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신라 태사부마도위 창성부원군 묘단비명 병서(역)

始祖新羅太師駙馬都尉昌城府院君墓壇碑銘倂序(譯)시조 신라 태사부마도위 창성부원군 묘단비명 병서(역) 하늘과 사람이 아주 다르건만 왕왕 기화(氣化)하여 태어난 이가 있다. 예컨대 은(殷)나라의 제비[玄鳥]와 주(周)나라의 대인(大人) 발자국[巨跡]에 관한 일은 대아(大雅)와 상송(商頌)에 실려있는 바이니 속일 수 없다. 우리 동방에서는 박씨(朴氏)가 큰 박[大瓢]에서 태어난 일과 김씨(金氏)가 계림(鷄林)에서 태어난 일과 수로왕(首露王)이 금합(金盒)에서 태어난 일과 탐라(耽羅)고(高)․부(夫)․양(梁) 세 성씨가 토혈(土穴)에서 태어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소 자첨(蘇子瞻)이 일찍이 말하기를 "신인(神人)의 출생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라고 한 것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조씨(曺氏)의 시조가 용지(龍池)에서 태어난 것이 그 이치가 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할아버지와 손자로 말하면, 형체는 비록 전수하나 기(氣)는 하나이니, 제사 때에 서로 감응하는 것과 잠자리 꿈속에서 감통(感通)하는 것이 천년 백년을 지나도 어그러지거나 막힘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공이 담운공(澹雲公：휘명교(諱命敎))의 꿈에 나타난 것은 이치 또한 괴이할 것이 없다. 처음에 조씨 시조의 무덤이 세대가 멀어 실전(失傳) 하였다. 그런데, 담운공이 한번은 이러한 꿈을 꾸었다. 한 신묘(神廟)에 들어가니, 마치 어떤 사람이 있어 말하기를, 󰡔어찌 비를 세우지 않느냐?󰡕하는 것 같으므로, 쳐다보니 산 아래에 옛날 무덤이 있는데 위에 무성한 풀이 있고 그 아래의 토색이 모두 붉으며 앞에 돌이 있는데 <조계룡(曺繼龍)> 三자가 큰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그것이 시조의 무덤임을 알고 송구한 마음으로 놀라서 남향하여 두 번 절하였다.깨어보니 곧 꿈이었다. 마음으로 이를 이상하게 여겼는데, 마침 영천(永川)에 사는 종인(宗人) 선적(善迪)이 편지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시조의 무덤이 경주(慶州) 초제리(草堤里)에 있으니 예로부터 ｢조씨 시조의 무덤｣이라 일컬어 지고 있다. 여러 차례의 병화(兵火)를 겪었으나 밭가는 쟁기가 들어가지 않았고, 혹 <무덤 경역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곧 이변이 있었으므로 오늘날까지 경역 안에 남의 무덤이 없었다." 하였고, 그 뒤에 또 화순(和順)에 사는 종인(宗人) 선행(善行)의 구보(舊譜)를 얻었는데, 그 구보에,"시조의 무덤이 경주부의 북쪽 40리 자옥산(紫玉山) 아래 초제리(草堤里) 신좌을향(辛坐乙向)의 언덕에 있다." 하였다. 선적의 편지 내용의 말은 그 지방 사람의 유전(流傳)에서 얻은 것이고, 선행의 보첩(譜牒)은 선세(先世)의 기록에서 나온 것인데, 두 가지가 부합하여 틀림이 없었다. 드디어 영남 종인을 보내어 가서 살펴보게 하였더니, 지형과 토색 그리고 무덤 경내의 좌향과 배경이 일체 꿈에 본 바와 같았다. 이에 봉분(封墳)을 개수(改修)하고 나무 하고 소 먹이는 것을 금하여 전의(傳疑)하였다. 대개, 그 처음 사람을 태어남이 저처럼 신묘하였으니, 정백(精魄)이 반드시 형체와 함께 다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나, 담운공은 문장과 덕행이 세상의 모범이 되고 타고난 자품이 허명(虛明)하고 충담(冲澹：맑고 깨끗하며 욕심이 없음)하여 신명(神明)과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니, 굴자(屈子)가 이른바, 담박하게 허정(虛靜)함으로써 즐겁고 편안하며 태초(太初)와 더불어 이웃한다.는 것이 이에 가깝다. 이러므로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신이 아득하고 깊어 소리와 얼굴을 서로 접하는 것처럼 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상정(常情)으로서 헤아릴 수 있는 바이겠는가. 