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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에서의 둘째 날....
얼핏 빗소리에 잠이 깻는데 이른 새벽에 소낙비가 내리고 있었다.
평소 미친늠처럼 비내림을 좋아하는 묘지....
도저히 그냥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애쇗히들 재우고 혼자 이른 새벽의 밤거리를 걷는다.
겁도 없이..... . =_=
< 질질~ 비를 맞고 계시던 코시모 1세의 기마상.. 드럽게 처량해 보이더라. -_-;; >
그날그날의 일을 간단히 적어두는 일기 쓰기와 함께
제법 오랜 습관인 산책.....
아침이든 저녁이든 그저 짬이 생기면 주변을 서성이곤 하는데
이역만리에서도 이처럼 아침 산책을 나선다.
습관의 힘이다. -_-
좁은 골목골목을 참 무던히도 걸었다.
낯엔 몰랐던 또 다른 사람 사는 냄새들이 흘러든다.
현대 문명의 소음도 웅성거리는 인파의 물결도 조용히 사라진 도시의 골목.... .
스산하고 한적하다.
가는 비 내리던 길....
축축히 젖은 거리를 보며 내친김에 좀 더 걷기로 한다.
골목골목 구석구석.. 오랜 도시답게 길은 좁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어디로든 연결되어 있다.
광각렌즈를 통해 바라 본 피렌체의 골목길은
이처럼 따스해 보인다. ^^
며칠 머물며 이 밤거리를 자전거로 달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언젠가 좀 더 나이를 먹고 누군가와 다시 이 거리를 찾는다면
꼭 함께 자전거를 타보고 싶다.
근데.. 자전거를 탈 줄 모르면 어쩌지?
뒤에 달고 다녀야 하나?
힘.. 들.. 텐.. 데. =_=
그땐.. 늙은이자나.. 완벽한 독거노인.... . -_-;;
설레임은 익숙한 것들도 낯설게 만든다.
특히 단순하고 오래된 것들이 그러하다.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낡은 초인종들....
가만히 누르면 때르릉~때르릉~ 둔탁한 벨소리와 함께
넉넉한 인상의 할머니 한분이 마중나와 주실 것만 같다.
물론.. 실제로 눌렀다간
이 새벽에 큰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겠지. =_=
걷다 우연히 마주친 Tim사.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통신사 중 하나다.
만약.. 이탈리아에 아주 오래 머물거라면
여기서 유심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겠다. ^^;;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을 연 토스카나 지방의 가장 번화한 주도이자
꽃의 도시 '플로렌스'로 불렸던 피렌체..... .
그래서일까?
심심한 풀 한포기 꽃 한송이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만 같다.
이처럼.. 전혀 다른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삶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또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어쩌면 삶이 주는 축복이 분명하다.
가까운 곳에 나즈막한 작은 공원이 있고
첫사랑을 마주하는듯 싶은 밤하늘이 있고
두런두런 소리 낯춰 들려오는 별들의 속삭임들이 있다면
반복되는 끔찍한 일상마져 지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슥슥~ 문질러 닦지 않아도 맑고 깨끗한 새벽 공기
그 뽀얀 풍경들을 보면 자잘한 욕심마저 아낌없이 버리게 된다.
눈이 부시지만 화려하지는 않은 별빛
언제나 소리 없이 환하게 웃어주는 달빛
그리고 까막까막 흔들리는 좁은 골목길의 가로등....
이렇게 함부러 저항할 수 없는 것들이란 그림자 없이도 기꺼이 다가온다.
이 정겨운 풍경들을 마주하며 내가 뒤로 숨지 않는 이유란
바로 거기에 있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바래면 전설이 되기 때문이다.
몹시 외로운 날에는 온 몸의 뼈마디가 모두 물렁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 그렇다.
그렇게 나는 흔들리고 출렁이며 어디론가 비어 나가는 것이다.
가장 완벽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이라고 말한 게
'아이미'였던가?
그래서 우린 늘 목말라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 가장 완벽했던 그 사랑에...... .
둔탁해진 빗줄기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었다.
