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이틀간 비가 온 후여서 일요일 당일에는
비가 안 올 것으로 알고 안심하고 호남정맥 에 오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경치고 뭐고 구경은 고사하고
땀과 비로 끈적일뿐만 아니라 추위에 고생하기 때문에
한사코 피하고 싶은 것이 우중산행이다.
산행지 초입에 도착한 시간(03;00)바람과 함께
이슬비보다 조금 두꺼운 비가 내린다.참으로 막막하고 후회막급이다.
버스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없고
더욱이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더욱 말도 안되는 상황.
대간때 비속의 산행이후 비오면 절대 안간다는
자신의 결심이 아무 소용이 없는 ~~
피할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이며
어둠속 산행길에 오른다.
(조약봉-웅치전적비-만덕산-슬치휴게소/24.1km,9시간반여)
얼굴이 익은 분이 없어 서먹한 기분으로 낯설은 등정에 오른다.
산보고 왔지 사람보고 왔는가 위로하여 보지만 험로이며 장거리일수록
지인이 있었으면 훨씬 덜 외롭고 힘이 될 성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오늘 약속한 아는 사람의 결석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1) 124군 부대를 연상할 만큼 무서운 준족들.
이곳" 좋은 사람들"의 산마니아들의 열정은 진지하다 못해 섬뜩할 만큼 매섭다.
용수철 튀겨 올라오듯 출발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일제히 달려나가는 것 같은 속보에 기가 질린다.
대간을 작년 10월에 마친 나로서는 좀 이력이 났다고 자위하였는데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유치원아이 수준이다.
출발 후 3시간반을 거의 쉬지않고 내빼는 속도에 기가 질렸지만 어둠속 미아가 될 것이 두려워
죽자살자 그들의 뒤를 쫒아가기는 했지만 산의 풍광(물론 비로 인한 짙은 운무로 못 보았지만~)을
유유자적 미음완보하면서 음미하고 즐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사치이며 몽상같다.
2)알바를 단시간에 극복하고
길머리를 잘못잡아 초장부터 알바로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처음이며
오는 가랑비와 나무 잎 위에 앉아있는 물방울로 인해 옷은 삽시간에 젖어 불어오는 강풍에
약간의 오한을 느껴지는 녹녹치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산꾼들은 오래 산을 타면서 거리에 대한 감각과 느낌이 반사적으로 오는가 보다.
남진을 하여야 하는데 왠지 북진이 계속되는 것 같다는 인솔자의 느낌으로 다시 돌려세워
제길을 접어드는 것이 그런대로 다행이다 싶다.
3)만덕산 정상까지의 초된비알 길.
2시간여 빗속 등산으로 몸은 지쳐있고 허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장하여 힘이 없는 가운데
만덕산 정상까지의 오르막길은 고통의 길이다.한고개 꺼어져 신고를 다하여 올라채면
또 한고비 나오고 이를 악물고 가기스로 오르면 다시 나타나는 오르막길에 기가 막힌다.
아예 고개를 땅에 막고 오르자 그러다보면 만덕산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내앞에 나타나겠지 하는 오기와 자기최면을 걸고 매진한다.
드디여 나타는 곳은 만덕산 정상이 아니라 삼거리 분기점이란다.
만덕산 정상은 오늘 우리의 호남정맥 여정가운데 가장 높은 봉이라고 족흔을 남길것을 권유받은 바 있다.
천근만근 납덩이 다리를 끌고 그곳에 꼭 가야한단 말인가 갈등하다가 언제 이곳에 다시 와볼 것인가.
스스로 채근하고 독려하여 만덕봉으로 접어든다.10분도 채 안걸린 곳에 위치한 것 같은데
무슨 정상이 그렇게 볼 품없고 싱거운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바위는 고사하고 조그마한 조약돌에다 만덕봉이라는 표식하나 없으니 정말 실망스럽다.
3)만덕산 정상부근에서의 조반시간
마구 달려가는 대열에서 이탈되지 않기위하여 식사시간도 초절약 단축하고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앉아 거지 끼니때우듯 노상에서 밥먹을 때에는 왠지 서럽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된다.
더욱이 아는 사람없어 혼자 뎅그러니 앉아 오직 창자에 음식물을 우겨집어넣는듯한
단순섭취하는 모양은 처량한 몰골일 것이다. 비에 젖은 옷은 운동을 잠시 멈추는 순간 추위를 느끼게 하고
차거운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정말 고역이다.근처에 어느분들 일행 5~6명이 뜨거운 국물을 끓여 먹는데
권하는 손길이 있어 얼마나 감사하게 받아먹었는지 모른다.누구신지 이름도 닉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감사하였다는 말씀을 전한다.
