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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천성산(922.2m)
천성공룡릉~제2천성산~정상~화엄늪~내원사 원점회귀 산행
해를 쫓았다. 해가 이토록 생동감 넘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산그늘이 깔리면서 해는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져갔다. 우리는 그 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 높이 올랐다. 혹시 하는 기대에서 장딴지가 당기도록 뛰고 또 뛰었다.
어느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해가 다시 떠올랐다. 용광로 안의 쇳물처럼 뜨거운 해였다. 크고 둥근 해는 구름 띠와 산등성이 사이에서 영원히 머물 듯하더니 어느 순간 붉게 띠를 이루면서 산 너머로 내려앉아 버렸다. 그리곤 산은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듯이-.
하지만 해는 보란 듯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새날을 밝혀주었다. 다시 아침을 맞은 천성산은 거대한 고래등을 보는 듯 넉넉했다. 우리는 그 고래등 위에 올라앉아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정족산~천성산의 축 역할하는 천성공룡릉
양산시내에서 보이는 천성산은 그냥 그랬다. 평범한 동네 뒷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내원사로 들어서면서 천성산은 심산유곡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기암절벽에 숲까지 짙게 우거져 있다. 그 아래로 푸른 빛을 머금은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명산으로서의 기본을 다 갖추고 있었다.
"공룡릉이 멋짐니데이. 설악산 공룡릉을 걷는 것 같다니까예."
매표소 위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은 뒤 내원사계곡 대신 왼쪽 산하동계곡을 거슬러 올랐다. 산하동계곡은 골짜기라기보다는 넓은 내처럼 느껴진다. 기암절벽이 골 양옆에 도열한 듯 솟구쳐 있고, 골 끄트머리로 산줄기가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아늑한 형세로 맞아준다. 고향 산 안내에 나선 이상배씨(아시안트레킹 대표)는 이 계곡을 한듬골이라 불렀지만, 지형도에는 상리천이라 나와 있다. 역시 예로부터 골짜기가 부르기에는 규모가 컸던가 보다.
골짜기는 곧 두 가닥으로 갈라진다. 산하동계곡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오른쪽으로 가닥을 하나 쳐놓았다. 골 안에 성불암이 있다 하여 성불암계곡이라 불리는 좁은 계곡이다. 성불암계곡은 아직도 가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12월에 들어섰건만 빛 바랜 단풍잎들이 세월을 붙잡으려는 듯해 오히려 안쓰럽기만 하다.
골짜기 초입에서 왼쪽 사면으로 올라섰다. 희미한 산길은 산죽밭을 빠져나가자 마자 점점 뚜렷해진다. 천성공룡릉은 시작부터 만만찮은 경사로 진을 빼게 한다.
"어서들 올라오이소~. 냉장고 문 열어 놓은 것 같네예. 절벽 위에 올라서면 조망이 좋심니더."
앞장선 이상배씨는 거무튀튀한 절벽 아래에서 일행의 걸음을 재촉한다. 절벽 위로 올라서자 조망이 터지고 정족산(700.1m) 남사면이 펼쳐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영취산(1,092m)에서 힘을 잃고 바닥까지 곤두박질친 낙동정맥이 노상산(342.7m)을 지난 다음 다시 힘을 모아 일으켜 세운 정족산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덩치가 크다.
돌탑 두 기가 쌓여 있는 첫번째 봉을 지나자 시커먼 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첫번째 난관이다. 20여m 높이의 절벽 초입부에는 동아줄이 있기 망정이기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은 절벽이다.
