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봉 / 前 인천문화원장
고여 우문국 화백 회고전을 개최 한다고 한다.
해방 후 평생을 인천화단의 발전을 위하여 몸 바쳐온 우 화백의 업적을 높이 평가
하고 그를 널리 알리고자 몇몇 후배 화가들과 대학교수들이 주동이 되어 추진위원
회를 구성하고 이분들이 주동이 되어 인천 신세계백화점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매우 칭찬을 받을만한 일이며, 더구나 고여는 오랜 병석에서 부자유한 몸일진데
그 동안 모아온 작품 수십점을 가지고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하는 것이다.
우 화백은 황해도 출신으로 어릴적부터 그림을 좋아했으며 해주보통학교를 다니고
중국 상해로 그림 수업을 떠난 것이다. 그 곳에서 10여년간의 그림 수업을 마치고
해방 후 귀국하여 인천 . 중구 신포동 근처에 거주하면서 헌신적인 문화활동을 계
속하여 왔다.
1954년부터 1959년까지 5년간 초대 인천문화원장으로 취임하여 美 공보원의 영사
기등 기재일부를 지원받아, 처음에는 특 미문화관으로 발족하여 오다가 그로 하여
금 문화원 기반조성에 힘써 왔다.
그 후 1956년 10월에는 인천시장 및 재인기관장 22명이 후원회를 조직하여 지원책
을 강구하기도 했으며, 인천시립박물관장도 역임하였고, 인천현대미술초대전, 인
천초대추천작가전, 한.중교류전 등 많은 활동을 해 왔던 것이다.
문총 인천지부 표양문 위원장은 1956년 10월 유토피아다방에서 개최된 그의 양화
개인전에서 인사의 말을 통하여 “우 씨가 교편을 잡으면서 시간 및 생활과 자료
등 모든 고난을 극복하여 조금도 제작열이 정지됨 없이 작품활동을 계속하는데 높
이 치하하고 인천의 문화활동에 10년 동안 힘을 기울여 온 그의 노고에 감사한다
”고 피력하였다. 나는 근 반세기에 걸쳐 신포동에서 살았고 이곳을 떠나본적이
없다.
1953년 휴전이 되고 서울과 인천이 수복되던 날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 신포동
골목에는 글쓰는 사람, 화가, 기자 등과 특히 우문국, 김찬희, 김영건 등은 저녁
때만 되면 동리 사람들과 마주앉아 대포잔을 주고 받곤 하는데 여기에 또 시인 최
병구, 김양수, 조한길, 손설향이 불그스레한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이다. 당시 우리
문인들은 집잃고 재산잃은 빈 털털이었다. 신포시장 거리를 비롯하여 용동대포집
거리는 신문기자, 시인 등 묵객들의 전용지역 이었다.
다방이나 대포집을 기웃거려보면 의례히 전투모를 쓰고 카키복을 입은 “프레스”
란 완장을 두른 기자나 글쓰는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특히 두주가로 알려졌던 인
천신보의 윤치봉, 조선일보의 김종윤, 백양테일러의 황씨, 뚱뚱이 윤기봉 그리고
화가 김영건, 김찬희, 이승하, 우문국, 최병구 등은 매일같이 「안흥관」 「백항
아리집」 「애주집」 등을 출입하였던 것이다.
특별히 기술할 것은 추사 김정희 이후의 명필가로 알려진 검여 류희강은 일제시
중국 상해에서 우화백과 만나 함께 동.서양화를 수학하고 해방 후 함께 귀국하여
우 화백과 인천에 머물면서 인천시 박물관장에 차례로 취임하였고, 검여와 동정
박세림, 우초 장인식 등 3인은 전국에서도 널리알려진 서예가인데 모두 우 화백과
는 신포동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근 반세기 전우와도 같던 그들이 아닌가?
우화백은 미술가, 음악가, 체육가, 문인, 교육가, 신문기자 ...... 등등을 거의
신포동에서 사귄 교우들이다.
「신포시장」 - 시장이란 서민들의 진정한 모습과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는 곳이
다.-
1893년 개항을 본 이곳은 금년으로 백주년을 넘겼는데 그동안 엄청난 변화를 거듭
하여 지금은 세계를 한품에 안을 동양 최대의 항구로 등장하였다. 쓸쓸하고 한적
하기만 했던 포구가 오늘날은 수도의 관문으로 성장 발전하여 천험(天險)의 해조(
海潮)를 순전히 우리 힘으로 극복하여 지금은 간만의 차가 거의 없게 하였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신포 시장은 옛날 중국 사람들의 청과물로 판을 치던 시장이
었는데 지금은 식료품 등 없는것이 거의 없는 시장으로 변하였다.
대포집 대명사로 되어있는 백항아리집은 지금도 호주머니가 가벼운 주붕들의 단골
로 되어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드나들던 김영건, 이승하 씨는 고인이 되고 유일한
생존자는 우문국 화백 한 사람 뿐인 것이다.
부디 병석에서 훌훌 털고 건강한 몸으로 일어나 주시기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