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잉게보르크 바하만/김재혁 옮김, 자연사랑, 1998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사랑하는 나의 오빠, 언제 우리는 뗏목을 만들어 하늘을 따라 내려갈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나의 오빠, 곧 우리의 짐이 너무 커져서 우리는 침몰하고 말 거예요.
사랑하는 나의 오빠, 우리 종이 위에다 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철로를 그려요. 조심하세요, 여기 검은 선線들 앞에서 연필심과 함께 훌쩍 날아가지 않게요.
사랑하는 나의 오빠, 만약 그러면 나는 말뚝에 묶이 채 마구 소리를 지를 거예요. 하지만 오빠는 어느새 말에 올라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와, 우리 둘은 함께 도망치고 있군요.
집시들의 숙영지에서, 황야의 천막에서 깨어 있어야 해요, 우리의 머리카락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는군요. 오빠와 나의 나이 그리고 세계의 나이는 해로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교활한 까마귀나 끈끈한 거미의 손 그리고 덤불 속의 깃털에 속아넘어가지 마세요. 또 게으름뱅이 나라에서는 먹고 마시지 마세요. 그곳의 남비와 항아리에선 거짓 거품이 일거든요.
홍옥요정을 위한 황금달이에 이르러 그 말을 알고 있던 자만이 승리를 거두었지요. 오빠한테 말해야겠어요. 그 말은 지난 번 눈과 함께 정원에서 녹아서 사라져버렸다고 말이에요.
많고 많은 돌들 때문에 우리 발에 이렇게 상처가 났어요. 발 하나가 나으면, 우리는 그 발로 펄쩍 뛸 거예요. 아이들의 왕은 그의 왕국에 이르는 열쇠를 입에 물고 우리를 마중하고, 우리는 이런 노래를 부를 거예요 :
지금은 대추야자 씨가 싹트는 아름다운 시절! 추락하는 이들마다 날개가 달렸네요. 가난한 이들의 수의에 장식단을 달아준 것은 빨간 골무, 그리고 오빠의 떡잎이 나의 봉인 위로 떨어지네요.
우리는 자러 가야 해요, 사랑하는 이여, 놀이는 끝났어요. 발꿈치를 들고. 하얀 잠옷들이 부풀어오르네요. 아버지 어머니가 그러는데요, 우리가 숨결을 나누면, 이 집안에서는 유령이 나온대요.
어느 땅, 어느 강 그리고 호수로부터
1 두려워 하난 법을 배우고자 이 땅과 강과 호수를 떠난 자 있어. 나 그 사람의 발자국과 숨결을 구름을 헤아려 본다. 신의 뜻대로, 바람이 그것들을 지워버리기 전에.
헤아리고 잡아두라-그것들은 다른 많은 것들과 같으니. 운명들은 서로 비슷한 법. 오디세이의 운명이라. 하지만 그는 깨달았네. 양들이 풀을 뜯는 곳엔 벌써 항성 같은 눈초리의 늑대들이 있다는 것을.
그의 파도가 그를 실어가, 고통에 시달리기도 전에. 그는 그의 파도가 모두 다 쓰여졌음을 느꼈다.
파도는 호수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요람을 흔들었다. 그의 별자리게 베일 사이로 요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구머거리 호두들을 흔들어 짓밟아버리고, 뒝벌에게는 더욱 날카롭게 소리지르라 했다. 일요일은 그에게 달콤한 종소리보다 소중했다- 그는 매일 매일 일요일을 잃어버렸다.
그는 바퀴의 진행을 쉽게 하는 어떤 유혹도 뿌리치고 수레를 연약해진 궤도에서 끌어냈다. 그것은 첫 번째 낙석에 의해 일어난 물결이 호수에 전해준 절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회의에 잠겨 밤 속으로 도피했을 때, 일곱 개의 돌은 일곱 덩이의 빵이 되었다. 그는 옅은 안개에 몸을 담고 걸어가면서 길 잃은 자를 위해 빵가루를 뿌렸다.
기억하라! 이제 그대는 모든 땅을 알게 되었으니, 충실한 자, 새벽빛 받으며 집으로 안내되리라. 오 시간은 유예되었다, 시간은 우리에게 맡겨졌다! 내가 잊고 있던 것이 찬란하게 나를 뒤흔들었다.
2 새벽빛을 받으며 샘물들이 가운데로 몰려든다 목사, 기도서, 일요일의 나들이옷, 차가운 파이프들과 검은 모자들, 육체, 명예 그리고 재화가 최고의 말씀 앞에.
강물은 빈둥대며 서 있고, 버들거지는 멱을 감는다, 왕의 양초(현삼화) 빛이 집안에까지 비쳐드는데, 무거운 음식은 벌써 식탁 위에 차려졌고, 모든 기도는 아멘으로 끝난다.
환하고 거대한 오후의 시간들- 양말 속에선 바늘이 치솟고, 짐승들이 게워낸 음식이 흩어진다, 말들의 여물통이 말끔히 씻기우고, 마침내 팔라다가 타고갈 말이 종소리를 울린다.
유언장을 끌어안고, 두 번째 잠에 빠진 채, 노인들은 어두침침한 방구석에 누워 있다. 그들의 아들들은, 하느님의 비가 되어 점지한, 처녀들과 더불어 말없이 아들들을 만든다.
욕망을 충족한 입술들과 눈동자들- 유충들은 고치에 싸여 장롱 속에 매달려 있고, 빨리 찾아온 땅거미 속에 똥거름 냄새가 파리들의 포도송이와 함께 창문으로 흘러든다.
저녁이 되어 울타리 가엔 목소리들의 무리, 예배와 장미들이 큰 소리와 함께 꺾이면서, 잠에 취한 고양이들의 꿈을 방해하고, 바람은 빨간 코르셋을 옮겨놓았다.
땋은 머리들, 그림자의 쌍들이 안개 속에서 풀리고, 가까운 산등성이에서 불모의 달이 굴러내려와 전답을 차지하고 그 땅을 하룻밤 동안 고용한다.
2 달리는 구릉엔 산의 품에 안기어 성이 하나 남아 있다. 산은 성 주위에 암벽을 쌓고 독수리를 파견한다, 발톱의 봉인을, 국왕의 문장을 들려, 성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성벽 뒤에는 죽은 사람 셋이 숨겨져 있어, 한 사람은 아직도 망루에서 머리칼을 흩날리고, 한 사람은 돌멩이를 던지고 있으며, 한 사람은 머리가 돌이었다고 한다.
그들 셋의 명령을 받은 자가 방화를 하고,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자는 살인을 하고, 돌을 들어올리는 자는 오히려 제가 죽으리라, 오늘 밤 안으로, 지빠귀가 울기 전에.
성가퀴마다 맨발의 유령들, 지하감옥 안 무장을 푼 시체, 방명록엔 검시원들의 이름들- 밤은 우리를 부른 그들을 감춘다.
밤은 지도를 펼칠 뿐 목적지는 말하지 않는다. 밤은 시간을 빙하기로 기입하고, 빙퇴석 위로 난 자갈길과, 경사암과 백악석으로 가는 길을 기입한다.
밤은 용의 그림과 요새를 칭송한다, 위가 아래요 아래가 위였던 태초 세계의 수많은 주름으로 둘러싸인 요새들. 흙덩이는 여전히 푸른 튼 위에서 춤을 춘다.
밤이 우리를 충적지로 안내한다. 그 땅은 우리를 다시 새로운 빙하기의 지하의 나라로 안내한다. 그러니 동굴의 상에서 인간의 꿈을 구하라! 뇌조의 깃털을 너의 옷깃에 꽂으라.
4 옛날엔 우리는 다른 의복을 입고 다녔다. 너는 여우 모피를, 나는 스컹크 옷을. 그 훨씬 전엔 우리는 티베트의 깊은 계속 눈 속에 핀 동심초 꽃들이었다.
우리는 시간도 빛도 없이 결정체로 있다가, 최초의 시간과 함께 녹기 시작했다, 모든 생명의 소낙비가 우리를 덮쳤고, 우리는 최초의 뜻의 수분을 받아 꽃을 피웠다.
우리는 경이로움 속을 거닐며,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을 입었다. 우리는 모든 새 토양에서 힘을 빨아먹었고, 두 번 다시 우리의 호습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새처럼 가벼웠고 나무처럼 무거웠으며, 돌고래처럼 대담했고 새알처럼 묵묵했다. 우리는 죽어 있었고 살아 있었고 하나의 생명체이기도 하다가 하나의 사물이기도 했다(우리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리라!)
우리는 견디지 못하고 각자 기쁨으로 가득한 육신 속으로 파로들었다. (네가 내게 무엇이었는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그래 거친 돌에 착한 비둘기이었던 것을!)
