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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밀엄경 상권
1. 밀엄도량품(密嚴道場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색(色)ㆍ무색(無色) 등의 생각을 초월하고 일체 법에 자재하며 무애하여 신족(神足)ㆍ역(力)ㆍ통(通)으로 유희(遊戱)하는 밀엄세계(密嚴世界)에 머무시니, 이 세계는 외도ㆍ성문ㆍ연각이 수행할 경계가 아니었다.
모든 훌륭한 유가(瑜伽)를 수행하는 이와, 10억 불찰의 미진수와 같은 보살마하살과 함께하시니, 일체 외도와 이론(異論)을 꺾는 보살마하살과, 대혜(大慧) 보살마하살과, 일체불법여실견(一切佛法如實見) 보살마하살과, 성관자재(聖觀自在) 보살마하살과, 득대세(得大勢) 보살마하살과, 신통왕(神通王) 보살마하살과, 만수실리(曼殊室利) 보살마하살과, 금강장(金剛藏) 보살마하살과, 해탈월(解脫月) 보살마하살과, 지진(持進) 보살마하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모두 삼계의 심(心)ㆍ의(意)ㆍ식(識)을 초월한 경계와 지혜가 몸을 이루었으며,
소의(所依)를 돌려 요술 같은 수릉엄 법운 삼마지(首愣嚴法雲三摩地)를 성취하였으며,
무량한 모든 부처님이 손으로 그들의 정수리를 만졌으며, 3유(有)를 떠난 연화궁에 있었다.
그때에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현재의 법을 즐기는 지위이며, 스스로 깨달은 성지이며, 심심한 경계이며, 미묘하고 빠르며, 무량한 여러 빛깔로 나타난 삼마지로부터 일어나, 천제(天帝)의 번개 빛인 묘장엄전(如莊嚴殿)에 나오셨다가 모든 보살들과 함께 무구월장전(無垢月藏殿)에 들어가시어 밀엄장 사자좌에 앉았다.
세존께서 앉으신 다음 사방을 살피시고 눈썹 사이 구슬 상투의 광명 장엄으로부터 무량한 백천의 맑은 광명을 내시니, 둘러싸여 서로 비치어 광명의 그물을 이루었으며, 이 광명의 그물이 흘러 비칠 때에는 일체 불찰의 장엄한 모습이 분명히 나타나서 한 불찰과 같았다.
나머지 불토도 장엄하게 꾸미어 가늘고 미묘함이 미진과 같았으며, 밀엄세계는 모든 불국토를 초월하여 별과 해ㆍ달을 멀리 떠나 무위의 성품 같고 미진 같지 않았다.
이 밀엄에 부처님과 제자와 다른 세계에서 이 모임에 온 이가 마땅히 열반과 허공과 비택멸(非擇滅)의 성품과 같았다.
[보살이 밀엄세계에 오다]
그때에 세존께서 저 세계의 부처님과 보살의 위신과 공덕의 승묘한 일을 나타내시고, 다시 불안(佛眼)으로써 두루 시방의 모든 보살들을 보시고 일체불법 여실견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여실견이여, 지금 이 세계는 밀엄이라 하며, 이 가운데의 보살은 모두 욕ㆍ색ㆍ무색ㆍ무상유정(無想有情)의 처소에서 삼마지의 힘으로써 지혜의 불을 내어 색탐(色貪)과 무명을 태워버리고,
의지한 바를 돌려 뜻으로 이루는 몸을 얻고,
신족ㆍ역ㆍ통으로써 장엄하니, 구멍과 틈이 없고, 뼈도 몸집도 없음이,
마치 해ㆍ달ㆍ마니ㆍ번개 빛ㆍ무지개ㆍ산호ㆍ흘리다라(紇利多羅)ㆍ황금ㆍ첨복(瞻蔔)ㆍ공작ㆍ달무리ㆍ거울 속의 그림자와 같다.
이러한 색신으로 모든 곳에 머물러 무루인(無漏因)을 닦아 삼마지에 의해 자재함과 10무진원(無盡願)과 회향(廻向)을 얻고 수승한 몸을 얻어 밀엄세계에 왔느니라.”
그때에 일체불법여실견 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묻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여실견에게 말씀하셨다.
“좋다, 좋다. 너의 마음대로 물어라. 너에게 말하여 너로 하여금 마음이 기쁘게 하리라.”
