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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클루 게임을 만드느라 새벽 늦게 잔 지난 밤....
간신히 잠들고 일어나 보니 벌써 아침 9시이다.
대충대충 씻고 버스정류장으로 나와서 한컷.
보통 버스정류장에선 음악을 듣거나 오늘 뭘 가르칠지 곰곰히 생각하곤 하는 편이다.
뭐.. 안 올려도 상관 없지만.. 일단 내 뒷머리.
지난 편을 보면 알겠지만(게다가 오늘 이야기의 마지막쯤에도 사진으로 나오지만)
가끔씩 아이들이 머리끈을 다시 매어주기도 한다. 긴 머리카락이 이런데서 친근감을
쌓는데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_-;;
추리 시트지 이다. 기본적으로 Murderer/Weapon/Location 에서 정답카드 하나씩을 빼서
그것을 아이들이 맞추게 하는게 목표. 6학년 학생들이 있으니, 고학년 & 저학년 팀으로
게임을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깔끔한 느낌의 카드들.
근데 뒤집어보면....
미안해 유희왕.
어쨌든 별 무리없이 도착한 아동센터.
20분 정도 쉬며 카드에 단어를 적어둔 뒤,
색칠공부방(?)으로 가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까칠녀 미옥이도 있고~
까불이 우석이도~
은근 요조숙녀 주연이도 있고~
집중부족 & 투덜이 서정이도 있다.
아~ 꼬마아가씨 솔이도 있구만!
그런데 몇몇 고학년 애들이 안보인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이 말하길...
규희, 채연이는 시골 할머니네 놀러갔고...
규빈이도 뭔가 이유가 있어 오지 않았댄다...
그러니까... 결론은
저학년 4명 + 고학년 1명으로 팀이 구성 된다는 이야기... OTL
내 클루 계획이 모조리 박살 & 갈기갈기 찢어지다니... ㅠ_ㅠ
오케이, 이건 좋지 않다.
좋지 않아.
전략 급수정...ㅠ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선 알아들 수 있는 녀석이 우석이 뿐이다.
게다가 고학년 & 저학년의 태그팀으로 서로를 돕게 하려 그랬는데..
이래선 개인전만 할 수 있잖아...
그렇다면 전체적인 수업은 한국말로 하되,
게임의 핵심은 "질문"은 영어로만 하자.
그렇게 결정하고 아이들에게 빈 카드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단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했다.
아.. 물론 내가 사진을 일일히 다 붙일 수 있었지만
그건 시간낭비이기도 하고....
역시 그래선 애들의 흥미를 끌기 힘들겠지?
게다가 총기류의 사진을 이용할 수도 없잖은가 -_-;
어쨌든 흥미 끌기 대 성공.
아이들의 그림이다.
일단 교실로 아이들을 데려가 오늘의 수업 내용을 가볍게 알려주었다.
Do you have a.... ? 라는 표현을 이용하여
얘들아, 날 죽인 범인을 찾아줘!!!!
Do you have...?
이 표현은 굉장히 자주 쓰이는 편이고- 기억하기도 쉽기 때문에
"I think OOOO killed Sangmin with a OOOO at OOOOO"
같은 고학년용 문장보다 훨씬 써먹을데가 많다.
게다가
Do you have a OOO?
Do you have a XXX?
Do you have a YYY?
식으로 짧게 여러번 말할 수 있어 피곤하지도 않고.
Do you have a school? 따위의 말도 안되는 문장이 있는건 알고 있다.
허나, 아이들은 그게 "학교 카드 있니?"라는 의미라는걸 알고 있고.
단어의 의미를 까먹을때마다 "School 이 뭐예요?, Doctor 은요?" 하고 물어보며
끙끙 외우려고 노력했으니, 그 정도는 단점은 가볍게 넘어가자.
게임 시작 전, 흥미 유발을 위해
"실제로 탐정은 있을까?"
"코난처럼 경찰과 범인을 잡을까?"
"한국엔 탐정이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설명해주었다.
효과는 100%.
게임룰을 설명하는데 약 20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서정이는 게임이 조금 어려운지 딴짓하며 입을 삐죽 ㅡ3- 거리고 있더군.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차근차근 "선생님이 말하는거 따라해봐~"
하고 게임 요령을 알려주자 곧 이해하고 잘 따라하더라.
채림이도 처음엔 "????" 하더니 두번째 차례가 되자 "!!!!" 하고 몰입시작.
요조숙녀 주연이는 굉장히 이해력이 좋다.
내 말에 집중을 잘 하고 있는데다 이해가 안되면 바로 물어보기에
아주 편하달까 : ) 모범적인 학생이란 말이지.
역시 우석이가 고학년이라 아이들이 물어보는 질문과 움직이는 정보를 통해
순식간에 답을 추리해낸다. 정답을 알고 있는 우석이 때문에 게임을 바로
끝내버리면 열심히 답을 맞추고 있는 아이들이 의욕을 꺾어버릴까봐
따로 귓속말로 답을 들어본 뒤,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무렵 게임은 끝났고
주연이, 지연이, 채림이 모두 정답을 맞추었다.