마음에 갈림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나오는 그 길처럼
우리의 모든 바램도 결국엔 늘 갈림길 위에 선다.
어떤 형태로든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 머뭇거렸던 순간이 내게도 제법 있었다.
그렇게 그 사람을 바래다주고 어찌 되었는지는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
때론 낡은 여관에서 혼자 잠들기도 했었고
아무 술집에나 들어가 날이 새도록 혼자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 기억속의 그 그림들은 매번 대상이 달랐다.
10대 부터 40대 까지 주욱~~
그러고 보면.. 난.. 바람돌이였나? -_-;;
새벽에 쏘다니면 발견한 고성 외벽에 붙어 있던 낯선 고리들..... .
응? 머지? -_-a ..라는 의문이 들어
일단 사진부터 찍고 나중에 고민속학관련 싸이트에 접속해 검색해 보니
과거 말들을 묶어두던 말고리였다.
양갈래로 사용할 수 있는 요런 모양도 있었고
찾지는 못했지만 바로 위에 횃불을 걸어두는 고리도 있었단다.
암튼.. 벽에 이런 고리가 몇개나 붙어 있느냐에 따라
당시 부의 상징을 나타냈다고..... .
요즘으로 따지자면 집에 붙은 차고 크기가 얼마나 크고
또 차는 몇대고 따위의 척도였던듯..... . -_-
홀린듯 거리의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이곳이다.
역시 머니머니 해도 우리에겐 두오모다. -_-;;
두오모와 지오토의 종탑....
그 앞에 서면 이처럼 웅장함과 웅대함을 함께 느낀다.
규모도 규모지만 실제로 보면 각벽면의 장식들이
대단히 정교하고 세밀하며 계획적이고 또 치밀하다.
대체 얼마만큼의 공력이 들어갔는지 가히 짐작이 가질 않는다.
흔히 인류에게 암흑의 시대로 분류되는 중세....
저런 대역사를 이루어내기 위한 하층민들의 피와 눈물이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눈물의 인간사와 상관없이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다. -_-
역시.. 낯과 밤이 현저히 다른 두오모다.
그러나 우리에겐 시종일관 저렇듯 고압적이고 무서운 표정이 아닌
마치 현세에 살아있는듯 서방정토와 극락의 미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마애삼존불과
장대한 태백산을 한낯 정원으로 품어버린 부석사와 같은 위대한 유산이 있다.
당근.. 쫄 필요 없다. ^^
두어 시간쯤 쏘다녔나?
암튼..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소나기라기엔 제법 지리했던 비도 가늘어졌고
다행히 먼하늘은 맑아 보인다.
근데.. 오랜 지병인 편두통도 약간 있고 게다가 의실의실 춥다.
하긴.. 반팔T 하나만 떨렁 입고 나왔으니 춥지..... . -_-;;
호텔로 돌아가는 길.....
베키오 다리 난간에는 여전히 연인들의 약속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견고해 보이는 저 자물쇠들.....
그러나 분명 틈이 있을 것이다.
원래 틈은 처음엔 없는 공간이었다.
다만 허술한 것에 기생할 뿐이다.
그러나 아이러닉하게도 틈은 본래 튼튼한 것 속에서 태어난다.
세상 그 어떤 철벽이라도 반드시 비집고 들어가 사는 이 틈의 정체는
사실.. 가냘픈 한 줄기 허공일 따름이다.
그저 구름이나 풀잎의 등을 밀어주던 부드럽고 나약한 힘..... .
그런데 이 힘이 어디에든 스미듯 들어간다.
스미지 않을듯 스며들고 젖지 않을듯 젖어간다.
그렇게 튼튼한 것들은 모두 금이가고 갈라지고 무너진다.
튼튼한 것들은 결국 모두 없어지고
가냘프고 나약한 허공만 끝끝내 남는 것이다.
만약.. 지금 당신이 사랑을 잃었다면
당신 곁엔 틈만 남은 것이다.
허공만 남은 것이다.
이제 고독과 직면하자.
