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1권
2. 불설분위비구경(佛說分衛比丘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한 비구가 있었는데 널리 걸식[分衛]을 행해 한 집 한 집 차례로 들르다가 음란한 여인의 집에 이르게 되었다.
[걸식[分衛]: 팔리어 piṇḍapaāta의 음역으로서, 걸식(乞食)ㆍ행걸(行乞)ㆍ탁발(托鉢)이라고 한역한다.]
그때 음란한 여인은 비구가 자기의 집으로 오는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맞아들이고 그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서 자리에 앉도록 청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비구께서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먹을 것을 얻으러 왔소.”
그때 여인은 즉시 그를 위하여 여러 가지 반찬을 마련하여 발우에 가득 차게 담아 비구에게 올렸다. 비구는 즉시 받아들고 떠나갔다.
그때 비구는 이 음식들이 맛있고 풍족한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고 자주자주 이 음란한 여인의 집에 가게 되었다.
그때 이 여인은 마음속으로
‘이 비구는 계법을 지키기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하였으나
번번이 그를 위하여 맛있고 연하며 기름진 음식을 장만하여 그에게 주었다.
비구는 쉬지 않고 반복해서 그 곳에 들렀다. 학문은 아직 깨치지 못하고 하는 행동은 아직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며, 여러 감각을 조복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음란한 여인의 얼굴이 묘하게 예쁜 것을 보고 음욕의 생각이 발동하고 뜻이 방일해져서 음란한 여인에게 집착하고, 입으로는 감미로운 말과 애정 어린 말을 하며, 마음으로 친밀감을 품고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그 집 주위를 배회하게 되었다.
이집에 걸식을 하러 오는 것을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비구는 그 여인의 모습을 보거나 소리를 들으면 음욕의 생각이 일어나 어지럽게 되고 미혹되고 심란하였으나 스스로 깨닫지를 못하게 되었다.
불경(佛經)에 말하기를
“눈으로 색(色)을 보고 좋아하면 음욕의 마음이 발동하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비록 여인을 보더라도 늙은 여인을 보면 어머니같이 여기고 중년의 여인을 보면 누이같이 여기고, 젊은 여인을 보면 누이동생이나 자녀같이 여기라.
마땅히 안으로는 몸을 관하되, 나쁜 것이 가득 차서 사랑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밖으로는 그림으로 그린 병 가운데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나니, 이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4대(大)는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관하라”고 하셨다.
그 비구는 이 공(空)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단지 그 모양만을 보고 음욕의 마음이 발동하여 그 음란한 여인에게 말했다.
숙녀는 나이가 어리고 청정하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매우 아름답구려.
하나하나의 모습을 보니, 견줄 만한 이가 없도다.
내 생각엔 그대와 함께 화합하고 싶구려.
그때 그 음란한 여인은 이 비구가 이와 같이 게송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본래 흉악함과 탐냄과 음욕의 뜻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청정하게 계를 받드는 마음으로 이 비구를 대접하였다. 그가 어질고 현명한 이라고 알았는데 죄짓는 것을 즐거워하는구나. 그가 하는 말에 대해 바른말로 대답을 해줌이 마땅하겠다.’
이에 즉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마땅히 음식을 가져오거나
향이나 꽃이나 좋은 의복 등의
여러 가지 것들을 공급해 주셔야 하리니
그러하면 어르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에 비구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에겐 재물이 없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보시오.
걸식을 하고 있지 않소.
얻는 것이 있으면 그대에게 주겠소.
이에 대해 음란한 여인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만일 스님께서 재물이 없으시다면
무엇 때문에 이루기 어려운 일에 뜻을 두십니까?
스님께서 하시는 행위는 부끄러움을 모르니
빨리 내 집에서 나가 주십시오.
그때 결국 비구를 내쫓고 그 뒤를 쫓아서 기수급고독원의 문에 도달하였다.
여러 비구들은 즉시 부처님께 나아가 알리고 세존께 자세한 사정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비구는 전생에 자라였고 이 음란한 여인은 원숭이였느니라. 그러기 때문에 서로 좋아하기는 하나 결실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속이며 바른 가르침에 들어오지 못하고 근심만 늘어나는 것이니라.
금생에도 이와 같으니 뜻으로 음란한 여인을 원해도 그 음란한 여인은 원하는 마음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욕만 듣고 창피하게 떠나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주 오래전 과거 세상에 큰 강의 물 속에 자라가 살고 있었다. 그 강변에는 수목이 무성하였는데 그 숲 속에 원숭이가 한 마리 있었다. 그 원숭이는 그 숲에 머물러 살았다.
이때 그 자라는 강물을 따라 나오다가 멀리서 숲에 원숭이가 있는 것을 보고 서로 말을 나누었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 그를 더 가까이하고 싶어졌고, 날마다 자주자주 왕래하여 서로 보았다. 하루하루를 이와 같이 하여 그를 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니 음욕이 동요하여 마음이 미혹하고 더러움과 탁함에 물들었으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다.
그러자 그때 게송으로 탄식하여 말하였다.”
얼굴은 붉고 누렇고 눈은 푸르며
숲 속의 나무 사이에서 노닐며 나무 가지를 가지고 놀고 있구나.
나는 지금 모골이 얼마나 윤기가 나는지 알고 싶고
어떻게 그 뜻을 구하며 어디에 사는지 알고 싶도다.
원숭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자라의 모든 것을 알겠도다.
왕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총명한데
이제 그대는 어찌하여 내게 묻는가.
그대의 말을 들으니 의심을 품게 되는구나.
이 말에 자라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의 마음과 뜻은 항상 그대에게 있어
사랑의 마음을 품고 생각을 한다.
그러기 때문에 묻나니
마땅히 어떤 법으로써 만날 수가 있을까?
그러자 원숭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자라여, 나의 처소는 나무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그러니 그대와 만날 수는 없나니
만약 나와 함께하기를 원한다면
숲의 나무에서 서로 공양을 해야 할 것이오.
이에 자라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부드럽고 감미로워서 열매보다 좋은
고기를 먹으면서 살고 있나니
얻을 수 없는 것을 탐내서 구하지 말라.
그대를 위하여 여러 가지 껍질이 없는 열매를 바칠 것이네.
이때 원숭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여 말하였다.
설령 그대의 처소가 나무가 아니라도
이를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나를 위해 구하리.
이제 나를 보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니
또한 내가 떠나야지 참고 볼 수가 없구나.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원숭이는 지금의 음란한 여인이고, 자라는 걸식하던[分衛] 비구이니라.
그때 방일해서 그를 사모하여 구했으나 원하는 대로 얻지를 못하였는데 지금에 와서도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