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형을 가로와 세로 각각 삼등분하여 만들어진 아홉 칸은 대우주와 소우주의 공간이며 이곳에서 우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에너지의 이동경로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는 명(命)과 운(運)에 따라 팔괘가 성운(成運)하고 구궁이 성도(成道)하는 바탕이다.
선천 하도가 체(體)이고 후천 낙서가 용(用)이다. 그러나 그 체는 고정적이지 않아서 용으로써 체를 삼고, 용은 체로부터 비롯된다. 명(命)은 운(運)의 행로(行路)에 따라 애당초 하늘이 부여한 명(命)의 체성, 즉 성품을 다할 것이고 운(運)은 그 운의 문호를 드나들고 그 행로를 다닐 명(命)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팔괘가 성운(成運)하고 구궁이 성도(成道)하는 과정은 개개인의 업력과 체질이 환경이라는 요소와 결합하여 선(善), 악(惡), 선도 악도 아닌 무기(無記)로써 사소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을 일으켜 보통의 사람이라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살게끔 한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동양학에서는 ‘명복의상산(命卜醫相山)’이라고 한다.
‘명(命)’은 사주팔자로 주어지는 개인의 인과율을 들여다보면서 인사(人事)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학문즉, 명리학이다. ‘복(卜)’은 점을 쳐서 피흉취길하는 방편이다. 아직도 점을 미신으로 취급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다. ‘복(卜)’은 ‘필연적인’ 사실을 점괘의 상과 수, 즉 ‘상태함수’를 해석함으로써 예측하는 과학적 행위다. 내가 벼락을 맞는 것은 벼락과 벼락이 떨어질 장소와 내 자신이 서로 공명하는 기운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연구 결과물의 해석을 잘못 할 수 있듯이 점괘의 통변 또한 오류가 있을 뿐, 나의 마음에 떠오른 그 무엇이라는 기미를 포착하는 점술은 엄연한 과학 영역이다.
동양학의 다섯 가지 술법 가운데 ‘의(醫)’는 비단 의사면허를 가진 자만의 학문이 아니다. 요즘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뚱이 하나 어쩌지 못해 늘 중생상과 수자상에 휩싸여, 식생활과 의료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자들이 TV에서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그릇된 견해에 넋을 잃고 ‘빠돌이’, ‘빠순이’로 전락하였다. 형편없는 지식, 알음알이가 지혜를 대신하는 극장의 우상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상(相)’은 관상과 풍수를 의미한다. 자신의 용모를 바꾸고 음양택의 좌향을 설정하거나 제화하는 일 모두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행위다. ‘산(山)’은 정신적 수양과 육체적 수련을 포함하는 ‘수도(修道)’에 해당한다. 도가의 수행이든 불가, 또는 유가의 수행이든 입산하여 폐관(閉關)하는 것은 다 때가 있다. 도가의 경우 내단(內丹)을 이루지 못했거나 불가의 경우 아직 누진통 십신에 이르지 못했으면 도회지에 남아 인기(人氣) 속에서 도를 닦아야 한다.
감히 말하지만 기문둔갑은 위 다섯 가지의 술법을 다 갖고 있다.
‘명(命)’에 적용하면 기문명리학이요, 점을 쳐 포국하면 ‘복(卜)’에 해당하고, 작괘하여 뜸과 침놓을 혈을 찾으면 곧 ‘의(醫)’로서의 기문의학이요, 포국된 구궁을 분석하면 직접 보지 않아도 사람의 모습과 무덤 속 상황을 꿰뚫을 수 있으니 기문상법이요 기문풍수다. ‘기문둔갑장신법’과 ‘만법귀종’ 등등은 좌도(左道) 계열의 수련법이며 곧 ‘산(山)’에 해당한다.
