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고향을 찾아서
생활속의 음악 (60) 남재 최영석 시인·클래식마니아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시작부터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좀 느리게 시작되는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과 달리 경쾌하게 시작하는데 오케스트라의 총주도 제법 웅장하며 후반부를 장식하는 현악기 군의 현란한 연주가 매우 인상적인 서곡으로 끝까지 다 들으면서 느끼는 통쾌한 감흥은 역시 모차르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은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돈 조바니> <마술피리>와 함께 세상의 많은 애호가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으로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쉐가 쓴 희곡을 대본작가 <다 폰테>가 4막짜리 오페라 부파(opera buffa /희가극)로 고쳐 쓴 작품에 모차르트가 곡을 붙인 것인데, 이야기의 줄거리로 보면 로시니가 쓴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속편이 되는 셈이지요.
고전 음악의 여러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발휘한 모차르트는 오페라 부파에서도 역시 탁월한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피가로의 결혼>이야말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한—매우 재미있고
클래식의 고향을 찾아서
통쾌함을 즐길 수 있으며 인생에 교훈
도 주는--작품이지요.
모차르트는 다폰테가 대본을 쓰는 동안 매일 써나 가는 대로 곡을 붙이는 방식으로 6주 만에 완성했다고 하니 작품에 몰입하는 두 사람의 손발이 그야말로 척척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이 오페라가 작곡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 혁명이 태동하던 시기로 보마르쉐의 원작이 부패하고 타락한 지배층을 통렬히 패러디한 내용의 희곡이었기 때문에 프랑스는 물론이고 빈에서도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기피하는 작품이었는데 이러한 여건하에서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다폰테가 대본에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수정하거나 삭제하여 거슬리지 않게 잘 다듬어서 황제의 허가를 받아냈기 때문이라고 하니 그의 정치적 역량과 수완 또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부패한 권력과 기득권층을 향한 자극적인 표현이 없는 것 같지만 실은 보마르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귀족계급층의 남성들의 보편적 윤리관은 제멋대로 바람을 피우는 것은 당연시하고 배우자에게만은 일방적으로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에 사로잡혀있었기 때문에 귀족이라는 권위와 존엄성과는 상관없이 방탕한 생활에 빠지기 쉬웠으며 이 오페라의 배경에 숨어있는 <초야권>이라는 패륜적인 행위를 당연시 여겼던 악습에서 파생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이 오페라를 재미있고 통쾌하게 엮어가는 줄거리지요.
전편(1부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이발사 피가로의 재치와 협력으로 현재의 부인 로지나와 어렵게 결혼했으나 그의 타고난 바람기는 멈출 줄을 몰라 자신의 시종 수잔나와 피가로의 결혼에까지 끼어들게 되며 그는 이 두 사람의 결혼은 찬성하지만 아리따운 수잔나를 그냥 온전히 피가로에게 보낼 수 없다는 엉큼한 속셈을 가지고 로지나와의 결혼 시 폐지시켰던 초야권을 부활시켜 합법적으로 수잔나의 첫날밤을 차지하려는 음흉한 계획을 세우는데, 드디어 결혼식 날은 다가오고, 알마비바 백작은 수잔나를 품에 안으리라는 생각에 골몰하나, 아무것도 모르는 피가로는 그저 좋아서 어찌할 줄을 모르는 가운데 오페라는 막이 오르고 서곡이 활기차게 울립니다.