너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너의 베일을, 실체 주위로 나부끼는 가벼운 천을 사랑했고, 방마다 너를 호기심 없이 손으로 붙잡았다. (네가 사랑한다면! 나는 너를 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나름의 샘물들이 솟는 땅으로 갔다. 땅문서도 찾아냈ㄷ. 그처럼 가없고, 그처럼 사랑스런 온 땅이 우리의 것이었다. 그 땅은 조가비 같은 네 손에 어울렸다.
5 그들이 언제 땅에 경계를 긋고 소나무 숲 둘레에 가시철망을 쳤는지 누가 알겠는가? 급류가 도화선을 밟아서 꺼버렸고, 여우는 폭약을 굴 밖으로 내던졌다.
그들이 산마루와 산꼭대기에서 무엇을 찾았는지 누가 알까? 한 마디 말인가? 우리가 입 속에 고이 간직해온 한 마디 말인가. 두 개의 언어로 더욱 멋지게 표현되며 우리가 침묵하고 있을 때도 여전히 짝을 이루는 한 마디 말.
다른 곳에서는 고갯길마다 차단횡목들이 길을 막는데, 이곳에서는 인사가 오가고 한 조각 빵도 나뉘어진다. 경계를 치유라혹 모두들 한 줌의 ㅎ늘과 수건 가득 흙을 날라온다.
바벨에서 아무리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해도, 너의 혀가 늘어나고 나의 혀가 휘었다 해도- ㅍㄹ레스틴 벌판을 진간 정신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지금 우롱하는 기음고 순음으로 말했다.
명칭들이 우리를 얼러 사물들 속으로 넣은 뒤로, 우리가 기호를 주고 기호가 우리에게 다가온 뒤로, 눈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화물일뿐만 아니라 눈은 이제 우리를 엄습하는 정적이기도 한 것이다.
갈라짐을 당하지 않으려면 각자 균열을 느껴야 한다. 똑같은 대기 속에서 베인자리를 똑같이 느껴야 한다. 하지만 초록의 경계선과 대기의 경계선만이 어떤 밤바람의 발 아래서도 상처가 아무는구나.
그러나 우리는 경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며, 한마디 한마디 말로써 경계를 넘어서 보련다 : 우리는 향수에 겨워 경계를 넘어설 것이며, 그리하여 다가가는 모든 장소와 하나가 되리라.
6 칼바람 날카롭게 울리며 도살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무딘 칼날을 아침바람이 갈아주고, 가축 주위로 모여선 사내들의 앞치마가 미풍을 지나 한결 기운을 차린 모습이다.
밧줄들은 더욱 세차게 조여지고, 주둥이들은 거품을 물고, 혓바닥을 헤엄을 친다. 이웃사람은 소금과 후추알을 가져오고ㅡ 제물들의 증량도 결정된다.
이곳에서는 죽은 것들의 무게가 훨씬 가볍다. 살아 있는 것들은 아직 피가 들어 있어서 -게다가 펄펄 뛰며 저울에 올라가지 않으려 저항하리라!- 저울로 잴 수 있는 중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뜨거운 입술을 가진 개들일랑 피라하, 또한 날피를 배가 터져라 마셔대는 천박한 놈도 피하라, 날피를 그림자가 시커먼 웅덩이의 주인 없는 땅으로 가져갈 때까지 마셔대는.
그리고 나중에 다가올 대출혈, 뺨의 반점을 피하라- 그것은 최초의 치욕, 고통과 죄과는 영속하고 짐승들에게서 끄집어낸 내장들도 첫 미래의 부호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의 숨결이 있는 곳에서는, 달콤한 살덩이와 골수로 가득찬 뼈다귀가 호흡을 멈추기 때문이다. 멈추어진 실감개에 매달린 조상의 의복 위로 모르는 사이 거미집이 흩날리는구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넘친다. 세월이 기운다. 젊은 눈썹은 하얀 색 연필을 느낀다. 초원에서는 해골들이 솟아오른다. 시들은 꽃말과 함께 십자가가 솟아오른다.
7 축제를 위해 모든 영혼들이 깨끗하게 씻겼고, 무도회를 앞둔 마룻바닥도 양잿물로 씻긴다. 믿음 깊은 아이들이 물 속으로 입김을 불어넣으니, 짚 끝에서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찬란하게 나타난다.
가장행렬이 늘어선 집들 모퉁이를 돌아가고, 짚인형들이 밀벽을 향해 갈짓자로 걸어가고, 기수들은 말을 몰아 꽃장애물을 뛰어넘고, 음악소리는 여름의 나라로 퍼져나간다.
주둥이북들이 피리소리에 구슬피 답한다. 밤의 도끼는 썩은 빛살 속으로 떨어진다. 곱추가 만져보라고 곱사등을 내어민다. 바보는 자신의 꿈의 얼굴을 찾아낸다.
장작더미가 타오른다 : 장작은 새 달이 뜨기 전, 도약을 앞두고, 행동과 하루해를 불러온다. 씨앗들과 불씨들은 들을 향해 날아가, 천상에서 뜻있는 일이 무언가 알아낸다.
총알들이 늘어선 전나무들 너머로 날아간다. 한 방은 발사되어 육신에 박혀 소리가 잦아들고, 다른 한 방은 그대로 침엽수립 속에 파묻혀 있다가, 검은 숲의 이끼에 의해 벙어리가 된다.
슬픈 기병들이 최후의 무도로 몰려든다. 발들은 쿵쿵대며 거친 운ㄴ을 밟는데, 흐르는 두송주를 마시고 기분이 전환된 취객들이 넋을 잃고 비틀대며 돌아간다.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화환들이 나부끼고, 종이는 공포에 질려 지붕 위를 떠돈다. 바람은 버려진 구멍가게들을 온통 뒤져서 꿈꾸는 자들에게 설탕심장을 날라다준다.
8 (내가 이것들을 꾸며낸 것 아닌가, 이 호수들과 이 강물을! 그렇다면 그 산을 아는 자 누구인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땅 위를 걷는 자가 착한 난쟁이에게 의지하는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 그리고 회귀선은? 너는 아직도 묻는가?! 활활 불타는 너의 마차를 몰아, 이 둥근 지구를 타고 내려가, 눈물을 흘리며 세계를 따라 굴러가보라! 넌 그곳에 결코 도착하지 못하리라.
무엇이 우리를 불러 머리칼 곤두서게 하는가? 흰독말풀이 달아오른 귓전에서 윙윙거린다. 고요로 가득찬 채, 혈관들이 소요스럽다. 조종들이 성문 위에서 흔들거린다.
촌스런 눈먼 창들, 양피지, 부스럼딱지, 노후의 재산 따위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입과 눈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우리에게는 영속의 상이 주어지리라.
말들과 갈색 구름, 바람늑대와 도깨비불, 뿔피리의 단정한 울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우리는 다른 목표를 향해 솟아올랐지만, 다른 장애물들이 우리를 추락으로 내몬다. ‘ 달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으며, 별들, 별들의 이마가 어두워지고 타오르는 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모든 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이 몰락할 때, 우리는 그 땅을 꿈으로 안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법칙은 어디 있으며, 질서는 어디 있는가? 나뭇잎과 나무와 돌은 어디서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그것들은 아름다운 언어 속에 들어 있다. 순수한 존재 속에···)
9 오빠는 서양산사나무 눈과 덤불과 새잡는 끈끈이를 가슴에 안고 오고, 지빠귀는 추락하듯 오빠의 채찍 위로 날아와 오빠와 함께 소떼를 집으로 몰고 온다.
지빠귀는 오빠의 금발 속에 둥지를 트리라. 오빠가 짚더미에 묻혀 가축의 희뿌연 연무를 맡으며, 그림자고삐와 안장을 놓을 가라말을 찾을 때면, 외양간에 둥지를 트리라.
지빠귀는 장미유에 부리를 담그고, 오빠의 눈에 장밋빛살을 떨구리라. 밤은 지빠귀의 부푼 깃털 속으로 파고들어 복된 체념 속에 새를 들어올려 주리라.
“오 누이여 노래하라, 그렇게 먼 옛날을 노래하라!” “곧 노래할께요, 곧, 더 아름다운 곳에서 말이에요.” “오 노래를 불러라, 노래로 양탄자를 짜서 그것을 타고 나와 함께 오늘 당장 날아가자!
꿀벌들이 우리를 대접하는 곳, 천사모자를 쓴 천사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나를 찾는 곳에서, 나와 같이 쉬어가자···” “곧 노래할께요-그런데 탑에서 푸드득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주무세요! 부엉이가 날아오르는 어스름 시간이에요.”