이처럼 동양의 다섯 술법을 모두 갖춘 기문둔갑을 공부할 때는 특정 분야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하나로써 다른 모든 것을 꿰뚫으려면(一以貫之) 그 하나에 정통해야함은 당연하고 나아가 중도(中道)를 증득해야 한다. ‘뚫을 관(貫)’ 자는 ‘관(串)’와 동일하므로 중(中) 자 두 개가 꿰어 있는 모습이다. 하나의 중은 하나의 영역이요, 다른 하나의 중은 그 외의 모든 영역이다. 또한 두 개의 중은 각각 나의 몸 안과 밖이고, 나의 마음과 육체다. 그러므로 나의 심신이 중도에 들어가 소허공이 대허공과 합하고, 나의 학문 영역이 편벽되거나 정체되지 않으면서 다른 학문과 원만하게 통하면 그것이 바로 기문둔갑을 일이관지하는 공부법이다.
젊은 시절의 나는 기문둔갑을 ‘산(山)’으로써 입문하였다. 이후 기문풍수를 배웠으니 곧 ‘상(相)’이었고 이어서 육효, 육임, 주역점과 연동하여 점술을 익혔으니 ‘복(卜)’의 기문둔갑이었다. 병원 문턱은 이십대 중반 이후에는 넘어 본 적이 없다. 양생법과 도인법 그리고 각종 수련으로써 단련된 것도 있지만 시의적절하게 내 몸을 살필 수 있었던 것은 기문둔갑으로 작괘하여 때때로 뜸과 침을 시술한 덕분이다.
이제 저와 함께 기문둔갑을 공부하려는 모든 학인들은 각자 어떤 영역에 종사하든 융회관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기존의 명리에 밝았던 분은 더욱 더 세밀하게 인사를 다룰 수 있을 것이고 풍수에 관심이 많았던 분은 신묘한 기문풍수에 감복할 것이다. 명리상 자신의 몸이 선천적으로 약하다고 판단되어도 기문둔갑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리라. 다만 술법만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머리글에서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기문둔갑은 술법이며 방편이라는 점이다. 정법은 사고의 위험이 적고 죄를 지어도 처절하게 참회하면 돌이킬 수 있으나 방편은 한 순간 실수로 쏟아진 물이 되면 다시 담을 수 없으므로 언제나 정법을 우선으로 하길 바란다.
Ⅱ. 기문둔갑의 유래
기문둔갑의 연원은 ‘자부선사’에게 있다.
‘치우(蚩尤)’와의 싸움에서 힘들어 하던 ‘황제(黃帝)’가 동방의 삼청궁(三淸宮)에 있던 자부선사를 찾아가 여러 기이한 서적을 받아 와서 신하인 ‘풍후’에게 명령하여 문자로 완성케 한 것이 최초의 기문둔갑이다.
풍후가 만든 기문국은 1,080 국(局)이었으나 훗날 강태공이 72국으로 수정하여 주나라 무왕을 도와 폭군 주왕(紂王)을 토벌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진시황이 세운 진(秦)나라가 망한 후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우는데 공을 세운 장량(張良)은 일찍이 황석공(黃石公)으로부터 『삼략(三略)』을 전수받아 기문 18국으로 정리하였다. 이에 의하면 동지 이후의 12절기를 양둔(陽遁)이라 하여 9개의 국으로 삼고, 하지 이후의 12절기를 음둔(陰遁)이라고 해서 9개의 국으로 삼았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기문국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기문둔갑이 발전해 오는 과정에는 황제, 풍후, 장량을 제외하고도 제갈공명, 유백온 등등 여러 분이 계시고 문헌 또한 다양하다. 특히 『기문둔갑장신법』과 청나라 말기에 원천강(袁千罡)이 발행한 『증보비전만법귀종(增補秘傳萬法歸宗)』은 기문둔갑을 이용한 도교수련서이다.
