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국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확실하게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인 강팀인데다 월드클래스급의 개인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이 많기에 한국으로서는 버거운 상대임이 분명합니다. 또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역시 그들만의 특유의 축구를 구사한다면 한국 입장으로 조금 힘겨운 경기를 펼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팀들의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16강 가능성은 '어느 정도는 열려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왜 그런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팀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일단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경우, 분위기가 아주 어수선한 것이 눈에 띕니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많은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을 만큼 내부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며, 나이지리아 역시 감독 거취 문제 등 내분으로 역시 어수선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르헨티나는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도 적절한 전술을 사용하지 못해 남미 예선에서 매우 힘겹게 본선 진출을 성공시킨 모습을 보여주며, 자국팬들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축구 영웅'으로 꼽혔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막말 논란으로 2개월 자격 정지를 당하면서 한동안 대표팀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지리아는 막판에 튀니지를 따돌리고 본선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자국 감독인 아모두 감독의 거취 문제가 여전히 안갯속인 것이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내년 1월에 있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앞두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조직력을 갖추는 부분에서 상당한 애로 사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독일월드컵 때, 본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토고가 감독 문제로 내홍을 치렀다가 결국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봤던 전력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나이지리아는 역대 전적에서 앞선다
그나마 전력이나 분위기 면에서 안정화된 면이 있는 그리스라고 하지만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앞서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한국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07년 2월, 영국 런던에서 그리스와 맞붙어 이천수의 프리킥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둔 바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역시 역대 전적에서 2승 1무로 앞서있을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 한 상대로 꼽을 만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2경기를 치러 모두 패한 전력이 있지만 가장 최근인 2003년에 치른 평가전에서는 아깝게 0-1로 패해 본선까지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지대 경기는 단 한 경기! 그것도 아르헨티나다
또 하나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체력 소모가 많은 고지대 경기장 경기가 단 한 차례 밖에 가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 경기는 10개 경기장 가운데 6개 경기장이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치러져 상당한 변수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는데요. 한국은 다행히 조별예선 가운데 2차전인 아르헨티나만 1700m(설악산 대청봉 수준) 높이에 있는 요하네스버그에서 경기를 치를 뿐 1차전은 포트 엘리자베스, 3차전은 더반에서 경기를 치러 2경기를 평지 수준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특히, 고지대에서 경기를 치르는 상대팀이 아르헨티나인 것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으로 고지대 경기에서 약한 면모를 드러냈는데요. 물론 요하네스버그보다 고도가 모두 높은 2000m급에 위치해있는 경기장이기는 했지만 볼리비아에 1-6으로 대패하고, 에콰도르에 0-2로 패하는 등 마라도나 감독 부임 후에도 '고지대 경기장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망신을 당한 바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한 고지대 적응 훈련을 통해 아르헨티나를 적극 밀어붙일 경우,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 2팀을 피했다
이렇게 조편성이 이뤄지면서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유럽 2팀을 드디어 피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유럽 2팀과 상대를 해 왔는데요.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럽 1팀(그리스)만 상대하게 돼 '유럽 공포증'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한국 입장에서는 조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된 만큼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팀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이 생기기는 했습니다.
강팀과의 평가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래도 한가지 여기서 파생돼 생각할 부분은 본선 6개월을 앞두고 한국과의 평가전 상대가 비교적 강팀들과만 짜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부분입니다. 본선을 위한 '예방주사'격인 평가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G조에 속한 북한을 겨냥해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등이 한국과의 평가전을 적극 주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B조의 팀보다 한단계 레벨이 높은 팀과의 평가전을 치르게 돼 상대적으로 헤택을 입게 되는 셈입니다.
또한 일본이 속한 E조의 네덜란드, 카메룬 등도 한국과 평가전 상대로 꼽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자세로 이들과의 매치를 통해 사전 예방주사를 철저하게 맞아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조편성은 가려졌고, 본선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어렵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니기에 남은 기간동안 허정무호는 정말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독일월드컵 때 '무난한 조편성'이라고 했다가 1승 1무 1패로 아깝게 탈락했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세밀한 계획과 상대팀의 철저한 분석, 체력 강화 프로그램, 조직력 배양 훈련 등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잘 이뤄지고, 선수단 모두가 하나된 목표로 본선까지 잘 준비한다면 한국의 원정 첫 월드컵 16강은 분명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