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박을 심어서 급식에 보내고, 그 밭에 메밀을 심었더랬습니다.
멧돼지 땜시 절반이상의 호박을 잃어버리고,
대충 예취기로 풀과 호박줄기를 베고, 그 위에 그냥 메밀 직파.

메밀은 씨가 땅에 직접 닿기만 하면 발아가 됩니다.
굳이 낱알을 안 덮어 주어도 되지요.
다만,
그냥 뿌려두면, 새, 다람쥐, 쥐...들에게 많이 헌납하게 됩니다.

그래도, 제법 잘 여물었습니다.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을 해야하며, 그 적기는 꽃이 마감되고, 몇 알 여물어 들면 그 즉시 베는게 좋은데...
늦으면 땅에 떨어지고, 서리 맞으면 전부 누워버려서 수확하기에 애로가 많지요.

메밀수확기에 토란도 꽃이 폈습니다.
오래전(이 동네에서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아주 오래 된...)부터 동네에 재배되어 오던 토란대 입니다.

토란꽃 보기가 쉽지 않다던데...
올 해 아주 멋진 꽃을 봤지요.

메밀은 잘 마르면 작대기로 대충 털어도 잘 털립니다.
저는 양이 좀 되어서 도리깨질을 했습니다.
묵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작하여 잘 말려둔 메밀을 물어 담궈 불린 후 다시 건져서 물기를 다 뺍니다.

그렇게 잘 불린 메밀은 전부 파쇄하기보다는 방앗간 같은 곳에 가서 툭툭 터뜨린다는 느낌으로 갈아줍니다.
물론 집에서 믹서기나 멧돌을 이용해도 됩니다. 저는 저그마한 기계가 있어서 거기에다가 눌렀습니다.

자친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창을 메달렸습니다.
위 사진에다가 물을 둘러서 약간 자박하게 되면 그걸 이런 망태기나 양파망 같은데 넣어서 치대어 빨아 냅니다.
이때, 정말정말 중요한 것은 물이 많으면 말짱도루묵 됩니다.ㅎㅎ

위에 성근 채로 걸러낸 걸죽한 물을 다시 아주 고운 채로 2번 정도 내려야 하는데....
이게 여간 성가신게 아닙니다.
메밀가루는 점성이 높아서 주루룩 흐르듯하는데, 채에 처음 거른 메밀물을 넣고 손으로 계속 내려주어야 합니다.

이러기를 두어차례 해야 고운 묵이 됩니다.

점성이 높아서 죽죽내려가지를 않습니다.
그래도 물을 많이 넣으면 묵이 되지를 않습니다.
이렇게 두어번 내린 메밀물을 바로 끓이면서 저어 굳히면 묵이 되고,
이 물로 배추전이나 메밀전을 할 수 있으며,
이 물을 앉힌 후 말려두면 메밀가루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메밀도정하는 곳에 가면 가루던 녹미던 원하는데로 쉽게 만들어 올 수 있지요.