호박꽃 등불들이 순찰을 돌고ㅡ 종자는 채찍을 들고 벌떡 일어나, 불빛을 응시하다가, 마지막 목동의 나라로 통하는 입구에서 지빠귀를 습격한다.
큰 낫이 새의 억센 날개와 칼싸움을 벌이고, 삼지창은 파닥거리는 새를 찔러 문 쪽으로 내몬다. 하지만 새의 비명소리가 잠든 이를 깨우기도 전에, 그의 심장은 활짝 핀 첫 장미 속에서 경악한다.
10 깊은 호수와 잠자리들의 땅에서, 탈진하여 입을 원생암석에 부비면서 누군가 영원이 이 땅을 떠나기 앞서, 최초의 밝은 빛의 정령을 향해 소리친다.
그는 황새냉이풀로 아픈 눈을 씻고, 차갑게 각성하여 지난 날 본 것을 바라본다. 그를 배패치 않게 해주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다 : 그것은 바로 드넓은 심장과 하모니까이다.
지금은 사과주와 제비들의 시절, 술통의 구멍마다 마개가 끼워진다. 지금 술을 마시는 자는 검은 새떼를 향해 건배하는데, 멀리 있는 모든 것이 그의 심장을 미치게 한다.
그는 대장간과 물방앗간 그리고 교회를 닫고, 옥수수밭을 헤쳐가며 툭툭 옥수수를 딴다. 옥수수알들이 금빛 불꽃과 함께 튕길 때, 양분이 되어주었던 것들은 벌써 꺼져가고 있다.
작별을 할 때 오누이는, 침묵과 신뢰의 그들의 굳은 관계를 깨지말자 맹세한다. 그들이 가시관을 머리칼에서 벗을 때, 그 무엇도 바닥에서 감이 올려다 보지 못한다. 새둥지들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고, 부싯깃에 불이 붙자, 무성한 잎새에 불꽃이 어지럽고, 천사들이 푸른 벌집들을 향해 밤낮 꿀을 훔쳐간 데 대해 보복을 한다.
가면서 실타래가 사방 허공으로 던져졌을 때, 오 천사의 침묵이여! 아무리 자유롭다 해도 미궁의 입구에서 우리를 붙잡는 그 손음 뿌리칠 수 없으리라.
큰곰자리에의 탄원
큰 곰이여, 내려 오라, 텁수룩한 밤이여, 늙은 눈의 구름모피짐승이여, 별들의 눈동자여, 반짝이며 덤불을 헤치며 나온다. 발톱과 함께 그대의 앞발이, 별들의 발톱이. 우리는 잠들지 않고 양떼를 지킨다, 하지만 네게 사로잡혀, 그러기에 의심한다. 너의 지친 옆구리와 반쯤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을 늙은 곰이여.
하나의 솔방울 : 너희들의 세계. 너희들은 : 거기에 달린 비늘조각, 나는 그것들을 몰아대고 굴린다. 태초의 전나무로부터 마지막 전나무까지. 그것들을 킁킁대며 냄새 맡아보고, 입 속에 넣어 음미해 보고 앞발로 꽉 움켜쥐어본다.
두려워 해도 좋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 연보대에 돈이나 넣어주고 장님한테는 좋은 말이나 해주어라, 곰의 고삐를 잡으라고. 그리고 양들에게 양념이나 잘 치거라.
어쩌면 이 곰이 그곳에서 빠져나와, 더 이상 겁주지 않고, 모든 솔방울들을 몰아대지 않을지도, 전나무에서 떨어진, 천국에서 추락한 크고 날개 달린 전나무에서 떨어진.
나의 새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 짓밟힌 세계는 땅거미 속으로 다시 주저앉고, 숲들은 그 세계를 위해 수면제를 준비할 때, 파수꾼들이 떠나버린 탑으로부터 차분하고 꿋꿋이 부엉이의 눈이 내려다보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 너는 너의 시간을 알고 있다. 나의 새여, 너는 너의 너울을 쓰고 안개를 헤치며 나를 향해 날아온다.
우리는 불량배들이 사는 환경 속에서 주시하고 있다. 너는 나의 눈짓을 따라, 박차고 나가 깃털과 가죽을 휘몰아댄다-
나의 백발의 어깨동무여, 나의 무기여, 나의 단 하나뿐인 무기인 그 깃털을 꽂고 있는 벗이여! 나의 단 하나뿐인 장식 품 : 그것은 네가 준 너울과 깃털 뿐.
나무 밑 춤추는 침엽들로 나의 살갗이 얼얼하고 허리까지 오는 수풀이 향기로운 잎새들로 나를 유혹해도, 나의 고수머리가 뱀처럼 날름거리고, 일렁이며 물기를 애타게 찾으면, 별똥별들은 정확하게 나의 머리칼 위로 떨어진다.
내가 연기의 투구를 쓴 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시 알 때면, 나의 새여, 나의 밤의 든든한 배경이여, 내가 한밤중에 용기를 내면, 어두운 숲 속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고, 나는 내 가슴에서 불꽃을 낸다.
내가 내 본 모습대로 용기백배하여 불꽃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 마침내 나무줄기에서 송진이 흘러나와 상처들 위로 뚝뚝 떨어져, 대지가 따뜻해지도록 실을 자을 때면, (밤마다 네가 나의 심장을 남김없이 앗을지라도, 나의 믿음의 새여, 나의 충절의 새여!) 네가 편안한 마음으로 멋진 고요함 속에 날아드는- 저 망대는 빛 속으로 들어선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영토점령
이미 밤이 깊었을 때, 나는 목초지로 들어섰다. 초원에 난 흉터들과, 불기도 전의 바람결을 느끼면서, 사랑은 이젠 풀을 뜾지 않았고, 종소리는 벌써 울려 사라졌고ㅡ 풀 다발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뿔 하나가 땅에 꽂혀 있었다. 우두머리 짐승에 의해 쫓기다가, 어둠 속에 처박힌 채.
나는 뿔을 땅에서 뽑아 온 힘을 다해서 하늘을 향해 쳐들었다.
이 땅을 온통 음향으로 가득 채우기 위하여, 나는 뿔피리를 힘차게 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그리고 제 각각 혈통의 나부끼는 풀줄기들 틈에 살기 위하여!
이력서
밤은 길다. 죽은 수 없는 사나이에겐 밤은 길다. 오래도록 가로등불 밑에서 그의 벌거벗은 눈은 비틀거린다, 그의 눈은 화주 기운에 멀어버렸고, 그의 손톱 밑에 배인 젖은 고기 냄새도 이젠 그를 진정시키지 못하나니, 아아, 밤은 길다.
나의 머리칼은 하얗게 세지 않으리라, 내가 기계들의 자궁에서 기어나왔고, 내 이마와 머리다발엔 장미처럼 붉은 타르칠이 되었고, 내 이마의 눈처럼 하얀 눈이는 이미 교살당한 까닭이다. 그러나, 우두머리인 나는 백만의 영혼이 사는 도시를 누비고 다녔고, 나의 발은 백만의 평화의 담뱃대를 입에 문 가죽하늘 아래서 영혼의 지네들을 차갑게 밟았다. 나는 자꾸만 천사의 안식과, 나의 친구들의 무력한 비명 소리로 가득한 사냥터를 원했다.
두 다리와 양 날개를 활짝 펼치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청춘은 나를 넘고 똥오줌을 넘었다. 재스민을 넘더니 그것은 제곱근의 비밀을 품은 거대한 밤들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죽음의 전설이 시간마다 나의 창에 입김을 불고, 내게 대극초를 건네주고, 내 목구멍 속으로 나보다 앞서간 노인들의 웃음소리를 쏟아붓는다. 내가 대형서적을 보다가 잠에 곯아떨어질 때마다 부끄러운 꿈 속으로 떨어질 때마다, 나는 사고에는 소질이 없어, 뱀들을 장식하는 장식술이나 가지고 놀 뿐.
우리의 어머니들도 남편들의 희망찬 앞날을 꿈꾸었다. 그들은 남편들의 씩씩한 모습을 눈에 그렸다. 혁명아 같은 외로운 모습을, 그러나 예배가 끝난 후 정원에서 불타는 잡초들 위로 허리를 구부린 채 조잘대는 그들 사랑의 아이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나의 슬픈 아버지여, 왜 당신들은 그때 침묵하셨나요? 왜 생각을 계속하지 않으셨나요?
불의 분수들 속에서 길을 잃어, 발포되지 않는 대포 곁에서 보내는 밤, 이 밤은 더럽게도 길다. 황달에 걸린 달이 내뱉는 가래 아래, 담즙처럼 쓴 그의 빛살 아래, 치장한 역사가 탄 썰매가, 권력의 꿈자국을 남기면서 내 머리 위를 휙 스치고 날아간다 (나는 그것을 어쩌지 못한다).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 나는 깨어 있었다. 나는 얼음의 뼈다귀들 사이에서 길을 찾아내, 집으로 돌아와, 팔과 다리를 송악덩굴로 휘감고 남은 태양 빛으로 폐허를 하얗게 칠했다. 나는 숭고한 축일들을 지켰고, 칭찬을 받은 뒤에야 빵을 쪼갰다.
