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새롬
모바일 동영상의 시대가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로 발생하는 트래픽 가운데, 동영상 재생이
45.1%로 게임, 음악 등의 타 컨텐츠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페이스북코리아의 손현호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담당 이사는 “우리나라 동영상 소비의 90%가 모바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난 3일 제일기획과 구글캠퍼스가 손을 잡고 ‘모바일 컨텐츠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모바일 컨텐츠를
다루는 기업은 무엇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까? 제일기획의 이나리 상무, 네오터치 김경달 대표, 72초TV 성지환 대표, SM
엔터테인먼트 이예지 PD, 유튜브 파트너십 이현진 수석부장 등 분야 전문가가 모여 <모바일 비디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정리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디어 세상이 열렸다. 이 업계에 뛰어들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진 부분이 있다면.
네오터치 김경달 대표(이하 네오터치) : 말씀하신 것처럼 미디어 역사의 지형이 바뀌는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문화 지체 현상이 있다고 느낀다. 특히 대기업 브랜드 측과 미팅을 할 때 시차를 느낀다. 그들도 이
모바일 동영상,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고 이것을 활용해서 무언갈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하지만 선뜻 사업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워한다. 검증된 레퍼런스가 있어야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제일기획과 같은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빅 클라이언트들은 ‘이게 요즘 유행하는 건 알겠는데 내가 돈을 써야 할지는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생태계로 가는 길이 아직 멀고 험하다는 생각은 든다.
SM 이예나 pd(이하 SM) : 기존 방송 업계에 있을 때는 세 가지를 고민했다. 시청률,
댓글, 제작비다. 반면 웹과 모바일 기반의 컨텐츠를 기획할 때에는 시청률의 압박으로부터 좀 자유로울 수가 있다. 또 웹, 모바일
컨텐츠가 기본적으로 스타의 팬들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컨텐츠이기 때문에 시청자 반응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반면 제작비는 항상
고민이 된다. 방송국 시스템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배당받는 제작비가 있고, 거기에 PPL과 같은 부가 수익들로 예산 규모를
키워간다. 하지만 웹, 모바일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제작비를 스스로 구해야 한다. 광고, 프로모션 기업 섭외부터
투자처까지 직접 구해야 한다. 수익 구조도 아직은 좋지 않은 편이다.
MCN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고 싶다. 지금까지의 방송 시스템상에서는 도제식으로 훈련된 연예인과 함께 방송했다.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라는 전혀 훈련되지도 않고 성격도 다른 집단이 등장했다. 1인 크리에이터와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유튜브 : 사실 유튜브가 직접 크리에이터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경험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끔
미팅을 할 때마다 이분들의 열정에 영감을 받는다. 얼마 전에는 키즈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한 초등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자부심이 보통이 아니다. ’12년의 인생을 모두 걸어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 어떤 장르에 있건 마찬가지다. 그런
열정에서 창조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SM : SM은 아직 1인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경험이 없다. 다만 올 1월에 NCT 신사업 프로젝트 때 발표했던 내용 중에
MCN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내부적으로도 MCN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일반적인 MCN 사업과
우리가 해나가려는 것은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할만한 용어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셀럽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해나가려고 한다. 1인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셀럽
집단을 SM 아티스트로 포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다.
기존 연예인들이 웹드라마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하기도 한다. TV 방송하는 것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말하던가.
SM : 아무래도 피드백이 바로 오는 부분을 재밌어한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모바일 기반의 짧고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컨텐츠를 선호하는 셀럽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기존 연예인보다는 오히려 방송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느낀다. 지금까지는 방송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방송사 공채를 보는 등 정형화된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1인
크리에이터라는 전혀 다른 경쟁자가 나타난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방송사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유투버가
되어야 하는건지 고민하고 있다. 이들을 교육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느낀다.
네오터치: 올해부터 우리도 크리에이터와 협업할 예정이다. 시장 전환 관점에서 기존의 방송
시스템은 여전히 TV 중심으로 고도화되어 있다. 그렇게 때문에 모바일 영역에서도 ‘우리도 미디어 역할을 해낼 만한 시장성과
시청자를 갖고 있다’고 증명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실질적인 시장 전환을 끌어내기에는 아직 1인 크리에이터라는 집단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의 마중물,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이들이 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후에 모바일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나면, 오히려 이것을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모바일 비디오 생태계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핵심 역량은 뭐라고 보고 있나. 제작 역량, 포맷, 스타를 만드는 시스템 등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가 있나.
72초TV : 생존전략을 논하기에는 아직 자격이 안 되는 것 같다. 너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목표로
달려나가고 있다. 72초TV의 생존전략을 말하겠다. 우리는 결국 컨텐츠 회사이니까 컨텐츠를 승부를 봐야 한다. IP 비즈니스 쪽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처럼 짧은 시즌별 컨텐츠를 만드는 기업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컨텐츠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두번째로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의 인지도를 높여줘야 한다. 그래서 이 두 방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기존 대형
브랜드와의 협업이 핵심 수익원이었다. 앞으로 수익원을 다방면으로 만들 예정이다. 목표는 한 편당 TV CF만큼의 제작비를
받아내는 것이다. 내년에는 광고 수익의 비중을 30% 미만으로 내리고, 자체 IP를 기반으로 한 파생 컨텐츠 수익 비율을 늘려가고
싶다.
SM: SM 에게도 영상 컨텐츠 진출은 하나의 생존 전략이 맞다. 기본적으로 SM 내에서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문화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 문화 기술은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매니지먼트의 네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이 네 가지 분야가
기존에는 독립적으로 존재했는데, 이제는 융복합되고 있다. 예전에는 비공식으로 연습생을 캐스팅했던 절차를 이제는 TV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제작을 한다. 음원도 뮤직비디오나 티저 영상이 없으면 팔리지가 않는다. 결국 음악을 하는 회사이지만 융합 컨텐츠를
제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는 음악과 아티스트를 생산해내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 둘의 프로모션에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근본 목적이다.
유튜브 : 유튜브도 고민이 많다. 우리는 ‘누구든지 영상을 만들어 방송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철학으로 11년을 걸어왔다. 요즘 외부 파트너 담당하는 부서에서 가장 큰 고민은 ‘우리가 컨텐츠 생산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작년부터 훌륭한 크리에이터분들이 우리에게 많은 제안을 해준다. 이런 식의 컨텐츠를 유튜브에서 제작할
예정인데, 유투브는 뭘 제공해줄 수 있냐는 질문이 많다. 유투브는 어디까지나 민주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특정 제작사나
크리에이터에게 투자를 하거나, 홍보 지원을 할 수가 없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영상 서비스 기업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에 매 분마다 400시간, 즉 17일 정도 되는
분량의 비디오가 올라온다. 자기 아이 영상부터, 방송사에서 몇 개월 동안 공들여 만든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만든 창의적인
컨텐츠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 플랫폼이 이 영상들을 모두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내부적인 토론을 하고
있다.
유튜브의 본질은 민주적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플랫폼을 더 플랫폼답게 만들기 위한 기준은 세 가지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광고주다. 크리에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팬을 기반으로, 광고주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숙제이자 목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