4)미끄러운 길과 오한을 불러일으키는 강풍동반 빗길
젖은 진흙길과 물먹은 바위길에 번번히 넘어지고 미끌어질뻔하여 중심 잡으러 얼마나 애썼든가.
장시간 비에 노촐되면 우의도 습기를 완전히 방어하지 못하고
내부의 땀은 밖으로 발산이 더디여 온통 젖어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다.
마침 여유옷을 집어넣고 와 웅치 전적비에서는 다시 갈아입으니 조금은 괜찮은 듯하지만 이내 소용이 없다.
5)지독한 고독속 산행.
조반전까지는 일행속에 섞이여 더불어 산행을 하였지만 조식이후부터 슬치휴게소에 도착때까지
완전히 혼자 걸었다.날씨가 좋으면 풍광을 즐기며 산세도 살피며 산자체를 즐길 수도 있었을텐데
시야가 불과 20여M에 불과한 어슴프레한 산길에서는 만사가 귀찮고 어서빨리 종착점에 도착하여
씻고 한숨 잘 생각으로 아주 의식이 단순화하여 진다.단순의식으로 번잡하고 복잡한 상황으로부터
일탈되어지는 해방감은 부수적으로 얻는 전리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를 얻는다.
조반후 앞서 출발한 사람들과 뒤에 오는 사람들과 한번도 조우되는 상황이 없었다.
한번 앞서면 앞서게 되고 쳐지게 되면 계속 뒤에서 따라오게 된다.
그만큼 오직 자기 속도를 늦추지 않고 걷는다는 것은 마치 추월당하면 큰 일 당하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 것인지 정말 대단한 자존심의 경쟁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슬치휴개소에 당도할 때쯤 앞서간 어느 분을 만나 잠간의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분도 이곳 선수들(?)의 지독한 내공에 혀를 내두르는데 나와 생각이 일치하고 공유하는 것 같다.
<맺는 말>
천신만고 끝에 종일토록 우중산행을 하였다.
5월의 산은 연초록의 잎에서 성하의 진초록으로 바뀌게 되는 기간으로서
년중 피통치드라는 유익물질을 발산케 되어 산속에서 장시간 그 맑은 숲 공기에
노출되어 있으면 보약 수십제 먹는 것 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데
빨리 산을 벗어나기 위하여 기를 썼으니 참으로 딱하고 한심한 산행을 한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비바람으로 시계가 엉망이여서 눈재미도 못보았던 우울한 산행이였다.
이런한 악조건하에서도 힘들었지만 극기하여 무사히 산을 내려왔으니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3시에 도착한 버스에서 4시가 되기를 기다리며 산꾼들이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완산군의 어느지점인지 정확이 몰라도 전주공원이라는 비석이 우람하다
배낭카바를 씌우고 우중산행에 막 나서려는 동료들
폭삭 젖은 채 무슨 유적지 안내판에서 한장 찍었으나 내용이 안보여 아쉽다
웅치 전적비 앞에서 비에 젖어 한장 찍고 난 후 입고있는 옷이 너무 젖어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웅치 전적비의 모습
전적비의 내용.가만히 쳐다보면 내용이 좀 읽힌다
완주군의 경계를 벗어났는지 진안군의 푯말이 진한 운무속에 아련하다
운무와 비속의 산능선은 가도가도 막막하고 시야도 흐릿하여 경치도 못보는 안타까움만 크고~
잠시 비가 그치고 운무가 사라져 맑은 날씨가 되어 너무 신기해 배낭을 찍었다
오늘 제일 높다는 주봉 만덕산 정상이 왜그리 안나타나는지 ~ㅋ 1.7Km남았으니 1시간쯤 남았구나
정상까지 이제 0.5Km 남았으니 10여분 남았나.다리에 힘이 돋는 것 같다.
정상에 왔으나 무슨 정상석 하나 만들어 놓지 않고 날이 흐려 주변 경치도 안보인다
칼같은 능선을 올라 되온 길을 바라보니 視界 엉망.도대체 오늘은 진한 운무와 비만 친구 되잔다.ㅋㅋ
경사가 제법 급한 바위길을 걸어내려 오기가 얼마나 조심스러웠던지 몰골이 송연하다
좀 옅어진 주변이 이정도로 흐리고 답답하다.
사료나 퇴비로 쓰려는 것인지 무슨 쭉정이 같은 밀을 심어 놓았는데 비바람에 모두 누워있고~
개인소유 토지에 속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철책곁에 난 좁은 길로 호남정맥길이 이어져 있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는 그치지 않고~ 여기서 우중손상을 방지키 위해 카메라를 접는다.
오늘의 종착점 "슬치"부근.전주-남원 간 국도가 비에 젖어 있고 ~ 지독한 빗속산행도 무사히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