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정 청소년교육 프로그램
서울시한부모가정지원센터장 황은실

1월 5일, 몇 십년만의 최대의 폭설로 기록된 그날은 엄청난 한파와 폭설로 인해 운전은 물론 꼼짝하기조차 어려운 험한 날이었다. 이날은 청소년 집단상담이 있는 날이다.
거리는 온통 새하얀 얼음나라로 변해있었고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몹시 춥고도 험한 날씨였다. 다행히 나는 일찌감치 서둘러온 집을 나온 터라 시작시간보다 30분 빠르게 교육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육장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아이들 셋이 일찌감치 와 자리하고 있었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낮익은 목소리였다. 작년 여름방학 청소년 집단상담에 참여한 남학생 셋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주고 있었다.
"오. 그래 그동안 잘지냈니? 날씨도 추운데 빨리 왔구나! 오는데, 많이 춥고 힘들었지?"
머쓱하게 웃는 본조비와 민용이 그리고 인용이의 형 민석이는 기대감에 차있는 표정으로 빙긋이 웃고 있었다. 이어서 주미와 미현이가 차례로 들어와다. 주미는 집단상담이 처음이라고 했다. 조금은 어색한 듯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한부모가정 청소년 현실적응 교육프로그램"
"겨울방학 한부모가정 청소년 현실적응 교육프로그램" 첫회기가 시작되었다. 추운날씨 이약를 가지고 인사를 시작하자 본 조비는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아 혼났어요. 그리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눈을 밟고 오느라 좀 힘들어써요"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렇다. 이렇게 험하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찾아 온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고 감사했다. 시작부터 감동적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자기소개를 하는 순서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전개되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몇몇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오픈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자신을 오픈하기를 꺼리는 아이들도 점차 조금씩 자신을 표출하며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삐그덕" 조심스레 문 여느 소리와 함께 지각생인 샛별이가 들어왔다. 샛별이는 낫선 아이들이 자리하고 있는 장면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런운 듯, 시선을 한군데에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기며 안절부절하였다.

"샛별이구나. 오는데 많이 힘들었지? 어서 이리와 앉으세요"라는 말에 샛별이는 부끄러운 듯 말없ㅇ 고개를 숙이며 앉았다. 유난히 어려보이는 샛별이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다. 말이없고 몹시 수즙음을 타는 학생으로 위축적인 행동을 보이는 샛별이는 1회기 내내 고개를 숙이고 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때, 난 문득 가피의 얼굴이 떠올랐다. 단발머리에 예쁜 꽃핀을 꼽고 빙그래 웃으며 상담실로 들어오던 가피의 모습이 순간 오버랩되고 있었다.
가피의 편지
작년 초여름. 나는 가피를 처음 만났다. 가피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 그 또래 아이들처럼 예쁘고 착하게만 보여던 그런 아이엿다. 그런 가피이문제는 등교거부였다. 또한 가피는 어린나이에 견디기 힘든 정도의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가피에게는 미술치료와 심리치료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가피가 어느정도 심신의 안정을 찾아갔다. 그 무렵에 여름방학 청소년 집단상담이 시작되었고 가피도 청소년 집단상담에 합류하게 되었다. 상담에는 가피 또래의 여ㅏㄱ생 3명과 남학생 3명 등 총 6명이 참여했으며, 가피는 5회기 동안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이후에는 친구도 생겨 전화 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겨울방학 청소년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며칠 전이었다. "서울시 한부모가정지원센터" 카페에 한통의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 처음엔 "누가 이런 글을 올렸을까?" 했으나 난 이내 가피의 편지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반신반의한 마으으로 가피의 편지를 단숨에 읽어 내렸다.
센터장님! ㅎㅎ 오랜만이에요 ㅎ 저가희에요
안본지 오래되서 센터장님두 보고싶궁
상담도 하궁 같이 이야기도 나구 싶어요 ㅎ
요즘은 아픈건 많이 괜찮아 지구 잇어여 ㅎ
그런데 한번씩 아픈것 보단 떠올라서,
힘들어요 ㅎ 하지만 이젠 조금씩
조금씩 참을수 잇다는 점이잇어서
기뻐요 ㅎ
저는 비롯 사랑하는 센터장님 에게 해준것두없고,
항상 아프고 나쁜모습만 보여드렸는데.
그 나쁜모습에 센터장님은 마음이 아프시고,
서운 하셧을거라고 알고 잇어요..
항상 엄마말도안듣고 말성부리고 그런제가.
요즘은 점차점차 낫고 성장하고 잇어요.ㅎ
그리공 학교도 열심히 나가고 잇어요!! ㅎㅎㅎ
다 센터장님 덕이에요!! ㅎㅎ
저에게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시고 나의 고통을
치료해주시고 아팟던 그못습잊고 웃음을 주신거
정말 고맙고 고맙습니다.
항상 부정적인맘을 잊으시라는 뜻을 가진 말을 해주셧는데
저의 친구들이 부정적인생각하면 안조으니깐
긍정적으로 생각해!! ㅎ 이렇게 해주니깐 정말 고마웟어요 ㅎ
이번 2010년 도에는 센터장님 꼭 뵙구 싶어요!!!
제가 편지를 잘못써서 좀 내용이 이상할수도잇어요 ㅎ
하지만 읽어주시고 웃어주실거라는거 믿어요!! ㅎㅎ
센터장님!~!ㅋㅎㅎㅎ 2010년도에 항상
웃으시고 우리에게 도와주는 그모습을 기억하고
많이 기도 해드릴게요!!!!!!
사랑해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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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 가피가 학교생활을 잘 해내고 있구나!"
"아. 그렇게도 학교에 다니고 싶어 했었는데!"
"더구나, 점차 나아지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니!!!"
가피는 또래친구들의 "집단따돌림"으로 인해 많이 아파했다. 그로인해 세상의 모든 것을 불신했고, 급기야 등교거부를 하게까지 되었다. 그런 가피가 상담종결 시점에서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파란 가능성"(possibility)
샛별이는 집단상담 내내 소극적이고 위축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나는 샛별이의 풀죽은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샛별이는 그런 나이 행동을 수용하는 듯, 작은 몸짖으로 받아주었다. 순간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한부모가정 청소년 현실적응 교육프로그램이 첫회기를 시작했다.
각 회기마다 한부모가정 자녀로 겪을 어려움들을 다루고 현실적응에 성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이다. 길지 않은 5회기의 집단상담으로 이 아이들이 얼마나 현실적응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생각되지만 나는 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기로 했다.
그렇다! 이 아이들이 직면한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할지라도, 분명 이들에게는 그것들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전환점(turning point)"을 만들어 내는 "파란 가능성(possibility)"이 있다고 말이다!
"한부모가정 파이팅!"을 외쳐본다.
2010년, 청소년집단상담 1회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