그때에 일체불법여실견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허락하여 주심을 받고 곧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이 불찰만이 욕계ㆍ색계ㆍ무색계ㆍ무상유정계를 초월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로부터 위로 백억 불찰을 지나서 범음(梵音) 불토ㆍ사라수왕(紗羅樹王) 불토ㆍ성수왕(星宿王) 불토가 있고, 이러한 불토를 지나서 다시 무량한 불찰이 있으니, 넓고 너르고 고상하고 깨끗하여 보살들의 모임으로 장엄되었다.
그 안에 모든 부처님이 보살들을 위하여 현전의 법을 즐기는 지위와 스스로 깨달은 성스러운 지혜와 분별을 멀리 떠난 실제의 진여와 큰 열반세계의 법을 말씀하시니, 그러므로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세계 밖에 이와 같이 무량한 불찰이 있는 것이다.
여실견아, 오직 너만이 이제 불국토와 보살들의 모임에서 마음에 한량을 내어 여래에게 물었을 뿐 아니라, 여기에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지진(持進)이었다.
일찍이 부처님 처소에서 ‘한량심(限量心)’을 내어 문득 신통을 써서 위쪽으로 올라 백천 구지(俱胝)와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불세계를 지나도 한 번도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하고,
마음에 희유한 생각을 내고 불보살의 불가사의함을 알아 사바세계의 명칭대성(名稱大城)에 돌아와 나에게 와서 자기의 허물을 뉘우치고,
부처님의 공덕이 무량하고 무변하여 허공과 같으시고,
자기의 깨달은 경계에 머무신 채 밀엄 불찰에 오셨다고 찬탄하였다.”
그때에 모임 가운데 금강장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모든 지위의 모습을 잘 설명하기에 능숙하여 미묘하게 결정하고 그 근원과 밑바닥을 다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부처님 앞에 정례하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 조금 묻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시고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금강장아, 네가 나에게 묻고자 함이 있다 하니,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은 너의 의심하는 바를 따라 너에게 열어서 말하리라.”
[부처님이란 무슨 뜻인가]
그때에 금강장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란 무슨 뜻이며, 깨달은 바는 무엇입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승의(勝義)의 경계를 말씀하시어 법성불을 보여 주십시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보살행을 닦는 이가 모든 물질의 모양이 쌓인 소견과 다른 외도 이론에 집착하고 수행하며 분별하는 경계를 행하면서 일으키는 미진(微塵)ㆍ승(勝)ㆍ자재성(自在性)ㆍ시(時)ㆍ방(方)ㆍ허공(虛空)ㆍ나의 뜻ㆍ근(根)ㆍ경(境)ㆍ화합(和合) 등 이러한 모든 소견과 다시 계교하는 이가 있음은 무명과 애업(愛業)의 안색(眼色)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때에 다시 촉감[觸]과 뜻을 일으키는[作意] 것이 있어 인연ㆍ등무간연(等無間緣)ㆍ증상연(增上緣)ㆍ소연연(所緣緣)과 화합하여 알음알이를 낸다고 집착하며, 행하는 이와 우리 법 가운데 있다 없다 따위의 악각(惡覺)을 일으키는 이와 다시 어떤 모든 사람들은 온[蘊法]인 유정에 공한 성품이란 소견에 떨어진 이들에게 이러한 망령된 분별을 끊게 하여 주십시오.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다섯 가지 의식을 떠나고, 아는 바 모습과 능히 모든 법에 가장 자재한 것과 부처님의 큰 보리를 깨달아, 알 바를 듣는 이로 하여금 다섯 가지로 알 바를 깨달은 것과 같이 정각을 이루게 하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 금강장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금강장아, 10지(地)는 자재하여 분별의 경계를 초월하였다.
큰 총명과 지혜가 있어 능히 이 법성과 불종(佛種)과 가장 훌륭한 유기(瑜祇)를 나타내고자 한다.
지금의 너만이 부처 보리로 깨닫는 바에 대하여 미묘한 생각을 내어서 나에게 물을 뿐이다.
그리고 현환(賢幻) 따위 무량한 불자가 있어 모두 이 뜻에 희유한 생각을 내어, 가지가지로 생각하고 선택하여 부처의 본체를 구하되,
여래란 무슨 뜻인가? 색(色)이 여래인가? 색 아닌 것이 여래인가?