두번재 봉을 올라서자 구름이 해를 가려 산 곳곳에 그늘이 지면서 산은 위엄을 벗어던지고 아늑하고 넉넉한 자태를보인다. 그런 가운데 천성공룡릉은 등줄기에 줄줄이 기암괴봉을 이고 골짜기를 향해 내닫는다. 천성공룡릉은 정족산과 천성산 서쪽의 큰 축이나 다르없다. 다른 능선들은 육산의 부드러움만 보여주는데 만족하고 있지만, 유독 천성공룡릉은 위엄 넘치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태백 매봉산(1,303.1m)에서 백두대간과 갈라져 남으로 내리닫다 막바지에 이르는 낙동정맥을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예서 보이는 정족산은 품이 넓디넓다. 삼각추형의 정상 양쪽으로 부드럽고 기다란 산줄기를 뻗고 그 안에 수많은 산줄기와 골짜기를 빚어놓았다. 골 하나 하나 그냥 내리꽂지 않고 휘고 싶은 만큼 휘고 돌고 싶은 만큼 돌다 산하동계곡 본류로 이어져 더욱 깊게 느껴진다. 골 끝에 산사가 앉아 있어 분위기가 더욱 차분하다. 그러고 보니 골마다 사암이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다. 산이름 유래가 그렇듯이 원효의 가르침을 받아 성인의 경지에 오른 1천 제자들이 세운 것들인가?
"어휴~ 어디 돌아가는 길 없어요?"
지난 여름 미국 이민길에 나섰다가 보름 전 잠시 귀국한 터에 산행에 합류한 홍명씨가 초반 오르막에서 힘든 기색을 나타내더니 세번째 봉 절벽에서는 자신이 없는지 우회로를 찾는다. 다행스럽게도 천성공룡릉은 절벽이 나타나면 오른쪽(남쪽)으로 도는 길이 계속 나타나 담 약한 사람에게도 길을 열어주고 있다.
세번째 봉은 더욱 험난하다. 10여m 높이의 수직벽 두 개가 덮칠 듯한 기세로 솟아 있다. 첫번째 절벽은 턱을 잡아당기며 겨우 올라서고, 두번재 절벽은 바위골을 타고 안간힘을 다해 오른다. 암봉 꼭대기에 올라서자 천성공룡릉이 한눈에 든다. 우리는 그야말로 꿈틀거리는 용의 등줄기를 타고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제2봉은 멋진 낙조 전망대
그런데, 오후 3시가 가까워오는데도 용머리 뒤쪽에 솟아 있는 천성산 제2봉(예전 천성산)은 멀기만 하다. 더욱이 제2봉에서 1시간 거리인 정상은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아 암담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용꼬리는 점점 희미해지는 반면, 천성산은 점점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제 뒤로 장벽을 이룬 영취산과 신불산 줄기도 눈에 들어온다. 안적암, 조계암 등 정족산 8부 능선에 자리잡은 암자들도 눈에 든다. 속세의 혼탁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불도를 닦으려는 승려들의 거처지만, 결국 높이에서는 지고 말았다.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을 보면 말이다.
골산의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전형적인 육산으로 산세가 바뀐다. 그러다 쇠잔등 만큼이나 펑퍼짐한 안부로 내려선다.
"원효가 여러 사암에 흩어져 있는 1천 제자들에게 화엄강론을 펼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으려고 북을 쳤다 전하는 곳입니다."
이상배씨는 집북재 지명 유래에 대해 설명해준다. 집북재에서 산길은 산하계곡, 성불암계곡, 능선길 등 네 가닥으로나뉜다. 집북재에서 빵 한 조각씩으로 허기를 달랜 다음 걸음을 재촉했다.
산그늘이 자락을 점점 길게 늘어뜨리고 기온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아직도 2시간은 더 가야 정상이 나오고, 거기에서 아침에 짐을 놓아둔 원효암 주차장까지 다녀오려면 1시간 반 이상 더 걸리리라 생각하니 암담해진다.
"어라 벌써 해가 떨어지네. 와 멋있다. 이런 장관을 보여주려고 엊저녁부터 아침까지 비가 내렸나보지..."
거대한 불덩이가 산을 넘어가고 있다. 온산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골짜기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해가 지고 있었다. 갑자기 해를 잡고 싶어졌다. 더 높이 오르면 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뛰, 빨리 뛰!"
