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왜 동학(東學)인가?- 우리의 <오래된 미래>
지난 2월초 운영위에서 동학(東學)을 연재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대의 자본주의 문명은 그리 오래 지속될 수가 없을 것이며, 환경 운동을 여러 단체에서 20년 이상 하고 있으나 아직은 환경오염과 생태 파괴에 대하여 반대, 저항, 보전 캠페인 활동을 할뿐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에서 생태사상연구회라고 조그만 독서모임을 할 때에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새로운 사회 비젼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선뜻 제시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우리 역사 속에서 어느 정도 자신있게 제시해볼 수 있습니다. 바로 동학이지요. 과거 속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경우는 우리가 흔히 겪어 왔던 과정이지요. 인도 라다크 지방의 생활을 인류학적으로 보고한 <오래된 미래>는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것 같습니다. 동학은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제가 동학에 깊은 관심을 두는 이유는 첫째, 인내천(人乃天) 사상 때문이고, 둘째, 생명사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고, 셋째, 개벽사상 때문이고, 넷째는 우리 고유의 사상이면서 유.불.선.기독교의 측면을 수용 융합 진화한 사상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하나씩 생각을 전개해보겠습니다만, 오늘은 영화를 통해서 세 번째 개벽사상(후천개벽)에 대해서 접근해보려 합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영화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칭송되고 있는 <아바타(Avatar)>를 보았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지구는 자원이 고갈되어 멀리 외계의 판도라 행성-인류가 발견해낸 새로운 행성으로,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이다. 300m에 달하는 나무들이 우림을 이루고, 언옵타늄이라는 물질이 지닌 자기장 속성으로 인해 거대한 산들이 공중에 뜬 채 끊임없이 이동한다. 밤이 되면 판도라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내부의 화학반응을 통해 뿜어내는 형광빛으로 빛난다. -에서 에너지자원(언옵타늄)을 캐다 사용하는 상황인데, 광물채취기업이 용병을 구입해서 거의 군대와 마찬가지로 조직과 무기체계를 갖추고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나비(Na’vi)족’을 공격하여 그 자원을 강탈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와는 다른 한편으로 그레이스 박사팀은 ‘나비족’과 똑같은 아바타[몸]를 생성시켜서 지구인[정신]을 담아서-새로운 하이브리드 생명체로 링크 머신을 통해 인간의 의식으로 아바타 몸체를 원격조종할 수 있다- ‘나비족’ 사회로 침투시킨 다음,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설득한다는 계획을 추진하지요. 아바타는 3인으로 그중에 주인공 ‘제이크’는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와 만나서 여러 가지 훈련과 판도라 자연생태계와의 교감을 체험하면서 나비족-판도라의 토착민으로, 파란 피부, 3m가 넘는 신장, 뾰족한 귀, 긴 꼬리를 가졌다.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지닌 이들은 동족 및 모든 생명체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삶과 죽음을 비롯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살아간다-전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둘 사이에는 당연히 사랑이 싹트게 되고 지구인의 계획은 틀어지게 됩니다.
폭력적 해결을 추구하는 해병대령 출신 지휘관이 나비족의 ‘생명의 나무’를 파괴하고 나비족을 불안과 분노에 떨게 만들자, 그 부당함과 폭력성에 반발하여 ‘제이크’는 나비족 전사와 함께 군산복합적 폭력 세력의 공격에 대항하여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 극적으로 격퇴하게 됩니다.
3D 영상이라 편광안경을 끼고서 보느라 어릴 적 만화경을 보는 듯하고 입체적 화면이긴 하나 애니매이션 같은 입체감이어서 특별히 3D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영상 기술적 측면이야 이미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으니 더 드릴 말씀은 없고, 저는 그보다 영화의 메시지에 주목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영화<아바타>는 근대-과학-기계-폭력-하늘사람 : 원시-생명-인간-평화-땅의 사람의 대결을 보이면서 주인공 ‘제이크’는 그 중간적인 존재<아바타>로 시작하여 결국 ‘땅의 사람’이 되어서 ‘하늘의 사람’들과 싸우는 과정으로 진전됩니다. 마지막 대결 장면-나비족이 주변 종족을 끌어모아 기계 종족[지구인]과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과거 인디언 전사들이 500년만에 다시 부활하여 침략자들과 싸우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명의 나무’, '영혼의 나무', 대지의 여신, 에너지 흐름에 민감하고 모든 에너지는 결국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주의, 동물과의 교감 등등...근대 이전의 생명=에너지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 ‘제이크’의 행동이 바로 개벽(開闢)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벽이란 우리의 사고의 틀과 신념의 틀을 획기적으로 혁명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표영삼). <아바타>는 개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4년을 준비해서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이미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만큼 수천 수억의 인류가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되겠지요. 일부는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만 일부는 이 영화의 생태주의-평화주의-에너지 네트워크에 커다란 흥미와 충격을 받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로 인하여 인류의 영성이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지하 선생은 2002년 월트컵 때의 붉은 물결과 2008년 촛불집회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후천개벽으로 나아가는 조짐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사실이지 그 당시 700만 붉은 악마의 모습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돼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붉은 셔츠를 사입고 길거리로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1919년 3.1운동이 그러했으리라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아바타>가 세계적 개벽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 제가 무슨 예언자도 아니므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염원에서 나온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환경운동단체는 모두 단체관람 해야 할 영화입니다. 강추!!!]
첫댓글 <아바타>가 세계적 개벽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발 그리 되었으면 좋겟습니다.
앗, 대표님도 그러셨군요! ^^ 퇴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새벽에 일하다가 잠시 쉬어갑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일찍 마무리하십시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