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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보의 여행일기 스크랩 11-12베트남 12월29일~1월1일-베트남 친구들과 함께
늘보 추천 0 조회 65 12.03.19 13: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2월 29일


동네 시장에 있는 그 맛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김치를 담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재료를 샀다. 김치 재료는 배추 무 생강 마늘 다 있는데 고춧가루가 문제라고 한다. 베트남 고추는 너무 매워서 가루로 쓸 수가 없고 중국산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품질을 믿기 어렵다고. 이번에는 우리가 입국할 때 가지고 온 고춧가루가 있으니 일단 그걸 쓰기로 하고.




김치를 만들어 놓고(몇 포기 덜어서 싸가지고) 두옌의 친정집을 방문했다. 지난 번에 밥을 안 먹고 갔다고 서운해(?) 하시더니 이번엔 근처에 사는 사촌들과 이웃들까지 20여명이 모여서 작은 잔치를 벌였다. 친정아버지가 논에서 잡은 개구리, 집안 연못에서 키우는 미꾸라지(우리나라 미꾸라지보다 길어서 뱀장어나 뱀처럼 보인다)와 우렁이 등으로 음식을 차렸다. 별미 밥상.


(서울서 일하고 있는 란의 시부모와 아들들)





(수확한 땅콩을 까고 있는데... 결국 우리집으로 따라와서 강정으로 환생했다)


동네 사람 중에는 한국 사람 직접 만난 것이 신기하다고 만져보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이 정말 좋은 나라고 사람들도좋다고 했단다.


12월 30일


꽝민네 가서 김치 담는 걸 가르쳐주기로 했었는데 광민이 일이 생겨서 나간 바람에 일정이 떠 버렸다. 뭘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뚜옌이 눈치를 채고는 대추 비슷하게 생겼으나 맛은 사과와 비슷한 작은 과일이 많은 데가 있으니 따먹으러 가자고 한다. 오토바이 두 대에 나눠 타고 10여분을 가서 보니 뚜옌의 고종사촌 언니가 사는 집이다. 부부가 한국에서 일하다가 배가 불러와서 애를 낳으려고 얼마전에 귀국했다고 한다. 남편은 아직 한국에 있고 3년 전에 한국에서 낳아 보냈던 아들과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과일도 따먹고 얘기하며 놀다가 뚜옌은 먼저 돌아갔고(바쁘니까) 우리 둘만 남아서 아이와도 놀아주고 여자들끼리 수다도 떨고.(얘기를 하다보니 전에 우리집에도 온 적이 있어서 구면이란다)








돌아가려고 하는데 오토바이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수동으로 밟아 봐도 전혀 반응이 없고 근처에 수리점도 없다니 끌고 갈 수밖에 없다. 한참을 낑깅거리며 끌고 오는데 길 옆에서 구경하던 한 아저씨가 우리를 불러 세운다. 말없이 휘발류를 들고 와서 넣어주려고 하기에 그 문제가 아니라고 손짓발짓 섞어 설명하니 알았다고 돌아가다가 돌아보며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더니 집안에서 밧줄을 가지고 나와 한쪽 끝을 자기 오토바이에 묶고 다른 한 쪽을 내민다. 견인을 해 주겠다는 얘긴데, 일단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매달렸다가 깜짝 놀랐다.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는데 뒷자리에 탔던 옆지기는 종아리를 오토바이에 부딪쳐 아프다 소리를 지르고. 아저씨는 옆지기를 자기 오토바이로 옮겨 타게 하더니 조심조심 앞으로 나간다. 가다보니 뚜옌의 집앞인데 서너집 지난 곳에 오토바이 수리점이 있다. 그런데 자기네는 못 고친다며 다른 데로 가 보란다. 다시 견인 대형을 갖추고 출발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뭐라뭐라 소리를 지른다. 마침 집안에 있던 득이 뛰어나왔고, 오토바이를 살펴보더니 의자를 들고 그 안에서 뭔가를 조정한 다음에 발로 밟아 시동을 건다. 우리를 견인해 준 아저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돌아가시고, 우리는 고생을 했으면서도 왠지 흐뭇해지는 기분으로 뚜옌의 집으로.



돌아온 김에 뚜옌네 집에서 점심을 먹고,


(돼지 선지라는데 선뜻 맛있게덤비기에는 모양이 좀 거시기하다)






득과 아버지가 차를 타고 어딜 간다면서 같이 가자고 하기에 따라나섰다. 이곳에는 집안에 사당 비슷한 걸 마련해 둔 집이 많은데 제사상 위에 걸어두는 간판같은 장식물을 교체한단다. (새 집에 맞게). 멈출줄 모르고 마냥 달리던 차가 드디어 멈춘 곳은 하노이 시내에 거의 인접한 동네에 있는 허름한 제작소다.