우리나라에서의 기문역사를 자세히 논하고 있는 문헌은 거의 없다. 간혹 보이는 일화를 종합하여 보건대, 고구려 때의 을파소, 연개소문, 신라의 김암, 조선의 정도전, 송구봉, 서경덕, 이지함 등이 기문둔갑에 능했던 것 같다. 문헌으로는 저자와 연대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홍연진결(洪煙眞訣)』이 가장 대표적이다.
Ⅲ. 기문둔갑의 구성
1. 기문둔갑의 어원
기문둔갑에서의 ‘기(奇)’는 ‘육의삼기(六儀三奇)’에서의 ‘기’를 뜻하고, ‘문(門)’은 일가팔문(日家八門)과 시가팔문(時家八門)에서의 ‘문’을 가리키며, ‘둔갑(遁甲)’은 구궁에 갑(甲)이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천간 열 개에서 갑(甲)을 제외한 무기경신임계(戊己庚辛壬癸)의 여섯을 육의(六儀)라 하고, 을병정(乙丙丁)의 셋을 삼기(三奇)라고 한다.
무(戊)는 갑자(甲子)부터 계유(癸酉)까지의 순중을 대표하고
기(己)는 갑술(甲戌)부터 계미(癸未)까지의 순중을 대표하고
경(庚)은 갑신(甲申)부터 계사(癸巳)까지의 순중을 대표하고
신(辛)은 갑오(甲午)부터 계묘(癸卯)까지의 순중을 대표하고
임(壬)은 갑진(甲辰)부터 계축(癸丑)까지의 순중을 대표하고
계(癸)는 갑인(甲寅)부터 계해(癸亥)까지의 순중을 대표한다.
이처럼 육의(六儀)가 60간지를 대표하고 있다면,
을(乙)은 해를 상징하고, 병(丙)은 달을 상징하며, 정(丁)은 별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삼기(三奇)는 지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천체의 기운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2. 기문둔갑의 구분
홍국(洪局)
일지(日支)
홍국수
(洪局數)
태을구성
(太乙九星)
팔괘
(八卦)
일가팔문
(日家八門)
연국(烟局)
시간(時干)
육의삼기
(六儀三奇)
천봉구성
(天蓬九星)
직부팔장
(直符八將)
시가팔문
(時家八門)
① 기문국(奇門局): 기문둔갑의 해석을 위하여 홍국, 연국, 신살의 포국이 완성된 것.
② 홍국과 연국의 포국요소에서 팔괘, 팔문(일가팔문과 시가팔문), 구성(태을구성과 천봉구성), 직부팔장을 합하여 이른바 ‘괘문성장(卦門星將)’ 또는 ‘사신(四神)’이라고 한다,
③ 신살은 12운성(運星), 12신살(神殺), 천을귀인(天乙貴人), 녹(祿), 기타 여러 살로 구성된다.
⑤ 대국(大局): 연월일의 삼주로만 조식하여 국운을 살필 때 쓰는 기문국으로서 간상입중국의 바탕이 된다.
⑥ 간상입중국(艮上入中局): 대국의 간궁에 있는 천지반홍국수, 지반의기, 일가팔문을 중궁에 넣어 포국한 국.
⑦ 지방국(地方局): 대국과 간방입중국을 거쳐 도별 분야국(分野局)과 특정도시가 속한 방위의 분야국, 그 방위에 속한 구체적 도시의 분야국 순으로 모두 다섯 번의 과정을 거친다.
일반적으로 홍국을 우리나라의 기문둔갑으로, 연국을 중국의 기문이라고 하면서, 전자를 인사에 넓게 적용하고 후자를 병법과 점술에 주로 쓴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기문둔갑이 동양의 오술(五術)을 다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대부분의 기문학인들의 견해가 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홍국은 일주를 위주로사주를 홍국수로 바꾸어 중궁에 넣어 포국한다. 연국은 시주를 중심으로포국하고 육의삼기를 사용한다. 순간의 기미 포착은 당연히 연국이 강하지만 어차피 홍국과 연국을 함께 사용하면서 포국의 목적과 용신에 따라어느 기문요소에 중점을 두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홍국의 물[洪]과 연국의 불[煙]이 조화하면감(坎)과 리(離)가 교구로써 용사하여 팔괘가 성운하고 구궁이 성도하면서 천지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때 건곤이 교구하며 그 속에서 만물이 자라는 상(相)이 홍연국 포국도이다. 그 구궁의 행로를 좇아 선천과 후천의 모든 상(象)을 용사하는 목적에 맞게끔 발견하고 실현시키는 것이 기문둔갑의 진정한 목적이리라.