이상배씨와 후배 두 사람이 빨리 올라가자고 걸음을 재촉한다. 해를 잡고 싶은 욕망에 장딴지와 허벅지에 쥐가 날 정도로 부지런히 걸었다. 그리곤 기어코 해를 잡고 말았다. 주능선에 오르기 전 삐죽 튀어 나온 바위 위로 올라서자 해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불과 20~30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해는 2002년 12월 3일의 막을 내리는 게 안타까웠는지, 식지 않은 뜨거운 열기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일몰의 장관과 함께 대자연은 어둠 속으로 침잠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갈 길이 아직도 멀기만 하다.
오후 5시25분경 도착한 811m봉 정상 바위 위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다(내원사 2.2km, 주차장 4..8km 안내판). 이들 역시 일몰의 장엄함에 잠시 넋을 잃다보니 아직도 하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얼마 전까지도 천성산으로 불리다 천성산 제2봉으로 이름이 바뀐 811m봉 정상은 묘한 형상이다. 전형적인 육산의 산등성이 위에 너럭바위가 길게 올라앉아 멋진 조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811m봉 정상에서 칠흙같은 어둠을 맞은 일행은 마음이 바빠졌다. 배낭에서 헤드랜턴을 꺼내 이마에 차고 천성산 정상으로 향했다. 앞사람 불빛을 좇아가는 걸음이지만 능선길이 워낙 뚜렷하고, 부드럽다 보니 오히려 한낮에 천성공룡릉을 걸을 때 비해 수월하다.
"이런! 뭉이 다 말라버렸는데..."
811m봉과 천성산 정상 사이의 안부 기슭에서 식수를 구하려 했건만 샘이 바짝 말라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야영장비에다 물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까지 얹어진 셈이 되고 말았다.
천성산 정상 기슭 억새밭에 도착한 것은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천성산이 완전히 묻어 버린 오후 6시20분. 홍명씨와 이현탁씨는 이곳에 남아 짐을 지키기로 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허기진 상태로 원효암으로 향했다.
원효암에서 구한 식수와 짐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 즈음 약속 장소에서 "야호!" 소리가 들린다. 오후 8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우리가 오지 않자 마중 나오는 줄 알았건만, 그 소리는 다급함 반, 반가움 반에서 외친 것이었다.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왈, "랜턴도 없이 추위에 덜덜 떨면서 앉아 있는데, 뭔가 휙 지나가더니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혼비백산했다"며 놀란 표정을 짓고, 이현탁씨는 너무 놀라 급히 움직이다 정강이가 깨졌다며 다친 부위를 보여준다.
골산의 험난함과 육산의 부드러움 극적 대비
이렇게 천성산 정상에서 어수선하게 밤을 맞았으나, 탠트를 치고 안에 들어가 푸짐한 안주에 소주잔이 두어 순배 돌고 나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즐겁기만 했다.
"아니 일출 안 볼 겁니까? 하늘이 저렇게 벌겋게 달아오는데..."
이튿날 오전 7시, 지평선에 벌건 띠가 형성돼 있다. 이 날도 어김없이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정정현 기자는 급히 카메라를 삼각대에 끼워 맞추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붉은 띠 위로 해가 떠오른 것은 그로부터 10여 분 지난 뒤였다.
"와~, 조광표 성냥에 나오는 해 같다."
붉은 띠가, 짙는 구름띠가 아무리 억누르려해도 해는 서서히 하늘로 떠 올랐다.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 듯한 여의주처럼 맑디맑은 모습을 보이더니 어느샌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그와 더불어 천성산은 다시 새날을 맞고 말았다.
이제 해는 어둠을 완전히 몰아냈다. 더불어 우리를 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아침 해가 싫지 않고 오히려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리라.
"사진 찍을 거 많심니데. 화엄늪도 그렇고, 억새능선도 그렇고, 양산시내 조망도 그렇고 죄다 볼거리라예."
하산길, 특히 천성산 정상부는 워낙 둥그스름해 후딱 내려가면 그만일 듯했다. 그러나 오히려 내려설수록 점입가경이었다. 군시설물 통제 철책을 따라 올라선 천성산 북서릉은 하늘길처럼 느껴진다. 부드러운 산등성이를 덮은 억새는 금물결을 이루고, 왼쪽(남쪽) 멀리 금정산(810.5m) 정상인 고당봉이 봉수대처럼 솟아 올랐다.