"범인 찾았네! 잘했어~" 하고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자
좋다고 헤실헤실 웃는다.
서정이는 안타깝게도 물건과 장소는 맞췄지만 사람은 맞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 그래도 두 개나 맞췄네! 잘했어~!" 하고 슥슥~ 해주자
그닥 섭섭하진 않은지 히~ 웃고 밥먹으러 가더라.
칭찬의 힘이라는거지 ~ㅅ~
Do you have a-
이 발음을 몰라 위에 따로 "두유해브어" 라고 적어놓은게 보이는가? ㅎㅎㅎ
누가 그린거지?
행복한 범죄자(?)의 얼굴이로군.
응. 딱 봐도 집 같다. 잘 그렸군.
답은 Fire Fighter, Heavy Book, School 이었다.
당당하게 적힌 O 를 보라, 다들 맞춘게 보이는가? ^_^
맛있는 점심 후~
공부방에서 전공서적을 읽으며
틈틈히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었다.
어른스러운 솔이(7).
87 - 25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고심하는 솔이.
이윽고 답을 알아낸 듯 끄적끄적 숫자를 쓰는
솔이는 굉장히 귀엽다. 그야말로 귀여운 7살.
그러나 옆에서 떠드는 미옥이를 힐끗 보더니
"귀마개가 필요해..." 라고 중얼거리는 솔이를 보면
'얘 진짜 7살 맞니...-_-;;'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 얜 이름이 뭐더라... 용우던가? 잘 기억이;
딱히 설명이 어려운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점대칭을 이해하지 못해 낑낑 거리고 있길래
근처에 있던 아폴로(불량식품) 봉지로 간단한 예를
보여주자 잘 따라하더라. 기본 머리는 있구만!
내가 가르치는 최연소 학생, 채림이(9)
(다른 9살들도 있지만, 체구가 제일 작으니 최연소라고 치자)
홍콩할매가 별명. (가끔은 홍콩퀸이라고도 부르던 듯?)
땅따먹기 할때 작은 발로 콩콩콩 뛰어다니는걸 보면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간식시간에 끄적끄적 그려본 나의 모습.
제법 비슷한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봉사활동 일거리 중 하나.
사실 가르치고 집에 휙~ 가버려도 되지만.. 애들 노는걸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이녀석들도 언젠가 어른이 되겠지.
...... 지금 열심히 놀아라 얘들아!!! ㅠㅠㅠㅠㅠ
왼쪽부터 서정이, 지연이, 에...... 아.... 으... 오른쪽은 이름이 뭐더라... 가물가물해.. OTL
쨌든 셋이 자매랜다(+ 우석. 이렇게 4남매.. 아마 맞을거다. 애들이 워낙 많아서;;)
성을 물어봤을때 이상한 대답이 돌아와 조금 당황했는데.. 흠~ 이 이야기는 그냥 패스~
어쨌든 꺄륵꺄륵 거리고 노는게 즐거워 보인다.
주연이가 열심히 머리를 매주고 있다.
고무줄 두 개를 달라기에 "왜?" 라고 물었더니
그저 히~~~~ 웃더군. -_-
아하... 그런거냐.
"... 주연이 내 머리로 양갈래 머리 하려고 그랬지!"
하니까 "히히히히히~~~" 하고 능청스럽게 웃는다.
이런이런.. ㅡ3- 속이 다 보인단다, 꼬마야!
오른쪽엔 채림이가 내 모자를 쓰고 있다.
언제 가져갔니 -_-
우석이랑 놀아주는 동안 따로 놀고 있는 여자애들.
뭘 하고 있는건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것으로 둘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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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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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국말 + 영어교육이 순수 영어 교육보다 더욱 효율이 좋다는걸 깨달았다.
아이들은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워하지 않았으며, 참여하려는 의지가 더 있었다.
게다가 애초에 목표였던 "Do you have ~ " 라는 표현도 아이들이 잘 기억하고 있으니
1석 2조.
(실제로 수업이 끝나고도 아이들은 Do you have~? 를 입에 달고 다녔다.)
기본기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만을 고집하여 전체적인 수업 효율을 떨어뜨리느니,
전체적인 진행은 한국말로, 다만 핵심 활동에는 영어를 최대한 사용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더욱 좋은 생각같다.
지금 생각하는 한국말과 영어의 비율은 약 7:3.
그렇게 조금씩 한국말의 비율을 줄이도록 수업 스케쥴을 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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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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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다.. 누가 수영장에 가고 누가 수업에 오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인원도 모르겠고, 아이들의 연령대도 모르겠고...
흠... 스피드 퀴즈 같은걸 해볼까?
저학년이 화이트보드에 그림으로 설명하고
고학년이 답을 맞추는 그런 것 말이다.
흐응.. 생각 해봐야겠다....
아.. 수학 선생님에 직접 부탁받은 미옥이의 수학공부도 있구나.
....까칠녀 미옥이는 무서운데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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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애들이 보면서 엄청 재밋어 할듯...
ㅋㅋ 미옥이...ㅋㅋ 넘넘웃긴당~ㅋㅋ
난영어가제일싫어
채연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