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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꽃따라 (거제도 야생화 15경)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이러한 질문을 밭는다.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질문을 받은 즉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과연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딜까? 해금강 아니면 외도, 홍포 가는 길, 공고지 와 내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거제군지(1964)와 환상의 섬 거제도(이승철저)에 따르면 거제도 팔경은 다음과 같다.
1. 황사낙안(黃沙落雁):모래밭에 날아 앉은 갈매기의 아름다운 모습(거제만의 모습)
2. 산성청풍(山城晴風):옥산금성의 맑은 바람은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3. 오암낙조(烏岩落照):오수 뒤쪽 새바위 위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의 아름다운 풍경
4. 동산명월(東山明月):계룡산 너머 소나무 사이로 솟아오는 달은 교교하기 짝이 없고
5. 죽림야우(竹林夜雨):죽림 대밭에 내리는 비는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하는 듯하고 또 고독한 밤, 님을 그리워 우는 뜻한 애절함을 느끼며
6.세진모종(洗塵暮鍾):세진암에 들려오는 저녁 범종소리는 복잡한 내 마음을 청아하게 하며
7.연진귀범(연진귀범):내간 앞바다에 떠있는 돛단배의 한가로운 모습
8.개암모설(龜岩暮雪):해질녘의 계룡산 거북바위에 하얗게 쌓인 설경의 아름다운 모습
위의 팔경은 옛날 선비들의 풍류와 멋을 느낄 수가 있으며 거제지역에 관아와 서당이 있어 그곳 위주로 선정된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러나 시대도 변하고 교통도 변하고 사람들이 사고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도 변하여 신거제팔경은 어디가 적절할까?
산이 좋고 물이 좋고 꽃이 좋고 나무가 좋아 내 고장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문득 거제도 야생화 15경을 선정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필자 마음대로 다음과 같이 선정해 보았다. 선정 기준은 거제도를 대표할만한 아름다운 곳, 남해안과 거제도에 자생하는 아름답고 귀한 꽃 등을 참조하였다.
1.가라산(加羅山)의 백양꽃:거제도에서 가장 높은 산 가라산에는 사계절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중에서 8월하순경 꽃을 피우는 백양꽃은 그 규모가 전국 최대이며 길 양옆으로 하얀 사상자에 주황색의 백양꽃은 시골 섬 처녀의 수줍음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런 군락지도 큰키나무의 하목인 상사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햇볕이 전연 들어오지 않는 곳이 되어 그 개체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시급히 조치를 취해야 하겠다.
2,대금산(大錦山)의 진달래:거제도 10대 명산 중 그 높이가 가장 낮으나 봄이면 진달래가 온산을 뒤덮어 진달래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가을에는 억새들의 잔치를 볼 수 있고 특히 오리나무에서 나는 약수는 그 명성이 높아 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아 두기도 한다.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에는 노랑제비꽃이 섞여 피고 있으며 여름이면 하얀 속살을 들어낸 수정란풀과 금붓꽃, 개감수도 보인다. 인근에는 소금산과 중금산성이 있으며 옛날 금을 파던 곳에는 박쥐도 관찰 할 수가 있다. 대금산 동쪽 기슭에는 대규모 화살나무 군락지가 있다.
3,고자산치(睾刺山峙)의 구절초(九節草):계룡산에서 선자산가는 고개를 고자산치라 하는데 가을 고자산치 풍경은 거제에서 가장 으뜸일 것이다. 불이 난 산야에 피어난 구절초, 감국, 쑥부쟁이, 향유, 자주쓴풀, 산부추, 잔대, 미역취, 갯취, 백리향, 천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나무는 없고 잡초와 야생화가 어우러져 저녁석양에 기우러져 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내가 처음 다닐 때는 일반인은 알려지지 않아 언제나 혼자였으나 지금은 꽤 알려져 가끔 등산객이나 아베크족을 만났다. 고지산치 가는 길목에는 산딸나무와 팥배나무의 열매가 계룡산과 어울려 한층 가을 멋을 뽐내고 있다.
4.곶배등의 털머위:해금강 입구 도장포 옆 동산 곶배등은 저녁풍경을 바라보는 곳으로는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오고가는 고깃배와 유람선, 출렁이는 바다에 고기를 낚는 강태공, 홍합을 채취하는 어민들, 수 백 년 묶은 동백과 동박새, 가을바람에 데모하는 스크렁과 진퍼리새의 잔치는 가히 환상적이다.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사이로 노란 꽃을 피운 털머위군락 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랍니다. 특히 바람 부는 날이면 사람이 서있지도 못할 만큼 세찬 바람이 몰아쳐 묘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지금은 개발되어 난간도 설치하고, 벤치도 설치하여 영화촬영도 한곳이라 꽤 유명한 곳이 되었죠. 바람의 언덕 옆에는 도장포라 하여 옛날 도자기를 보관한 곳이며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마을 안을 감싸고 있다. 지금은 ‘곶배등’이라하지 않고 바람의 언덕이라고 한다.