《주요 등장인물》
*알마비바 백작.....................Br
*백작 부인 로지나..................S
*수잔나(백작 부인의 시녀
피가로의 약혼녀)....S
*피가로(백작의 시종)............Br
*케루비노(백작의 시동)........S
*바르톨로(의사)...................Bs
*마르첼리나(가정부)............Ms
*돈 바질리오(음악 교사).......T
*안토니오(정원사)................Bs
*바르바리나(정원사의 딸).....S
<제1막> 세비야 거리 근처에 있는 알마비바 백작 저택의 한 방 피가로와 수잔나는 결혼식 준비에 바쁘다. 피가로는 백작이 좋은 신혼 방을 주었다고 흐뭇해하며 침대를 비롯한 가구를 들여 신혼 방 꾸미느라 분주한데 수잔나는 알마비바 백작이 무슨 엉큼한 짓을 할지 몰라 내심 불안해한다. 백작이 그의 침실 가까운 방을 내어준 것은 아무래도 자기를 어찌해보려는 속셈이 있는 것 같고, 영주의 권위를 이용해서 초야권을 다시 부활시킬지도 모른다는 수잔나의 말에 피가로는 "위선자 백작! 이제야 알겠노라. 어디 두고 보자." 분노하며 카바티나 <백작님께서 춤을 추시겠다면 기타로 반주해드리죠!>를 부른다. 피가로가 방을 나간 뒤에 백작의 시동 케루비노가 들어와서 정원사의 딸 바르바리나와 연애하다 들켰다면서 영주(백작)에게 잘 말해달라고 부탁할 때 백작이 나타나자 케루비노는 의자 뒤에 숨고 백작은 수작나를 설득하려 하는데, 마침 음악 교사 바질리오가 방에 들어서자 백작도 의자 뒤에 숨는다. 바질리오는 백작이 그 방에 있을 줄을 전혀 모른 채 케루비노와 백작 부인 사이가 수상하다는 소문을 떠벌린다. 화가 난 백작이 모습을 드러내고 케루비노도 백작에게 들키고 마는데, 머리끝까지 화가 난 백작은 즉시 케루비노를 연대 소속 사관으로 징집을 명하여 쫓아내니 기가 죽은 케루비노를 피가로가 놀려대며 부르는 아리아 <더 이상 날지 못하리라. 바람기로 들뜬 나비야>로 1막이 끝나는데, 이 노래는 1막의 유명한 피날레 아리아로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곡이다.
<제2막> 백작 부인의 거실 막이 오르면서 백작 부인 로지나는 남편의 사랑이 식었음을 한탄하는 카바티나<사랑이여 내 슬픔과 탄식에 위안을 베풀어주소서>를 노래하는데 수잔나와 피가로가 찾아와서 계략을 알려준다.
첫 번째 안은 사냥 간 백작에게 오늘 밤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발신자 불명의 편지를 보내서 그가 분노와 질투심에 사로잡혀있을 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며 두 번째 안은 케루비노를 수잔나
로 변장시켜 백작을 정원으로 유인해낸 다음 모두가 동참하여 얼굴을 들 수 없게 망신을 주자는 것인데 피가로가 나간 뒤 케르비노가 군대에 가기 전에 인사차 들리고, 백작 부인과 수잔나가 그를 자신들의 계획대로 유인하자 케루비노가 수잔나의 기타 반주에 맞춰서 칸쪼네타<사랑이 어떤 것인지 당신네 부인들이 더 잘 알고 계시니까>를 노래한 다음 수잔나로 변장하기 위하여 여자 옷을 막 입기 시작했을 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백작이 들이닥치고 백작 부인은 당황하여 케르비노를 옷방에 밀어 넣고 문을 닫지만, 백작이 그 방문을 열어보라고 하나 부인은 완강히 거절하다가 결국, 백작과같이 열쇠를 가지러 간 사이 이를 지켜보던 수잔나가 재빨리 그 방에 들어가서 케루비노 도망치게 하는데, 막상 방문을 열어본 백작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케르비노가 아닌 수잔나임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질투심이 과했음을 깊이 뉘우친다며 부인에게 싹싹 빌 때에 피가로가 들어와서 결혼식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데, 이때 정원사가 들어와서 방금 이방 창문으로 사람이 뛰어내렸다고 고하자 피가로는 그게 바로 자기라고 재치있게 둘러대어 위기를 넘기나 바르톨로와 마르첼리나와 바질리오가 들이닥쳐 차용증서를 내보이며 피가로와 수잔나의 결혼을 중지하고 피가로와 마르첼리나의 결혼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피가로가 당혹해하자 백작은 속으로 "이제야말로 기회가 왔구나" 쾌재를 부른다.