오만방자한 시대에는 잽싸게 이 빛에서 저 빛으로, 이 땅에서 저 땅으로 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무지개 아래서, 콤파스의 심을 심장에 박고, 밤을 반경으로 삼아. 가슴을 열면, 산에서 호수를 보고, 호수에서 산을 본다, 그리고 구름좌석에는 한 세계의 종들이 매달려 그네를 탄다. 그 세계를 아는 것이 내겐 금지되어 있다.
어느 금요일에 그 일은 일어났다. -나는 목숨을 걸고 금식을 했다. 대기는 레몬즙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나의 입천장에는 물고기 가시가 박혔다- 그때 나는 펼쳐진 생선에서 반지를 하나 끄집어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날 때 던져져 밤의 강물 속으로 떨어져 빠졌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다시 밤 속으로 던졌다.
오 내게 죽음의 공포가 없다면! 내가 그 말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말을 놓치지 않는다면), 내가 심장 속에 엉겅퀴를 갖고 있지 않다면, (내가 태양을 쳐서 끌 수 있다면), 입에 탐욕을 물고 있지 않다면, (격한 물을 마시지 않을 수 있다면) 내가 속눈썹을 올려뜨지 않는다면, (내가 그 끈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하늘을 떠나가는가? 이 땅이 나를 끌고가지 않는다면,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가만히 누워 있다면, 밤이 나를 원하는 곳에,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누워 있다면, 밤이 콧구멍을 벌름대며, 또 다시 발길질을 해대려고, 계속해서 발길질을 해대려고, 발굽을 들어올리기 전에.
언제나 밤이다. 그리고 낮은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열쇠꽃과 마법에 걸린 클로버가 지천인 밤이 발을 촉촉이 적셔주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등 뒤에선 흡혈귀가 걸음마 연습을 한다, 갈짓자로 걸으면서 내는 그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오래 전부터 나를 좇은 걸까? 내가 누구의 마음을 상하게 했나? 나를 구언해줄 비책은 아직 내 손에 주어지지 않았다.
풋내기 바위 주위로 풀줄기들이 숙영하는 곳, 샘물의 오래 된 맑은 입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 “멸망하지 않고 싶거든, 바깥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말라. 짤랑대는 열쇠소리를 따라, 초원의 집으로 들어오라!
순수한 육체를 사랑하지 않고 도취와 슬픔에 대해 소식만을 전해 줄뿐인 자는 순수한 육체로 죽어가리라.”
나를 쓰러뜨렸던 악의 힘으로, 흡혈귀는 날면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수천의 머리들을 들어올린다, 친구의 얼굴과 적의 얼굴을, 그 반재를 쪼개버린 자투른의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을.
목덜미의 살갗 깊이 상처가 새겨지면, 푸르고 소리없이 문들이 열린다. 초원의 문턱은 나의 피로 반짝인다. 밤이여, 어릿광대 모자로 내 눈을 덮어다오.
안개의 나라
겨울에 나의 사랑하는 여인은 숲속에 짐승들과 함께 있다. 해뜨기 전에 내가 돌아가야 함을 알고는 그 암여우는 웃는다. 구름들이 전율한다! 이윽고 눈처럼 흰 나의 옷깃 위로 한 층의 얼음이 부서져 떨어진다.
겨울에 나의 사랑하는 여인은 나무들 틈의 한 그루 나무, 행복이 떠난 까마귀들을 그녀의 아름다운 가지로 초대한다. 그녀는 알고 있다, 동이 트기 시작하면, 바람이, 서리가 엉겨붙어 버석버석한 그녀의 야회복을 들어올리고 나를 집으로 쫓으리라는 것을.
겨울에 나의 사랑하는 여인은 물고기들 틈에 끼어 말이 없다. 그녀가 지느러미를 놀릴 때마다 안으로부터 흔들리는 물에 홀린 채, 나는 물가에 서서, 얼음덩이가 나를 쫓아낼 때까지, 바라본다, 잠영하며 몸을 트는 그녀의 모습을.
그리고 내 위에서 날개를 쭉 펼치며 사냥의 소리를 질러대는 새의 외침에 가슴을 찔려 나는 또 다시 광활한 들판에 쓰러진다 : 그녀는 닭의 털을 뽑은 뒤 내게 하얀 빗장뼈 하나를 던져준다. 나는 그것을 목에 걸고 까실까실한 솜털 사이로 걸어간다.
나의 사랑하는 여인은 정조가 없다.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가끔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경쾌하게 도시로 간다, 그녀의 여러 술집에서 빨대로 술잔마다 깊숙이 키스를 하고 아무한테나 말을 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안개의 나라를 나는 보았고, 안개의 심장을 나는 먹었다.
푸른 시간
늙은이는 말한다 : 나의 천사여, 네 뜻대로, 네가 이 열린 저녁을 달래고 나의 팔짱을 끼고 잠시만 걸어간다면, 마법에 걸린 보리수들의 주문을 이해한다면, 푸른 빛 속에 섞여 한껏 부풀어 있는 램프들, 마지막 얼굴들을! 네 얼굴만이 또렷이 빛나는구나. 책들은 죽었고, 세계 양극의 긴장은 풀어져, 어두운 물결이 겨우 붙들어매놓고 있을 뿐, 네 머리칼의 머리핀은 빠진다. 나의 집에는 쉼없는 바람과 달의 휘파람소리-이어 자유궤도의 도약과 기억에 의해 끌려온 사랑뿐이야.
젊은이가 묻는다 : 당신은 앞으로도 그럴 건가요? 내 방의 그림자들 앞에서 맹세하세요. 그리고 보리수의 주문이 어둡고 참되다면, 꽃들과 더불어 그것을 읊고, 당신의 머리칼과, 흘러사라지려는 밤의 맥박을 열어놓으세요! 그러면 달의 신호가 오고, 바람은 잠들 거예요. 램프들은 푸른빛과 사이좋게 어울리고, 마침내 이 방은 모호한 시간과 작별하고, 부드러운 음식에 당신의 입은 나의 입맛에 들겠지요. 고통은 당신에게 가르쳐줄 거예요 : 세상을 얻고 세상을 패로 돌리고 잃어버리는 그 말을 살아 있고, 그때 사랑은 시작된다.
처녀는 침묵한다, 물레가락이 돌 때까지. 별의 은화가 떨어진다. 장미 속 시간이 흘러간다 : - 신사님들, 제 손에 칼을 주세요, 그러면 잔다르크가 조국을 구할 거예요. 여러분, 우리는 얼음을 헤치며 배를 움직이고, 내가 항로를 안내하겠어요, 나만이 아는 항로를. 아네모네를 사세요! 세 가지 소망 한 묶음을, 그것들은 터지려는 한 가지 소망 앞에 입을 다물 거예요. 나는 서커스 천막의 높은 그네에서 세상의 불타이어를 향해 뛰어내리고, 나의 주인의 손에 나를 맡길 거예요, 그러면 그 분은 내게 사랑스레 샛별을 보내주시겠지요.
내게 말해다오, 사랑이여
너의 모자가 살짝 들리며 인사하고 바람에 떠다닌다, 노출된 너의 머리는 구름을 흘려 놓고, 너의 심장은 다른 곳에 가서 볼일을 보며, 너의 입은 새로운 언어들을 섭취한다, 이 땅에는 방울내풀만 창궐하고, 여름이 별꽃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빼내고, 꽃가루 때문에 눈이 멀어 너는 얼굴을 들고, 너는 웃고 울며 너로 인해 죽어간다, 네게 무슨 일이 또 일어날까-
내게 말해다오, 사랑이여!
공작이 점잔빼며 놀라 부채처럼 꼬리를 펴고, 비둘기들은 목덜미깃을 빳빳이 세우니, 구구구 소리로 넘쳐 대기가 늘어나고, 숫오리도 꽥꽥대고, 온 나라가 야생의 꿀을 먹어, 차분한 공원에도 화단마다 황금빛 꽃가루 장식을 둘렀다.
물고기는 몸을 붉히며 무리를 앞질러 인공동굴을 지나 산호의 침상으로 돌진하고, 은빛모래의 음악에 맞추어 전갈이 수줍게 춤을 추고, 딱정벌레는 멀리서도 가장 멋진 암컷 냄새를 맡는다 ; 내게도 그런 감각이 있다면, 나도 암컷의 갑각 속에서 날개가 은은히 빛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련만, 또 먼 딸기숲을 찾아 길을 떠날 수 있으련만!
