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몬세라트(Montserrat) 수도원
스페인 전도(全圖) / 케이블카 / 카탈루냐 계곡 / 카탈루냐 독립시위대와 함께
<1> 수도원으로 가는 행로(行路)
중세(中世) 스페인 영토를 보면 중부지방은 아라곤(Aragon)왕국과 카스티야(Castilla) 왕국이 차지하고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ia) 지방은 이슬람(Islam)인 무어(Moor)족이 점령하고 있었으며, 스페인어가 아닌 카탈루냐어(Catalunya)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살던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의 동북부 지역으로 북쪽은 프랑스와 국경인 피레네(Pyrenees)산맥이 있는 아름다운 산간지방이다. 이곳 카탈루냐 지방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스페인 정부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카탈루냐주의 주도(州都) 바르셀로나(Barcelona)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열차를 타면 1시간쯤 거리에 있고, 가톨릭의 성지로 꼽히는 몬세라트 수도원과 성당이 있다. 열차가 도시를 벗어나 평화스러운 농촌 풍경을 즐기며 달리다 보면 갑자기 엄청난 바위산을 만나게 되는데 그 바위산 중턱에 수도원과 성당이 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인 바위산은 둥글둥글 기묘한 형상들로 둘러서 있고 그 중턱에 수도원과 성당이 있는데 열차에서 내려 쳐다보면 까마득하다.
바르셀로나에서 이 몬세라트로 가는 방법은 우리처럼 열차를 타고 개인별로 가는 방법과 1일짜리 패키지를 끊어 단체 관광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다. 또, 열차를 타고 가서도 몬세라트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이 있고 한 역을 더 가서 등산열차(푸니쿨라)를 타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탔는데 30명 정원의 꼭 새장 같은 모양으로,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가서 얼른 줄을 서야 한다. 시내에서 열차표를 살 때 이미 포함이 되었기 때문에 따로 표를 살 필요는 없고, 케이블카는 30분마다 한 대씩 운행되며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이다. 이번 여행은 대학 후배의 부탁으로 둘이 하였던 50일간의 배낭여행이었다.
수도원 뒤를 둘러싼 아름다운 바위산 / 몬세라트 수도원과 성당 건물 / 수도원 앞에서
우리는 몬세라트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탔는데 기차역 안내판은 물론, 가는 곳마다 스페인어(Español)와 카탈루냐어(Català) 두 가지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
이곳의 역사는 서기 800년대, 기독교 은둔자들이 이곳 바위산에 은거하고 있던 데서 시작되는데 가톨릭 수도회인 베네딕토(Benedictus) 수도원으로, 가톨릭 국가였던 정부로부터 이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11세기에서 15세기 초까지 번창하던 베네딕토회는 1410년에 대 수도원으로 독립하여 1560년 현재의 몬세라트 수도원을, 1755년에는 바실리카(Basilica) 성당을 지었는데 1811년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입으로 상당한 부분이 파손되고 많은 수도자(修道者)들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 후 19세기 중반에 재건하여 수도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20세기 초에 들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는데, 지금은 베네딕토(Benedicto) 수도회 수도원으로 약 80여명의 수도사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2> 검은 성모자(聖母子) 목조상(木彫像)
몬세라트 수도원의 정식명칭은 베네딕투스 수도회 소속 ‘산타마리아 몬세라트 수도원(Santa Maria of Montserrat Abbey)’인데, 치유의 기적을 베푸는 오래된 ‘검은 성모자(聖母子) 목조상(像)’을 모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나무로 깎은 목조상(木彫像)은 성 누가(St. Luke)가 조각하고 사도 베드로(St. Peter)가 스페인으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지며, 무어(Moor)인이 스페인을 지배할 당시 동굴 속에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 기억에서 잊어버렸는데 서기 880년 어느 날 저녁, 목동들에게 밝은 빛과 함께 천상의 음악이 들려 빛이 있는 쪽을 따라가 보았더니 동굴 안에 검은 성모자상(聖母子像)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검은 성모자상 뵈러가는 자비의 문 / 에스콜라니아 성가대 / 검은 성모자상
목동들은 놀라 만레사(Manresa) 주교님에게 알렸고 주교님은 성모상을 옮기려 하였지만 꼼짝도 하지 않아 성모상이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라며 이곳에 작은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만레사(Manresa)는 이 근처의 지명(地名)인데 이냐시오(Ignatius) 성인께서 사시던 곳이다.
검은 성모자상을 알현하려면 성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알현하러 가는 문이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본당 정면의 제단 뒤쪽으로 가는 좁은 통로가 이어진다. 이 통로는 참배객들로 항상 줄이 늘어서는데 제단 바로 뒤쪽 2층의 작은 방에 검은 목조 성모자상이 모셔져 있다.
이 성모자상을 뵈러가는 입구의 자그마한 문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잠벌(暫罰)을 사해주는 전대사(全大赦)의 은혜를 내리는 ‘자비(慈悲)의 문’으로 지정해 주신 문이다.
본당에서 미사를 올리는 사람들도 머리를 들어 제단 뒤쪽을 보면 성모님을 알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은 둥근 유리로 막아놓고 오른쪽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그곳에 구슬을 들고 있는 성모님의 손이 보이고 이 구슬을 만지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카탈루냐 전통무용(수도원 앞 광장) / 촛불 봉헌 / 소년 조각상 / 수도원 뒤편 순례길
성모자상을 모신 작은 방으로 오르는 계단 바로 옆에는 성가대 복장의 소년 조각상이 있는데 슬픈 일화(逸話)가 있다.
이 근방에 살던 한 소년이 큰 병을 앓고 있었는데 소년은 수도원 소속 청소년 성가대인 에스콜라니아 성가대에 들어가 성가를 부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소년의 사연을 알게 된 수도원에서는 단 하루지만 에스콜라니아 성가대원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고 소년은 그토록 원하던 성가대 옷을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안타깝게도 얼마 뒤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소년의 부모는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준 수도원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에 에스콜라니아 성가대 복장을 한 아들의 조각상을 만들어 수도원에 기증했다고 하는데 바로 성모자상을 뵈러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빈 소년합창단,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과 더불어 세계 3대 소년합창단으로 꼽히는 에스콜라니아 소년합창단은 이곳을 방문하는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을 위하여 무료로 매일 오후 1시에 2곡을 부른다고 하는데 한 곡은 하느님께, 또 한 곡은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순례자들을 위하여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에스콜라니아 성가대는 이곳에서만 노래를 부르고 성당 바깥에서는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1881년, 교황 레오 13세는 몬세라트 수도원의 이 검은 성모자 상을 카탈루냐의 수호성물로 선포하였다.
하느님 앞에 너무나 부족한 제가 이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은총을 모두 입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