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싱가포르는 140년간의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독립된 정부를 세웠다. 이후 급속한 개발을 통하여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속한 개발 후에 나타난 많은 도시 문제들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게 되었
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 지역이 파괴된 만큼 도심에 인위적으로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도시 계획에서 사람들에게 레크리에이션 활동이나 마음의 편안함을 줄 목적으로 설치한 공터나 녹지 따위의 공간)를 늘
려갔다. 이렇게 도시 경관에 푸른 자연을 세우고자 하는 싱가포르는 상위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도시설계와 건축이 이루어지게 하고, 경치가 우수한 지역, 자연, 문화유산 등을 보존하는 등 폭넓고 다양한 계획을 시행하였다. 싱가포르의 고층, 고밀의
공공주택에 사는 많은 인구에게 공원과 오픈 스페이스는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도심 속의 공원과 오픈 스페이스는 도시열섬현상을 낮추고 소음을 줄이는 등 환경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도시민의 삶의 쾌적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도시 속에 푸른 녹지를 조성하기 위한 싱가포르의 녹색프로그램은 국가 주도형 계획으로 실현되며, 이러한 싱가포르의 녹색화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도로에도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만 공사 허가가 나오게 된다.
정부의 상위계획으로서의 장기적인 계획에 맞추어 많은 공원이 싱가포르 전역에 걸쳐 주거 지역 주변과 도심에 조성되었다.
이러한 장기적인 상위계획의 수립은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ban Renewal Authority, 개발계획과 개발 규제, 토지의 정보,
관리 등을 취급하는 기능을 포괄하게 됨으로써 싱가포르 전체의 도시계획, 보전을 담당하는 종합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그린웨이, 파크커넥터
1991년 12월 4일, 정원도시 시행위원회(Garden City Action Committee)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된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는 주요한 공원·녹지와 도시 내 여러 장소들과 자연보호지역, 오픈 스페이스 등을 연결하는 다목적 그린웨이를 의미한다. 이는 좁은 대지 면적 내에서 최대의 녹색 공간 창출을 위한 장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파크커넥터는 그린웨이와 함께 조깅과 자전거를 위한 트랙을 가지고 있으며, 가로와 배수 유보지, 주택개발위원회(HDB,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 계속되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60년대에 발족됨) 소유의 토지, 싱가포르 도시철도인 MRT(Singapore Mass Rapid Transit) 고가 아래의 좁은 길을 따라 조성된다.
파크커넥터는 통행과 레크리에이션 역할과 함께 동물들의 이동통로가 되어 생물의 종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등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또한 열대기후에 속한 싱가포르에서 생활공간 주변에 계획된 파크커넥터의 조경 공간이 사람들에게는 그늘과 시원한 공간을 제공해 주며, 동·식물들에게는 서식처를 제공하거나 먹이를 찾거나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싱가포르는 40년의, 도시 전체의 비전을 갖는 상위 계획인 ‘컨셉트플랜(concept plan)’과 장소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아이덴티티 계획(identity plan)’, 공원·녹지 및 수변(水邊) 공간 계획을 통해 법정 계획인 ‘마스터플랜(master plan)’이 만들어진다. 마스터플랜에 따라 상위 계획들과 통합적으로 연계된 그린웨이(Green way) 계획인 파크커넥터 네트워크 계획이 구체화된다. 이에 따라 22개의 세부 구간으로 나뉘며, 세부 구간들이 만나서 8개 루프 계획과 실행 계획이 수립되어 그린웨이 네트워크가 실현된다.