이와 같이 온ㆍ처ㆍ계의 모든 행상에서 안팎으로 두루 구하여도 여래를 보지 못하였으니, 이는 모두 지은 바이어서 무너지고 없어지는 법인 까닭이다.
온 가운데 여래가 없고 내지 분석하여 극미(極微)에 이르러도 모두 보지 못하는 것은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묘한 지혜와 선정의 뜻으로써 자세히 관찰하면 보이는 바가 없는 까닭이며, 온은 거칠고 더러운 까닭이며, 여래는 항상된 법신인 때문이니, 좋은 일이다.
불자야, 너는 능히 심심한 법계에 잘 들어갔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금강장 보살마하살이 황송하게 여기며 들었다.
[이름만 있을 뿐이다]
“선남자야, 삼마지로 훌륭하게 자재하며 금강의 창고[藏]인 여래는 온이 아니며, 온이 아닌 것도 아니며, 온에 의지한 것이 아니며, 온에 의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생도 아니며, 멸도 아니고, 지혜도 아니며, 알 바도 아니다. 근도 아니며, 경계도 아니니,
무슨 까닭인가?
온ㆍ처ㆍ계의 모든 근ㆍ경 따위는 모두 비루(鄙陋)한 까닭이니, 반드시 그 안팎에서 여래를 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색은 감각도 알음알이도 없으며, 생각도 없어서 생기면 반드시 없어지나니, 풀ㆍ나무ㆍ기왓장의 종류와 같다.
미진이 쌓여서 이루어졌으니, 와서 모인 거품과 같다.
수(受)는 두 가지 법이 화합하여 생기니, 마치 물ㆍ병ㆍ거품ㆍ옷 따위와 같으며, 또 두 가지가 화합하는 인연으로 생긴 것이 아지랑이와 같다.
비유컨대 매우 더워 땅에서 수증기가 오르고, 다시 햇빛이 비치면 파랑(波浪)과 같나니, 모든 날짐승들이 목마름에 시달리어 멀리 바라보고 참으로 물인 양 착각하는 것과 같다.
생각[想]도 이와 같아서 체성이 없고 허망하여 실답지 않다.
분별하는 지자(知者)가 보기에는 성과 견[性見]이 각각 달라 명자를 얻을 듯하지만, 안정된 이가 자세히 관찰하면 토끼의 뿔 같고 석녀(石女)의 애기 따위 같아 다만 이름만 있을 뿐이다.
마치 꿈속의 색(色)이 오직 생각으로 헛되게 보는 것이니 깨면 없는 것이요,
무명의 꿈속에 남ㆍ녀 따위의 가지가지 빛깔을 보나 정각을 이루면 보이는 것이 없다.
행(行)은 파초의 속이 빈 것과 같으니, 모두 경계를 떠나면 체성이 없다.
식(識)은 요술의 일 같아서 거짓되고 실답지 않으니,
비유컨대 요술쟁이와 그의 제자가 초목ㆍ기왓장에 의하여 색과 형상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요술에 의해 사람들과 그 밖에 코끼리ㆍ말 따위가 가지가지 형상을 구족하고 장엄하게 보일 때 어리석은 이는 탐내어 구하려 하지만 지혜 있는 이는 그러지 않다.
식도 그와 같아서 다른 이에게 의지하여 머무르면서 변계(遍計)하고 분별하여 능취(能取)와 소취(所取)의 두 가지에 집착을 내거니와 만일 스스로 깨고 알면 즉시 모든 것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실제 없는 것이 요술쟁이와 같다.
[여래장, 열반계, 법계]
금강장아, 여래는 항상 머무르며, 항상 변역(變易)하지 않으니, 이것이 염불과 관행을 닦는 경계이며 여래장이라 한다.
마치 허공을 쳐서 없앨 수 없는 까닭에 열반계라 하며, 또한 법계라 한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이것을 수순하여 연설하신 까닭에, 만일 여래께서 출세하셨거나 출세하지 않으셨거나 이 법성은 항상 있음으로, 법주성(法住性)ㆍ법계성ㆍ법니야마성(法尼夜摩性)이라 한다.
금강장아, 무슨 까닭으로 니야마(尼夜摩)라 하는가?
뒤에 받을 일체의 허물을 멀리 떠났기 때문이다.
또 이 삼마지는 능히 뒤에 받을[後有] 모든 악을 완전히 없애는 까닭이니, 이러한 이유에서 니야마라 한다.