내게 말해다오, 사랑이여!
물은 말을 할 줄 알고, 물결은 물결의 손을 잡는다. 포도밭에는 포도송이가 부풀어 툭 떨어져 내린다. 저리도 순진하게 달팽이는 집에서 기어나오는구나!
돌멩이도 다른 돌멩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할 줄 안다!
내게 말해다오, 사랑이여, 내가 말할 수 없는 것을 : 나는 이 짧은 끔찍한 시간을 그저 생각과 교제하며 오로지 사랑 아닌 것만 알며 사랑 아닌 것만 행해야 하는가? 우리는 생각을 해야만 하나? 우리는 사라지지 않을까?
너는 말한다 : 다른 정신이 우리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 내게 아무 말도 말아다오. 나는 불도롱룡이 온갖 불꽃을 헤치고 가는 것을 본다. 어떤 소나기도 그를 내몰지 못하고, 어떤 것도 그에게 고통을 주지 못한다.
사금파리 언덕
서리와 흘레붙은 정원- 오븐 속에서 타버린 빵- 수확의 전설로 엮은 화환이 너의 손에 들려진 부싯깃.
침묵하라! 눈물 첡철 흘리며 너의 허섭스레기, 말들을 언제나 밭고랑의 매듭을 짓는 사금파리 언덕 밑에 보관하라.
항아리들이 모두 산산조각난다면, 항아리 속 눈물에서 무엇이 남을까? 아래 쪽에 불로 가득찬 틈이 있어, 불의 혓바닥이 대열을 이룬다.
물소리와 불소리가 아니 수증기도 생겨난다. 오 사금파리 언덕에 맡겨졌다가 피어오르는 구름이여, 말들이여!
하얀 날들
요즘 들어 나는 자작나무와 함께 기상하여 얼음으로 만든 거울 앞에 서서 밀 같은 머리칼을 이마에서 빗질해 넘긴다.
나의 숨결과 섞이면, 우유가 눈송이 모양이 된다. 이런 새벽이면 우유는 쉽게 거품을 낸다. 그리고 창문에 입김을 불면, 거기 어린애 같은 손가락으로 쓴, 너의 이름이 다시 나타난다 : 순결함이여!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요즈음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내가 잊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나는 사랑한다, 하얀 불꽃이 될 때까지 나는 사랑하며 천사의 인사법으로 감사한다. 나는 그 인사법을 빠르게 익혔다. 요즈음 나는 알바트로스를 생각한다. 나를 등에 태우고 날아올라 아무것도 씌여 있지 않은 땅으로 훌쩍 건너온 그 새를.
수평선에서 나는 어렴풋이 느낀다, 찬란하게 침몰하면서, 저 건너편의 동화와 같은 나의 대륙을, 내게 수의를 입혀 자유를 준 그 대륙을.
나는 살아, 멀이서 대륙이 부르는 백조의 노래를 듣는다.
할렘
모든 구름으로부터 홈통들이 떨어지고, 비는 모든 수직통로에 의해 걸러진다. 비는 소방용 사다리에서 펄쩍 뛰어내려, 음악이 가득 든 상자를 서툴게 연주한다.
검은 도시는 그 흰 눈동자를 굴리며 세상의 모든 모퉁이를 서성인다. 비의 리듬 속으로 침묵이 스며든다. 비의 블루스가 꺼진다.
광고
그러나 날이 저물고 추워지면 걱정마세요 걱정말아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걱정말아요 그러나 음악과 더불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즐겁게 그리고 음악과 더불어 무엇을 생각해야 하나 즐겁게 종말에 직면하여 음악과 더불어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져가야 하나 가장 멋진 일은 우리의 문제들과 모든 세월의 두려움을 꿈의 세탁장으로 오시는 것 걱정 근심 다 버리고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가장 멋진 일은 죽음 같은 정적이
찾아들면
죽은 항구
젖은 깃발들이 돛대마다 걸려 있다. 여태껏 어떤 땅도 갖지 않았던 빛깔이다, 깃발들은 진흙 투성이의 별들과, 돛대바구니에 푸르게 담긴 달을 위해 휘날리는 것이다.
발견자의 시대에서 나온 물의 세계여! 길마다 집채 같은 파도들이 물결치고, 하늘에서는 허공으로 올라간 새 도로들의 도로망들로부터 빛이 방울져 떨어진다.
저 아래엔 물들이 성서의 책장을 넘기고, 나침반의 바늘은 밤을 향한 채이다. 꿈들로부터 황금이 씻겨져 나오고, 그 유산은 바다의 몫으로 남는다.
사람의 발길 닿지 않은 땅 이젠 아무 데도 없다! 그리고 선원의 그물이 찢긴 채 떠다니고 있다. 그것은 미쳐서 껄껄대고 웃던 발견자들이 죽은 물의 품 속으로 풍덩 빠졌기 때문이다.
풍문과 비방
용의 씨앗을 뿌리는 말일랑, 우리의 입에서 나오지 마라, 정말이지, 대기는 후덥지근하고, 시큼하게 발효된 빛은 부글부글 거품을 품고, 늪지 위에는 새까맣게 모기의 꽃송이가 걸려 있다.
독미나리는 즐겨 술을 마신다. 고양이 가죽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서 뱀이 식식거리고, 전갈이 등장한다.
남을 비방하는 소문이여, 우리 귀에 들어오지 마라, 말이여, 샘이 솟는 늪 속에 가서 죽어라.
말이여, 다정한 인내심과 초조함을 가지고 우리 곁에 있어다오. 이러한 씨뿌리기는 마땅히 종말을 고해야 하리라!
짐승소리를 흉내내는 자는 그 짐승을 이길 수 없으리라. 제 침실의 비밀을 누설하는 자는 모든 사랑을 잃으리라. 말의 사생아는 재담의 종이 되어 우직한 인간을 희생시킬 뿐.
누가 네게 이 낯선 이에 대해 평가를 내리라 했는가? 네가 그런 부탁을 받지 않았다면, 이 밤에서 저 밤으로 그의 발에 난 종기와 함께 떠나거라! 가서 다시는 오지 마라.
말이여, 우리 것이 되거라, 생각이 자유롭고, 분명하며, 아름다워지거라. 멋대로 예견하는 일은 이제 분명 끝을 보아야 하리라.
(게들이 뒷걸음질치고, 두더쥐가 늦잠을 자고, 돌멩이를 만들어낸 석회가 연수軟水에 녹는다.)
오라, 소리와 입김의 은총이여, 이 입을 붙잡아 매다오, 이 입의 나약함이 우리를 놀래키고 방해할 때면 오라 그리고 네 역할을 놓치지 마라, 우리가 그 많은 악과 싸우고 있을 때. 용의 피가 적을 감싸기 전에, 이 손은 불 속으로 떨어지리라. 나의 말이여, 나를 구해다오!
진실된 것은
진실된 것은, 네 눈에 모래를 뿌리지 않는다. 잠과 죽음은 네게서 진실된 것을 요구한다. 온갖 고통의 충고를 받아 육화된 모습으로. 진실된 것은, 네 무덤에서 묘비를 치운다.
진실된 것은, 싹과 잎새 속에, 게으른 혀침대 속에 그처럼 떨어져 빠져 있고, 그처럼 퇘색된 채 있다, 일 년 그리고 또 다시 일 년 그리고 온 세월 동안- 진실된 것은, 시간을 만들지 않고, 시간을 메운다.
진실된 것은, 대지에 가리마를 타주고, 꿈과 화환과 그 주문을 깨끗이 빗질한다, 진실의 빗은 진실을 부풀려 열매가 충만해지면 진실을 네 속에 심은 다음 너를 다 마셔버린다.
진실된 것은, 너의 모든 것이 걸려 있을 법한 약탈이 벌어질 때까지 가만히 숨어만 있지 않는다. 너의 상처들이 터질 때, 너는 바로 진실의 약탈물이다 : 너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어느 것도 너를 기습하지 않는다.
음식 찌꺼기가 담긴 항아리를 들고 달이 온다. 네 양껏 마셔라. 쓰디쓴 밤이 내린다. 찌끼가 비둘기의 깃털을 포말로 만들고, 어느 나뭇가지도 비호받지 못한다.
너는 무거운 사슬에 매여 세계 속에 붙들려 있다. 그러나 진실된 것은 벽에다 균열을 만든다. 너는 깨어서 어둠 속에서 옳은 것을 보고 있다. 미지의 출구 쪽으로 눈을 향한 채.
맨 처음 태어난 땅
맨 처음 태어난 나의 땅, 남국으로 가서 나는 보았다, 벌거벗고 초라한 모습으로, 허리띠까지 바닷물에 담그고서, 도시와 성채를.
