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경주를 위해 먹는 것을 위주로 여기저기 찾아 종합해 보았습니다. 즐거운 마라톤을 위해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양현묵)
이제 경주가 2주일 가량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부상 없이 원하는 기록으로 잘 끝내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주말을 마지막으로 힘든 운동은 줄이고 경기 일주일 전쯤부터는 식사에 신경을 써서 근육에 글리코겐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경주에 임하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울트라는 말할 것도 없이 마라톤을 뛰는 것은 그냥 "오기" 하나만 가지고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새로운 기록을 위해 몸을 혹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처음 뛰기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뛰는가? 어떻게 뛸 것인가? 목숨 걸고 달리기를 할 것이 아니라 달리기는 즐겁게 해야 한다고들 얘기합니다. 과연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냐? 그렇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즐겁게 준비하고 즐겁게 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본능을 자제 시키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약간의 지식도 필요합니다. 로켓을 쏴 올리는 정도의 과학은 아닐지라도 우리 몸에 대한 약간의 이해, 음식물과 물 마시는 것에 관한 이해, 신발과 스트레칭, 강화 운동에 대한 이해, 훈련 방법 등에 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달리기를 즐겁게, 부상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경주를 위해 먹는 것을 위주로 여기저기 찾아 종합해 보았습니다. 즐거운 마라톤을 위해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라톤 일주일전
마지막 일주일 동안에는 달리는 거리와 강도를 줄이므로 평소보다 적은 칼로리를 태우게 되고 또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여야 하므로 약간의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1-2Kg정도 몸무게가 늘어난다고 해서 걱정하실 분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이 기간 동안에는 지방이 많고 소금기가 많은 음식은 삼가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탄수화물과 함께 충분한 물을 마십니다. 탄수화물은 물과 함께 죽 모양으로 몸 속에 축적이 되므로 충분히 물을 마시면 탄수화물도 더 잘 축적이 된다고 합니다.
탄수화물 비축(Carob Loading)
지구력 운동 성적은 근육 속의 글리코겐 저장량에 달려있고 그것은 식사를 통해 증가시킬 수 있다는 쥐를 통한 실험이 1967년 스칸디나비아에서 발표되었고, 그 뒤 탄수화물 비축은 마라톤 선수들에게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경기 전 6일간의 강 훈련으로 근육 글리코겐 수치를 떨어뜨린 다음 살코기를 위주로 한 저탄수화물 식사를 3일 동안 합니다. 그 뒤 두 번째 강한 달리기를 통해서 근육 글리코겐을 완전히 고갈시킵니다. 마지막 3일 동안 고탄수화물 식사를 해서 달리기에서 소모한 것보다 더 많은 글리코겐으로 근육을 넘치게 채우는 것입니다. 최초의 연구에 의하면 이 방법은 훈련을 안 한 사람들에게서 사용한 글리코겐 수치의 두 배로 나타났고, 엘리트 러너들은 훈련기간 동안 글리코겐 고갈을 자주 경험하므로, 그 효과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원래의 카보로딩입니다. 얼마 전 올림픽 때 이봉주 선수의 식단이 신문에 난걸 보았습니다. 황영조 선수는 고기를 씹는 것이 돌을 씹는 것 마냥 고통스럽다고 까지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러너들은 이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일반 훈련을 방해하고, 소화불량,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에 민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은, 또 갤러웨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책들은 어려움이 덜한 방법으로 절충합니다. 그것은 정상 훈련이 근육 글리코겐의 수치를 낮추므로 시합 전 며칠 동안 보다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전에 저탄수화물 식사를 며칠 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람마다 다르므로 각자가 실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탄수화물 축적의 진행과정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단초가 있는데, - 너무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여 소화로 얻은 포도당이 작은창자에서 모두 흡수되지 못하고 일부가 큰창자까지 내려가면 설사가 납니다. 이 때는 멈춰야 하겠습니다. - 매일 같은 시간에 몸무게를 주의 깊게 재면 그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글리코겐이 그에 필요한 물과 함께 다 채워지면 몸무게가 2Kg가량 늘어납니다. - 비축량이 소모되면 글리코겐이 가지고 있던 물을 놓아주므로 소변량이 증가합니다. 축적이 너무 일찍 일어났다면 이것은 아무 운동 없이도 이루어집니다.