만일 삼마지에 머무는 이가 모든 유정에 마음으로 돌아보고 생각하는 것이 없으면 실제와 열반을 증득하나니,
마치 뜨거운 쇠를 찬물에 던지는 것 같아서 유정을 버린 까닭에 보살이 버리고 증득하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큰 정진ㆍ큰 자비ㆍ모든 바라밀을 버리고 부처의 종자를 끊어 성문승으로 나아가고, 외도 사견의 길을 가니, 마치 늙은 코끼리가 진흙 속에 빠진 것과 같다.
삼마지에 침몰되어 선정의 경계에 맛들이는 것도 그러하니, 일체의 모든 부처님의 법문을 물려서 굴리고, 구경의 지혜에 들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이 버리고 증득하지 않은 채 가까운 데 머물기만 한다.
[밝은 달의 그림자가 여러 물에 비치듯이]
구경혜(究竟慧)로써 불법신(佛法身)에 들어가 여래의 광대한 위덕을 깨달아 마땅히 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라.
지혜 경계의 여러 색으로 살림을 삼고, 여래의 선정에 들어 열반의 경계에 놀면 일체 여래께서 선정에서 일어나게 하신다.
그리고 점차 가행하여 제8지를 초월하고, 방편으로 결택하여 내지 법운(法雲)에서 여래의 광대한 위덕을 수용하고, 모든 부처님이 안으로 증득한 지경에 들어가 무공용도(無功用道)인 삼마지와 서로 어울리어 시방을 두루 다니되, 본 곳을 움직이지 않고 항상 밀엄 불찰을 의지한다.
금강같이 자재하고 큰 변화를 갖추어서 불토를 나타내되 자재하게 이루나니, 의지하는 바인 지혜와 삼마지와 의성신(意成身)을 굴려서 역(力)과 통(通)을 구족하니,
걸음 걷는 위덕이 마치 아왕(鵝王) 같다.
비유컨대 밝은 달의 그림자가 여러 물에 비치나니, 부처님도 그러하여 모든 유정을 따라 널리 색상을 나타낸다.
여러 가지 모임에 이익되는 일이 헛되지 않고 또 모두 밀엄 불찰에 참여하게 한다.
그들의 성질과 욕구에 따라 점차로 개유(開誘)하되, 그들을 위하여 일체의 욕계 천왕과 자재 보살과 청정한 마니보장 궁전의 모든 안락한 곳과 내지 모든 지위의 차례를 말하여 준다.
한 불찰에서 다른 불찰에 이르면서 부귀하고 즐겁고 공덕 되는 장엄을 보이시어 미래제가 다하도록 근기에 따라 응현(應現)하되,
마치 지명 선인(持明仙人)들이나 모든 신령과 신선의 궁전에 있는 신이 사람과 더불어 행동하되 볼 수 없는 것같이 한다.
여래의 변화로 할 바의 일을 마치면 진신(眞身)에 머물러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와 같다.”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근(根)이 쌓여 뱀과 같으니
경계연(境界緣)이 부딪친 곳에
무명과 애업이 생겨
훈습(薰習)하니 속박은 풀기 어려워라.
심(心)ㆍ심소(心所) 등 악각(惡覺)
얽힌 것이 용트림 같아
성내는 독이 어울리는 까닭에
훨훨 타는 불길 같아.
관행을 닦는 여러분
항상 이렇게 관찰하여
모든 온법(蘊法)을 버리고
일심으로 게을리 말라.
나무 없는 허공에
그림자를 보거나
바람의 길 발자취
모두 보기 어려워.
능조(能造)와 소조(所造)와
색(色)과 색 아닌 것에서
여래를 보려 하는 이
어렵기 이와 같은 것을.
진여와 실제와
제불(諸佛)의 체성은
안으로 깨달을 행할 바이요
말로 할 경계들이 아니랍니다.
열반을 부처라 하니
부처를 열반이라 하네.
능(能)과 소(所)의 분별이 없으니
어떻게 알거나 볼 수 있으리.
금돌을 부셔 보라.
금은 못 보리.
지혜 있는 사람이 불매질 하면
진금이 바야흐로 나타나리라.
모든 물질 분석하여
극미에 이르며
모든 온을 쪼개어
일이성(一異性)을 구해도
불체(佛體)는 끝내 보지 못하리.