여하튼,
올 해 햇메밀묵 완성입니다.
꾸러미 보내야 되서 두판 만든고, 나머지는 이웃과 얌얌했습니다.
참,
메밀묵은 겨울이 제맛이지요? 다 이유가 있는데....그건 다음 기회에...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난 해 늦가을에 봉화에서 종자수집 있었는데, 안완식 선생님께서 제 토란대를 보시더니 토종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토란대가 붉거나 진자주색을 띈다고 하셨던거 같습니다.
메밀묵은 묵사발로 해서 먹었습니다.ㅎ
제가 질루 좋아하는 메밀묵을 본께 아픈 허리가 안아프네요 ㅋ.
눈으로 맛있게 먹을게요
어찌 허리가 편치 않으신가 봅니다. 얼른 쾌차하시길 빕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네요.. 메밀묵을 먹기까지..
상당한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지 첨 알았습니다. 메밀묵 정말 맛있겠어요. 꾸러미 받으시는 분들은 복받으셨네요 ㅎ
좀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요.ㅎㅎ
그래도 가끔 생각날 때는 이렇게 맹글어 먹어야 제맛이더군요.
와~~먹고 자포요~~~~
맛있것네요
100% 메밀묵 사고싶은데 요즘은 진짜가 없습니다
토농회 장터에 제주 농부님들이 농사지은 메밀가루와 메밀녹미, 통메밀을 판매하고 있으니..
메밀가루를 구하셔서 만들면 좀 더 수월하기는 할 것같습니다.
다만 메밀가루도 물에 불려서 채에 내려야 됩니다.
@불유구(不踰矩) 메밀수확해놓고는 도정을 못해~~ 맷돌믹서에 마른채로 갈아 채로쳐서 묵을 쑤었지요 물에 몇시간 담가놓긴했고 체에내리지는 않았네요 어떤차이가 있나요 안내린것하고 내린것하고요 첨 이라 시행착오를 겪읍니다 메밀전도 부드럽지가 않습니다
제가 묵을 좋아해서 고향집에 가면 어머님이 매년 묵을 해놓곤 하셨는데 지금은 추억이 되었네요^^
묵 좋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약간 텁텁하면서도 담백한 도토리묵이 더 땡깁니다.ㅎㅎ
참 대단하세요. 힘들다 싶은 일도 이렇게 슥~ 슥~ 하시니.
물 많으면 안 되는데 점성이 높아 내리기는 힘들고...그 대목에서 시도를 포기합니다. 그런 류의 일은 어깨와 팔, 허리가 정말 혹사당하더군요. 농사와 농가공에는 그런 류의 일이 너무너무 많아요.;;;;^^
일로 생각하고 덤비면 아무래도 쪼매 힘들어지지요.ㅎㅎ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눠먹는다...이러면 재미있고, 즐거워 집니다.^^
맛있는고생하셨어요 덕분에 많은팁얻어갑니다^^ 자당과 두런두런 저렇게치대고빨면서 더맛나지는메밀묵 아 맛나겠다 ㅎㅎ 성가시긴해도 꼭해먹어보고싶네요..혹시토종메밀판매는안하시나요?
통메밀은 쬐끔 여유가 있기는 합니다만, 토농회카페에서도 제주도에서 농사지은 메밀을 판매중에 있습니다.
가족들 모여서 두런두런 만들어보면 나름 재미납니다.ㅎㅎ
@불유구(不踰矩) 토농회라고 검색하면되나요?
@이미희 토종자립마을 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올해 수확한 메밀 탈피를 못해서 ......부럽습니다
도정하지 않고 저처럼 불린 후 그냥 사용하는 방법도 있으니...
저희 집 부근에 메밀도정해 주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만 비쌉니다.;;
손 많이 가는 메밀묵.....
농사지은 정성에 메밀묵 만드는 정성까지 포함하면 세상에 가장 귀한 음식이 될거예요.
대단한 여정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토란꽃 처음봅니다.
단아하니 참 곱습니다.
사실 메밀농사는 거저 먹는거나 다름없지요.ㅎㅎ
그냥 씨만 뿌려두고 대충 긁어주면 저절로 열려서 잘 여무니...거두고 키질 좀 하면 되는 곡식이지요.
묵으로까지 욕심을 내다보니 쬐끔 수선을 떨게 되었습니다.
저도 토란꽃을 직접 보기는 올 해가 처음입니다.
예전 먹든 메밀묵 머리속 맴돌아
작년 이맘때 검산댁님께 홍천메일
5알 나눔 받아 봄에 심으니
발아는 다 되었는데
한포기만 살아 내년 종자
몇알 남긴 메밀 ㅎㅎ
주말농장에서는 텃밭 옆 사람도
잘만나야 좋다는것을 느꼈습니다.
내년에는 꼭 풍성한 수확 하실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초복을 안고 씨를 뿌려서(땅의 지온이 가장 높을 때 파종) 꽃이 마감되고 두어 알이 거믓해지면 베시면 됩니다.
귀한토란꽃구경도감사해요
메밀 파종법과 수확시기를 알게되어 감사드립니다.
메밀 파종시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메밀묵 맛나게 생겼네요. 수고하신 만큼 잘 드시고 늘 건강하세요.
귀한 토란꽃도 잘 보았습니다.
봄메밀은 옛말에 "세 낱만 여물어도 굶어죽을 개아들 없다"는 걸 봤을 때 봄파종은 아닌듯하구요.
성질자체가 차기 때문에 땅의 지열이 가장 높은 초복무렵에 파종하는 것같습니다.
물론 봄에 파종해도 싹은 모두 잘 나옵니다만...
여물어가는 낱알이 드물더군요.
@불유구(不踰矩) 예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묵 맛을 알게된다는 것은 나이가 무르익어 간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어릴때는 묵 종류를 저런걸 왜 먹을까 싶었어요. ㅎㅎ
조기찌게에 있는 무는 젖히고 조기만 먹다가 어느날 부터는 양념과 생선맛이
잘 벤 무만 골라먹을 때.. 내가 왜 이러지? 하는것 처럼요..
윽;;
제가 늙어가는 중이군요.ㅎㅎ
저도 언젠가부터 뜨끈한 묵시발 한그릇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생선조림의 무 건져먹는 그런...ㅎㅎ
토란꽃 예쁘지요
토종 메밀구할수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