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학교를 찾아가는 음악회'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공연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나도 이 공모에 지원해 심사를 거쳐 참여하게 됐다.
공연을 위해 거쳐야 하는 여러 절차와 협의 과정, 공연 때 마다 달라지는 관객(학생) 수, 변화무쌍 무대 환경, 오전 공연으로만 이뤄지므로 참가 무용수들의 개인 스케줄 조정…. '학교를 찾아가는 음악회'는 거의 모든 면에서 공연에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지원예산도 너무 적어 재능기부라는 마음으로 나선다.
이런 조건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기쁘게 참여하는 이유는 하나, 이 기회를 통해서 학교현장의 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예술을 접한 학생과 교사는 뒷날 스스로 공연장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또 춤으로 창의성을 일깨우고 인성을 함양한다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의 효과도 현장에서 즉각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부산 금성초등학교. 간단히 무용단 소개를 끝내고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마자 고학년 한 명이 손을 번쩍 들고 묻는다. "왜 찾아가는 음악회인데 악기는 없어요? 연주하시는 분들이 안 오고 무용단이 와요?" 내가 설명하기 전에 먼저 질문해줘서 고마웠다. 학교를 찾아가는 음악회 공연에 임하면서 처음 어떻게 음악과 춤에 대해서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앞으로 수차례 있을 공연에 이런 질문은 나올 것 같았다.
먼저, 간단히 몸으로 보여줬다. "주먹 쥐고 세 번 일정한 박자로 공중에 두드리고 다시 손바닥 펴고를 두 번!" 이것을 세 번 반복했다. 방금 움직임에서 리듬이 눈에 보이냐고 물었다. "예~ "다들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래서 방금 본 것을 발 구르는 소리와 손뼉으로 확인시켜 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곧잘 소리를 만들어 낸다.
내가 말했다. "방금 제가 보인 몸의 움직임 속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여러분이 지금 '소리'로 보여주셨네요. 아까 몸동작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모두들 눈으로 리듬을 볼 수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여러분은 눈으로 본 소리를 직접 몸으로 만들어주셨네요. 소리와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랍니다."
이때부터 현장의 지도교사와 교장선생님이 관객이 된다. 학생들은 음악회 속의 연주자가 됐다. 이들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음악회'에 대한 고정관념을 몸(춤)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즉석에서 학생들 몸으로 만들어낸 연주회! 소리와 리듬이 어린이들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드디어 아까 나왔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시간이다. "이번 '학교로 찾아가는 음악회'는 방금 여러분이 보여주신 것처럼 몸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만들고 연주합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00여 명의 학생들이 재미있어 한다. 나는 이런 시도가 학생들에게 '생각 전환'을 통한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주리라 기대한다. 춤은 이처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는 걸 그들도 느낄 것이므로.
동일한 작품 또는 거의 비슷한 작품이라 해도 공연을 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작품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달라진다. 공연을 풀어가는 방법에 따라 메시지와 방향 을 무궁무진 변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춤공연을 하거나 춤을 활용한 예술교육을 할 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춤예술을 이해시키고 잘 느낄 수 있게 한다면 예술체험과 문화교육은 훨씬 다채로워진다고 나는 믿는다. 부산의 춤예술인들과 문화예술교육행정가들이 '공연예술진행자'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높이면 부산의 춤예술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감성교육무용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