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아비달마론 상권
1. 색(色)
색(色: rūpa)에는 대종(大種: mahābhūta)과 소조색(所造色: bhautika-rūpa) 두 가지가 있다.
[대종]
대종에는 다시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계(風界) 등 네 가지가 있는데,
능히 자상(自相: svalakṣaṇa)과 공상(共相, sāmānyalaķsaṇa)을 지니고, 여러 소조색의 근거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계(界)라고 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대종은 그 순서상 견(堅: 견고성)ㆍ습(濕: 습윤성)ㆍ난(煖: 온난성)ㆍ동(動: 운동성)을 본질[自性: svabhāva]로 하고,
지(持: 저항)ㆍ섭(攝: 당김)ㆍ숙(熟: 성숙)ㆍ장(長: 동요)의 작용[業用: karman]을 갖고 있는데,
이는 모든 색 가운데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것[大]이고, 자신의 결과를 산출하는 본질적 존재[種]이기 때문에 대종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위인 허공은 대종에 포섭되지 않는다.
능히 자신의 결과를 내기 때문에 종의 의미이고, 소조색에 편재하기 때문에 대[大]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대종이 오로지 네 가지인 것은 의자의 다리처럼 다섯 개는 필요없고, 세 개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조색]
소조색에는 열한 가지가 있다. 즉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의 일부분,
그리고 무표색(無表色) 등이 그것인데,
대종 상(上)에 존재하기 때문에 소조(所造)라고 하는 것이다. 즉 이것은 대종에 의지하여 생기하였다는 뜻이다.
여기서 안은 안식(眼識)이 의지하는 것으로서 색을 보는 것을 작용으로 하고 정색(淨色)을 본체[體]로 한다.
그리고 이ㆍ비ㆍ설ㆍ신도 마땅히 이에 준하여 말하여야 할 것이다.
[현색과 형색]
세존께서도 오현(惡顯)과 오형(惡形)을 말씀하셨듯이,
색에는 현색(顯色: varṇa-rūpa)과 형색(形色: saṃsthāna-rūpa) 두 가지가 있다. 여기서 다시 현색에는 청(靑)ㆍ황(黃)ㆍ적(赤)ㆍ백(白)ㆍ연(煙)ㆍ운(雲)ㆍ진(塵)ㆍ무(霧)ㆍ영(影)ㆍ광(光)ㆍ명(明)ㆍ암(暗)의 열두 가지가 있고,
형색에는 장(長)ㆍ단(短)ㆍ방(方)ㆍ원(圓)ㆍ고(高)ㆍ하(下)ㆍ정(正)ㆍ부정(不正)의 여덟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무(霧)는 지ㆍ수의 기운이고, 광은 태양의 빛이며, 명은 달이나 별ㆍ화약ㆍ보주(寶珠)ㆍ번개 등 여러 가지 불빛을 말한다.
광과 명을 장애하여 생겨나지만 거기서 다른 여타의 색을 볼 수 있음을 영(影)이라 하며, 그 반대를 암이라고 한다.
방은 네모를 말하고, 원은 둥근 것을 말한다.
형태가 평평한 것이 정(正)이고, 평평하지 않은 것이 부정이다.
여타의 다른 색은 알기 쉬우므로 더 이상 해석하지 않는다.
이러한 스무 가지 색은 모두 안식과 그것에 의해 낳아진 의식에 의해 인식[了別]되는 대상이다.
성(聲: śabda)에는 유집수(有執受) 대종과 무집수(無執受) 대종의 차별에 따라 두 가지가 있다.
여기서 유집수란 유정물 자체에 속한 것으로, 감각이 있다는 뜻이며, 무집수는 그 반대이다.
전자로부터 생겨난 것은 유집수 대종을 근거로 한 소리, 이를테면 말[語]이나 박수 소리 등이며, 후자로부터 생겨난 것은 무집수 대종에 근거한 바람 소리나 수풀 소리 등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유정명(有情名)과 비유정명(非有情名)의 차별에 따라 네 가지가 된다. 예컨대 전자, 즉 유집수대종에 근거한 소리 중 말소리[語聲]는 유정명이요, 나머지 소리는 비유정명이다.
[유정명(有情名): 유의미의 소리.]
그리고 후자, 즉 무집수 대종에 근거한 소리 중 귀신과 같은 변화된 소리는 유정명이요, 나머지 소리는 비유정명이다.
