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꼬마 숙녀가 엄마 손을 잡고 치과에 왔습니다.
그 전에도 다른 치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잘 받았던 친구라네요.
검사를 해 보니 어금니에 왕벌레가 있습니다.
마취를 하고 신경치료를 하고....은니를 씌워야 할 케이스에요.
그 전에도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잘 받았다고 했던 터라
별 걱정 없이 설명하고 치료를 하려고 하는데,
웬걸 이 꼬마 숙녀가...입을 꽉 틀어막으며 완강히 저항을 하네요.
학교에서 친구가...치과 마취는 엄청 아프다고 했다네요.
마취 안하고 하면 잘 하겠답니다.
마취는 너~~무너무 무섭다네요!!
하지만....신경치료를 마취 안 하고 할 수는 없고 ㅜㅜ
엄마가 화를 내며 억지로 붙잡으려고 하자
치과가 떠나가라...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꼬마 숙녀!!
마취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하고, 정말 안 아프게 해 주겠다고 약속 하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너무 이렇게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반응이 나올 때는
당일 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엄마는 아이를 겨우 설득해서 치과에 왔는데 그냥 집에 가라고 하면
힘이 빠지시겠지만 ^^;;
아이를 그냥 보내는 데는 저는 나름대로 이러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치과 선생님이 절대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것,
하고 싶지 않은 아이의 의향을 존중해 준다는 것을
아이가 깨달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물론....집에서 엄마가 협박(?)을 해 주실 거라 믿는 구석도 있구요....아하하하....^^;;
심하게 부정적이었던 아이들도
하루 공치고 두 번째 내원을 하게 되면
협조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 숙녀는, 두 번째 내원일에도 여전히....
마취하는 것에 대한 심한 공포심과 두려움으로
울고 몸부림치고 심하게 거부하더군요.
이럴 땐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사실 4-5세 정도 어린 나이라면
소아치과에 가서 수면치료를 하시라고 권할 수도 있지만
8세는 수면치료도 통하지 않는 나이죠.
그렇다고 심하게 충치가 먹어서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을 느낀다고 하고
음식물이 끼어서 불편을 느낀다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전 자신이 있었어요.
마취가 안 아프다는 것을 아이가 정말 몸으로 느끼기만 하면,
그 다음은 잘 될 것이라는 것을...
관건은 일단 어떻게든 마취를 하는 것이었지요.
엄마의 동의하에 안전을 위해
아이를 페디랩(치과치료할 때 아이가 몸부림치지 못하도록 고정시키는 기구)으로 묶었습니다.
꼬마 숙녀가 너무 심하게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을 쳐서
사실 페디랩으로도 완전히 고정이 되지 않았어요.
엄마, 은혜치과 스텝 선생님 둘, 저까지 네 사람이 달려들어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아이가 다치지 않게
꽉 붙잡고 마취를 했습니다.
그리고.......과연 그 다음은......??
???
"어? 안 아프네...?"
거짓말처럼 순한 양이 된 꼬마 숙녀...
치료 잘 받고 ....
환한 얼굴로 바이바이를 했지요.^^
이렇게....모든 일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이라...생각했지만 ㅜㅜ
오늘 꼬마 숙녀가 다시 내원했어요.
지난번 신경치료 했던 그 이에 은니를 씌우기 위함이지요.
은니 씌우는 치료는 이젠 마취가 필요 없어요.
신경이 이미 코~ 잠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늘도 꼬마 숙녀는
치과 의자에 앉지 않겠다고 버티네요.
이유를 들어보니...
마.취.를. 하.고. 은.니.를. 씌.우.고. 싶.다.
는 게 그 이유에요....허허허허허
엄마에게 설명하고 꼬마 숙녀에게도 다시 한 번 설명했지요.
어제는 아픈 치료였으니 마취가 꼭 필요했지만
오늘은 하나도 안 아프게 해 줄 수 있으니 굳이 마취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마취를 해야만 치료를 받겠다고 버티는 꼬마 숙녀....!
옆에서 엄마 혈압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요.
이럴 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하여간 어떤 아이들은 떼쟁이 ㅋㅋㅋ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네요.
이럴 때 '하얀 거짓말'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취를 안하고 신경치료 하겠다고 하면, 마취하는 것을 신경치료 시작하는 거라 하고,
마취를 하고 은니를 씌우겠다고 하면, 옆에 살짝 눌러주고 마취했다고 하고 ㅎㅎㅎ
뭐 잘 모르겠네요.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되겠지요. ^^
저도 이럴 때 늘 고민인데요. ㅎ 대개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주는 편이에요. 마취를 하겠다, 꼭 해야 한다, 완전히 안 아프지는 않다, 하지만 모기 물린것만큼 간질간질할 뿐 그리 아프진 않다....이런 순서로 설명을 해 주면 말귀 알아듣는 아이들은 대부분 납득 해요. 차분히 설명을 해 주는데 (다섯살 넘은 경우...) 떼 쓰고 말 안 통하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에요. 사실 손에 꼽으니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기록에도 남기는 거지만요. ^^
@I하늘사람I 지윤 ...
애쓰셨어요 쌤~
저도 수호도 마취주사가 아팠는데...쌤 짱이세요!!^^
사실 마취를 백프로 안 아프게 할 순 없어요. 그날은 운이 좋았던거죠. ^^;; ㅎ
우후훗... 아이들은 정말 재밌어요. 그것 때문에 우리들은 힘들 때가 많지만요...^^;
적극~~동감합니다. ㅎㅎㅎ
재밌는 글 잘읽었어요.
꼭 우리 아들같네요. 아주 떼쟁이거든요.
치과치료하느라 무척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꼬맹이들 치료할땐 힘이 좀드시겠어요^^
아이들 치료가 성인치료보다 훨씬 힘든건 사실인데요, 그래도 겁에 질린 아이들을 구슬리며 노닥거리는 재미 또한 쏠쏠하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