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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우경 제1권
[지계보살]
이때에 지개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저 부처님의 이름을 들으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지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여래가 지나간 옛적에 보살행을 닦을 때에 이 서원을 발하기를,
‘만일 내가 부처가 된 뒤에 온갖 중생이 나의 이름을 듣는 이가 있으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을 얻으리라’ 하심에 말미암음이니라.”
지개보살이 또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만일 이렇다고 한다면, 저 세계 가운데의 여러 중생들은 다만 부처님의 이름만 듣고도 모두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느니라.”
지개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여러 중생들이 벌써 미리 저 부처님의 이름을 들었거늘 어찌 그 가운데 물러나고 물러나지 않는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다만 여래의 명호를 얻어 듣게 하여, 모두 저들로 더불어 물러나지 않는 인연을 짓게 함이니, 이런 까닭에 또한 이름하여 아비발치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하자면 씨를 심었는데 아직 썩지 않았는데 그런 뒤 얼마를 지나서 물과 흙과 화합하였다면,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이런 종자를 살았다고 하느냐, 죽었다고 하느냐?”
지개보살이 그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종자는 손괴됨이 없었으니, 만일 어떤 인연을 만나면 결정코 살아남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러하느니라. 저 모든 중생들은 부처님의 이름을 들음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아비달치를 마땅히 이루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그때에 지개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지금 색가세계(索訶世界: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 여래ㆍ응ㆍ정등각께 예배하며 모셔 섬기고 공양하고 존중히 여기고 찬탄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 지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가 저곳으로 가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니라.”
그 밖의 모든 보살들도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예배하고 친히 뵈옵고 공경하며 공양을 올리고자 하나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저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너희가 만일 가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다.
너희들은 저 나라에서 경솔하거나 함부로 하는 마음을 먹지 말라.
왜냐하면 저 나라 중생들은 여러 가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많아서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고, 그릇된 법을 만들며,
더럽고 거짓되고 경박하고 험하며,
저만 높여 아만하며 사랑하여 집착하고 아끼고 인색하며,
질투하고 게으르고 금지된 계를 헐어 무너뜨리며,
여러 가지 착하지 않은 짓을 행하여 헤아릴 수 없는 번뇌에 얽매여 있는데도,
저 부처님은 능히 나쁜 세상에서 중생들을 교화하고 계시느니라.”
저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께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석가모니 여래께서는 매우 희유하시며 능히 어려운 일을 하시고 계시나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너희가 말한 것과 같이 나쁜 세상에서 여러 중생이 손가락 한 번 튀기는 동안에 깨끗한 믿음을 능히 내느니라. 혹은 금계(禁戒)를 가지며, 혹은 간탐을 여의며, 혹은 큰 자비심을 일으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나니 청정한 국토에서 백천 겁을 행한 것보다 지나치느니라.”
그때에 지개보살 및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아래 절하였다.
저들의 본래 사는 곳에서 장차 사바세계로 나아가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는 까닭에, 곧 갖가지 신통 변화로써 보배나무ㆍ꽃나무ㆍ과일나무ㆍ겁파(劫波)나무 등을 나타내 보였는데, 모두 순금ㆍ유리ㆍ피지가(頗胝迦) 보배로써 장엄하게 꾸몄다.
높고 넓고 미묘하였으며 큰 가지와 작은 가지는 무성하였다. 혹은 다시 갖가지의 의복과 몸의 장엄구(莊嚴具)를 나타내 보이며, 묘한 향과 보배로 된 일산이며 여러 하늘의 음악이 구름같이 내리었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변화를 나타내고 나서 뭇 보살들에게 일러 말하였다.
“여러 어진 사람들이여, 저 사바세계에는 여러 가지 괴로움이 많으니 그대들은 각기 신통변화를 나타내어서 저 중생들로 하여금 가장 훌륭한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
여러 보살들은 모두 말하였다.
“옳습니다. 그렇게 하오리다.”
