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토리묵과 감
우리나라 사람이 농사짓기 이전부터 먹어 온 식량은 도토리였다고 한다. 도토리는 주성분이 녹말이나, 특수성분으로 타닌을 가지고 있다. 타닌은 떫은맛을 내는 것인데, 미각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타닌은 수용성이므로 물에 우리면 많이 빠진다. 그 가루로 만든 것이 도토리묵이다. 도토리묵은 수분이 80%나 되며 100g에서 45㎉밖에 열량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비만증인 사람에게는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으나 타닌이 남아 있어 변비가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도토리묵을 먹고 후식으로 감이나 곶감을 먹는 것은 나쁜 배합이 된다. 감이나 곶감에도 떫은맛을 못 느끼는 불용성 타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타닌이 많은 식품을 곁들여 먹으면 변비가 심해질 뿐 아니라 빈혈증이 나타나기 쉽다. 적혈구를 만드는 철분이 타닌과 결합해서 소화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토리묵과 감은 궁합이 안 맞는 것이다.
□ 토마토와 설탕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 하는 시비가 일찍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있다. 관세 부과로 소송이 있었는데 채소보다 과일의 세율이 높았었다. 배심원들의 최종판결이 채소로 내려졌다. 이유는 토마토를 후식용 과일이 아니고 샐러드로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손님 접대용이나 식후 후식으로 쓰이고 있다. 토마토는 약간의 이상한 냄새와 풋내가 나므로 흔히 설탕을 넣어서 먹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식생활로 평가할 수 있다. 설탕을 넣으면 단맛이 있어 먹기는 좋을지 모르나 영양손실이 커지는 것이다. 토마토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B는 인체 내에서 당질대사를 원활히 하여 열량 발생 효율을 높인다. 그런데 설탕을 넣은 토마토를 먹으면 비타민 B가 설탕 대사에 밀려 그 효과를 잃고 만다. 토마토는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토마토에는 칼륨 함량이 많아 생리적으로 보아 설탕보다는 소금을 조금 곁들여 먹는 것이 옳기는 하나,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 게와 감
게는 종류가 많고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데 바닷물에 사는 것과 민물에 사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꽃게가 가장 많다. 게살은 단백질이 주체가 되어 있는데 단맛을 갖는 아미노산인 글리신, 알라닌, 베타인 등이 있으며 이노신산을 가지고 있어 고유한 맛을 갖는다. 또 혈압을 안정시키는 타우린도 있다. 타우린은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고 간장의 해독기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음식을 먹어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좋아하던 음식도 식욕이 당기지 않고 평소 맛있던 음식도 모래 씹는 느낌이 드는 일이 있는데 그런 경우 미가가장애에 걸렸을 가능성이 많다. 체내에 아연이 부족하면 미각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성장발육과 피부, 전립선 등에도 이상이 나타난다. 아연은 인체에 미량 존재하여 여러 효소의 작용을 도와주므로 매우 중요한 필수 무기질인데 이 아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굴, 조개, 새우, 게 등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게지만, 게는 미생물의 번식이 잘 되는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짱해도 식중독 균의 수가 증가한 것을 잘못 먹으면 배탈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한 게를 먹고 후식으로 감을 먹은 사람이 토사곽란을 일으켜 몹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만들어낸 말이 ‘게를 먹고 감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감을 먹지 않았더라도 식중독을 일으켰을 것이다.
감은 떫은 맛 성분인 타닌(단감이나 우리 감은 떫은맛이 없어도 불용성 타닌을 가지고 있다)을 가지고 있어 피부를 오므라들게 하는 수렴작용 때문에 위장에 자극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위장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게를 먹고 감을 먹으면 좋지 않다는 말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 미역과 파
우리나라 모든 음식의 양념에 들어가는 것이 파라고 할 수 있다. 파를 다듬어 보면 미끈미끈한 촉감을 느끼게 되는데 점질물이 있기 때문이다. 미끈미끈한 미역국에 미끈한 파를 섞으면 음식맛을 느끼는 혀의 미뢰세포 표면을 뒤덮어 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유한 음식의 맛을 느끼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영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역과 파가 가지고 있는 물리성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배합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파의 성분을 보면 인,철분이 많고 비타민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녹색 부분에는 비타민 A가 있고, C도 많다. 그런가 하면 파의 자극 성분으로 황화알린이 있는데, 마늘에 들어 있는 알린도 있어 비타민 B₁유도체가 된다. 이 알린은 창자에서 비타민 B₁과 결합하여 쉽게 흡수되고 이용도가 높은 새로운 비타민 B₁으로 변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파에는 인과 유황이 많아 미역국에 섞으면 미역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역국에 파를 섞으면 맛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고 영양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 시금치와 근대
시금치는 뛰어난 채소이기는 한 옥살산이 대단히 많다. 이 옥살산을 이전에는 수산(蓚酸)이라고 했다. 이것이 인체 내에서 옥살산칼슘(수산석회)이 되면 결석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근대라는 채소에도 옥살산이 많으므로 신석증이나 담석증의 염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옥살산은 물에 으깨어 씻으면 일부는 빠져 나간다. 또 열에 매우 약해서 가열에 의해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되고 만다.
그래서 옥살산이 가장 많은 채소인 시금치와 근대를 함께 먹는 것은 좋지 않는 궁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