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변에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했다. 훈훈한 봄바람에 마음도 넉넉해진다. 오늘은 은근히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어릴적 즐겨 부르던 동요가 흥얼거려진다. 이런 날은 멋진 곳에서, 멋진 사람과, 멋진 음식을 즐기고 싶다.
행복을 심는 치과 ‘한민’의 가족들은 수성못 인근 ‘에스파냐’에서 스페인 요리를 즐긴다. 와인 마니아 김창홍 원장의 단골집이기 때문이다.
온종일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한잔의 와인과 독특한 맛의 스페인 요리를 즐기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 이것이 ‘행복을 심는 일’이 아닐까?
스페인 하면 투우, 정열의 나라, 플라맹고 춤이 연상된다.
대구에도 스페인 전문 레스토랑이 있다. 수성못 인근 한방병원 옆 ‘에스파냐’다. 겉모습은 여느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페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투우 경기장을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경쾌한 스페인 음악이 흐른다.
곳곳에 스페인의 장식품들이 선보인다. 메뉴에도 ‘산초’ ‘돈키호테’ 등 친숙한(?) 단어들이다.
행복을 심는 치과 ‘한민’의 김창홍 원장은 “대구에서 스페인 음식 전문 레스토랑으로는 유일할 것”이라며 “가격도 ‘착한 편’이고, 다양한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추천한다.
한민치과의 막내 김은정(22) 진료스태프는 “마치 스페인에 여행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정말 맘에 든다”고 말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김 원장이 프랑스산 와인을 선보인다. 와인 마니아답다. 와인을 한잔 즐기는 동안 음식이 등장한다. ‘산초 판사’ 코스요리다.
음식은 이 집 정학진(50) 대표와 부인 이정귀 씨가 직접 만든다. 서빙을 담당하는 헌칠한 미모의 아가씨는 딸 인주(22) 씨다.
잠시 휴학하고 부모님을 돕고 있다. ‘산초 판사’의 시작은 과실주 ‘상그리아’부터 시작한다. 정열을 상징하듯 진한 다홍색에다 맛도 달콤해서 마치 주스 같다.
한민치과 이현주(35) 실장은 “평소 술을 즐기지 않지만, 상그리아는 예쁜 색에다 향긋한 냄새가 좋아서 즐겨 마신다”고 말한다.
해물 수프와 올리브 오일에 마늘이 어우러진 새우 요리가 등장했다. 마늘냄새가 전혀 없이 담백하다. 마늘소스를 발라 오븐에 구워낸 닭고기 요리는 우리 입맛에도 딱 맞다.
동석한 덴탈플러스 기공소 김진섭(42) 소장은 “닭고기와 마늘소스가 어우러져 정말 묘한 맛을 낸다”며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기에도 정말 좋은 곳”이라고 추천한다.
드디어 메인 요리 ‘빠에야’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철판냄비에 각종 해산물을 넣은 ‘철판 해물볶음밥’이다. 이탈리아 쌀요리가 ‘리조또’라면 스페인은 ‘빠에야’다. 노란색의 고슬고슬한 볶음밥 위에 홍합과 조개류, 오징어, 큼지막한 새우가 얹혀 있다.
한입 먹어보니 뜻밖에 입에 착 감기며 감칠맛이 난다. 오경희(29)`원애숙(30) 스태프도 “모습은 다소 낯설지만, 막상 먹어보면 친근한(?) 맛이라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입맛을 자극하는 것은 최고급 향신료인 ‘샤프란’의 향기 때문이다.
김현숙(24) 진료 스태프는 “좋은 사람과 함께 분위기를 즐기면서 향기로운 밥을 함께 먹는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소감을 말한다.
코스 요리는 ‘돈키호테’도 있다. 이전 기념으로 산초 판사 코스와 돈키호테 코스를 20% 할인하고 있어 2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대에 멋진 스페인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점심 특선은 50% 할인, 1만5천원이다. 코스 요리 외에도 다양한 세트 메뉴를 선보인다. 1인당 1만5천~2만원 정도에 ‘빠에야’ 등 스페인 요리를 즐길 수 있어 가족의 식사나 친구들 모임으로도 좋다.
예약은 053)622-2295.
##추천메뉴-오징어먹물 빠에야
‘에스파냐’ 정학진 대표가 추천한 요리는 ‘오징어먹물 빠에야’다. 정통 빠에야는 노란색이지만, 정 대표는 특이하게 오징어 먹물을 넣어서 새까만 볶음밥으로 만들었다.
원래 약간 걸쭉한 것이 특징이지만, 정 대표는 우리의 입맛에 맞게 보슬보슬한 ‘한국식 빠에야’로 변화시켰다. 마치 한국에서는 중국음식을 대표하는 자장면이 정작 중국에는 없듯이.
‘오징어먹물 빠에야’는 피망, 양파 등 야채를 잘게 썰어 버터에 볶아서 넣고, 각종 해산물과 닭고기 맛국물을 첨가해 맛이 고소하다.
마지막에 냄비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까지 레스토랑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풍경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