"산등성이 오른쪽은 통제구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산중 습지니까요."
38,000평에 이르는 큰 늪지인 화엄늪이었다. 이상배씨는 "희귀식물이 많이 자라 보존가치가 높아 마구잡이 출입을 막으려고 경게선을 따라 로프를 둘러쳐 놓았는데도 간간이 들어서는 이들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어제 협곡을 따르다 기암절벽을 올라서고 바윗길을 따르다 해맞이 동산에 올라섰다. 그리곤 지금이토록 부드러운 산등성이에 서 있다. 그렇다면 깊고 험한 골짜기와 산줄기를 올라서면 이렇듯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솟아 있다는 사실을 원효는 이미 알았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미 1300여 년 전 이 산에 1천 제자를 불러들여 산의 정기와 화엄의 진리를 함게 불어넣고, 그리하여 결국 모두 득도하여 성인의 경지에 이르게 한 것인가?
화엄늪을 끼고 억새밭을 가로지르다 내원사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접어들자 비구니들이 한 명 한 명 산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집북재에서 울린 북소리를 듣고 원효를 만나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새로운 해를 만나려는 것일까? 궁금함을 가지고 원효의 산, 해맞이 산 천성산을 내려선다.
*천성산 산이름 유래
원효의 가르침 받고 1천 성인 나온 성산
산내에 내원사 비롯 10여 개 사암 자리잡아
천성산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811m봉을 천성산, 922.2m봉을 원효산이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렀으나, 양산시는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산경표> 등의 고서에 원적산 또는 천성산이라 나와 있다는 사실과, 원효의 가르침을 받아 1천 성인이 나옴에 따라 생긴 산이름 유래에 맞추어 두 산 모두 천성산으로 부르기로 결정, 국립지리원에 산이름 정정을 요청해 놓았다.
천성산의 이름은 <송고승전>에 나와 있는 대로 이른바 원효의 척반구중(밥상을 던져 많은 사람을 구함) 설화와 관계가 있다. 원효가 대운산 척판암에서 참선에 들어가 있을 때 당나라의 담운사 스님들이 산사태가 집을 덮치려하는 줄도 모르고(또는 집이 무너져 내리는 줄도 모르고) 공양 중인 것을 신통안으로 보고, 앞에 놓인 밥상을 던져 날렸더니, 그 소리에 놀란 1,000 승려가 집 밖으로 나와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혹은 물을 뿜어 불에 타서 죽기 직전 구했다고도 한다).
이후 목숨을 건진 1,000 승려가 당나라에서 원효대사를 찾아옴에 그들이 머물 곳을 찾으려고 천성산으로 데리고 들어가는데, 내원사 부근에 이르러 산신이 마중오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이에 원효가 그곳에 내원사를 짓고, 주변에 89암자를 짓고 1천 제자를 머물게 했다 한다.
그리고 내원사 위쪽 봉우리에 큰 북을 매달아 놓고(집북재), 북을 쳐 산내의 제자들을 불러모아 설법을 열고 화엄경을 강론했다고 전한다. 제자들이 산을 오르다 칡넝쿨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잦자 산신령을 불러 칡넝쿨을 없애게 했고, 이후 1천 제자들이 모두 성인이 됨에 산이름을 천성산이라 지었다는 것이다. <조선사찰전서>에는 원효가 1천 승려를 가르친 뒤 그 중 8명을 데리고 팔공산에서 견성케 하고, 4명을 사불산에서 득도케 했다고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천성산에서는 988명이 득도한 셈이다.
내원사는 현재 선나원, 정려현, 죽림원, 원화당, 간월당, 심우당, 산령각, 일주문 등 13동에 달하는 당우가 들어선 비구니 선찰로, 금강대, 금봉암, 노전암, 대성암, 미타암, 비로암, 성불암, 안적암, 원효암, 익성암, 조계암 등 산내 암자와 더불어 통도사 말사로 조계종에 등록돼 있다.