옛날 유자후(柳子厚)가 양양(襄陽) 조 승(趙丞)의 묘지(墓誌)를 지었는데, 그 묘지에,"그[趙丞] 아이가 들에서 울다가 점을 쳐서 눈이 우묵하고 수염이 난 사람을 만나니, 스스로 성이 조(趙)라 말하고 그의 아버지 무덤을 가르쳐 주었다."하였으니, 성효(誠孝)에 감동한 바가 신을 빌어 고한 것이다. 천년의 위아래의 일이 서로 부합되는 것 같으니 어찌 기이하지 않은가. 당시에 담운공이 늙어서 미처 몸소 성묘(省墓)하지 못하였고, 세상을 떠나 무덤가의 소나무가 또한 아름드리나 될 정도로 세월이 오래 되었다. 지금 그의 손자 회진(晦振)이 조부의 유지(遺志)를 따라 천릿길을 가서 동도(同道)의 여러 후손을 불러 조부의 꿈으로 질정(質正)하고 영남 종인의 편지와 호남 종인의 보첩(譜牒)으로 증명하며 듣고 본 바를 참고해 보니, 모두 증험 되었다. 드디어 무덤에 절하며 소제한 다음 제사를 지내고 국중의 여러 후손과 의논하여 단을 모으고 비석을 세우니 담운공이 여기에서 손자다운 손자가 있다 하겠다. 경주부윤(慶州府尹) 유한모(兪漢謨)는 공의 외손으로 지주(地主 : 경주 부윤을 말함)가 되어 이 일을 능히 도와 주었으니, 또한 외손 노릇을 잘 하였다고 할 만하다. 삼가《조씨세보(曺氏世譜)》를 상고해 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 시조 할머니는 신라 때 한림(翰林) 이 광옥(李光玉)의 따님이다. 태어나면서 배앓이가 있었는데 장성하면서 더욱 고질이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창녕(昌寧) 화왕산(火旺山)에 용지(龍池)가 있는데 영이(靈異)함이 많으니 어찌 가서 기도하지 않으랴.󰡕 하였다. 이에 목욕재계하고 못가에 나아가니,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여 낮이 그믐밤처럼 어둡다가 얼마 뒤에 갰다. 이로부터 병이 낫고 이어서 애기를 가져서 공이 태어났다. 꿈에 한 장부(丈夫)가 와서 고하기를「나는 동해바다 신룡(神龍)의 아들로 이름은 옥결(玉玦)이니 곧 아이의 아비이다. 모름지기 잘 보살피면, 크게는 공후(公侯)가 될 것이고 작아도 경상(卿相)의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며 자손이 만세토록 전할 것이다.」하였다. 이 광옥이 그 일을 왕에게 상주하니 진평왕(眞平王)이 불러서 보았는데, 상모(狀貌)가 특이하고 겨드랑이 밑에 ｢조(曺)｣와 같은 무늬가 있으므로 성과 이름을 하사하였다. 장성하게 되자 공주를 아내로 삼게 하였다. 왜인이 항상 내주(萊州：동래(東萊)의 옛지명)를 침범하므로 왕이 공에게 명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막게 하였다. 이에 단기(單騎)로 진에 나아가서 말고삐를 당기고 서서히 타이르니 왜인들이 옆으로 벌여서 절을 하며 말하기를 ｢공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다.｣ 하고, 곧 군사를 철수하여 돌아갔다." 이 일이 비록 정사(正史)에는 보이지 않으나 전래한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터무니 없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뒤에 크게 창성하여 8평장사(平章事)와 9소감(少監)이 있었으니, 동방에서 조성(曺姓)을 가진 이는 모두 그 후예이다. 담운공의 휘(諱)는 명교(命敎)이고 벼슬은 이조 참판(吏曹參判) 예문관 제학(藝文館提學)에 이르렀으니, 위로 진평왕 때와 1,200년이 된다. 풍산(豊山) 홍양호(洪良浩)가 듣고 특이하게 여겨 이에 담운공이 기록한 바와 지방 사람이 전하는 바를 비석에 새기게 하니, 아마 백 대 이후에도 모두 조씨 시조의 무덤임을 알 것이고, 봉분에 세우지 아니하고 단에 세운 것은 신중함이 지극한 것이다. 명(銘)은 다음과 같다.태어날 제 형체로 전하지 않고 기의 작용으로 태어나니     生不形傳化以氣 용지에 기도하여 뱃속에 애기 배었네      或袚于池腹孕子 신이 와서 이마 만지며 내 아들이다 일렀고     神來撫頂兒吾子 겨드랑이에 문자 있어 왕이 조씨성 하사했네.     有文在脇王賜氏 백 대 수레 혼수갖춰 공주를 하가(下嫁)하고     其車百兩謇脩理 외적 침략 방어하니 왜적이 두려워 했네     邦有禦侮讋烏齒 八대 이어 평장사 벼슬 창성하고 성대한데     八世平章昌又熾 당(堂)같은 그 구릉은 천년 세월 비장(秘藏)이네     若斧其丘千歲秘 신령이 오르내려 착한 후손만나니     風馬上下遌令嗣 텅빈 허공 황홀하여 꿈자리에 나타났네.     