마라톤 하루 전
훈련 기간 동안 먹고 탈이 없었던 탄수화물 만을 먹습니다. 저는 치즈가 많이 들어간 스파게티는 소화에 문제가 있어서 중국 음식점에서 삼선짬뽕을 즐겨 먹습니다. 필요한 단백질도 약간 들어 있으니까요. 또 뛰다 말고 화장실을 찾는 불상사를 피하려면 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는 야채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나 차를 마시지 말고 물을 마십니다. 카페인은 잠이 안 오게 할 뿐 아니라 이뇨제여서 몸에 있는 수분을 밖으로 빼내므로 이날 하루만은 카페인과 알코올은 삼갑니다. 맥주는 하루만 참았다가 피니쉬 라인을 밟은 다음 한잔 시원하게 들이키는 것도 좋으리라 봅니다.
마라톤 경주 당일 아침
아침에 일어나서 찰밥들을 많이 드시는 것 같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시도해본 적이 없어 뭐라 말씀 드리기 어려우나 소화에 문제가 없다면 배가 든든해서 나중에 허기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갤러웨이 책에 우리 아마추어에게 해당 안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갤러웨이는 아침을 먹지 말라고 합니다. 처음 마라톤을 뛸 때 그 책의 충고를 따랐다가 막판에 배가 고파 혼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것이 저만의 문제가 아니더군요. 달리기 최소 두 시간 전쯤에 아침 식사를 조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달리는 동안에는 평소 우리 내장에서 사용되는 피가 근육에로 전용되므로 소화 기능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입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말아야 할 경우가 단 한번 있는데 그것은 경주 바로 전입니다. 근육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글리코겐에서 얻는데 소화로 얻은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변해서 저장되는데 몇 시간 걸립니다. 경기 바로 전 당분 섭취는 혈액 속의 인슐린 수치를 높이고, 그것은 또 글리코겐 분해율을 낮추며 혈당을 낮추게 됩니다. 그래서 근육의 주 연료(글리코겐)의 신진대사를 방해합니다. 막판까지 물을 마시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출발하면서 화장실이나 나무 밑부터 찾지 않으려면 말이지요.
경주 도중
물 공급소를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가능하다면 물과 스포츠 드링크를 번갈아 가며 마십니다. 한 모금 마시고 버릴 것이 아니라 컵에 들은 물을 다 마시는 것입니다. 후반부를 위해 에너지를 아끼려면 물 마시는 동안 걷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해서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뛰면서 마시기를 원하시면 종이 컵 윗부분을 엄지와 인지로 누르면 다 막히고 끝 부분만 열립니다. 그렇게 마시면 쏟지 않고 뛰면서 마실 수 있습니다.
경험 없는 마라토너 또는 초반에 너무 빨리 뛰면 30Km쯤 지난 다음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달리기를 멈추게 하는 힘이 너무 강해서 우리는 이 현상을 '벽에 부딪쳤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근육 글리코겐은 완전히 고갈되었기 때문으로 이제 사용 가능한 다른 연료는 혈액 속의 지방산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글리코겐에 비해 얻는 에너지가 분당 절반 정도밖에는 안되므로 그 결과 달리는 속도도 50%가량 줄어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 러너들의 경우 속도가 5분/Km이라면 그 절반인 10분/Km로 줄어들게 되는 것인데 그것은 걷는 속도에 지나지 않지요.
이것은 시합 전 근육 글리코겐의 축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최소한 마지막 일주일 동안 훈련 시간과 강도를 줄이고(tapering), 경주 전 3-4일 동안 완전한 휴식을 취하고, 알맞은 식사를 해서 근육 글리코겐의 수치를 최대한으로 올리도록 합니다. 또 경주 시작 때의 무산소 대사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웜업, 경주 내내 일정한 페이스 유지, 그리고 경기 중 탄수화물이 포함된 음료수의 섭취 등으로 불필요하게 탄수화물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달리는 동안 스포츠 드링크를 마심으로써 혈당을 올려서 에너지원화 할 수 있고, '벽'을 만나기 전에 당 정제나 스포츠 젤을 먹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스포츠 젤을 서울에서도 판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스포츠 젤은 먹은 후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합니다.
달리는 요령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은 완전히 유산소적으로 달려야 합니다. 마라톤에는 약 700g의 탄수화물이 필요한데 이것은 탄수화물 비축이 끝난 다음일지라도 우리 몸 전체에 비축된 양보다 많습니다. 더구나 이 비축된 글리코겐의 일부는 마라톤을 뛰는 동안 최대한으로 일하지 않는 근육에 있는 것도 있습니다. 간 속에 100g 정도가 더 있기는 하지만, 그 중 일부는 뇌에서 사용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마라토너들은 연료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 해결책은 탄수화물을 보조할 지방산입니다. 마라톤을 뛰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10-50%는 지방산의 산화로부터 나옵니다.