(조각해 놓은 것을 저렇게 다듬고 그 위에 금칠을 해서 완성한다)


저녁은 이응네 식당에 가서 그 집 식구들과 같이 먹었고, 


뚜옌네 집으로 왔더니 마침 동서(우리를 공항으로 픽업 나왔던 뚜옌 시동생의 장인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가 왔길래(매일 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위로의 인사를 건넸더니 친정이 가보자고 해서 예정에 없는 조상(?)을 하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는 대부분 집안에 상청을 모시는데 대체로 100일 탈상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1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그 집에서 우리를 맞은 사람은 이응의 바로 아래 여동생이다. 돌아가신 분의 며느리. 이 동네 사람들은 서로서로가 모두 사돈 관계인 모양이다. 이 집 바로 건너편에 이응의 부모가 살 있으니 동생은 길을 건너 맞은편 집으로시집을온 것이고, 이 집 딸은 1분 거리의 뚜옌 시댁으로 시집을 갔고, 뚜옌의 시고모들도 동네에 살고 있다. 나중에 보니 득의 외할머니와 이모네도 한 동네에 살고 계셨다. 이모는 바로 옆집으로 엄마는 대여섯집 건너로 시집을 가신 셈이다. 썬과 ?도 옆집이었다고 했고, 꽁과 이응의 집도 5분 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뚜옌은 오토바이 타고 5분 정도 걸리는 먼(?) 동네 출신이다.


12월 31일


아침은 또 이응네와 함께 먹고 그들은 다 일하러 갔으니 우리끼리 뭘 해야 한다. 시장을 구경하다가 근처에 있는 팔라이 발전소나 가보자고 산책을 시작했다. 구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길 옆 가게에서 누가 부른다. 하롱에서 만나 유람선을 알선해 주었던 사람인데 이름은 낀, 나중에 보니 썬의 절친이다). 그의 친구인 가게 주인은 한국에 갔다가 일을 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하는 등 좋지 않은 기억만 안고 돌아왔다고 한다. 모두에게 좋은 한국은 아닌가 보다. 



차를 마시고 노닥거리다가 발전소 쪽으로 걸아가는데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그냥 시골길, 아무 것도 없다. 다시 돌아 나오자니 ?고 마르고 다리도 아프다. 처음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앉고 보니 커피도 안 팔고 밥도 안 판단다. 맥주와 국수만 있다고.주방에 바게트빵이 보이길래 바잉미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바잉미를 만들어 파는 집이 아닌가 보다. 어떻게 해야 되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대충 이것저것 넣어서 만들어 달라는 의미로 바잉미 텁껌(우리말로 모듬에 해당한다)이라 했더니 알아듣는 듯하다.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빵 두 개와 국물있는 고기 요리 두 접시가 나온다. 손짓으로 찍어 먹으라고 한다. 이걸 시킨 건 아니지만 먹어보니 맛이 제법 괜찮다. 빵을 더 달라고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빵 두 개와 채소 한 접시가 나온다. 바잉미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배불리 먹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5만 동이란다. 착한 가격이다. 관광지가 아닌 이런 곳에서는 외국인에게 잘해 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발전소 근처에는 구경할 것도 없고 사오도나 가자고 큰 길로 나섰는데 마침 사오도라고 쓰여진 미니버스가 온다. 올라타고 가다보니 노선버스가 아닌네? 바오라오에서 돌아올 때 탔던 그런 자가용 버스다. 시내버스 요금인 6천 동을 주며 사오도에서 내려달라고 하니까 자기들도 당황한 듯(다들 장거리 손님이니까 몇천 동 짜리 요금은 없다.ㅎㅎ) 기사와 차장이 의논하고서 내려준다.  옷가게와 시장을 둘러 보았지만 ㅊ음이 아니라 그런가 별 재미가 없다. 그보다도 옆지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래 걷는 게 무리다. 그래서 길거리 카페 말고 제대로 된 카페를 찾아서 좀 쉬기로 했는데 영 찾을 수가 없다. 간신히 찾은 곳이 3성호텔의 레스토랑.


차 한잔 마시고 앉아 있다가 택시를 잡아타고 뚜옌네로 돌아오니 내일의 집들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좀  있다가 일하던 사람들과 가족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미 잔치 수준이다. 50명은 되는 듯. 하긴 내일 본 잔치(^^)에는 200명 이상 모인다고 한다.






1월 1일


새해 첫날을 외국에서 맞이하지만 별로 특별한 느낌은 모르겠다. 베트남의 설날은 큰 명절이라는데 그것은 오늘이 아니고 음력설 얘기. 설 전날은 밤새도록 불꽃놀이를 해대며 일주일 동안 휴가가 계속된단다. 하여튼 오늘은 뭐 그냥 1월 1일. 그러나 뚜옌네 집들이 날이다. 부부가 한국에서 번 돈과 시부모의 돈을 합쳐서 집을 지었다는데 정말 크고 멋진 집이다. 건평으로 100평이 넘고 건축비도 2억 이상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니 자랑할 만도 하겠지. 



(2층 복도에 그려진 벽화)


점심 대접을 한다던 집들이는 9시에 시작해서 11시에 끝났다. 집들이에 맞춰서 뭔가 선물을 하고 싶었지만 뭐가 적당할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결국 봉투를 드리기로 했는데 얼마를 해야할지 가늠이 어려웠다. 아침에 200만 동을 넣어서 들고 다니다가 미처 드리지 못한 상태에서 현지인(우릴 초대해서 봉제 공장을 보여주었던 여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400만 동으로 올렸다. 전반적인 생활 수준에 비추어 경조사 부조 액수가 크다면서 여러날 여기서 묵고 있는 걸 감안하면 200만 동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집들이를 축하하러 왔던 꽝민이 낀과 함께 사라지더니 한참 먹고 있는 중에 썬을 데리고 나타났다. 한국에서 추방된 후에 몇 달을 베트남에서 살다가 돈을 벌러 멀리 앙골라로 갔다는 썬은 그곳에서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반갑게 해후를 하고 





저녁에 썬의 집에서 또 한번 거창한 파티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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