<제3막> 알마비바 백작 저택의 대 응접실 백작 부인과 은밀히 계획한 대로 수잔나는 백작과 밤에 밀회를 약속하여 백작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파가로가 쓴 빚 문서 때문에 재판이 열리는데, 피가로는 마르첼리나에게 진 빚을 갚든지 아니면 그녀와 결혼해야 한다는 판결로 궁지에 몰리자 자신은 귀족의 아들인데 어릴 때 도적에게 납치되었으며 신분의 증거가 그의 팔에 새겨진 문신이라며 팔을 걷어 보이자 소송을 제기한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마르첼리나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채 소식을 몰랐던 아들이 바로 피가로임을 알아본 순간 드디어 빚 대신 결혼이라는 소송도 백작의 엉큼한 야심도 한 방에 날아가고 마는데, 수잔나와 백작 부인은 머리를 짜내어 백작을 유인할 편지를 쓰고 난 후 백작 부인은 지금의 불행한 처지를 한탄하며 잃어버린 행복을 그리는 아리아 <달콤하고 즐거웠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갔는가?>를 부른다.
드디어 기다리던 피가로의 결혼식이 시작되고 축하 무도회 중에 수잔나가 백작에게 오늘 밤에 정원에서 만나자는 가짜 편지를 건네니 이를 본 백작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제4막> 알마비바 백작 저택의 정원 편지의 답장 대신 편지에 꽂혔던 핀을 보내야 하는데 그 핀을 잃어버리고 만 백작은 바르발리나에게 명령하며 그 핀을 찾게 하나 마침 그 곁을 지나다가 핀을 찾는 사연을 듣게 된 피가로는 아내가 정말 백작과 밀회를 하려는 줄로 오해하고 부정한 밀회 현장을 덮칠 생각으로 어두워진 정원에 숨어들어 절호의 찬스를 기다는데 이미 피가로가 정원에 숨어든 것을 눈치챈 그녀는 수잔나의 아리아 <오라 사랑하는 이여 더 이상 주저 말고>로 피가로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다.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그는 수잔나의 옷으로 변장한 자기 부인을 수잔인 줄 알고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하며 비싼 반지도 끼워주는데 피가로는 백작 부인의 옷을 입고 숨어있는 수잔나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피가로와 백작 부인이 밀회하는 것처럼 꾸미니 백작이 단박에 걸려들면서 "부인 이젠 저항해보았자 아무 소용 없소 내 눈으로 목격했으니 절개를 지키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할거요!"라고 호통치니, 수잔나로 변장한 백작 부인이 즉시 백작 앞에 나타나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물인 반지를 보여주자 백작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콧대가 납작해져 “제발 용서해 달라”고 애원할 때 3시간에 걸친 이 재미있는 오페라는 피날레를 장식한다.
초연은 1786년 5월 1일 오스트리아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열렸으나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이웃 나라 체코의 프라하 공연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게 됨으로써 모차르트의 위대한 음악성을 인정한 것이 자국에서가 아니고 프라하였기에 지금도 모차르트가 그들의 작곡가인 듯 긍지를 지니고 있는 것은 천재 모차르트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면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는 주옥같은 아리아가 여러 곡 있으며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발췌곡이 많이 올려져 있어 골라서 감상해볼 수 있는 즐거움 또한 각별한데 마음이 가는 것부터 한두 곡이라도 필 청해보시길 권합니다.
대표적인 명반으로는 에리히 클라이버가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과 빈 국립 가극장 합창단을 지휘해서 1955년 6월에 녹음한 DECCA 음반을 첫 번째로 꼽는데, 이 음반은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 음반으로서 음질도 뛰어나고 빈 필의 유려한 음색에 명가수들의 화려하고 감동적인 노래 그리고 클라이버의 섬세하고 우아한 지휘가 일품으로 전곡중에서 어느 한 부분도 삭제되지 않은 온전한 전곡 녹음이라는 점이 돋보이는 소중한 음반이지요.
첫댓글 몇 달만에 글이 올라가네요.
지난 몇 개월 글이 올라가지 않아 못올렸거든요.
필자에게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다시 시도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