그때에 지개보살과 및 모든 보살들은 몸에서 갖가지 청정한 광명을 놓으니 그 광명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는데,
그 가운데 있는 지옥ㆍ짐승ㆍ염마귀(琰魔鬼) 세계에서는 광명이 몸에 닿아서 모두 괴로움을 여의고, 다 편안과 즐거움을 얻었으며,
자비한 마음으로 서로 향하여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을 멀리 여의고 부모와 같이 생각하며,
또 세계의 어둠 가운데 해와 달의 광명이 능히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모두 크게 밝아서 서로 볼 수 있었다.
위엄 있는 광명은 밝게 비추어 세계에 가득 찼었는데, 그곳의 모든 산, 철위산(鐵圍山), 대철위산(大鐵圍山), 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 마하목진린타산(摩訶目眞隣陀山)과 흑산(黑山)까지, 위로는 범천의 세계에 이르고 아래로는 아비지옥에 이르기까지 두루 펴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위엄의 광명이 이르는 곳의 모든 중생들은 먹을 것을 구하면 먹을 것을 얻고, 입을 것을 구하면 입을 것을 얻고, 탈[乘]것을 구하면 탈 것을 얻고, 재물을 구하면 재물을 얻고, 소경은 볼 수 있고, 귀머거리는 들을 수 있고, 미친이는 생각이 바르게 되고, 괴로운 이는 즐거움을 얻고, 아이를 밴 사람은 자연스럽게 편히 낳을 수 있었다.
그때에 지개보살은 모든 보살들과 함께 사바세계에 이르러서 가야산(伽耶山)에 나아가니, 모든 보살들의 위신력으로 삼천대천세계에는 보배로 된 그물이 온통 덮이어 장엄하게 나타났다.
허공 가운데는 큰 구름이 두루 퍼져 있고, 하늘의 묘한 연꽃과 여러 꽃과 묘한 과일이 비 오듯 내리며, 혹은 하늘의 꽃다발과 좋은 향과 가루 향과 가사와 의복ㆍ구슬로 된 일산과 당기과 번기를 비오듯 내리었다.
이러한 갖가지 공양거리가 나타났을 때에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은 모두 최상의 한량없는 기쁨의 즐거움을 얻었다.
이때에 가야산 꼭대기와 모든 나라에 있는 나무그루와 온갖 숲은 보살의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모조리 다시는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또다시 온갖 보배로 된 나무와 꽃나무와 과일나무와 전단(栴檀)ㆍ침수(沈水)ㆍ겁파(劫波) 나무들을 나타내었는데, 가지ㆍ잎사귀ㆍ꽃ㆍ과일을 차례차례로 장엄하여서 매우 사랑스럽게 즐길 수 있었으며, 허공 가운데서는 하늘의 기악을 울려 공양하고 찬탄하였다.
[지개보살의 질문들]
그때에 지개보살마하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향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여래(如來)ㆍ응(應)ㆍ정등각(正等覺)께 조금 여쭈고자 하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들으시고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지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가 묻는 것이 있다면 그대를 위하여 반드시 답하리라. 모든 부처님들도 모두 같이 허락하시리니 이제 그대는 마땅히 스스로 잘 마음을 거두어 잡으라.”