이렇게 원효의 척반구중 설화와 산이름이 연관된 천성산은 에로부터 원적산, 또는 산세가 수려하여 소금강이라고도 불려온 명산으로, 특히 내원사계곡은 픙광이 수려하여 사철 탐방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소
국내 최고, 최다 중고층습원 천성산
화엄늪, 밀밭늪 등 17개 습원 띠 이루고 있어
천성산은 산세가 수려한 까닭에 가지산 도립공원에 속해 있지만, 이와 더불어 국내 최고.최다 중고층습원 지역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산으로 환경전문가들은 평가한다. 99년 발견된 천성산 정상 북서쪽의 화엄늪과, 811m봉 동쪽의 밀밭늪 등 7~8부 능선 상에 크고 작은 중고산 늪이 무려 17개가 띠를 이루며 집단으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지난 95년 정족산에서 발견된 무제치늪(1~5호)과 비슷하게 6천~1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중층습원은 배수가 불량하거나 축축하고 한랭한 산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 충분히 분해되지 않아 이탄(泥炭)으로 쌓이고, 이후 영양염류 등으로 인해 식물인 진퍼리새 군락을 지표종으로 주변과 수평상태로 형성된 습원된 말한다.
고층습원은 고산지대에서 과습 저온 상태로 더욱 진행되다 물이끼 군락, 끈끈이주걱 군락 등을 지표종으로 하는 습원의 중앙부가 볼록 튀어나와 주변보다 높은 습원을 말한다.
이렇게 형성된 중고층습원은 매우 희귀한 지형이어서 특수한 환경에 적응된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엄늪과 밀밭늪에서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미치광이풀 등 특정야생 동식물과 잠자리란, 흰제비란, 산제비란 등의 희귀식물이 발견됐고, 멸종위기 및 보호야생식물인 솔나리, 특정야생동식물인 설앵초, 개족도리풀 등이 조사됐다.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에서 발견된 식물은 110종이었으나 화엄늪에서 235종, 밀밭늪에서 252종의 식물이 발견된 것은 이들 늪의 생태계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천성산 습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생태계를 고립시킬 위험이 높은 도로공사가 계획돼 있어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미 산등성이까지 올라온 여러 가닥의 임도와 탐방객들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적잖이 훼손된 상태인 데다 경부고속철도의 대구~부산 구간이 천성산과 금정산에 이르기까지 36km 길이의 터널이 지하 240m로 관통될 계획이고, 이어 내원사 북쪽 산하동계곡을 따라 양산 원동~울주 서생 간 028호 지방도가 계획돼 있고, 내원사 남쪽 자락을 가로지르며 군도 24호선의 노선이 지정돼 있는 상태다.
불교계와 부산, 울산, 경남지역 환경, 시민, 사회단체 등은 "지질과 생물에 미칠 충분한 환경영향평가 없이 늪 아래쪽으로 경부고속철도 터널공사가 강행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 산 자체의 붕괴가 우려된다"며 "천성산 습지보전 및 임도개설 반대대책위"(집행위원장 지율(知律)스님)를 결성, 각종 개발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산행길잡이
원효암 신도버스 타면 도보거리 30분
식수는 해맞이 장소에서 5분 거리에 있어
천성산이 새해 일출맞이 산행지로 이름 높은 것은 한반도 육지 해안에서 가장 빨리 일출을 맞을 수 있다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과 직선거리 2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다 그 사이 천성산보다 높은 산도 없지만 낙동정맥에서 가지친 산릉들이 잔잔하게 배경을 이루고 있고,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빤히 내려다뵈기 때문이다. 북서쪽의 가지산(1,240m)이 가장 빨리 일출을 볼 수 있으나 앞쪽 산자락에 햇살이 가려 실제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원효산 정상인 것이다.