이 같은 소리는 다시 의미가 되고[可意] 의미가 되지 않는 것[不可意]에 따라 여덟 가지로 차별되니, 이 모두는 이식(耳識)과 그것에 의해 낳아진 의식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이다.
향(香: gandha)에는 호향(好香)ㆍ오향(惡香)ㆍ평등향(平等香) 세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제근대종(諸根大種)을 이롭게 하는 것을 호향이라 하고,
만약 제근대종을 손상시키는 것이라면 오향,
이 두 가지에 반대되는 것을 평등향이라고 하는데,
이 모두는 비식(鼻識)과 그것에 의해 낳아진 의식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이다.
[평등향: 호향이면서 신체를 손상시키거나 오향이면서 신체를이롭게 하는 것.]
미(味: rasa)에는 달고[甘] 시고[酢] 짜고[鹹] 맵고[辛] 쓰고[苦] 담백한[淡] 여섯 가지 차별이 있는데, 이 모두는 설식(舌識)과 그것에 의해 낳아진 의식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이다.
촉(觸: sparśa)의 일부분[견ㆍ습ㆍ난ㆍ동의 4대종을 제외한 것]에는 매끄러움[滑性]ㆍ깔깔함[澁性]ㆍ무거움[重性]ㆍ가벼움[輕性], 그리고 차가움[冷]ㆍ허기짐[飢]ㆍ목마름[渴] 등 일곱 가지가 있다.
유연함은 매끄러움으로 감촉이 좋다는 말이고, 깔깔함은 거칠고 강함을, 무거움은 저울질할 만함을, 가벼움은 그 반대,
차가움은 핍박된 바에 따라 따뜻하기를 바라는 원인, 허기짐은 먹기를 바라는 원인, 목마름은 마시기를 바라는 원인이다.
이는 원인에 따라 결과의 명칭을 설정한 것으로, 이를테면 모든 부처님의 출현을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네 가지 대종의 적취물 중에,
수ㆍ화대가 강성하기 때문에 매끄러우며,
지ㆍ풍대가 강성하면 거칠고,
지ㆍ수대가 강성하면 무겁고,
화ㆍ풍대가 강성하면 가볍고,
수ㆍ풍대가 강성하면 차갑고,
풍대가 증대하면 허기짐이 있으며,
화대가 증대하면 목마름이 있다.
[이 일곱 가지와 사대종은 식신(身識)과 그것에 의해 낳아진 의식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이다.]
[무표색]
무표색(無表色: avijñapti rūpa)이란 마음[心]과 마음의 작용[心所]에서 변화하여 차별적인 상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표(表)라고 한다면, 그것과 동류이면서 드러나지 않는 것을 무표라고 한다.
이것은 마치 크샤트리야를 비(非)바라문이라고 하듯이 서로 유사한 것에서 그 반대말을 설정한 것이다.
무표상이란 밖으로 드러난 마음의 대종차별에 따라 잠을 자거나 깨어 있거나, 혼란한 마음이거나 혼란하지 않은 마음에 있거나, 혹은 무상ㆍ멸진의 무심(無心)의 상태에 있을 때나 항상 선ㆍ불선의 색이 상속 수전(隨轉)하는 것으로 적집(積集)에 의한 것이 아니며, 이는 능히 비구 등을 설정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표의 상이다.
만약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비구 등의 행위 상속을 해명할 길이 없어 그 같은 존재 자체를 설정할 수 없으니,
세존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미래 더 나은 생의 근거가 되는 선행 보시 등의 복업이 있어, 그것은 항상 복을 증진시킨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 같은 무표에는 율의(律儀)ㆍ불율의(不律儀) 양쪽 어디에도 포섭되지 않은 것 등 모두 세 가지가 있다.
율의에는 별해탈(別解脫)ㆍ정려(靜慮)ㆍ무루(無漏)율의 등의 차별에 따라 세 가지가 있다.
별해탈율의에는 비구율의ㆍ비구니율의ㆍ근책(近策)율의ㆍ정학(正學)율의ㆍ근책녀율의ㆍ근사남(近事男)율의ㆍ근사녀율의ㆍ근주(近住)율의 등 여덟 가지가 있는데, 이는 오로지 욕계의 계(繫)이다.
정려율의는 말하자면 색계의 삼마지(三摩地)에서 상속 수전하는 색으로서, 이는 오직 색계의 계이다.
그리고 무루율의는 무루삼매의 수전색(隨轉色)으로, 이는 더 이상 번뇌의 존재와 관계하지 않는 것[不繫]이다.
