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함께하는 소울메이트, 반려동식물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中
인간은 본래 외로운 것이라지만, 그저 그런 것이라며 견디기엔 너무나도 모질다. 특히나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교류가 단절될 위험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유난히 적적한 기분이라면 반려동식물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에 더해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도 큰 효과를 보인다. 행복을 입양하고 행복을 키우는, 반려동식물을 소개한다.
반려동물용품 주 소비자 ‘실버세대’··· 반려동물에서 반려곤충까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용품 시장도 커졌는데, 특히 60대 이상 소비자의 반려동물용품 구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는 실버세대만을 위한 반려동물용품 시장은 앞으로 더 세분되고 고급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어르신들이야 예전에도 있었지만, 관련시장을 주도할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노년층이 급증한 건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다보면 자연스레 관심과 신경을 쓰게 되는 소일거리가 생기고, 교감하고 대화함으로써 외로움도 덜 느끼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들을 가족으로 인식함에 따라 책임감을 갖게 돼 삶의 활력을 되찾기도 한다.
가장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아직까지 강아지가 압도적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물론 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활달한 강아지보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시크한’ 고양이의 습성이 어르신들과 잘 맞는다는 해석도 있다. 털 정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장난감, 자동으로 회전하는 줄을 달아 고양이와 편히 놀아줄 수 있는 장난감 등이 인기다. 개와 고양이 외에도 반려곤충도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장수풍뎅이, 쌍별귀뚜라미, 호랑나비 등의 곤충을 활용한 치유농업육성사업을 시범 추진한 결과, 독거 어르신의 우울감은 81.4%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힌바 있다.
병원을 방문해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증상이 반려동물 때문인지 알아보고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이 확인되면 슬픈 일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키우고 싶다면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항원을 몸에 조금씩 주입하는 면역치료요법을 시행해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의 침실 출입을 막고, 자주 목욕시키는 등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알레르기를 줄일 수 있는 한 방편이다.
개나 고양이 등에게 물리게 되면 광견병이나 파상풍 등 감염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상처 부위가 작더라도 이빨에 있는 세균으로 인한 감염이 발생할뿐더러 다른 세균이 추가로 감염되는 ‘2차 감염’의 발생 우려도 있다. 광견병은 모든 온혈동물에서 발생되는 질병으로 감염 동물로부터 물리거나 할퀸 상처를 통해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인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개와 고양이에게 반드시 광견병 백신을 접종하고, 함께 외출할 경우 애완동물이 야생동물과 싸우거나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왕이면 관리가 수월한 4kg 이하의 강아지가 좋다고 한다. 또한, 털갈이가 잦거나 미용 관리가 필요해 손이 많이 가는 견종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전문가들은 털이 곱슬곱슬해 미용관리가 쉽고 털 빠짐이 적은 푸들이나 비숑 프리제 등을 추천하고, 빗질 관리만으로도 털 빠짐을 줄일 수 있는 포메라니안, 재패니즈 스피츠, 파피용 등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어르신에게는 닥스훈트, 미니어처 핀셔, 스피츠 등이 운동친구로 좋다.
반려동물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매력 덩어리 ‘반려식물’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도 어르신들의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관리, 정서적 안정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려식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뜻하는데, 적은 비용과 수고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아지는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키고 비싼 사료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야밤에 컹컹 짖어대는 바람에 이웃들과 얼굴을 붉혀야하는 불상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려식물이 육체적으로 힘이 덜 들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할뿐더러 플랜트 인테리어(식물을 활용한 실내장식)로서 집안 분위기 개선에도 탁월하다는 건 홀몸 어르신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해 70세 이상 저소득 독거노인 2,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시범 운영한 결과, 우울감·외로움 해소와 주변 이웃들과의 친밀감 형성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아이비·고무나무·자금우 등 공기정화능력이 우수하고 관리가 편한 품종들을 보급하며 주기적으로 원예치료사가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해 식물 관리 방법도 안내하도록 했는데, 만족도 조사(330명)결과가 놀라웠다. 100점 만점 환산 결과, 우울감 해소 92점 및 외로움 해소 93점, 실내 환경개선 93점, 식물에 대한 관심 증가 93점 등으로 집계됐다.
반려식물의 정서적 효과가 알려지자, 반려식물을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의 심리치료에 이용하는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부산시가 주도한 ‘반려식물 입양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사상구 학장동·남구 문현동·영도구 영선동 등 행정복지센터와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가 반려식물 제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홀몸 어르신들이 겨울이 되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집안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공기정화식물로 쾌적한 집안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기에 반려식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장기요양보험, 행동한 동행 201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