먼지로 잠이 든 채 나는 햇볕 속에 누워 있었다. 이오니아 소금 잎새를 무성히 단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내 위에 매달려 있었다.
거기선 꿈 한 자락 떨어지지 않았다.
그곳에는 로즈메리도 피지 않고, 제 노래를 샘물에 담가 생기를 불어넣는 새도 없다.
맨 처음 태어난 나의 땅, 남국에서는 북살무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빛 속에 전율이 일었다.
오, 감아라 눈을 감아라! 물린 상처를 입으로 빨아라!
내가 내 자신을 마시고 맨 처음 태어난 나의 땅이 지진을 얼러주었을 때, 나는 직관의 눈을 떴다.
그때 생이 내 품에 들어왔다.
그때 돌은 죽지 않았다. 한 번의 눈길이 불을 붙이면, 심지는 활활 타오른다.
어느 섬으로부터의 노래
그림자의 열매들이 벽에서 떨어진다. 달빛은 집에 벽회를 칠하고, 식어버린 분화구의 재를 바닷바람이 안으로 나른다.
아름다운 소년들의 품에 안기어 해안들은 잠들어 있고, 너의 육체는 나의 육체를 기억해낸다, 배들이 뭍에서 풀려나고 우리의 유한한 짐을 짊어진 십자가들이 돛의 임무를 수행하던 그 때, 너의 육체는 이미 내게 더해졌다.
이제 처형장들은 텅 비어 있고, 그들은 아무리 우리를 찾아내려 해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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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부활하고 내가 부활하는 날, 성문 앞에는 돌도 없을 것이고, 바다에는 나룻배도 없으리라.
언젠가 술통들이 일요일의 파도를 향해 굴러가리라, 우리는 발바닥에 성유를 바르고 바닷가로 가서, 포도송이를 씻은 다음, 발로 꾹꾹 밟아 포도주를 만들리라, 언젠가 바닷가에서.
네가 부활하고 내가 부활하는 날, 성문에는 형리가 매달려 있고, 망치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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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축제의 날은 틀림없이 찾아오리라! 고통을 겪은 성 안토니우스여, 고통을 겪은 성 레오나르드여, 고통을 겪은 성 비투스여, 우리의 청원을 위해, 기도자들을 위해 길을 비켜라, 음악과 기쁨을 위해 길을 비켜라! 우리는 소박함을 익혔거늘, 우리는 매미들과 함께 노래부른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바싹 마른 고양이들은 저녁 미사가 시작될 때까지 우리 식탁 주변을 맴돈다. 나는 두 눈으로 너의 손을 잡는다, 그러면 차분하고 용감한 심장이 너에게 자신의 소망을 바친다.
아이들에겐 꿀과 호두를, 어부들에겐 가득한 어망을, 정원에는 풍요로움을, 화산에는 달을, 화산에는 달을!
우리의 불꽃은 경계를 넘어갔고, 꽃불들은 밤새도록 옆으로 재주를 넘었다. 어두운 뗏목을 타고 행렬은 멀어져가며 태고의 세계에게 시간을 허락한다.
살금살금 기어가는 도마뱀에게, 마음껏 양분을 섭취하는 초목들에게, 들떠 있는 물고기에게, 바람의 광란의 축제에, 그리고 산의 기쁨에게, 그곳엔 경건한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와 산의 가슴을 쳐서 먼지로 흩날려버린다.
이제 마음을 굳게 가지세요, 우직한 성자들이여, 뭍을 향해 말하세요, 분화구는 쉴 줄 모른다고! 고통을 겪은 성 로쿠스여, 오, 고통을 겪은 성 프란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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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떠나갈 때에는, 여름내내 모아둔 조개들과 함께 모자를 바다 속에 던져버리고 머리칼 흩날리며 떠나야 하는 법. 사랑을 위해 차렸던 식탁도 바다 속에 던져버리고, 잔에 남은 포도주에도 바다를 향해 쏟아버려야 하리. 물고기들에게 제 몫의 빵을 던져주고 한 방울의 피를 바닷물에 섞어야 하리. 수중의 칼일랑 얌전히 파도에 실려 보내고 구두마저 바다 속으로 가라앉혀야 하리, 심장과 닻 드리고 십자가도, 그리고 나서 머리칼 흩날리며 떠나야 하리! 그러면 언젠가 그는 다시 돌아오리라. 언제냐고? 묻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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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에는 불이 있고, 불은 순수하다.
땅 밑에는 불이 있고 강물 같은 돌이 있다.
땅 밑에는 한 줄기 강이 있고, 그것은 우리 가슴속으로 흘러든다.
땅 밑에는 한 줄기 강이 있고, 그것은 유골을 그을린다.
거대한 불이 솟구치리라, 한 줄기 강이 땅 위로 솟구치리라.
우리는 그 증인이 되리라.
북과 남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모르는 잠 속에서 우리는 너무 늦게 정원 중의 정원에 도착했다. 나는 올리부거자에 내리는 눈을 보고 싶었고, 편도나무에 내리는 비와 얼음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네가 따뜻한 잎새를 갈아 누벽을 만든다면, 어떻게 종려나무가 그것을 견디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네가 잽싸게 비옷을 걸쳐 입는다면, 어떻게 종려 잎새가 안개 속으로 들어설 수 있을까?
내가 네게 활짝 열린 종려 잎새를 가져갔을 때 쏟아지는 빗줄기에 네가 당혹했던 일을 생각하라. 너는 그것을 닫아버렸다. 네게서 시간은 도망쳤다, 내가 철새들과 함께 하늘을 향해 올라간 뒤로.
두 가지로 쓴 편지
로마 11월 저녁 정말 고마워 매끄러운 대리석암초 차가운 타일들 성문들이 닫히기 직전 들끓는 빛살들 꽁꽁 언 유리잔들이 깨지면서 내는 소리 그들이 기타를 쥐어짜 내는 노랫소리 그들이 두개골을 동전에 새겨넣기 전에 실측백나무창을 들고 원형경기장으로 가자! 나무를 갉아먹는 곤충이 나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었어- 애벌레들이 갉아 먹은 이파리는 어떻게 보일까? 그리고 안개나라의 가을 대단한 비의 펌프질 속 숲들의 알록달록한 누더기 혹시 새끼 올빼미들이 있을까 죽음의 갈구 따뜻한 늪에서 죽어가는 용들 돛 검은 빛 까마귀들의 사고의 비명을 바다 주위로 부는 북풍을 파헤치는 것 유렁선 산비탈 그리고 황야 돌조각으로 뒤덮인 집 슬픈 수양버들은 관들의 강가에서 책임을 느껴 눈물짓는다 그들이 깊은 밑바닥에서 건져낸 광기를 언제나와 이젠 결코아님이 섞인 음료 너의 아픈 심장을 숭배하면서 모든 고통을 없애고 망연자실 사랑의 병에 걸려...
밤 11월 로마의 화합과 휴식 아픔 없는 헤어짐이 있었다 순수한 광채가 한 줄기 눈을 맴돌았다. 둥근 기둥들은 타마린드로부터 크고 있다. 오 푸른 소리들이 묶어 놓은 하늘이여! 원반들이 분수 한가운데에 내려앉는다 그들은 장미처럼 사뿐한 발걸음으로 돈다 고양이들은 탐욕스레 발톱을 쭉 내민다 잠이 마지막 남은 별 하나를 덮쳤다 입은 베이지 않고 키스에서 빠져나온다 비단신은 사금파리에 상하지 않았다 포도주느 어렴풋한 생각 속으로 급히 파고든다 빛은 다시 껑충 뛰어 그 환한 앞발로 시대를 움켜잡아 오늘 속으로 내팽개친다 언덕이 첫 자동차 떼를 공격하여 점령한다 사원들 앞 쪽으로 안테나들이 행진하며 라디오의 아침합창곡을 수신하고 장터의 외침마다 새소리의 가격을 매긴다 포장도로 속으로 말발굽들의 왼글씨가 담긴다 국화꽃들이 무덤들을 메운다 바다의 미풍과 산바람이 향기와 눈물을 섞는다 나는 그 한가운데 있다-너는 무엇을 바라는가?
로마의 밤풍경
그네의 발판이 일곱의 언덕을 하늘로 끌어올리면, 그것은 또한 우리에 의해 무거워지고 휘감긴 채 어두컴컴한 물 속으로 미끄러져,
강물의 진창 속으로 잠기고, 그러면 우리 품을 향해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우리 차례가 오면, 우리는 이륙한다.
언덕들은 가라앉고 우리는 올라가며 모든 물고기를 밤과 나누어 갖는다.
아무도 뛰어내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확실한 것은, 사랑만이, 그리고 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올려줄 수 있다는 것.