지개보살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심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어떻게 하여야 보살이 보시(布施)의 원만을 얻을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계(戒)의 원만을 깨끗이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인욕(忍辱)의 원만에 머무르며,
어떻게 하여야 정진(精進)을 원만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정려(靜慮)를 원만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반야(般若)를 원만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선교방편(善巧方便)을 원만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큰 원(願)을 원만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훌륭한 힘을 원만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지혜의 원만을 얻을 것이며,
부처님이시여, 여러 보살들은 어떻게 하여야 땅과 평등하며,
어떻게 하여야 물과 평등하며,
어떻게 하여야 불과 평등하며,
어떻게 하여야 바람과 평등하며,
어떻게 하여야 허공과 평등하며,
어떻게 하여야 달과 같음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해와 같음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사자와 같으며,
어떻게 하여야 잘 조복하며,
어떻게 하여야 성품이 고요하며,
어떻게 하여야 연꽃과 같으며,
어떻게 하여야 넓고 큰마음이 되며,
어떻게 하여야 청정한 마음이 되며,
어떻게 하여야 유예함이 없는 마음이 되며,
어떻게 하여야 지혜가 바다와 같음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미묘한 지혜의 선교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이치에 응하는 변재(辯才)를 성취하며,
어떻게 하여야 해탈변재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청정한 변재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능히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 만족하게 하며,
어떻게 하여야 말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믿게 하며,
어떻게 하여야 이름이 ‘능히 법을 설하는 자’라 하며,
어떻게 하여야 법행(法行)을 수순(隨順)하며,
어떻게 하여야 여러 가지 법의 선교(善巧)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법계(法界)의 선교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공을 행하며,
어떻게 하여야 무상(無相)을 행하며,
어떻게 하여야 원 없음을 행하며,
어떻게 하여야 너그러운 자성(自性)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어여삐 여기는 마음의 자성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기쁨의 행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버리는 행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신통에 유희함을 능히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여덟 가지 겨를 없음[八無暇]을 여읨을 능히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보리심에 머물러 물러나지 않으며,
어떻게 하여야 숙주지통(宿住智通)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선지식(善知識)에게 가까이함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악지식(惡知識)을 멀리 여읨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여래의 법신(法身)을 증득하며,
어떻게 하여야 금강의 몸을 닦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큰 상주(商主)가 되며,
어떻게 하여야 도에서 선교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연설하는 데서 뒤바뀌지 않음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여러 가지 삼마희다(三磨呬多:定)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보살이 분소의(糞掃衣)를 받으며,
어떻게 하여야 세 가지 옷[三衣]을 받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다른 사람을 따라 다니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늘 걸식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한 번 앉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한 번만 식사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아란야(阿蘭若)를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보리수 아래 앉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노지(露地)에 앉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무덤 사이에 머무를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늘 앉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마음대로 자리를 펼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유가(瑜伽:요가)를 닦으며,
어떻게 하여야 소달람장(素怛纜藏:經藏)을 능히 지니며,
어떻게 하여야 비나야장(毘奈耶藏:律藏)을 능히 지니며,
어떻게 하여야 궤칙(軌則)대로 행하는 바의 경계에서 위의를 두루 갖출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인색함과 질투를 여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온갖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낼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선교하게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아만을 항복받으며,
어떻게 하여야 깨끗한 믿음이 많으며,
어떻게 하여야 세속에서 선교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승의(勝義)에서 선교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연기(緣起)에 깊이 들어가서 선교하며,
어떻게 하여야 자신을 잘 알며,
어떻게 하여야 세상을 능히 알며,
어떻게 하여야 청정한 불토에 태어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태(胎)에 있을 때 티끌과 때에 물드는 일이 없으며,
어떻게 하여야 즐겁게 출가하며,
어떻게 하여야 깨끗한 목숨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실증이 없으며,
어떻게 하여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순종하여 항상 어기지 않으며,
어떻게 하여야 온화한 얼굴에 미소를 지녀 길이 찡그림이 없으며,
어떻게 하여야 다문(多聞)과 총지(總持)를 두루 갖추며,
어떻게 하여야 선교로써 바른 법을 받아들이며,
어떻게 하여야 법왕의 아들이 되며,
어떻게 하여야 제석(帝釋)과 범천(梵天)과 호세(護世)들이 수행(隨行)하는 바가 되며,
어떻게 하여야 다른 사람의 뜻을 알아서 즐거이 따르며,
어떻게 하여야 중생의 선교를 성숙시키며,
어떻게 하여야 따라 순응하여 머무름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같이 편안히 머무르며,
어떻게 하여야 섭사(攝事)의 선교를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상호(相好)가 단정함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의지할 데를 만드는 것[依止所作]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약수왕(藥樹王)과 같음을 얻으며,
어떻게 하여야 부지런히 복덕의 업을 닦으며,
어떻게 하여야 변화의 선교를 닦아 증득하오며,
어떻게 하여야 위없는 보리를 빨리 증득하오리까?”
그때에 부처님께서 지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착하도다. 너는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이익되게 하려 하고,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안락하게 하려하고, 온갖 세간을 불쌍히 여기려 하므로 이와 같은 뜻을 물었으니, 자세히 듣고 또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여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이때에 지개보살은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오이다, 부처님이시여. 즐거이 듣고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