3. 기문요소의 간략 소개
3.1 홍국수
사주의 천간과 지지를 오행의 기본수로 바꾸어 각각 모두 합산하여 9로 나눈 나머지가 천지반수다. 이것을 중궁에 넣어 지반수는 구궁을 순행하고 천반수는 역행한다. 포국된 홍국수는 동처(動處)와 육친(六親) 기타 요소들을 부설하는 기초가 된다.
3.2 육의삼기
연국의 중심은 육의삼기다. 육의삼기 상호간과 괘문성장과의 관계를 살피고 격국을 만들거나 십간대응결로써 기문국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육의삼기다. 체와 용, 기와 운으로 나누어 말하면 지반육의삼기가 체이면서 기(氣)를 나타내고 천반육의삼기는 용이면서 운(運)을 나타내어 각각 지리와 인사에 적용한다.
3.3 태을구성
하늘의 길하거나 흉한 상(象)을 나타내는 아홉 개의 별을 사주의 일주를 중심으로 포국한다. ‘태을(太乙)은 귀인의 도움이고 헌원(軒轅)은 도적의 기운이다’식으로 구성 각각의 해석도 중요하지만 평생국일 경우는 구궁과, 신수국일 경우는 일가팔문과 결합하여 대성괘를 만들어 주로 내사(內事)를 판단하고 구성과 팔문의 길한 기운이 동시에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리키는가를 알아 택방(擇方)하고 택시(擇時)할 수 있다.
3.4 천봉구성
태을구성과 마찬가지로 하늘의 상을 나타내는 아홉 개의 별이지만 시간(時干)을 중심으로 포국하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시가팔문과 결합하여 외사(外事)를 판단하고 출행과 관련하여 역시 택방(擇方)하고 택시(擇時)할 수 있다.
3.5 팔괘
중궁지반수를 기준으로 하여, 본래 구궁에 배치되어 있던 후천팔괘의 괘상이 바뀌어 다른 궁에 포국된다. 이것을 생기복덕법(生氣福德法)이라고 한다. 이러한 팔괘는 땅의 상을 나타내므로 포국되어 자리 잡은 궁(宮)의 고유오행(예를 들어 곤궁이면 土)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3.6 직부팔장
구성이 하늘의 상을, 팔괘가 땅의 상을 나타낸다면 여덟 개의 신장(神將)을 뜻하는 팔장은 사람의 상을 나타내는 팔문을 ‘보필(輔弼)’하는 기운이다. 팔장이 비록 연국에 속하지만 홍국과 관련해서는 홍국수를 보필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때의 ‘보필’은 특정한 기운, 그것이 길하거나 흉함을 따지지 않고 강화한다는 뜻이다. 명리에서는 12개의 신장을, 육효에서는 6개의 신장을 사용하지만 기문둔갑에서는 총 10개의 신장을 기본으로 두면서 음둔과 양둔에 따라 8개의 신장으로써 포국한다. 직부팔장을 오롯이 이해하여야 기문둔갑 술법의 고수가 된다.
3.7 일가팔문과 시가팔문
상인(象人)에 관련된 사항은 팔문으로 판단한다. 일가와 시가는 비록 같은 팔문이고 본래 위치한 궁이 같지만 전자는 일주를 중심으로, 후자는 시주를 기준으로 포국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사 또는 외사와 관련하여 태을구성과 천봉구성과 결합해 작괘하여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