포도나무 아래
포도나무 아래 포도송이 빛살 속에 너의 마지막 얼굴이 익어간다. 밤은 잎새를 돌려놓아야 하리.
밤은 잎새를 돌려놓아야 하리, 포도껍질이 터지면서 포도살을 비집고 해가 나올 때면.
밤은 잎새를 돌려놓아야 하리, 빛의 차단을 받아 너의 첫 얼굴이 너의 환영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포도나무 아래 포도송이 빛줄기 속에 도취가 너의 얼굴에 상흔을 새겨놓는다- 밤은 잎새를 돌려놓아야 하리.
폴리아에서
올리브 나무들 아래 빛이 씨앗을 쏟아붓고, 양귀비가 나타나 다시 펄럭거리며 타올라, 올리브기름을 움켜잡고 그것을 불사른다, 그리하여 그 빛은 다시는 꺼지지 않으니라.
동굴도시들의 북들은 쉼없이 북을 울린다, 흰 빵과 검은 입술들, 구유통 속의 아이들을 파리떼가 먹어치우려 한다.
밝은 빛이 밭에서 혈거민의 날로 돌아간다면, 양귀비는 램프불로 불이 붙어 연기를 내고, 잠 속의 고통이 양귀비를 다 태워버릴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탈 수 없을 때가지.
당나귀들은 일어나서 뭍으로 물호스를 나르고, 모든 손들은 실을 꼬고, 벽을 위해 유리잔과 진주를 꾸미리, 옷자락 소리내며 들어갈 문을.
성모들은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물소는 가리라, 뿔에서 연기를 내며 초록의 물통을 향해 그러면 마침내 선물은 풍족하리라 : 새끼양의 피, 물고기 그리고 뱀의 알
마침내 돌들은 열매를 빻고, 항아리들은 구워져 있다. 기름이 크게 방울져 흘러내리고, 양귀비는 취한 채 쓰러진다, 무도거미 떼의 습격을 받아.
검은 왈츠
노櫓는 공 소리에 검은 왈츠를 시작하고, 그림자들은 엉글게 기타 소리를 꿰맨다.
문지방 아래 거울에 나의 어두운 집이 반짝이고, 불빛들이 제 몸의 불타는 끝을 살짝 밟아 끈다.
선율들 위로 덮쳐오는 : 물결과 놀이의 조화 ; 바닥은 늘 다른 목표흘 향해 도망친다.
장터의 외침과 파란 풍선을 나는 낮에게 빚지고 있고- 돌의 몸통과 새의 날개들이, 저희들 밤마다 두 사람의
스텝을 위하여 자세를 구한다, 소리없이 나를 향한 채, 베니스여, 말뚝에 박히고 날개를 단, 저녁과 아침의 땅이여!
모자이크들만이 바닥에 뿌리내린 채 꼭 붙어 있을 뿐, 기둥들은 부표와 인상과 프레스코 자투리 주위로 춤춘다.
사자의 태양을 볼 수 있는 8월은 애당초 없었으며, 이미 여름의 문턱에서 사자의 태양은 갈기를 휘날렸다.
우상 같은 밝은 빛을 생각하라, 뱃전을 내리치는 맹수의 앞발을. 용골의 수행을 받는 어리석은 가장행렬을,
익사한 관람석을 지나 선두까지 배를 타고 달려온 천조각을, 소금기 있는 물을, 사랑과 그 향기를,
도입부를, 그리고 고요의 상박을, 이어지는 무無를, 휴지를 알리는 노 소리와 바다의 종지부를!
여러 해가 지난 뒤
시간의 화살은 태양의 활에 살짝 재워져 있다. 용설란이 바위틈을 비집고 나오면, 네 심장은 용설란 위에서 바람에 얼러지고, 시간의 모든 목표와 보조를 맞추리라.
벌써 그림자 하나가 아초렌군도 위를 가르고, 너의 가슴은 유탄. 죽음 또한 이 순간과 결탁했다면, 너는 죽음을 향해 찬란히 다가가는 원반.
바다 또한 버릇없고 광채에 길들어 있다면, 한 줌의 피를 위해 수면을 높일 것이며 용설란은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 바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취한 물결 앞에서 꽃피리라.
그림자 장미 그림자
어느 낯선 하늘 아래 그림자 장미 그림자 어느 낯선 땅 위에 장미와 그림자 사이 어느 낯선 물 속에 내 그림자
머무르라
여행은 끝나가고, 여행의 바람은 찾아오지 않는다. 너의 손바닥 위로 가벼운 카드집 하나가 떨어진다.
카드마다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모든 장소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너는 세상을 그려 놓고 그것을 낱말과 섞는다.
이어서 판에 들어선 사람들의 진지함이여! 머무르라, 게임을 이기는 카드를 뽑을 수 있도록!
아크라가스에서
두 손에 담은 정화수, 하얀 눈썹을 한 한낮에 강물은 제 깊은 속을 들여다보다가 마지막으로 모래언덕을 뒤집어보리라, 두 손에 담은 정화수로.
바람이 유칼리나무 숲으로부터 잎새들을 쓸어올리며 입김을 새기면, 강물은 보다 깊은 음조를 사랑하리라, 부싯돌들의 탄탄한 부딪힘 소리를 바람은 유칼리 숲으로 실어나른다.
빛과 말없는 불길의 신성한 손길에 바다는 오래된 사원을 활짝 열어 보인다. 강물이, 그 원천에 이르기까지, 두 손 안에 담은 정화수에 의해 말없는 불길의 축성을 받으면.
태양을 노래함
존경스런 달이나 고귀한 그 빛살보다 더 아름다운 것, 훌륭한 밤의 훈장들, 별들보다 더 아름다운 것, 불을 뿜으며 나타나는 혜성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것, 다른 어떤 성좌보다 훨씬 큰 아름다움의 소명을 받은 것, 너와 나의 삶이 매일 매달리는 것, 그것은 태양이다.
하늘에 떠서 자신이 할 일을 잊지 않고 마무리짓는 아름다운 태양, 그것은 여름에 가장 아름답다. 하루가 해변에서 증발하고 돛단배들이 너의 눈에 살며시 비치며 지나가, 네가 지친 모습으로 마지막 일을 서두를 때면.
태양이 없으면, 예술도 다시금 베일을 쓰리라, 네가 내게 더 이상 나타나지 않으면, 바다와 모래도, 그림자의 채찍질 아래 나의 눈꺼풀 밑으로 도망치리라.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고, 지켜주고, 내가 다시 볼 수 있도록, 너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놀랍게 보살펴주는 아름다운 빛이여,
태양 아래, 태양 아래 존재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으리.... 물 속의 막대기를 보는 것, 자신의 비행을 숙고하는 하늘의 새를 보는 것, 물 밑의 물고기 떼를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으리,
색깔과 모양을 갖추고 빛의 전갈을 받고 이 세상에 보내진 것들, 그리고 주변을 보는 것, 즉 네모난 밭과 나의 땅의 수천의 구석을 보는 것, 그리고 네가 입은 옷을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으리. 종 같은 너의 푸른 옷!
공작새들이 산책하며 인사를 나눌 때의 아름다운 푸른 빛이여, 나의 감정을 위한 날씨를 지닌 지역, 먼 곳의 푸른 빛이여, 지평선의 푸른 우연이여! 그러면 열광에 빠진 나의 눈은 다시 커지며 반짝이다가 너무 타올라 화상을 입는다.
먼지가 보내는 가장 큰 경탄을 받는 아름다운 태양이여, 그러므로 나는 달 때문도 아니요 별들 때문도 아니고, 밤이 혜성들을 갖고 뽐내며 나를 놀리려 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너 때문이다. 끊임없이 그리고 그 어느 것보다 나의 눈의 어쩔 수 없는 상실에 대해 비탄을 늘어놓는 것은.
도망의 노래
준엄한 사랑의 법칙이여! 그러나, 아무리 비뚤어진 것이라고 해도 따라야 하리 : 그 법칙은 하늘에서 땅으로 온다, 보편적이고 오래된 그 법칙은. -페트라르카 <승리>
1 종려나무 가지는 눈 속에서 부러지고, 계단들은 무너져 내린다. 도시는 얼어붙은 모습으로 낯선 겨울빛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아이들은 울부짖으며 배고픔의 산으로 올라가, 흰 밀가루를 먹으며 하늘을 받들어 기도한다.
넘치는 겨울의 장식품, 밀감의 금빛이 거친 돌풍 속에서 나부낀다. 속살이 붉은 오렌지가 구른다.
2 나는 그러나 상처 투성이 몸으로 얼음가시 울타리 속에 혼자 누워 있다.
눈雪은 아직 나의 눈을 붕대로 감아주지 않았다.