부처가 없는 것은 또한 아니라.
안정된 이 여래를 관찰하면
서른두 가지의 훌륭한 모습과
괴롭고 즐거운 모든 일들과
움직이는 곳마다 나타나리니
그러므로 응당 말을 말아라.
여래는 결정코 없는 거라고.
삼마지 불(佛)과
선근ㆍ선교불과
일체세승불(一切世勝佛)과
정등각불(正等覺佛)과
이러한 부처님들 계시고
나머지는 모두가 변화신(變化身)이라.
여래장(如來藏) 속에는
32상이 갖추어 있나니
그러므로 부처가 없지 않은 것
선정 얻은 사람은 볼 수 있으니
삼계를 초월하는
무량한 불국토
여래의 미묘한 세계
청정한 불자들이 가득하시네.
정과 혜가 서로서로 의지가 되어
견고한 성품을 성취하시고
밀엄세계 불찰에 오가면서
부처님의 위덕을 생각하시네.
밀엄세계의 사람들
모두가 부처님 같아
찰나괴(刹那壞)를 초월하여
항상 삼마지에 노니네.
세존은 선정에 드시어
훌륭한 상호들로 장엄하시고
여몽관(如夢觀)을 얻어서
모든 법을 나타내나니
여러 사람 부처님의 화신을 일러
도솔천으로부터 내렸다 하나
부처님은 언제나 밀엄에 있어
그림자를 나타내 그 나라를 따르네.
참된 정에 머물러 고요하건만
인연 따라 여러 모양 나타나니
허공에 솟은 달이
여러 물에 비치는 듯.
마니주의 여러 모양은
빛깔이 모여서 나타나거니
여래가 정정에 머물러서도
그림자를 비침도 그러하다오.
비유컨대 물체와 그림자 같아
같은 것 다른 것 모두 아니니
훌륭한 대장부여, 밝히 알아라.
이렇게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극미의 훌륭한 성품 아니며
시간도 자재(自在)도 모두 아니며
그 밖에 다른 인연 또한 아니나
그러나 세간은 이뤄졌나니
여래는 인연으로써
과체를 장엄하시고
세간에 따라 응하신 바는
가지가지 모두가 분명하시니
삼마지에 유희(遊戱)하시며
안과 밖을 모두가 못함이 없네.
산천과 임야와
벗들과 권속과
별들과 해ㆍ달이
맑은 거울 속에 비치네.
이러한 모든 세간
몸 속에 다 넣어
손바닥에 얹었다가
겨자씨같이 던지기도 하네.
부처님은 선정에 자재하시어
모니(牟尼)를 일컬어서 최승존(最勝尊)이니
세간을 지을 이 능히 누구냐?
오로지 부처님만 하실 일이라.
어리석은 이 지혜가 없어
잘못된 생각에 속박되어서
있다 없다 희론을 일삼아
나와 남을 보려고 하네.
일체가 무너졌다 하고
일체가 조그만큼 이라고도 하니
이러한 모든 사람은
항상 자기의 몸을 해치고 있네.
부처님은 3유를 두루하면서
관행(觀行)하는 거룩한 도사이시니
세상을 보시기 간성과 같고
짓는 바 여러 가지 일과 업들은
꿈속에 생기는 빛과도 같고
사슴이 따라가는 아지랑이
꾸부리고 펴는 등 업을 지으나
바람에 노끈같이 진퇴(進退)하시네.
부처님은 방편 지혜로
자재하게 아시나니
비유컨대 기술자가
기계를 다루고
바다의 뱃사공이
키를 잡고 달리듯
가없고 고요하고 가장 묘하신
구족하고 훌륭한 장부이시네.
근기가 영리하면 능히 깨치고
근기가 둔한 이는 멀리 떠나리.
이것은 선정 닦는 행자의
묘한 선정으로 의지하는 바이니
일체의 정혜인(定慧人)도
분명히 마음속에 있나니
불체(佛體)는 가장 청정하여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아니니
깨치는 것 깨친 바 멀리 떠나고
근(根)의 한량도 또한 떠났네.
묘한 지혜로 어울릴 마음
무엇보다 수승한 경계
모든 상은 망(妄)의 경계
상을 떠나면 여래이니라.
능히 모든 번뇌를 끊고
선정에 물들지 않아
움직이고 움직일 바 없이
물들지 않는 길에 머물지어다.