천성산은 인구 20만의 산업도시인 양산시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지만, 부산 울산 대구가 멀지 않아 이 지역 등산인들이 즐겨 찾고 있다. 등산로도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여러 가닥이 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등산로는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 내원사계곡을 따라811m봉 정상에 올랐다가 집북재를 거쳐 산하동계곡이나 성불암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로, 특히 산하동계곡은 고즈녁하면서도 골짜기 풍광이 뛰어나다. 산행 시간은 5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산 동쪽의 웅상읍 소주리 원적암~햘수폭포~법수원~811m봉~원효산~미타암~필수암 원점회귀 산행도 인기 높다.
이밖에 웅상읍 평산리 장흥저수지~무지개폭포~천성산 코스는 웅상읍까지 시내버스가 다니는 부산 지역 등산인들이 많이 찾는다. 준족들은 원효암~천성산~811m봉~정족산을 거쳐 통도사 나들목으로 내려서거나, 정족산 직전 주남고개에서 웅상면 주남리로 내려서는 종주코스를 즐겨 찾는다.
일출산행은 1박2일 산행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일찍 서두르면 당일 산행으로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원효암 신도 수송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면 해발 800m 고지까지 차도로 접근한 다음 정상의 군시설물을 우회하는 산길을 따라 30분 정도면 해맞이 장소까지 다가설 수 있다.
2003년 1월1일에는 오전 4시부터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나 정상에 들어선 군부대의 승인 여부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고 한다. 셔틀버스 요금은 2,000원이다(원효암 전화 055-385-4111).
양산시는 2000년과 2001년 새해 첫날 원효산 정상에서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인 햇귀를 맞는 행사를 연 바 있으나 오는 1월1일에는 아직 행사계획이 없다고 한다. 원효산 새해 일출 시각 문의는 대전천문대 전화 042-865-3332.
*교통 및 숙박
양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원사나 흥룡사 입구는 택시로 10,000원 이내 거리다.
내원사행 12번 시내버스는 8분 간격(06:10~23:00)으로 운행한다. 용연리 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내원사 매표소까지는 약 2km이고, 주차장에서 내원사 입구 주차장까지 역시 2km로, 차량진입이 가능하다.
흥룡사나 원효암 입구인 대석리까지는 1일 6회(06:45, 07:30, 10:30, 14:55, 17:05, 20:05) 운행하는 103번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무지개폭포 입구나 웅상면 일원은 1일 12회(06:50, 07:00, 08:15, 09:35, 11:40, 13:25, 14:35, 15:40, 16:25, 17:20, 19:10, 20:00) 운행하는 55번 시내버스 이용. 양산 시외버스터미널 055-384-6612. 부산시내에서도 양산행 노선버스가 운행한다. 내원사행은 명륜동 지하철역 앞에서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언양행 1002번 시외버스 이용, 대석리에서 하차. 웅상면 방향은 노포동 지하철 종점에서 147번, 301번, 247번, 2000번 시내버스 이용. 울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노포동 지하철역행 127번 버스를 타면 웅상에서 내릴 수 있다.
용연리 사거리에서 내원사 매표소에 이르는 2km 구간 도로변에 여관이나 식당과 민박을 겸하는 집이 여럿 있다. 영성식당민박(전화 055-375-6255), 산장여관(375-6618), VIP모텔(375-6256), 또는 통도사관광단지 주변의 숙박업소를 이용한다. 통도환타지아유스호스텔(055-383-6462), 통도사관광호텔(382-7117~9, 0523).
웅상읍내에도 숙박업소가 많이 있다. 파라다이스여관(383-1123), 리베라모텔(382-1231), 제우스(372-3765~6), 뉴그린별장(383-3333), 프린스(388-1168), 리츠장여관(387-9596). 또는 양산시내에서 20분 거리인 등억온천지구 일원의 숙박업소를 이용한다. 신불산 기슭에 들어선 온천지구에는 대형 온천 4개 소를 비롯, 모텔급 숙소가 여럿 있다. 신불산온천(055-262-8300), 언양온천(264-8822). 내원사 입구인 용연리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2km쯤 떨어져 있는 반회 마을의 농민후계자식육식당은 질 좋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취급하기로 이름나 있다(전화 055-374-1288, 019-583-6368).
참고: 월간<산> 200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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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말로 멋지게 꼼꼼이 쓰부렸네요.가슴이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