5,공곶(鞏串)이의 거제물봉선:거제도에서 아름다운 경관중 하나인 공고지는 아직 차가 갈 수 없는 유일한 곳이다. 아이 머리만한 몽돌 몇 백 년 묶은 후박나무 남해안 염생식물의 대표격인 순비기나무와 갯메꽃 그리고 원추리 파도에 밀려오는 우무와 가시리 이 모두가 사람들의 혼을 뺏어 갈만한 곳이다. 공고지 고개의 익모초 밭에는 온갖 나비들이 춤을 추며 멀리 바라다 보이는 해금강과 대마도 가까이 내도 사이로 가로 질러가는 모습은 시인들이 좋아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공곶이는 거제물봉선 이외에도 종려나무와 동백 봄이면 수선화가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2006년 봄에는 공고지 생긴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몰렸다.
6,노자산(老子山)의 투구꽃:어느 등산객이 말하기를 경남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산 코스가 바로 노자산에서 가라산 가는 코스라 했다. 왜냐고 물어보니 산이 그리 높지 않고 산 정상을 따라 가다 보면 온갖 꽃들이 발밑에 깔려있고 저 멀리 남해안의 다도해는 지루함을 없애주고 등산 시간도 3-4시간으로 적당하다는 말을 했다. 가을 노자산에는 삽주, 일엽초, 고사리삼, 이고들뻬기, 산부추 등이 많이 있지만 특히 투구꽃이 군락을 이루며 많이 있다. 그리고 가을 단풍도 빼놓을 수 없는 경관 중의 하나이다. 노자산은 등산코스가 여러 곳 있으며 동부면과 학동을 남북으로 갈라져 수많은 계곡과 야생초들이 자라고 있다.
7.계룡산(鷄龍山)의 얼레지:거제도의 대표적인 산으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봄이면 얼레지와 철쭉, 여름이면 시원한 약수와 청사초, 가을이면 억새와 구절초 겨울이면 고드름 등 사시사철 볼거리와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특히 봄 엘레지가 만개하면 감탄사가 연발 새어 나온다. 특히 거제도에서 보기 힘든 나도바람꽃과 애기앉은부채도 만날 수가 있다.
8.지심도(只心島)의 천남성(天南星):천남성은 남해안 일부에서 볼 수 있는 화초로 잎과 꽃과 열매과 모두 특징이 있다. 천남성 외 난대성 식물의 창고이며 대표적인 식물로는 맥문동, 털머위, 토깨비고비, 왕고들빼기, 해국, 참나리 등이 있으며 상록활엽수로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 돈나무, 녹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등을 볼 수 있으며 여러 가지 곤충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동백군락지로 이름이 난 곳이며 대동아전쟁 시 일본군의 주둔지라 그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역사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으며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9.자연휴양림의 노루귀:봄이 되면 노자산은 봄꽃들의 경연장이다.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변산바람꽃, 남산 제비꽃, 꿩의 바람꽃, 얼레지, 현호색, 콩짜게덩굴, 등을 볼 수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막 봄에서 깨어난 도룡뇽, 개구리 등을 접할 수가 있어서 좋다. 지금은 이름이 알려져 전국에서 야생화 탐사하는 동호회 회원들을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자연휴양림은 계곡이 깊고 낙엽활엽수가 많아 봄꽃이 특히 많다. 그리고 숲속에 각종 벤치들이 마련되어 있고, 다양한 펜션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휴양림 뒤쪽에서 노자산을 오르면 가장 최단코스로 30-40분이면 오를 수가 있다.
10.해금강(海金剛)의 해국(海菊):10월 하순에 접어들면 봄 여름내 꽃을 피우던 아름다운 들꽃들도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어 갈 때쯤이면 해금강의 해국의 제 모습을 나타낸다. 해금강에 피는 해국은 갯쑥부쟁이와 털머위, 구절초, 갯고들빼기 등이 함께 어울러져 꽃의 교향곡 연주를 한다. 그 부근에 내년부터 각종 위락시설물이 들어선다고 하니 다시 볼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철따라 변화무상한 자연의 신비로움 거제도가 가져다준 천혜의 자연경관과 들꽃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을 설레게 한다. 앙상한 가지만 남고 자람을 멈처 버린 나무들, 말없는 산야, 굽실거리는 바닷가에 눈망울을 적시며 거제도 야생화 15경을 따라 겨울여행을 한번 해보세요.