거대한 고독과 마주치면 우리의 삶이.. 인생이.. 얼마나 허술했던가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다.
평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저렇게 틈을 만들며 젖어간다.
자전거의 컬러와 묘한 일치를 보여주는 어닝 천막.... .
돌아보니 자전거에 얽힌 특별한 사연이 내 삶에는 없는 것 같다.
자탄풍 따위의 낭만은 없는 거다. -_-
그러나 저 어닝 천막은 다르다.
내 인생에 처음 그림과 대화를 시도해 본 것이 바로 저런 어닝 천막 아래에서였다.
대딩 어느 봄날.....
아직 이른 봄에 갑자기 내린 찬비를 맞았고
그렇게 몸을 숨긴 곳이 저런 어닝 천막 아래였다.
그리고 그 가게는 낡고 오랜 작은 표구점..... .
문득 돌아본 그 가게 안에는 커다란 수묵화 한점이 걸려 있었다.
넓다한 화폭 가득 연초록 보리밭이 그려진 후련한 그림.....
저 멀리 배경에는 아슴한 작은 마을이 보일듯 말듯 했고
그림 중앙에 삐죽히 키 큰 보리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어째서였을까?
키 큰 그 보리를 한참이나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생에 커다란 비밀 하나쯤은 알려 줄 것 같은 그 보리를 말이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 처음 그림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은 한동안 내 친구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도.. 그림도.. 너무나 외로웠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
잠시 우울에 빠졌던 나를 드럽게 웃도록 만들어 준 낙서다.
누군지 참 ㅋㅋㅋㅋ ^^;;
그리고 이 소란(?)스런 택시는 도저히 못 탈 것 같다. ^^;;
이제 돌아가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새로운 하루의 일정을 준비해 본다.
난.. 우울해질 필요가 없다.
행복한 여행 중이니까. ^^
< 오늘은 어제보다 괜찮았지? - 이석훈(영화 '마이 라띠마' OST중) >
- 어김없이 PS ^^;;
이곳 피렌체에는 평소 흠-_-;모하는 비알레띠 매장이 있다.
워낙 도시 자체가 크지 않고 아기자기하기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눈여겨 봐두었고 짬날 때 습격해 버렸다. ㅋㅋ
비알레띠의 간판과 로고다.
이태리스러운 큐티함이랄까? ㅎㅎ
오~~ 브라카 셋트를 세일하고 있었다. -0-
가격도 착하다.
냉큼 1인용 하나 구매. ^^
대충 둘러보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비알레띠의 상품들이 많다.
으흐흐~~ 뭉탱이 돈 들이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이런 거
나름 갠찮지 않수? ^^;;
때깔 좋은 에스프레소 잔 셋트....
그러나 6개가 한 셋트라는 함정.....
월요수목금토 매일 다른 잔에 마셔야 한다는 편집증 환자가 아니라면야
필요 이상의 지출은 분명 낭비다.
안타깝지만 패쓰. ㅠ_ㅠ
알록달록 간지나는 커피포트.... .
꽤나 사고 싶었다.
자나~ 자나~ 이쁘잖아..... . =_=
근데.. 이놈들은 세일도 안하고
또 성능 및 내구성 대비 비싼편이다.
역시.. 기브 업. ㅠ_ㅠ
다양한 디자인의 커피머신들 참 많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문제는 캡슐과 패드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것.
또 안타깝지만 패쓰.
크ㅠ_ㅠ흡.. 맨위의 저 뻘건 녀석.. 정말 들고가고 싶었다.
이 귀여운 머신이 20만원 정도....
에스프레소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저녀석이 짜주는 거라면 욜 맛날듯..... . ㅠ_ㅠ
결국.. 평범한(?) 에스프레소 잔 2개랑 스틱
그리고 커피&슈가 보관함이 들어 있는 저렴한 셋트 하나 추가 구입.
만약.. 당신이 커피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비알레띠를 알고 있다면
게다가 피렌체에 머물고 있다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는 매장 아니 그냥 지나치기 힘든 매장....
꼭 한 번 들려보시길. ^^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에스프레소 잔은 역시 '일리'가 진리다.