파크커넥터의 계획은 중장기적인 상위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상위 계획인 상가포르의 파크커넥터 네트워크 컨셉트플랜(concept plan)은 다음과 같다. 공원과 파크커넥터의 현황을 파악한 후 제안되는 파크커넥터를 계획한다. 파크커넥터는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360km 길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20~3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8년 현재 100km가 완공되었고, 2015년까지 200km 이상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파크커넥터는 계획 대상지의 공간적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도시 내 수변 공간 주변의 경우, 기존 레크리에이션의 목적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최소 폭 4m인 자전거 및 보행 겸용 노선과 폭 2m 이상의 조경 공간이 필요하다. 도시 내 기존 도로와 보행로 활용 계획은 보행자를 위해 최소 폭 1.5m 이상, 자전거를 위한 폭 2.0m, 조경 공간을 위한 폭 2.0m의 공간이 필요하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파크커넥터
국가공원위원회(National Parks Board)는 싱가포르 내의 300개가 넘는 공원과 녹지 및 파크커넥터, 그리고 도로변의 조경 공간까지도 관리하며, 정원 도시의 녹색 공간을 양적인 측면에서의 확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의 증진까지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다. 싱가포르의 파크커넥터 중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두 군데를 현지 답사했다.
먼저 알렉산더 파크커넥터(Alexandra Park Connector)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데, 인근 주거 지역과 파크커넥터 간의 연계가 훌륭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시민들의 레크리에이션의 장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고온 습윤한 싱가포르 도시 내에서 풍부한 녹음수는 도시의 기온을 낮추면서 시민들의 옥외 활동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의 구분을 통해 안정성을 증진시키고 있으며, 보행의 쾌적성이 보장되고 있다.
주변 아파트 단지도 국영 소유이므로, 상대적으로 공간적 연계가 용이한 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80% 이상의 아파트가 HDB 소유이다. 아파트 단지와 파크커넥터가 인접한 경우 단지 내 놀이터의 출입이 자유롭게 동선을 배치한다. 또한 파크커넥터는 주변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 학생들의 즐거운 통학로가 되어 준다.
파크커넥터 중간 중간에 마련된 휴식 공간은 전체적인 디자인 면에서도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 주고 있다. 앉아서 쉴 곳을 마련하는 것은 보행 공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다음으로,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이 위치한 동쪽 끝에 조성된 베독파크(Bedok Park), 이스트코스트파크(East Coast Park), 창이비치파크(Changi Beach Park)와 7개의 파크커넥터가 서로 연결되어 연속적인 흐름을 갖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동쪽해안 파크커넥터 네트워크(Eastern Coastal Park Connectors Network)를 답사하였다. 동쪽해안 파크커넥터는 해안 경관을 함께 감상하면서 즐길 수 있고, 파크커넥터 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져 있어 자전거 이용자들의 이용이 활발한 편이다.
육교나 고가도로와 같은 인위적인 도로구조물 위에도 녹음이 자랄 수 있는 식재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MRT가 지나가고 있는 고가구조물 아래에도 파크커넥터가 조성되어, 도시 내 녹지를 푸르게 하고자 한 싱가포르의 적극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빗물 배출을 위한 경사로 조성과 새와 나비를 유인하기 위한 수종의 선정, 그리고 기존 수목 보호 등 파크커넥터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정부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파크커넥터
싱가포르는 서울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밀도는 절반 정도이다. 좁은 면적이지만, 공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파크커넥터는 공원과 다른 오픈 스페이스를 연결하면서 그 자체가 선형의 공원이 된다. 이러한 공원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싱가포르 내에 공원 298개소가 조성되어 총 면적이 18㎢(약 540만 평)에 달한다. 1인당 공원 면적도 7.89㎢(약 2.4평)로 서울의 4.58㎢(약 1.4평)보다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기본적으로 파크커넥터는 일종의 가로(街路) 형태의 공원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주거 지역과 학교·대중교통 시설의 접점과 만나면서 일상생활의 쾌적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또한 파크커넥터는 주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Plant tree donor system’을 통해 1인당 200달러씩 기증하여 나무를 심고, 이를 통해 개인이 도시의 푸른 숲을 조성하는 데 직접 기여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고온 습윤한 기후는 사람들의 외부 활동을 제한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푸른 도시숲을 가꾸어 나가는 노력으로 인하여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고 일상 속에서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레크리에이션의 장(場)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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