11.북병산의 애기송이풀: 북병산은 동부면과 신현읍과 일운면에 걸쳐있는 넓은 면적의 산으로 여러 개의 산봉우리와 많은 계곡을 포함하고 있어 거제도에 자생하는 대부분의 야생화가 분포하고 있다. 남부지방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애기송이풀과 노루귀와 변산바람꽃, 금대난초와 은대난초 그리고 노랑망태버섯도 볼 수가 있다. 그 외에도 대흥란, 수정란풀, 약난초도 간간이 보인다. 봄이면 노루귀와 변산바람곷 얼레지가 산야를 장식하고 여름이면 각종 난초가 계곡을 다라 어우러져 피며 녹음이 우거져 하늘을 볼 수가 없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과 노란 단풍이 조화를 이루어 등산하기에도 좋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낙엽수와 푸른 잎새를 안고 있는 상록활엽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12.내도의 야고: 내도는 외도와 달리 그렇게 이름이 알려진 곳은 아니나 바다 풍경이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답다. 구조라와 지세포만을 끼고 서이말 등대를 옆에 차고 외도를 바람막이하여 해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경관이다. 야고는 일반인이 좀처럼 보기 힘든 꽃이나 내도에 가면 흔하게 볼 수가 있다. 내도 산등성이에 오르면 억새 숲이 있는데 그곳이 야고의 군락지이다. 이름을 밝히는 이유는 야고는 억새 사이에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훼손하기가 힘들며 가정에 가져가도 생존할 확률이 없다. 내도에는 봄이 되면 큰천남성의 군락지가 고개를 넘어 산마루에 엄청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가을이면 털머위가 장관을 이룬다. 그 뿐만 아니라 겨울이면 섬과 그리고 동백이 어우러져 그냥 보고만 있어도 끌어 오르는 희열을 감당할 수가 없다.
13.홍포의 실거리나무: 홍포에는 망산이 있어 우리나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가까운 코스는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저구 주유소에서 등반하면 일주하는데 4시간 정도 걸린다. 홍포에는 망산 뿐만 아니라 군부대 가는 데와 여차 가는 바닷가에는 다양한 해변 가의 식물들을 볼 수가 있다. 해국, 구절초, 갯쑤부쟁이, 원추리, 둥근바위솔, 땅채송화, 일엽초, 세뿔석위, 콩짜개덩굴도 이루 헤아릴 수 없게 산재해 있다. 실거리나무는 홍포 마을 앞 밭가 주위와 대포 쪽으로 가다 보면 휴경 밭이 있는데 그 주위, 군부대 가는 길가, 대포 가는 길 등에 다양하게 널려져 있다. 내가 본 꽃 중에서 꽃 색깔이 가장하려한 것 중에 하나이다.
14.서이말의 갯취: 서이말 등대 예부터 군사보호지역이라 일반인이 좀처럼 드나들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나무와 야생화가 생존하고 있다. 특히 중부지방에서 볼 수 없는 갯취의 군락지이며 세뿔석위와 산일엽초가 많다. 얼마 전까지 석란이 있었으나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서이말 등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가까이 내도에서 외도의 그림이 받쳐주고 멀리 해금강이 아련하게 보인다. 그리고 서이말 등대가는 산야는 동백군락지로 몇 백 년 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차를 몰고 끝가지 가지 말고 중간에 세워두고 걸어서 30분정도 산책을 하면 천하 일경이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사람의 손발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청정해역의 해산물을 채취할 수가 있다.( 피래, 우무가사리,청각,곰피,톳,모자반,고둥 등) 그리고 거제에서 생육하는 난대상록수를 마음 컷 만날 수가 있다. 왼쪽 봉수대 주위로 가면 봄이 되면 양봉하는 사람을 만날 수가 있어 거제도 자연산 양봉을 맛볼 수 도 있다.
15.다대의 동의나물: 거제에는 동의나물을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다대에서 가라산 방향으로 등산을 하다 보면 동의나물을 만난다. 훼손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는 말할 수 없지만 귀한 식물이다. 그리고 다대 뒷산에는 다양한 식물이 있다. 지금까지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산작약도 있고 개감수 군락지도 있다. 다대에서 가라산을 등반하면서 빽빽하게 들어찬 숲과 길섶으로 피어난 야생화를 관찰하면서 가노라면 먼 것 같은 가라산도 한숨에 올라 갈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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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거제의 산야에는 희귀한 식물들이 많이 있으나 아직 다 발견하지 못하고 있으며, 희귀식물 보존상 몇 군데의 군락지는 밝힐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면 아무리 높은 산이라고 해도 쉽게 오를 수가 있다. 왜냐하면 주위에 있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가기 때문에 언제 올라 왔는 줄도 모르게 산을 정복하고 만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산이 좋아서 오르지만 식물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식물의 새잎이나 꽃피는 모습, 곤충들의 살아가는 모습, 나무들의 살아가는 모습, 숲이 숨 쉬는 모습, 잡초들이 제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잡초는 환경이 극도로 좋지 않는 곳에서 생을 유지하며, 보잘 것 없는 꽃이나마 아름답게 피어서 곤충을 유인하고 자손을 퍼트리려고 하고 모습은 인간이 많이 배워야 한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다 보면 많은 장비와 많은 사람이 필요치 않다. 카메라 한 대와 자기 자신 하나면 족하다. 왜냐구요? 산과 들에 있는 모든 생물이 친구이니까요.
고자산치의 구절초
계룡산의 얼레지
공고지의 거제물봉선
지심도의 큰천남성
자연휴양림의 노루귀
해금강의 해국
대금산의 진달래
북병산의 애기송이풀
다대의 동의나물
홍포의 실거리나무
바람의 언덕의 털머위
내도의 야고
가라산의 백양꽃
노자산의 투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