나와 밀착해 있는 死者들은 모두들 혀로써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자 아무도 없고, 누구도 나를 위해 등불을 흔들어 주지 않았다.
3 스포라덴, 듬성듬성한 섬들, 바다 가운데 아름다운 미완성품들, 차가운 물결에 휩싸인 채, 아직도 결실을 끌어들인다.
하얀 구원자들, 돛단배들, -오 고독한 돛손이여! 그들은, 침몰하기 직전, 뭍으로 돌아가라 손짓한다.
4 전에 겪지 못한 추위가 침투해왔다. 하늘을 나는 명령들이 바다 위로 왔다. 모든 불빛들과 함께 灣은 항복했다. 그 도시는 함락되었다.
나는 지은 죄도 없건만, 굴복한 나폴리에 포로로 잡혀 있다. 이곳엔 겨울이 포실립과 보메로 언덕을 하늘 가에 세워놓고, 이곳엔 겨울의 하얀 번갯불들이 노래를 부르며 맹위를 떨치고, 이곳엔 겨울이 목 쉰 천둥에게 권한을 준다. 나는 지은 죄가 없다, 카말돌리 성채에 이르기까지 소나무들이 구름들을 휘젓고 있다 ; 위안받을 길도 없다, 비가 당장 종려나무의 비늘을 떨구어주지 않을 것이기에 ; 희망도 없다, 나는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물고기가 감싸듯 지느러미를 곤두세우고, 언제나 따뜻한 파도에 의해 드리워지는 안개가 겨울바닷가에 나를 위해 장벽을 만들어주고, 파도가 설령 도망치며 도망치는 자를 다음 목적지에 들어올려준다 해도.
5 양념 친 도시로부터 눈은 사라지거라! 열매들의 바람이 거리 곳곳마다 지나야 한다. 건포도를 뿌려라. 무화과를 가져오라, 풍조목의 꽃봉오리를! 여름을 다시 살려내라, 계절의 순환을 다시 살려내라, 출생과 피, 똥과 가래, 죽음을- 한 매 자국에 꿰어라, 얼굴들에는 선들을 그려넣으라, 의심 많고, 게으르고, 늙은 표정으로, 석회로 윤곽을 그리고 기름에 적셔, 장사엔 약삭빠르고, 위험과 친숙하게, 용암신의 분노와, 천사 연기 그리고 빌어먹을 열화와 친숙하게!
6 수만 권의 책을 통해 사랑의 가르침을 받고, 거의 바꿀 수 없는 몸짓과 어리석은 맹세들의 전수로 지도를 받아-
사랑에 눈을 떴건만, 이곳에서 비로소- 용암이 흘러내려 그 입김이 산의 발치에서 우리의 가슴을 쳤을 때, 탈진한 분화구가 마침내 우리의 닫힌 육체들을 위해 열쇠를 내놓았을 때-
우리는 마법의 공간으로 들어가 손가락 끝으로 어둠 하나하나마다 샅샅히 불을 비추었다.
7 내면에서 너의 두 눈은 창문, 서 있는 나의 모습 또렷한 땅을 향해 나 있는 창문이라네.
내면에서 너의 가슴은 바다,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바다라네. 내면에서 너의 허리는 부두, 너무나 위대한 항해에서 귀향하는 나의 배들을 위한 부두라네.
행복은 은빛 밧줄 나는 거기 묶여 있다네.
내면에서 너의 입은 곧 날게 될 나의 혀를 위한 솜털 같은 새둥지. 내면에서 너의 살은 멜론 빛, 달콤하고, 한없이 맛볼 수 있지.
내면에서 너의 핏줄은 고요하고 황금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 내가 나의 눈물로 씻는 황금, 언젠가 내게 보상해줄 황금으로.
너는 작위를 받고, 너의 두 팔은 네게 먼저 수여되는 영지를 끌어안는다.
내면에서 너의 발은 결코 돌아다니지 않고 벌써 나의 벨벳땅에 상륙해 있다네. 내면에서 너의 뼈는 해맑은 피리. 그 피리로 나는 죽음까지도 사로잡을 선율을 마술로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
8 ... 땅, 바다, 그리고 하늘, 입맞춤으로 마구 파헤쳐진 땅, 바다 그리고 하늘, 나의 말에 의해 붙잡힌 땅, 나의 마지막 말에 의해 아직도 붙잡혀 있는 바다 그리고 하늘!
나의 음성에 의해 고통을 받은 이 땅, 흐느끼면서 나의 이빨 사이에 모든 용광로들과 탑들, 건방진 산꼭대기들과 함께 닻을 내린 땅,
짓밟힌 이 땅, 내 앞에서 제 골짜기들을, 초원과 황야와 동토지대를 발가벗겨 보여준 이 땅,
요동치는 磁場을 지닌 쉬지 않는 이 땅, 이곳에 아직 알지 못하는 힘의 사슬로 제 자신을 묶어놓은 이 땅.
가지과 식물과 납으로 된 독 그리고 향기의 강물을 지닌, 마취되고 마취시키는 이 땅-
바다에 침몰한 하늘로 떠오른 이 땅!
9 검은 고양이, 바닥의 기름, 사악한 눈길 :
불행!
산호 뿔을 뽑고 집 앞에 뿔들을 걸어라, 어둠뿐, 빛은 없다!
10 오 사랑이여, 우리의 껍질을 열어젖히고 우리의 방패, 바람막이, 세월의 갈색 녹을 내동댕이친 사랑이여!
오 고통이여, 우리의 사랑을, 촉수마다 느껴지던 젖은 사랑의 불길을 밟아 꺼버린 고통이여! 꾸역꾸역 타다가, 연기내며 꺼져가며 불꽃은 제 속으로 들어간다.
11 너는 번개를 원하여, 칼을 던져, 대기의 따뜻한 핏줄을 베어낸다 :
너의 눈을 멀게 하며, 절개된 혈관에서 소리없이 마지막 불꽃들이 뛰쳐나온다 :
광기, 경멸, 그리고 복수, 이어서 어느새 후회 그리고 철회.
너는 너의 칼날이 무디어진 것을 감지하고, 마침내 사랑이 끝나는 것을 느낀다 :
진정한 뇌우, 순수한 호흡과 함께. 사랑은 너를 꿈의 토굴 속으로 추방한다.
사랑의 황금빛 머리칼이 늘어진 곳에서, 너는 사랑을, 무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잡는다.
디딤판은 千一夜만큼이나 높다. 무로 가는 걸음이 마지막 걸음.
그리고 네가 부딪치는 곳은 옛장소들, 너는 그때마다 세 방울의 피를 떨군다.
정신이 혼미하여 너는 뿌리없는 머리칼을 잡고 있다. 방울이 울리고,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이다.
12 입, 나의 입 안에서 밤을 지낸 입, 눈, 나의 눈을 지켜준 눈, 손-
그리고 나를 허물어뜨린 두 눈! 판결의 말을 한 입, 나를 처형한 손!
13 태양은 온기를 잃었고, 바다는 목소리를 잃었다. 눈으로 포장된 무덤들을 끌러주는 이 한 사람도 없다. 도대체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가득 채워진 화로는 없는가? 하지만 불꽃은 그럴 수 없다.
나를 구하소서! 나는 더 이상 오래 죽어갈 수 없어요.
성자는 또 다른 할 일들이 있다 ; 그 분은 도시를 돌보고 빵을 구하러 가야 한다. 빨랫줄이 천조각으로 저렇게 무겁고 축 처졌으니 천을 곧 떨어지리. 하지만 그것이 나를 덮어주진 않으리라.
나는 여전히 죄인입니다. 나를 다시 일으켜주소서. 나는 죄가 없습니다. 나를 다시 일으켜주소서.
얼어붙은 나의 눈에서 얼음알갱이를 떼어주소서. 눈빛으로 밀치고 들어오시어, 푸른 바닥을 찾아서, 헤엄치며, 보고, 잠영하소서 :
내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14 나의 죽음을 기다려, 나의 말을 다시 들어라, 눈바구니가 전복되고, 물이 노래를 부른다, 모든 선율은 돌레도로 흘러들고, 얼음이 녹는다. 아름다운 소리가 얼음을 녹인다. 오 위대한 해빙이여!
마음껏 기대하라!
협죽도 속의 음절들, 아카시아 신록 속의 말 벽에 만든 인공폭포
물받이를 가득 채우는 밝고 감동적인, 음악.
15 사랑에도 승리가 있고 죽음에도 승리가 있다. 시간과 그 이후의 시간에도 승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승리가 없다.
우리 주변엔 별들의 추락뿐. 빛의 반사와 침묵. 하지만 그 뒤 먼지 위로 들리는 노래가 우리를 넘어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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