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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깨야 할 상대는 외국산 캐드(CAD) 프로그램이 아니라, ‘캐드=외국산’이라고 생각하는 현업 종사자들의 뿌리 깊은 인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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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캐드, 공짜로 쓰세요 국산 캐드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인텔리코리아 www.icad.co.kr의 박승훈(46) 사장이 삼일절을 맞아 ‘물산장려운동’에 나섰다. 국산 캐드 제품의 인지도가 올라갈 때까지 자사가 개발한 ‘캐디안’의 가정용 버전을 무료로 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지속적인 무상 배포를 위해 불가피하게 발송비와 교재비를 포함해 1~2만원을 받는다. 캐드는 건축이나 기계, 디자인과 금형 등에 널리 쓰이는 컴퓨터용 도면 설계 프로그램이다. 박 사장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짜 배포’의 칼을 빼든 건, 외국산이 판을 치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박 사장은 지난 1984년, 세계적 캐드 프로그램인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당사자다. 캐드 관련 업종에 종사한 경력만도 23년. 이 가운데 10년을 외국 제품 수입·판매에, 나머지 기간을 이 외국산 제품에 대항할 국산 프로그램 개발·보급하는 데 바쳤다. 그가 처음 국산 캐드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주위에선 너나 할 것 없이 혀를 끌끌 찼다. 중저가 캐드시장은 한마디로 오토캐드가 ‘꽉 잡고’ 있던 시절로, 건설분야에선 불법 복제품까지 합해 97%에 이르는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탓이다. 이런 마당에 그가 대뜸 국산화의 깃발을 뽑았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이다. 박 사장은 그러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말이 쉽지, 국산 기술로 캐드 엔진을 개발한다는 건 박 사장 표현대로 “미친 짓”이었다. 기술적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이미 표준화되다시피 한 오토캐드의 아성을 뚫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모진 고생 끝에 99년 중반 첫 제품 ‘인텔리캐드’를 내놓았다. 얼마 뒤에는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캐디안’도 선보였다. 캐디안의 가격은 오토캐드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로열티 부담이 없는 덕분이다. 외국산 프로그램으로 작업한 도면도 캐디안에서 불러들여 수정·저장할 수 있다. 명령어도 오토캐드와 똑같아 외국산을 쓰던 사람도 쉽게 설치해 쓸 수 있다. 이 제품은 지난 2000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기술력에서도 인정받았다. 한글과 영문 외에 중국어와 일본어 등 여러 언어를 지원하며, 미국·인도·독일·호주 등 18개국에도 이미 수출됐다. 그는 자기 주머니를 터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 제품을 무상 공급하는 일이다. ‘미래 고객’인 중·고등학생들을 겨냥한 포석이다.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한 제품만도 돈으로 환산하면 680억원 규모”라고 박 사장은 말한다. 자금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벤처기업으로선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최근에는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구매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오토캐드는 한국에서 20년 동안 12만카피가 팔렸다. 무명의 캐디안은 단 5년 동안 8만2천카피가 깔렸다. 그래도 박 사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내친김에 오토캐드를 제치고 캐디안을 세계 중저가 캐드 프로그램의 표준으로 만들고 싶다”며 박승훈 사장은 또다시 신발끈을 조여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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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