보통 사람의 경우 지방이 모자라는 경우는 없는데 100% 지방만 태운다고 하여도 마라톤을 뛰는데 지방 300g이면 충분합니다. 지방이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연료임에는 틀림없지만 지방산이 녹아 근육에서 연소될 때까지 그 상대적으로 늦은 시간 때문에 이상적인 에너지원은 아닙니다. 엘리트 마라톤 러너는 VO2max(최대 산소 흡입치)의 85%정도 페이스로 뛰고, 이 산소의 대부분은 글리코겐의 포도당을 연소하는데 쓰이지만 지방산의 산화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글리코겐과 지방이 모두 연료로 쓰이므로 그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너무 지방산이 혈액 속에 많으면, 지방산 산화가 늘어나 더 많은 산소가 소모되고 그 결과 속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또 지방산이 혈액 속에 늘어나면 '전신피로'를 가져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무산소적으로(즉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달리면 유산 축적이 일어납니다. 각자에게 다른 속도에 일어나나 일정한 속도 이상 달리면 유산의 축적이 갑자기 늘어나는데 이것을 유산 분기점(Lactic Threshold)라고 합니다. 훈련에 의해 이 분기점을 뒤로 미룰 수 있어서 더 빨리 뛰어도 유산의 축적이 덜 일어나게 되지요. 유산은 그것이 산성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데 피가 산성이 되면 효소가 하는 일을 그만 두게 되어 그대로 놔두면 세포가 죽게 됩니다. 그러기 전에 피로가 몰려와 페이스를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것은 뇌에서 컨트롤하기 때문에 전신피로가 오는 것입니다.
마라톤 후 재충전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 후에도 물이나 스포츠 드링크를 마십니다. 운동을 막 끝마친 때에는 운동할 때 보다 에너지 요구량이 훨씬 줄어들지만 쉬고 있을 때보다는 더 많습니다. 그것은 운동에 의해 망가진 조직을 보수하고, 근육 속에서 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고, 몸의 신진대사를 원래대로 가져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요구량 때문인데 그런 정도는 지방을 태워서도 가능하므로 당분은, 특히 식사에서 탄수화물로부터 얻은 당은 고갈된 글리코겐 탱크를 채우는데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높은 율의 지방산화는 운동 후 짧은 시간(2-3시간)동안만 지속되므로 이 시간 동안 최대한의 탄수화물이 저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무슨 음식들이 경기 후에 도움이 될까? 많은 스낵들(예로, 칩, 비스킷, 케이크, 아이스크림, 초콜렛 등)에는 탄수화물보다는 지방이 더 많이 들어있어서 적은 양의 탄수화물을 공급할 뿐 아니라 많은 지방은 소화와 탄수화물 흡수를 느리게 하고, 그 결과 포도당의 체내 흡수를 더디게 해서 운동 후 근육 속의 글리코겐 보충을 더디게 합니다.
한가지 해결책은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스포츠 드링크를 마시는 것입니다. 또 혈당을 아주 높이지 않으며 근육이 필요로 하는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얻는 방법은 과당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바뀌는데, 그렇지만 너무 많은 과당이나 설탕은 피해야 합니다.
이상적으로 스낵은 탄수화물이 많고 지방이 적은 콘플레이크나 기타 다른 강화된 시리얼에 과일을 섞은 것이 좋습니다. 과일은 섬유소와 훈련 중 잃어버린 탄수화물과 포타슘(칼륨)을 보충합니다. 단백질도 약간 섭취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최근의 Runner's World에 따르면 약간의 지방이 포함되면 흡수가 더 빠르다는 군요. 뛰고 나서 춘천의 명물 닭갈비에 막국수가 제격이겠습니다. 연습이나 시합 뒤의 글리코겐 보충은 훈련의 한 기본 요소로 봐야지 시간이 나면 할 사치성 요소로 봐서는 안됩니다. 명심할 것은 이것들이 경기 후 2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라톤을 뛰고 나서 한달 정도는 푹 쉬어야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기에 나간다든지 LSD를 한다든지 하는 일은 삼가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현재 자기의 몸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마라톤을 뛴 경우를 말씀 드리는 것이지요. 몸의 얘기를 듣고,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우리의 몸 잘 다스리기 바랍니다. 부상으로 인하여 이번에 뛰어서 괜찮을까 의심스러우면 과감히 포기하십시오. 춘천마라톤은 내년에도 있습니다. 망설이다 LSD로 생각하고 페이스 메이커로 LA마라톤을 뛴 저는 6개월이 다 가도록 아직도 본격적으로 뛰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