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애 박사 (한국 자연음악회 초대 회장, 일본 蕙天女子大學 강사, 일본 총리실 직속 사과나무회(교육) 회장) - 『녹색평론』 1999년 3,4월호(통권 45호)에서
자연음악의 경이
자연음악은 1995년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에 있는 자연음악연구소가 개발한 음악으로, 가제오 메그르라는 15세 소녀가 전곡(轉曲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하여 전곡이라고 표현함.)하기 시작하였다. 이 음악은 나무나 꽃, 풀 등 식물과 바람, 물, 대지, 별 등 대자연이 보내고 있는 파동을 사람들이 멜로디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21세기의 새로운 음악장르이다.
자연음악은 의료, 교육, 농업, 원예, 환경 등 각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심신의 병을 치유하는 데 놀랄 만한 효과가 있어 자연음악 요법이 현재 일본과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나무나 꽃, 풀이 노래를 부른다고 하면 대개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나아가 별들이 노래를 하고 구름이나 바람, 대지가 노래를 한다고 하면 더더욱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들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제오라는 소녀는 어떻게 하여 나무나 꽃, 풀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을까? 그 소녀가 타고난 초능력자나 영능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사실은 아주 평범한 소녀이다. 다만 보통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주 어려서부터 자연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날은 풀밭에서 볼을 땅에 대고 풀과 이야기하고, 어떤 날은 하늘이나 구름, 바람 그리고 돌과 이야기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마음이 통하듯이, 이처럼 늘 자연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가제오는 자연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그 마음이 멜로디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그 소녀는 자기에게 자연의 소리가 들리듯 다른 사람에게도 모두 이 멜로디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패랭이꽃이 한밤중에 달빛을 받으면서 부르는 노래, 사과나무 한 그루가 6월 어느 날 저녁 노을이 질 때 주위 식물들에게 자장가처럼 부르는 노래, 클로버 한 송이가 초여름에 바람과 이야기하면서 부르는 노래 등이 말이다.
자연음악의 탄생
일본에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라는 유명한 시인이자 동화작가가 있다. 미야자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미야자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미야자와의 작품을 읽고 연구하는 미야자와 겐지 동호회가 있는데, 주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동호회에서는 미야자와를 흉내내어 식물이나 돌과도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던 중에 식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가제오도 이 동호회의 회원이었다.
1995년 9월, 당시 15세의 가제오는 미야자와 겐지 동호회에서 속사포처럼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나무, 풀, 꽃이 부르는 노래가 들린다면서 귀에 들리는 대로 악보 없이 피아노로 친 것이다. 이날 처음 가제오는 자신이 들은 식물의 소리를 피아노로 표현한 것이다. 그날 60여 곡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되었고, 가제오는 그로부터 1년 사이에 500곡 이상을 전곡(轉曲)했다.
가제오가 전곡을 시작한 지 2주일 후 500명이 모인 미야자와 겐지 낭독회에서 자연음악을 몇 곡 선보였다. 일본인들은 어떤 모임이 끝나면 그 모임에 관한 감상문을 제출하는 게 보통인데 이날 콘서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음악을 들어보니 단순한 멜로디 이기는 한데, 마음이 아주 편안하고 왠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내용의 감상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몇 가지 특이한 감상문이 제출되기도 했다. 음악을 듣고 난 후 머리 아픈 것이 나았다거나 다리가 아팠는데 시원해졌다거나 어깨 결림이 가벼워졌다는 식으로 몸에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이 낭독회를 계기로 계속해서 콘서트가 열렸다.
자연음악은 이제까지의 가창 방법으로는 부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식물과 일심동체가 되지 않으면 식물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오키 유코라는 가수가 나타났다. 아오키는 중학교 2학년 때 등교거부로 열등감의 늪 속에 빠져있었다. 그때 이제까지 가장 밑바닥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던 개미나 잡초가 친구로 보여 대화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왠지 모르게 힘이 솟아나 여러 가지 능력이 발휘되었다. 게다가 그때까지 노래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아오키가 식물의 마음을 노래로 부를 수 있는 자연 음악 가수로 성장한 것이다.
1996년 7월 아오키의 자연음악 CD가 발매되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CD를 들은 사람들 가운데서 콘서트 때와 같이 갖가지 병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해온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 미야자와 겐지 동호회는 식물이 부르는 노래가 '치유파동'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후 자연음악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자연음악연구소'를 설립해 노래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병을 치유하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음악교사였던 아오키 유키코 씨를 중심으로 정형외과 의사, 산부인과 의사, 정신과 의사, 한방의, 약제사 등이 모여 자연음악 치유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치유파동
불가사의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아오키 유코가 콘서트에서 노래를 하면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때로는 어린아이가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다. 기분 좋게 잠이 드는 사람도 있었다. 병이 나았다는 보고를 해오는 사람도 있었다.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나 자연음악을 듣고 흘리는 눈물은 약간 성질이 다르다. 자연음악회에서 자주 보는 일이지만, 편안하게 누워있던 사람이 어떤 곡이 나오면 갑자기 흐느껴 운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왜 우느냐고 물으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온다고 대답한다.
자연음악을 부르거나 듣는 사람은 대부분
"마음이 밝아졌다" "사소한 일로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에 부드럽게 되었다."
