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
천년의 세월
아직 달거리를 하는 그는
여자다
어느 생에서 만났을 바람이
그녀의 몸을 열었을까
푸른 입김
푸른 목소리
푸른 울음
옹이진 가슴을
바람에 내어주고
햇빛에 몸을 말리는
모과 몇 알
알래스카의 물소리
인간의 생존이 지핀 불에
빙벽이 무너지고 극해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빙하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과
얼음알갱이 연방 무너지는 소리 속에서
어깨를 으쓱거리고 걷는 펭귄의
유유자적함과 늠름함
고단한 일상의 삶 속에서
삶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수시로 부서지고 깨어지는 얼음 위를
묵묵히 걷는
펭귄의 모습을 떠올린다
푸른 고래의 이야기이거나
백야나 신비의 오로라가 출렁이는 밤의 이야기 속
유빙을 타고 흐르는
막막한 화두 하나 거머쥐고
놓았다 폈다 해보지만
만년설의 삭음이 토해내는 물 소리
찬란하고 무한한 빙하의 세계를 염원한다
브라보 오 선장
오랜 선상 생활에서
그리운 것은 채소밭이다
싱싱한 녹색을 보고 싶은 욕망이 싹트면
돌아갈 시간이 가까이 온 것이다
오 선장은
선원들의 뭍으로 향한 그리움을
엷게 하는 비법을 알고 있다
선상의 한켠에서 키운 오이 두어 개가
향수를 마법처럼 씻는다는 것을
설령, 억지로라도 씻어진다는 것을
오이를 한입 크기로 잘라
두어 개도 돌아가지 않을 몫
운반선과 접선하면 해갈될 일이지만
오 선장의 낭만을 통해
그리움의 둥지를 틀던
왜소한 마음이 떨쳐 나가기를
내일은
물고기 떼를 향해 투망을 서슴치 않으리라
그리운 흙이 키워낸 녹색의 마음 붓질로
습관처럼
산등성이에 조개껍질 닮은 움막 하나에는
할머니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괭이갈매기 소리에 하루가 밝아오고
계절마다 맛이 다른 바람이 머무는 마당에 나가
습관처럼
담 밑에 햇살을 가르고 박씨를 심었다
후박꽃이 피고 후박꽃이 떨어지고
팔십 평생 수십 번 만난 태풍에
바다의 혀가 뒤집혀도
해심엔 산호가 찬란하게 피고 있음을 알아
습관처럼
태왁을 메고 나섰다
사시사철 바람이 멱살을 잡고 흔들어도
움막엔
물물이 밀려오는 먹거리 미역이며 톳이며
홍합 거북손 반나절이면
습관처럼
망사리에 한가득 누웠다
그 터엔 옹달샘 하나 있어
계절마다 먼 나라를 넘나드는 새들의 정거장이라
손에 물이 마르면
습관처럼
등대가 가르쳐 준 바람의 노래를 불렀다
무리지어 피어나는 유채꽃이나 핏빛 같은 동백꽃
사철 날아드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
사락사락 쌓여가는 눈 속에서
벼랑을 돌아 달려오는 파도 소리도
습관처럼 일상이다
습관처럼 부르던 그 노래가
한恨이었다는 것을
격렬비열도의 삶, 아낙의 슬픔이었다는 것을
할머니의 비문에서 읽는다
약력
2001년 월간 <한국시> 등단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장
알바트로스 시낭송문학 이사
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 부회장
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시집 : 소금꽃향기외 5권
수상
- 2017년 문화예술부문 부산시장상
- 2017년 영호남문학 작품상
- 2024년 영호남문학 본상
- 2025년 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 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