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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백운찬 조세심판원장] | ||
"사건처리 획기적 단축, 약자의 편에 서겠다" | ||
백운찬 조세심판원장은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이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외부의 유혹을 멀리하고 공정한 심판업무를 해야하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로 강조한다. 기획재정부에서 각종 조세정책을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던 그는 지난 5월 6일 조세심판원장에 발탁됐다. 취임 직후부터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고, 최근 그 출발점인 '조세행정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실명제, 현금영수증, 근로장려세제(EITC)를 비롯해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높인 노후차 세제지원방안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정책들이 수두룩하다. 이제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중간에서 '심판'을 내려야 하는 최종결정권자로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궁금해진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조세심판원장 집무실에서 백운찬 원장을 만나봤다. □ 집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처염상정' 액자가 눈에 띈다. 어떤 의미인가. =더러운 것을 접하더라도 그것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꽃은 오염물질을 양분으로 삼고 산소를 만들어 물을 정화시킨다. 흙탕물 속에서 오랜 역경을 딛고 순수한 꽃을 피운다. 진흙의 더러움 속에서 맑고 깨끗한 연꽃이 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평소 제일 좋아하는 말인데, 세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귀감이 될 글귀다. 특히 심판원은 외부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곳인데, 그 뜻을 직원들이 새기고 일했으면 좋겠다. □ 취임한지 불과 50여일 지났는데, 벌써부터 '조세심판 개선방안'을 내놓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취임 당시 심판원이 나아갈 방향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업무처리, 과감한 변화와 개혁, 업무능력 제고를 위한 전문지식 배양, 활기찬 조직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고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심판청구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고, 처리기간도 기존 174일에서 150일 이내에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합동회의를 매월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심판결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심판결정서를 전면 공개했고, 현장확인조사와 의견진술을 늘려 심리과정에서 청구인의 의견을 더욱 반영할 생각이다. 재정부·국세청 등과의 인사교류 확대와 쟁점별 심화 직무교육 등을 통해 조직의 활력과 전문성을 불어넣을 계획도 갖고 있다. □ 심판처리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심판원의 숙원 과제였지만, 제대로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이번에는 정말 실천이 가능한 얘기일지. =이달 말까지 장기미결자료를 모두 처리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결정이 까다로운 사안은 직원들과 직접 토론을 거쳐 조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물론 무작정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현재 납세자가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심없이 공정한 심판을 내리기 위해 검토보고서의 '대리인' 란을 없애버렸다. 선입견을 가지면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정으로 납세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영세사업자들이 청구하는 소액심판은 더욱 빠르게 처리할 계획이다.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최대한 약자의 편에 설 것이다. 그것이 '납세자 권리구제'라는 심판원의 책무이자 역할이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 업무처리기간 단축에 힘쓰다 보면 직원들 업무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데 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심판결정 과정에서 쓸데없이 자료를 만들고, 회의하는 것을 없애는 대신 토론을 많이 하고 있다. 조정계와 조사관실 직원들이 함께 토론하다보면 실력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직원들이 힘들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인사와 근평을 우대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 다면평가를 통해 실력있고 준비된 사람은 대우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의 사기문제는 월급과 인사문제가 핵심인데, 월급은 예산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사상의 우대가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고, 보답을 받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실력있는 직원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끝까지 챙겨줄 것이다. □ 과거 재정경제부 산하기관일 때와는 달리 2008년 정부조직개편 이후 재정부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불협화음이 종종 나온다. 앞으로 어떤 관계를 정립할지 궁금한데. =사실 심판원은 행정기관 내에서의 납세자 구제기관이다. 재정부·국세청과 같이 가면 안되지만, 따로 갈 수도 없는 관계다. 심판원에는 이들 기관에서 안풀리는 문제가 들어오는데, 이들의 입장을 살피는 기능이 약했다. 유대관계가 잘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그동안 좀 소원했다. 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에 심판원 상임심판관이 참석하고, 심판원 합동심판관회의에는 재정부와 국세청의 과장급 이상 책임자를 불러 의견을 개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인사 측면에서도 한 조직에 너무 오래있으면 유착이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이상 심판원에 근무하면 재정부나 국세청, 관세청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해당 기관과 합의했다. 인적측면에서 상당히 원활한 교류가 이뤄질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단발적인 인사교류가 이닌, 정례적 형태의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 심판원 전산시스템이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개선 여지가 있나. =부끄러운 얘기지만, 선결정례를 검색하는 프로그램과 체계가 제대로 갖춰있지 않았다. 현재 외부 전문인력과 함께 팀을 만들어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부족한 예산 문제는 예산실 측과 협의해서 확답을 받았다. 아마 내년쯤에는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손쉽게 심판청구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도록 개선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납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세심판원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과세처분으로부터 침해당한 납세자의 권익을 구제하고, 처분청의 과세를 시정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납세자 권리구제의 보루로서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점도 있었다고 본다.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항상 열린 마음으로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심판원은 납세자들에게 사랑과 신뢰받는 권리구제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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