그에 비한다면 비알레띠는 좀 더 노력해야 할듯.....
일리 커피가 유명해진 게 사실 커피맛보다는 그 독특한 에스프레소 잔 때문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
↑요런 생각이 스치고 나자....
왠지 김이 빠졌다. =_=
끝인 줄 알았지? -_-
PS 2..... -_-;;
피렌체에는 이탈리아답게 대단히 유명한 아울렛 3개가 있다.
프라다 스페이스.. 더 몰.. 그리고 돌체&가바나.... .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인데 자세히 보면
지름신에 빙의된 여친과 이를 퇴마하려는 남친간의 피말리는 배틀을
실시간으로 생생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_-;;
암튼.. 애쇗히들이 하도 가자고 졸라서
월욜 마지막 일정인 우피치를 보고 후딱 다녀왔다.
물론.. 묘지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당근.. 나도 명품이 좋고 명품쓰면 폼도 난다는 것 안다.
그러나 그래바야 그냥 폼일 뿐이다.
어차피 그 사람의 진면목이야 말 몇마디 나누어 보면
금방 뽀록나는 거고 말이다.
암튼..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_=
그닥 관심없는 곳이라 대충 지나치겠다.
그냥 피렌체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근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 거의 80% 이상이 동양인들이다.
그중 60~70%는 일본인 나머지는 한국인과 중국인들이다.
머랄까?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왜 기분이 씁쓸하지?
일단.. 세 곳 중 '더 몰'을 가기로 한다.
찾아가는 길은 쉽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역 앞에 SITA라고 대문짝만하게 씌인 곳에서
셔틀 버스를 타면 된다.
요금은 왕복 10유로..... .
타는 게이트도 찾기 쉬울 거다.
이미 수 많은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들이 줄을 서 있을 테니까. =_=
라지가 130유로 주고 산 프라다 잡-_-신발.
이런 그지같은 패션을.... -_-+
스몰이가 90유로 주고 산 사피아노 벨트.
너무 평범하다.
편의점에서 1만원이면 되겠구만.... . -_-+
묘지가 60유로 주고 산 카드지갑.
간지나지 않쑤? -_-;;
그런데 말야.
난 누가 무슨 색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블루'요.. 이렇게 대답하거든.
근데 왜 물건은 뻘건색을 살까? -_-a
암튼.. 이상.. 명품 쇼핑은 디 엔드
담에 바엽!! -0-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난.. 변덕쟁이야. -0-
곧 퇴근.. 룰루~~!! ^0^/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닥-_-쳐!!
묘지님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참 멋지다란...
하긴 비싼 장비와 디지게 좋은 카메라다 보니..
글컷지만요... ㅎㅎ
아니지 이케 하면 섭허달까 하니
실력도 월등하다 보니..
윗건 그냥 하는 말이구요...
정말로 진짜로 멋있어요... 글 하나하나
사진 한장한장에 스면든 정성과
애착이...
글고 자전거 타는 여자 구하시거든
연락주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카메라.. 욜 비싸긴 한데 어차피 빌려간 걸요 멀 ㅎㅎ
위에 모.글님 글 열띰히 읽고 왔습니다.
생생했어요. ^^
자.탄.녀 나중에 조용히 물어볼게요. ^^
존밤욥 모.글님. ^0^/
어~~ 난 그래.. 그렇게 살아온 놈이야. ^^/
피렌체~!!!
너의 밤은 나의 낮보다 훌륭하다~!!!!
그렇죠.. 시차가 있으니 ㅎㅎ ^^;;
헨리 다거 간만에 즐감했어요. ^^ (__*)
씨저님의 낮이 더 훌륭한 거 아닌감유?? ㅎㅎ
오랫만에 노래를 제대로 들어봅니다^^
그 사람 진면목이야...
그 말이 와닿습니다^^
하이요 잭님. ^^
이른 아침 오셔꾼요.
날이 참 좋습니다. 정말 멋진 가을날인듯....
항상 건강하시구요. 또 행복하시구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