고 감상을 말한다"
피부가 윤기 있게 변하는 사람도 있고 예뻐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사람도 있다.
식물은 한방에서는 약초로 쓰이고 있는데, 수백 종 되는 약초 엑기스가 음(音)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자연음악인 셈이다.
식물은 날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우리에게 산소를 보내주고 있으며, 씨에서부터 전신(全身)을 우리에게 먹을거리로 제공해주고 있다. 이러한 식물의 엑기스가 들어간 것이 자연음악이라 할 수 있으므로, 자연음악을 통해 식물의 신성성(神聖性)이 우리의 심신에 스며든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음악은 사람의 몸과 마음 모두를 정화한다.
최근의 뇌 연구에 의하면 뇌 속에서 각성제와 똑같은 작용을 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 마음이 밝고 즐겁게 되고 기력이 솟아난다고 하는데, 자연음악의 기운이 몸에 스며들면서 이 도파민의 분비가 촉진되는 것인지 모른다.
일반적인 음악요법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요법이다. 하지만 음악요법은 의학에서 약물요법의 보조수단으로 정신질환이나 일부 심신증(心身症)의 치료에 도입되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자연음악요법은 좀더 적극적인 치유효과를 나타낸다. 현대의학에서 치유가 곤란하다고 여겨지는 우울증 환자가 자연음악요법을 통해 스스로 약을 끊고 좋아진 사례가 여럿 있다. 더 놀라운 일은 목뼈의 연골이 하나 없어 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하던 사람의 예다. 목수술로 연골을 대신하는 물질을 삽입해도 통증은 반밖에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 단 두 번의 자연음악 치료로 통증이 사라졌다. 연골이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꽃화분증이 없어지고 아토피성 피부염이 사라지고 천식이 나으며 오래된 요통과 관절염, 비염이 낫는 등 아직 2년밖에 안 된 실험기간 동안 놀라운 일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그래서 현재 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요로결석 환자가 몇 군데 병원에서도 극심한 통증이 멎지 않아, 마지막으로 자연음악요법을 실험중인 의사의 병원에 왔다. 자연음악 CD를 들려주자 그 환자는 잠을 자기 시작했으며 통증이 사라졌다. 셋째날 자연음악을 들은 후에는 놀랍게도 결석이 몸밖으로 자연배출되었다.
앞에서 말한 뇌 연구에 의하면 뇌에는 엔돌핀(체내 호르몬)이라고 하는, 모르핀 10배 정도의 진통작용이 있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 자연음악은 이 엔돌핀의 분비에도 관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 템플대학의 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식물을 키울 때 예쁜 음악, 아름다운 클래식을 틀어주면 그 소리가 나오는 방향으로 잘 자라고, 반대로 시끄러운 록음악을 틀어주면 소리가 나오는 반대방향으로 가다가 시들어 죽는다는 보고가 있다. 또 젖소에게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클래식음악을 틀어주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주었을 때보다 젖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도 이미 증명되었다. 이와 같이 소리가 식물이나 동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증명되어온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소리는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일본의 오하시 츠토무라는 환경음향학자가 발표한 실험결과가 있다. 그가 인도네시아 밀림 깊은 곳에서 녹음해온 소리와 대단히 시끄러운 도심에서 녹음해온 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더니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먼저 인도네시아의 깊은 숲 속에서 녹음해온 소리를 들려주었더니 뇌에서 알파파가 나왔다. 이 알파파는 수행을 많이 한 스님들이 깊은 선(禪)에 들었을 때나 명상을 할 때 또는 우리가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 즉 대단히 편안한 상태에서 나온다. 반면 시끄러운 도심 속의 소리는 보통 우리가 활동하고 있을 때 나오는 베타파를 발생시켰다.
그렇다면 자연음악을 들으면 어떠한 뇌파가 나올까? 조사결과 세타파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알파파보다 정묘한 파동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할 뿐 아니라 심신에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파동이다.
삼림욕은 왜 심신건강에 좋다는 것일까? 숲에는 산소도 풍부하지만, 그 산소 속에 식물이 보내는 풍부한 노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식물은 영혼, 즉 에텔체 정화(이것은 혈액, 신경, 내분비선 정화로서 곧 몸의 정화)작용과 유체 정화(이것은 곧 마음의 정화)작용을 한다. 그리고 영혼이 정화되지 않으면 내재(內在)해 있는 신(神)생명의 근원, 성(聖)의 근원과의 교류가 멀어지므로 언젠가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죽음이 찾아온다. 이 결핍사(死)가 지금 지구인에게 일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끊임없이 식물을 제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세계를 위해
우리는 자연음악을 접하면서 처음으로 식물이 치유파동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산소와 음식물, 치유파동, 이 셋을 무상으로 주고 있는 식물의 신성성(神聖性)에 그저 머리가 숙여진다. 만약 식물의 신성성을 우리의 천성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세계가 될까...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음악을 듣고 부르면서 이 신성성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가제오 메그르는 말한다.
"식물은 음악으로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인간의 말도 음악으로 듣고 있구요."
우리가 마음속에서 생각하고 또 내뱉는 더러운 말이, 얼마나 식물들을 괴롭히고 또 세계를 더럽히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