 서영은 인수의 방 창문을 바라본다.
인수의 방에 불이 깜빡깜빡 거린다.
금방이라도 창을 열고 인수가 나올 것만 같다.
서영은 한동안 창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모텔 안으로 들어간다.
밤이 깊어간다.
(인수의 방 / 밤 / 내부)
잠이 오지 않는 듯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인수.
스탠드를 껐다가 켰다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
인수, 답답한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모텔 뒤 / 밤 / 외부)
인수는 모텔 주차장에서 서영의 방 창문을 올려다본다.
서영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한동안 서성거리다가 다시 모텔 안으로 들어가는 인수.
모텔 복도. 아침. 내부.
문을 열고 나오는 인수.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서영이 복도로 나온다.
마주치는 두 사람.
둘은 잠시 말이 없다.
인수 ; 식사 했어요?
서영 ; ...
인수 ;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요?
인수를 바라보는 서영.
도로. 인수의 차. 낮.
인수와 서영이 달리는 차 안에 앉아있다.
인수는 운전을 하고 있고 서영은 창밖만 보고 있다.
창밖으로 봄의 들판이 보인다.
서영이 가늘게 숨을 몰아쉰다.
서영 ; 처음엔... 그들이 어떻게 만났었는지 궁금했어요.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었고...
인수가 서영을 본다.
서영 ; 근데 지금은 그들도 참 힘들었겠구나하고 생각해요..
서영이 고개를 숙인다.
인수가 서영을 보는데 갑자기 옆 차선의 커다란 트럭이 인수의 차 앞으로 끼어든다.
급하게 핸들을 꺾는 인수의 차.
서영의 몸이 앞으로 휘청한다.
인수의 차는 아슬아슬하게 트럭과 부딪히지 않고 피해서 간다.
잠시 그대로 가다가 갓길에 차를 세우는 인수, 한숨을 내쉰다.
인수 ; 나 서영씨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참 좋은데... 힘드네요. 우리가 이런 기억을 가지고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서영 ;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죠?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요? 앞으로도 힘들겠죠?
힘들어하는 서영을 바라보는 인수. 안타까운 표정이다.
서영 ; 이런 말 하는 나... 우습죠?
서영은 인수를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다.
인수, 다가와 서영을 안는다.
뿌리치는 서영.
불안한 표정으로 인수를 바라보는 서영.
문득 차를 출발시키는 인수.
선착장 앞. 낮. 외부.
주차장에 도착하는 인수의 차.
창문 너머 울릉도행 페리호의 선착장이 보인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인수와 서영.
인수 ;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이런 노래 알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서영.
웃는 두 사람.
인수가 서영의 손을 꼭 잡아준다.
배 안. 낮. 외부
배에서 바라본 바다가 푸르다.
서영이 갑판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낸다.
전원을 끄는 서영.
인수가 뒤에서 다가와 서영을 껴안는다.
고개를 돌려 인수를 보는 서영.
가만히 인수에게 안긴다.
(시간경과)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기 시작하는 섬.
울릉도다.
울릉도가 점점 가까워 다가오는 것 같다.
울릉도. 해안도로. 택시. 낮. 외부.
택시를 타고 가는 인수와 서영.
택시 뒤로 선착장이 보인다.
차는 어느새 해안도로를 달린다.
택시를 타고 섬을 둘러보는 두 사람.
울릉도. 전망대. 낮. 내외부.
인수와 서영이 울릉도를 배경으로 한 대형 사진판 앞에 앉아 있다.
사진사가 카메라 켜면, 모니터 화면에 둘의 모습이 보인다.
약간 어색한 인수와 서영...
사진사 ; 남자분이 여자분 어깨에 손 좀 올리세요.
인수가 서영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인수는 계속 과일을 깎고 있다.
수진 ; 인수씨.나 앞으로 잘할게...
과일을 깎던 인수가 고개를 들어 수진을 본다.
수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수진을 감싸 안는 인수.
병원. 경호의 병실. 낮. 내부.
경호의 병실이 텅 비어있다.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인수.
서영이 늘 앉아있던 보조의자에 앉아본다.
고속도로. 인수의 차 안. 해질녘. 내부.
인수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앞 유리의 먼지가 햇빛에 반사된다.
인수가 워셔액을 분사하고 와이퍼를 움직인다.
인수의 얼굴이 어둡다.
서울. 경호의 장례식장. 밤. 내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는 인수.
인수는 로비 구석에 앉아 봉투에 돈을 넣고 볼펜으로 부의라고 적는다.
한산하고 고요한 느낌의 식장 앞.
인수는 입구 앞에서 멈춰 선다.
인수의 시선에, 창백한 얼굴로 벽에 기대 있는 서영이 보인다.
초췌한 서영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서영은 문상객인줄 알고 고개를 들다가 인수를 본다.
둘의 눈빛이 오간다.
하지만 서영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냉담하다.
인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향을 꽂고 경호의 영정 앞에 절을 한다.
절을 마친 인수가 서영을 돌아보지만, 서영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서는 인수.
서영은 돌아서 나가는 인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장례식장 앞. 밤. 외부.
쓸쓸히 로비를 걸어 나가는 인수.
뒤쪽 인기척을 듣고 돌아보면 서영이다.
둘 사이에 잠시의 침묵이 흐른다.
담담한 표정으로 서영이 인수를 본다.
인수는 서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서영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수 ; 미안해요 나 때문에...
서영 ; 아닙니다.
인수 ; ...
서영 ; 우리 이제 만나지 마요.인수씨도 알죠? 그게 좋을 거 같아요.
담담한 서영의 말에 인수는 가슴이 아파온다.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서는 서영.
인수는 그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서영의 집. 낮. 내부.
서영은 소파에 불편하게 누워 잠들어 있다.
오후 햇살이 따갑게 서영을 비춘다.
잠에서 깬 듯 부스스 눈을 뜨는 서영.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다.
서영의 시선이, TV가 놓인 탁자에 머문다.
탁자아래에는 경호의 것으로 보이는 담배와 재떨이가 보인다.
담배를 집어 드는 서영, 잠시 담배를 바라보다가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본다.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갔는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서영.
숨이 막히는 듯 하지만 한 모금 더 피워본다.
붉어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서영은 가만히 눈물을 닦는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린다.
삼척 모텔. 밤. 내부.
(모텔 앞 / 낮 / 외부)
모텔 앞으로 걸어오는 서영.
모텔 안으로 들어간다.
(서영 방 / 낮 / 내부)
서영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남은 짐들을 챙긴다.
(복도 / 낮 / 내부)
서영이 방에서 나와 복도를 나선다.
삼척 터미널. 밤. 외부.
승강장 앞.
아저씨가 막차라고 손님들에게 타라고 한다.
하지만 그냥 의자에 앉아있는 서영.
버스가 떠난다.
모텔. 인수의 방. 밤. 내부-외부.
국도. 인수의 차. 낮. (눈)
인수의 차가 달린다.
강원도의 굽이가 많은 도로다.
길 가의 산들엔 아직도 눈이 남아있다.
봄이 아니라 지난겨울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삼척 병원 근처의 공원. 낮. 외부.
인수가 눈 쌓인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사람이 없는 공원의 뜰로 들어서는 인수.
누군가의 발자국 하나만 눈 덮인 공원을 가로질러 나 있다.
그 발자국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는 인수.
공원 한편에 피어 있는 꽃이 보인다.
그 꽃 위에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