불율의란, 말하자면 백장이나 짐승, 새, 물고기 등을 잡는 이나 도적ㆍ형리ㆍ박룡(縛龍)ㆍ자구(煮狗)ㆍ저강(罝弶)ㆍ괴회(魁膾) 등의 몸에 불선의 무표색이 상속 수전함을 말한다.
[박룡(縛龍): 용사(龍蛇)의 주(呪)로써 사명(邪命)하는 것.]
율의도 아니고 불율의도 아닌 무표란, 이를테면 비하라(毘訶羅: vihāra)ㆍ솔도파(窣堵波: stūpa) 승가라마(僧伽邏摩: saṁghārāma) 등을 조성하거나 제다(制多: 탑묘)에 예배하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찬송하고, 소원하며, 아울러 타타(捶打) 등에 의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선ㆍ불선의 무표색이 상속 수전하는 것이다.
[타타(捶打): 주먹이나 손뼉을 치는 종교의례.]
그런데 무표색은 오로지 일찰나만 존재하지만 전찰나의 무표도, 후찰나의 무표도 모두 동일한 종류[總種類]이기 때문에 상속 수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모든 무표는 어떻게 획득되고 상실되는가?
율의 중 별해탈율의는 서원에 의해 획득되는 것으로, 앞의 일곱 가지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여덟 번째 근주율의는 하루 밤낮이 다할 때까지 유지된다.
또 앞의 일곱 가지는 학처(學處)를 포기할 때, 목숨을 다할 때, 선근이 끊어질 때, 성변환이 일어나 중성이 될 때 등 네 가지 조건에 의해 상실된다.
그리고 여덟 번째 율의는 앞의 네 가지 조건과 하루 밤낮이 다 지났을 때 상실된다.
정려율의는 색계선심에 속하기 때문에 색계선심을 얻음에 따라 획득되고 색계선심을 버림에 따라 상실된다.
무루율의의 획득과 상실 또한 이와 같다. 즉 무루선심을 얻음에 따라 획득되고 무루선심을 버림에 따라 상실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루심에 따라 획득되고 상실되기 때문이다.
불율의의 무표는 살생 등의 행위를 짓는 것과 그렇게 하려고 결의하는 것[受]에 의해 획득된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율의를 받거나, 목숨이 다하거나, 양성이 되거나, 법이(法爾)로서 색계선심을 얻게 될 때 상실된다.
그리고 율의도 불율의도 아닌 무표는, 이를테면 큰 정심(淨心)과 같은 강렬한 번뇌로써 제다에 예찬하고 아울러 타타(捶打)하는 것 등에 의해, 또는 “만약 부처를 위해 만다라를 만들지 않으면 끝내 식사하지 않으리라”라고 서원 결의함에 따라 획득된다. 혹은 사사(寺舍)ㆍ방석ㆍ원림(園林)을 비구 등에게 희사함으로 획득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무표는 등기심(等起心)과 소작사(所作事)를 끊음으로써 상실된다.
[등기심(等起心): 그렇게 하려는 마음.]
[소작사(所作事): 그래서 행해진 행위.]
이상의 무표와 앞에서 설명한 안(眼) 등 5근은 오로지 의식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으로, 여기까지를 색구의(色句義)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법의 상(相)에는 자공상(自共相)ㆍ분공상(分共相)ㆍ변공상(遍共相) 등 세 가지가 있다.
자공상이란 색법 자체에 공통하는 성질로 변괴(變壞: rūpana) 혹은 변애(變碍)하기 때문에 색이라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뇌괴(惱壞: bādhan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뇌괴(惱壞: 여기에는 변이를 낳는다(viparināmotpādanā)와 다른 색과 저촉하여 그 생기를 장애한다(pratighāto rūpeṇa)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라. 변괴하기 때문에 색취온이라 한다. 누가 능히 변괴시키는가? 손이 접촉하기 때문에 바로 변괴하는 것이다”라고 법왕(法王)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다.
마치 빨리 달리기 [疾行: āśum ayati] 때문에 말(aśva)이라 하고, 바로 가기[正行: gacchati] 때문에 소라고 이름하는 것과 같다.
분공상이란 유위법에 공통된 성질인 무상성과 고성(苦性) 등이며,
변공상이란 모든 법에 공통하는 성질로서 무아성과 공성(空性)이다.
이와 같은 예에 따라 모든 법의 삼상(三相)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