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충남대에 다녀왔습니다.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학술제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유진과 아라 덕에 편안하게 잘 누렸습니다.
두 시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기차에서 나눈 이야기를 수첩에 적어봤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커피숍, 빵집, 슈퍼... 동일한 맛과 멋에 길들이는 사회 속에서 '의식'을 놓으면 금세 휩쓸려 갑니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사람은 상품을 소비하는 존재입니다. 개성있는 이가 많은 것 같지만, 그 개성 또한 무이식 중에 만들어진 건지도 모릅니다. 개성의 조건이 되는 상품 조각을 구매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개성에 맞춥니다. 이런 시대에 중심을 잃지 않고 살기 쉽지 않습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한다는 현실 모습이, 어쩌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지는지 것처럼 보입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양쪽 눈에 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고등학교 5학년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개성을 상실한 존재로 현장에 나오면, 비슷한 여럿 중 하나로써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교체 가능한 존재가 될지 모릅니다. 당시에는 최고의 상품일지 몰라도 신상품이 나오면 멀쩡해도 버려지듯 말입니다. (실적과 평가의 경쟁에 사회복지사를 내모는 기관의 모습을 보면, 이런 취급이 심한 말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찍어내듯 학습한 이들은 그가 돕는 일 또한 불량품을 정품으로 수리하는 기계적 활동으로 이해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사람을 돕는 일 마저 '업무처리', '사람관리'로 생각하고, 인정을 숫자로 바꿔 경쟁합니다.
이런 상황이 무섭습니다.
그래서 학교 공부와 함께 학교 밖 공부도 제안했습니다.
현장을 찾아가고, 그 현장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만나자고 했습니다.
약자의 삶을 다룬 소설, 인문사회과학서적, 전공서적. 책도 열심히 읽자고 했습니다.
특히 책 읽기를 강조했는데, 책은 어떻게 하면 다른 이와 어울려 살고 공동체를 풍성하게 하는지, 그런 복된 삶을 진지하게 내 안에서 생각하게 합니다.
현장을 찾거나 책을 읽을 때, 혼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때그때 함께 모여 현장을 누비고, 좋은 책을 찾아 읽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한 내용을 또 정리하고 공유하자고 했습니다.
○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모두 이렇다거나, 학교 교육이 모두 이렇다는 건 아닙니다.
극단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
저는 복지순례 통해서 희망을 봅니다. 뜻을 생각하는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제 학창시절을 생각하면(그시절 학업과 취업 압박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던 상황을 생각하면),
학생들의 깊은 생각과 다양한 경험에 놀랍니다.
여러 방면에서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교수님들도 학생들 취업률과 연구 성과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만나려고 노력하고, 사람 사이 그 본연에 대해 연구하고 설명하는 열정을 반의 반이라도 따라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이런 상황 속에서 내 몫을 생각합니다. 주변 상황이(교육제도, 문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하다 보면~~~언젠가~~
반드시~
선생님, 이 글 읽고 선생님 특강 들으며 기록했던 수첩 꺼내봤어요.
사회복지학과 학생의 대학생활.
학교 안
교과서탐구. 올해 해보려고해요. 공부하고싶어요.
하고 싶을 때 해야겠어요.
학교 밖
독서. 관심 가는 분야를 파고들고, 또 파고들고.
마인드맵 그려가며 해보려해요.
사람과 사회에 대한 탐구.
올해는 저 자신에 대해 깊게 탐구해보고싶어요.
지금까지는 학생들의 대표자로서의 저로 살았어요.
올해는 온전한 저를 마주하고싶어요.
그래서 휴학했어요.
순례, 선생님 특강.
후에 주체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주체적으로 살고싶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유진, 고마워요.
올해, 유진에게 제안한 일 진행해요. 기억하지요?
사회복지전공대학생과 사회복지사의 대화,
한 달에 한 번 만나 나누고 정리하면 얼마나 풍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