寥廓惚怳發霄寐 내 집이 네게 멀지 않음을 고하니     我室爾告不遠爾 푸르른 초제(草堤)에 옷과 신발 보호 다했네.     靑靑草堤護衣履 옛날 보첩에 질정해 봐도 틀림이 없으니     質諸古牒無差異 어둑새벽 송구한 마음 자주 조아렸네     昒昕怵愓首屢稽 대인은 점치지 않나니 대중이 가리켜 주고     大人無占衆手指 소와 양이 밟지 않아 넉 자 비 우뚝하네     牛羊不踐四尺巋 시냇가에 네가래풀, 못가의 쑥으로 제사지내니     澗蘋沼芼祭掃地 일기(一氣)가 심히 신묘하여 물처럼 전해오네.     一氣孔神來如水 신령이 효성 보답하여 번성한 복 내리니     靈報爾孝降繁祉 억 만명 많은 자손 제사 끊이지 않으리     孫維千億不匱祠 황명(皇命) 숭정 기원후(崇禎紀元後) 세 번째 정축년(丁丑年：순조17, 1817)     월   일에 세움 후손(後孫) 도청(都廳) 유학(幼學) 근직(近稷), 유사(有司) 유학 택인(宅仁)․유학 흥발(興潑)․유학 창성(昌成). -----------------------------------------------------------------------------------* 은(殷)나라의 제비｢玄鳥｣  - 은(殷) 창업주 탕(湯)의 시조 설(契)의 어머니 간적(簡狄)이 목욕을 하다가 제비가 알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그것을 가져다 먹었더니 그로 인해 애기를 가져 설(契)을 낳았다 한다《史記卷三殷本紀三》《시경(詩經)》상송(商頌) 현조장(玄鳥章)에 󰡔하늘이 제비를 명하여 내려가서 상(商)의 설(契)을 태어나게 했네 [天命玄鳥降而生商]󰡕 하였다. 여기서는 조씨의 시조 조계룡(曺繼龍)의 어머니 이씨(李氏)가 화왕산(火旺山) 용지(龍池) 운무(雲霧)의 기운에 의해 애기를 가져 조계룡을 낳은 일에 비한 것이다. 또 신기하게 출생한 중국 및 우리 나라의 고사를 예거하고 있다. * 주(周)나라의 대인 발자국[巨跡]  - 주(周)나라 창업주 무왕(武王)의 시조 후직(后稷)의 어머니 강원(姜嫄)이 교외에 나갔다가 대인의 발자국을 보고 마음이 흔연히 기뻐서 그것을 밟았더니 애기를 가져 후직(后稷)을 낳았다.《시경》대아(大雅) 생민(生民)장에 󰡔그 처음 주나라 사람 태어남이 이 강원(姜嫄)이시다[厥初生民時維姜嫄]󰡕하였는데 집주(集註)에 강원(姜嫄)이 후직(后稷)을 출생한 일들이 자세히 나온다. * 소 자첨(蘇子瞻)이 … 다르다.  - 소 자첨은 송대(宋代)의 문장가․서예가이며 정치가인 소식(蘇軾). 자(字)가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東坡),《시경》대아(大雅) 생민(生民)의 주에 있는 말을 저자가 인용한 것이다. * 신좌을향(辛坐乙向)  - 신방(辛方)을 등지고 을방(乙方)을 향한 자리 즉 서북과 서쪽 사이를 등지고 동과 동남쪽 사이로 향한 자리. * 전의(傳疑)  - 옛일의 의심스러운 것은 의심스러운 그대로 타인에게 전해서 신중을 기하는 것. * 굴자(屈子)가 … 이웃한다  - 굴자(屈子)는 전국(戰國) 때 초(楚)나라 사람 굴원(屈原). 그가 지은 원유편(遠遊篇)에 나오는 말인데 중간에 한 구절과 마지막의 한 구절만 인용한 것이다. * 유자후(柳子厚)가 … 가르쳐 주었다.  - 유자후(柳子厚)는 당대(唐代)의 문장가 유종원(柳宗元), 자가 자후(子厚), 양양승(襄陽丞) 조 긍(趙矜)이 유주(柳州)에서 객사(客死)하자 관에서 거두어 장사 하였는데 그의 고아 내장(來章)이 양주(襄州)에서 도보로 와서 장지를 찾았으나 묘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내장(來章)이 들판에서 19일 동안 울다가 점을 치니 [서쪽 사람으로 눈이 우묵하고 수염이 난 사람을 만날 것이다] 하였다. 이튿날 들판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나 무덤을 찾게 되었다 한다.《河東先生集卷二誌碣誄 故襄陽丞趙君墓誌》여기서는 담운(澹雲) 조 명교(曺命敎)의 효성으로 무덤을 찾은 것을 조 내장(趙來章)이 그의 아버지 무덤을 찾은 고사에 비한 것이다. * 경주부윤(慶州府尹) 유한모(兪漢謨)  - 정조(正祖) 19년 을묘(乙卯․1795) 8월부터 21년 정사(丁巳․1797) 7월까지 재임했음. 澹雲公諱命敎의 사위 兪彦好의 아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