미묘한 모든 하늘들과
건달바 아수라들과
여러 선인과 외도들까지
찬탄하며 항상 공양하리라.
그럴때에 놀라거나 기꺼워 말고
마음에 동요가 없게 하라.
유가(瑜伽)의 본래 맑음 말미암으면
그 까닭에 저 언덕 뛰어넘으리.
화신불의 모습을 나타내어서
하늘ㆍ사람 위함도 모두 업이니
부처님은 피차(彼此)에 아니 나타남이
넓은 하늘 한복판의 해와 달 같아.
원경지(圓鏡智)에 머물러
욕심을 떠나, 인간에 나타나시고
여러 가지 모든 외도
계제 따라 모두 다 조복하시네.
가지가지 사람의 지혜로운 법
왕론(王論)과 4베다(吠陀)
이들을 모두 다 여래께서는
정력(定力)으로 말씀하시네.
현재의 국왕이나 나라의 모임
그리고 모든 나라 모든 법령과
산림 속에 수도하는 여러 처소는
모두 다 부처님이 보이신 응화.
시방의 여러 가지 보배 창고들
청정한 보배를 출생하나니
이것이 모두가 천중천(天中天)께서
자재한 위신력을 쓰시는 까닭.
삼계에 재주 있는 여러 지혜와
가지가지 모든 재주 모든 재치로
짓는 바 방편과 그리고 업은
부처님을 인하여 이룩되나니
화만(華鬘)을 가지고 중생을 위하여
업행자(業行者)에게 인을 보이고
희롱하고 웃으시는 갖가지 방편
말하고 노래하고 읊으기 항상.
혹은 도솔(兜率)에서 내리시니
천녀에게 둘러싸여 춤과 노래로
서로서로 재미나게 즐거워하고
밤낮으로 노시는 모습 나타내고
어느 때는 마왕같이 몸을 나타내어
보배의 감투를 머리에 쓰고
세상의 오랏줄을 손에 들고서
주었다 빼앗다 가두고 품고.
일체의 중생에게
명지자(明智者)로 나타났으니
항상 밀엄국 안에
조용히 움직이지 않아.
이는 거룩한 모니의 경계
범우(凡愚)는 망령되게 분별을 내니
어떤 사람 눈을 앓는 것 같고
사슴이 아지랑이 보는 것 같고
세상의 요술을 보는 것 같고
꿈속에 취하는 모든 것 같네.
천중천의 경계를
불자는 모두 참되게 갖추었나니
수승함을 보는 까닭에
꿈속에서 깨어나듯 하리라.
나라(那羅)와 이사(伊舍)와 범천과
산나단묘희(珊那單妙喜)와
동자(童子) 겁비라(劫毘羅)와
수가(首迦)들까지 생각하여도
그 경계는 어리둥절하여
바르게 유가(瑜伽)를 보지 못하리.
미래에 고행할 선인도
과거와 현재의 선인도
습기가 마음을 가리워
모두 알지 못하리.
어질다 금강장아,
널리 모든 지위를 수행하고
다시 부처님의 위신으로써
밀엄토에 있게 되었네.
이 사람 금강장은
시현(示現)으로 등지(等持)에 드니
정정(正定)의 경계는
이를 말미암아 어울리는 때문.
혹은 망령되어 분별을 하여
승성(勝性)과 그리고 미진이라니
장인같이 재주껏 물건 만들면
가지가지 모양이 차별되지만
생겨남도 다만 이 법뿐이요
없어짐도 다만 이 법뿐이라.
일체의 물건을 망계(妄計)하여서
미세한 티끌이 지었다 하나
비유컨대 등불이 물건 나타내듯
원인이 결과를 능히 깨치네.
처음에도 얻는 바 모습이 없고
나중에 무너짐도 또한 그러해.
지나간 세상에도 실체 없었고
돌아오는 세상도 또한 그러해
반연을 떠나면 본성이 없어
하나하나 모든 연에 찾아도 없네.
또다시 있고 없는 성품을 보니
없다 하는 견해도 또한 없으니
미세하게 나의 몸과 유정의 몸과
질병과 의복 따위 분별한다오.
사종(邪宗)들은 정도를 무너뜨리면서
300하고 60의 종류 있으니
죽고 사는 갈래에 오고 가면서
열반할 법이란 있지 않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