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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 집 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만 세며 갑니다....♬
이 노래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주고 음악 선생님은 한 시간 내내
모습을 뵈지 않다가 수업종료음이 울리면 나타나 가볍게 인사를 받고
다시 사라지거나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하셨는데
그렇게 자신의 수업을 날로 드셨던 선생님께서는 지금 안녕하신지..안녕하시겠지...
모두가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인터넷공간에서
젊거나 다소 어린 블로거를 통해 소개되는 맛집들의 공통점을 대충 보자면
일단 소재지가 요즘 방방뜨는 홍대나 삼청동 같은곳들이며..(봉천동이나 독산동 가리봉동같은곳은 대놓고 없다)
파스텔톤의 외관과 사진발 잘 받는 샤방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곳...
극진히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 품목들로 구색되어 스스로 높은 평점을 내리는 곳들이다.

요즘 방송에 나오는 노래가 거의 십대들의 취향에 의해
좋은노래 혹은 짜증 지대로인 노래로 나눠지는 것처럼
인터넷의 유명맛집이나 빵집 또한
젊거나 다소 어린 네티즌에 의해 평가되고 평가받고 결정되어버려지는
결국, 편향적인 현상이 비일비재해져 버렸다.
자칫 제야의 내공가득한 빵집들이
덤테기로 맛없고 분위기 떨어지고 그저그런 허접한 동네빵집으로 취급당할까봐 염려스럽지만
그렇다고 젊거나 다소 어린 블로거들에 대항하기 위해
늙거나 다소 나이 든 블로거들이 나서 달라는 말도 하기 힘들지 않은가.
빵집과 빵맛을 논하는 블로그에서
전형적인 빵집을 만나는 일 조차 드물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진 전형적인 빵집들이 많기에 그럴것이다.
전형적인 빵집이란 개념이 다소 주관적이고 추상적일 수 있겠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예전부터 봐 왔던 동네빵집..그 안에는 앙꼬빵도 있고 찹쌀꽈베기도 있으며
쫀득한 찹쌀모찌와 닭가슴살처럼 찢겨져 나오는 식빵들이 종류별로 자리해 있고
여름에는 직접 쑨 빙수팥으로 팥빙수도 만들고
겨울에는 모락모락 김 오르는 찜케이크를 만들고
고소한 쿠키와 이쁜 케이크가 쇼케이스에 나란히 자리해 있으며
빵 만드는 주방안 라디오 스피커에서 약간은 째진듯한 노래소리가 흘러 나오는 그런 빵집 말이다.
아쉽지만 이제 그런 빵집을 만나는 일이 어려워 졌다.
그러든 즈음에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그집앞]이란 노래말처럼 그리워 발길이 머물지는 않았지만
오가며 보아 온..혹은 갔다가 다시 빽 하는 길에 꼭 한 번 문열고 들어가 봐야지 했던 그 빵집이 눈에 띄었고
벼루던 참에 마침내 그집을 가 보게 되었다.

성수동 뚝섬쇼핑센터 인근의 샹도르과자점...
문을 열자 곧 코끝에 닿는 고소한 튀김내음이 좋았고
푸짐하게 진열되어 있는 큼직한 덩어리빵들을 보며 가슴 뛰었고
아... 이곳이 겉에서 본 것보다 훨씬 생동감이 흐르고 있구나..
사람이든 빵집이든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면 안되거늘
그랬던 나의 부족한 됨됨이를 반성한다..
2개 내지 3개의 빵을 천원에 파는 저가형빵집에서 맡게되는
비릿하고 쩐내 나는 기름냄새와 달리 고소하고 신선함이 느껴지는 향기에서 신뢰를 느끼며
집게와 쟁반을 들어 맛나 보이는 빵들중 몇 종류의 빵과 과자를 담았다.
7천원이 넘는 구매고객에게는 무조건 당첨되는 돌림판 서비스도 있었는데
나보고 돌려 보라시길래 에이 괜찮은데 하면서도 내손은 이미 돌림판을 돌리고 있었다..@@
결국 머핀 하나를 받았고,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이거 내 가게에서도 함 해볼까,,란 생각도 슬쩍 들었다.

오전11시 무렵
이때쯤이면 샤아악 세팅이 끝나 있는 체인빵집들과 달리
직접 반죽하고 굽고 포장하며 고객을 맞는 일반 빵집에서는
이 시간이 하루중에서도 가장 활기차고 분주하고 정신없을때임을 아마추어스럽게 망각하고
난,일하시는 사장님을 불러 냈으니 참...
어쨌든
바쁘신 사장님을 뵙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명호텔에서 제과장을 역임하셨다는,
이미 그 전에 일반 윈도우베이커리에서도 다양한 경력을 쌓으셨다는,
그 이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담백하고도 깔끔한 맛을 표현한다는,
히끗히끗한 머리결 유지하시며 풍부한 연륜이 느껴지는 포스로
여전히 손 끝에 밀가루를 묻히며 당당한 현역으로, 영원한 빠티시에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사장님의 성실함과 근면함을 본의 아니게 확인했다는,
그래서 재빨리 두 손을 앞으로 모으며 경의를 표했다는,,
요즘 싣대들사이에 유행하는 노래와 달리 [그집앞] 같은 노래가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주는 말 못할 찡함이 있듯
오랜세월 한 길을 걸으며 한결같은 정성으로 만든 빵에도
따스한 정감이 깃들어 있고 더불어 느껴지는 훈훈함이 있는법이다.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곳에
고소한 냄새를 풍겨주며 맛나고 소박한 제품으로 자신을 맞아주는 빵집이 있다면 그건 참 큰 기쁨이리.

대기업의 체인빵집들이 전국 구석구석 자리 차지하며
현재도 여전히 점포수를 늘리고
자신도 그런 체인빵집 하나를 하고 싶어 본사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넘치는 지금
무수한 체인빵집들의 주인이 바뀌고 또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주인보다는 알바생들이 자리를 지키니 주인이 바꼈는지 아닌지 모르는 체인빵집들이 많고 많다.
그 주인장들이 돈을 벌고 넘기는지 벌었기에 넘기는지에 상관없이
본사는 가맹점주들이 자주 바뀌면 바뀔수록 얼씨구 지화자 차차차 한다
왜??..그때마다 들어오는 가맹비만도 어찌 적다 할 수 있으리..
이미 장인정신은 오간데없이 빠져나간 빵들을
전국적으로 깔아 놓고 있는 체인빵집이 언감생신 흉내내지 못할
정성과 따스함 그리고 추억까지 맛 본 성수동의 샹도르가
오랜시간 건재하길 바라며...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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