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백일장 학생부 산문 심사평
백일장은 그날 주어진 글제로 글을 써야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써내야 하고 낯선 공간에서 글을 써야하므로 제약이 많다. 또한 사방이 터진 장소여서 창작에 몰두하기 어려운 여건이어서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반기문 백일장 산문부에는 참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고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시각장애 학생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글을 써 낸 것은 주목할 만하고 열의 또한 높이 사고 싶다.
초등부
이번 반기문 백일장 초등부 글제는 토요일과 열매였다. 열매를 글제에 넣은 것은 가을이고 결실의 계절이어서 학생들의 정서에 미치는 계절 감각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토요일에 대한 글제를 택했다. 아무래도 열매보다는 토요일이라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접근하게 쉬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열매를 글제로 쓴 학생들은 적었지만 학생들이 단순히 과일의 열매로 의미제한을 해서 쓴 글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 가운데 수상한 작품들은 토요일에 대한 단상을 썼으면서도 의미를 부여했고 열매를 단순한 과일의 열매로 본 것이 아닌, 자신의 꿈을 열매로 의미화 시킨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중등부
중등부의 글제는 새벽과 댓글이었다. 댓글을 글제에 넣은 것은 시대상을 반영한 글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새벽을 글제로 많이 썼다. SNS와 접속이 많은 청소년들이라 댓글에 대한 글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새벽을 글제로 선택한 학생들의 글 대부분이 새벽을 관념적으로 풀이하고 해석한 경우가 많다. 산문은 이야기가 있는 글이다. 글제에 관한 자신의 체험을 선택해서 구체화한 서술이 필요하고 거기에 느낌이 수반되어야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1등을 한 매괴여자고등학교 3-1반 김예지는 새벽에 일어나 우유배달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차분하고 정갈하게 잘 풀어냈다. 여름 새벽 우유배달로 땀을 흘리고 난 후의 상쾌함과 365일 자전거로 새벽을 여는 일상이 건전한 생각과 맞물려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고등부
고등부 글제도 새벽과 댓글이었다. 짧은 시간에도 뚜렷한 주제와 단단한 문장으로 다듬어낸 작품이 있었다. 또한 장애가 있지만 불편을 긍정적 사고로 이겨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특별한 작품도 있었다.
유엔평화상을 차지한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우민지 학생은 새벽을 글제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썼다.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새벽마다 나가 일하고 그날 아침 자녀들에게 먹일 생선을 두 마리씩 가져온다. 힘들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 완성도가 높다, 아버지가 바다를 품은 사연을 담담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의미화 시킨 점이 남달랐다.
심사평 반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