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몸살을 심하게 치룬 아이의 눈이 쾡해서 애처롭다
입맛이 없어져 아무것도 안 먹겠다던 아이가 갑자기 갈비타령을 하는데
아직 소화기가 여물지 않아서 안된다고 했다가
그래도 먹고 싶은게 생겼다는 반가움에 아이를 일으켜 식당으로 데려갔다
달달한 갈비맛에 입맛이 동했는지 오물오물 잘도 먹는데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
외식하고나면 늘 동백섬을 산책하던 버릇 때문인가 다 먹고난 아이가 동백섬을 가자는데 걷기에는 아직 무리인거 같아
차를 타고 벛꽃 구경을 하자고 말했다
집에서 바라본 달맞이언덕의 벚꽃이 너무 이뻐 보여 아이를 태우고 달맞이 언덕을 오르는데
산들산들 봄바람에 날리는 꽃이 함박눈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국 곳곳에 가로수로 벚꽃을 많이 심은 관계로 요즘은 어딜가나 벚꽃의 절정을 맛 볼수있다
부산은 특이한 지형 때문인지 산 벚꽃을 유난히 많이 볼수 있는데
산 자락에 군락을 지어 피어난 꽃을 보노라면 설산을 연상게한다
수킬로미터의 벚꽃터널을 빠져 나오니 오른쪽으로 송정해수욕장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젊은이들의 요트 행열이 더 없이 한가로워 보여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송정을 끼고 기장 방면으로 핸들을 돌리니 곳곳에 눈에띄는 간판들
방송에서나 보던 그 유명한 기장 짚불장어구이
식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이건만 회가 동한다
평일이라 차량이 많지않아 아주 느린 속도로 좌우로 먼산까지 구경해가며 아이와의 오붓한 시간에 빠져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맛에 다니나보다
새삼 그사람들의 여유가 부러워진다
봄이면
봄소식이 맨먼저 찾아오는 남도 끝자락에서
아물아물 잊혀져간 첫사랑을 기억하며 봄꽃 향기에 젖어보고싶고
여름이면
이글거리는 태양빛을 피해 계곡 물에 발담그고 한껏 게으름도 부려보고싶고
가을이면
형형색색 물들인 산야를 돌아보며
떠나간 옛사랑의 그리움에 빠져보고도싶고
겨울이면
굳이
설산이 아니라도 겨울 산행의 묘미를 느끼며 내가 살아가는 고마움을 한껏 누리고 싶다
출처: 서경초등학교 24회 원문보기 글쓴이: 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