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것뿐이던 삶, 있는 것이 생겼다 "공부 재미있다"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가장 낮은 곳에서 늦은 배움 시작한 이들
권오성씨(56)는 학교에 다닌다. 학교에서 그를 부르는 이름은 '한음'이다.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에선 본명 대신 별명을 사용한다. 첫 수업은 오후 4시
30분 시작되지만, 오전 10시쯤 그는 학교에 왔다. 그가 어제 잠을 잔 곳은
서울 광화문 지하도였다. 이불과 침낭이 든 가방을 놓아둘 데가 없어 일단
학교에 두기로 했다. 그는 컴퓨터 활용 교실과 권리 교실을 수강하고 있다.
이번 주가 가을학기 마지막으로 13일에 종강식을 하면 방학이다. 컴퓨터
활용 마지막 수업은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으로 표 만들어 보기다. 예제로
이력서 양식을 만들어 보는데, 쉽지만은 않다.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은 2010년 8월 문을 열었다. 이곳의 학생들은 노숙인,
쪽방이나 고시원에 사는 사람, 시설 거주자 등 주거에서 소외된 홈리스들이다.
아랫 마을 홈리스야학에서는 홈리스들이 교육과 문화에서 소외됐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가을학기에 개설된 과정은 한글교실, 컴퓨터 기초 교실, 컴퓨터 활용 교실,
만들기 교실, 탁구 교실, 스마트폰 촬영교실, 그리고 필수과목인 권리교실 등
총 7개 과목이다.
이 학교에 등록된 학생 수는 39명이며, 중간에 몸이 아파 못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만둔 경우도 있어 수료하는 학생 수는 30명 안쪽이다.
수업 마지막 시간에는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글교실 수강생인 '할아버지'(본명이 아니라 별명이다)는 "수업이
어땠냐"는 질문지에 "공부 재밌다"라고 글을 쓴다. 한글을 아직 잘 쓰지 못하는
'짱개'( 이 역시 본명이 아니라 별명이다)는 대신 써 달라며 "하늘 더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