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 제1권
[대허공장 보살이 설법을 청하다]
대허공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사바세계에 와서 세존을 우러러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는 것은 『대집경전(大集經典)』을 듣고자 함입니다.
이 대중보살들도 각각 법에 의심이 있어서 설법을 들으려는 것이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로 하여금 법의 광명을 얻어 명료한 지혜를 내게 해 주십시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어떤 방편을 내려 주신다면 저희들은 지금 그 명료한 이치에 대해 여쭈겠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바로 걸림이 없는 지혜를 갖추신 이로서 일체의 유정들의 근기를 잘 아시어 앞뒤로 성숙하게 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광명을 얻으신 이로서 모든 어둠을 제거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이치를 깨달으신 이로서 모든 구의(句義)를 잘 분별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그 때를 잘 아시는 이로서 때를 놓쳐서 수기(授記) 하시는 일이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마땅함을 아시는 이로서 유정들의 마땅함에 따라 설법하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유희(遊戱)의 신통을 갖추신 이로서 모든 신통에 자유자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바르게 관찰하시는 이로서 유정들의 마음과 행을 마치 손바닥에 있는 물건을 보듯이 밝게 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너무나 거룩하신 이로서 그 누구도 세존의 정수리를 볼 수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가장 용맹하신 이로서 삼천대천세계에 그 누구도 깔볼 수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저절로 깨달으신 이로서 일체의 법을 스승 없이 증득하셨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훌륭한 길잡이로서 모든 길 가운데 바른 길을 보여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의왕(醫王)으로서 감로(甘露)의 약을 내려 유정들의 의혹과 장애에 얽매인 온갖 병을 영원히 씻어 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큰 힘을 지니신 이로서 그 어떠한 처소에서라도 3명(明)으로 다 통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두려움이 없으신 이로서 일체 세간의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ㆍ범지(梵志)ㆍ천마(天魔)들에게 큰 사자의 부르짖음을 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18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신 이로서 3세(世)의 걸림 없는 지혜를 얻어 몸ㆍ입ㆍ뜻이 청정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삼마발저(三摩鉢底)를 깨치신 이로서 18불공법을 평등히 아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인자한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걸림 없는 지혜로 모든 유정들을 마치 허공처럼 평등히 관찰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평등한 지혜로 유정들의 선악과 고통과 즐거움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기뻐하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선정(禪定)의 해탈을 닦아 피안(彼岸)에 이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버리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마음이 허공과 같이 아무런 애증(愛憎)이 없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평등에 머무시는 이로서 일체 여래의 평등한 지혜에 들어가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바라는 것이 없는 이로서 지혜를 구족하시고 명예와 이익을 멀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일체의 지혜를 갖추신 이로서 5안(眼)이 청정하시어 일체 법의 구경(究竟)을 다 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이러한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하셨음을 저희들이 알고 있고 또한 저희들이 이 법을 사랑하고 즐거워하여 감히 여쭈려는 것입니다.
이 여러 유정들로 하여금 평등한 법을 듣고서 그 방편에 따라 일체지(一切智)의 지혜를 내게 해 주십시오.”
그 때에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너는 긍가하사(殑伽河沙:항하사)의 수와 같은 그 많은 부처님들께 이미 수기(授記)를 받았으니, 이제 너의 질문에 따라 분별하여서 환희심을 내게 하리라.”
[허공장 보살이 여래께 여쭈는 연유]
그러자 대중 가운데 있던 공덕왕광명(功德王光明)이라는 보살이 허공장 보살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떠한 연유로 여래께 여쭈시는 것입니까?”
허공장보살은 곧 게송을 읊어 답하였다.
유정들에게 평등한 마음을 널리 베푸시고
다시 평등한 마음으로 피안(彼岸)에 머무시고
마음을 깨쳐 미묘한 이치에 무심히 드셨으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청정한 광명이 모든 어둠을 걷고
다시 저 의혹을 다 끊어버리며
유정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시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나[我]와 나 없음[無我] 이 항상 청정함을 아시어
유정들이 나 없는 경지에 머물게 하시고
다시 그 얽매인 소견을 벗어나게 하시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뛰어난 위의의 계율에 머무시고
마음이 청정하고 허공처럼 평등하시며
수미산처럼 견고해 흔들리지 않으시니
이렇게 공덕이 있는 이께 여쭙는 것입니다.
끝없는 정진과 물러나지 않는 용맹으로
아만(我慢)과 모든 마군을 다 꺾으시고
저 번뇌의 얽매임을 청정하게 하시니
이렇게 단엄(端嚴)하신 이께 여쭙는 것입니다.
보시ㆍ계율ㆍ인욕ㆍ정진ㆍ선정
해탈의 모든 바라밀을 닦으셔서
청정한 지혜에 머무시니
이렇게 청정한 이치를 여쭙는 것입니다.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에 머무시어
생사(生死)나 열반을 나타내 보여주시고
생겨남도 머묾도 가고 오는 것도 없으시니
이렇게 청정한 지혜를 여쭙는 것입니다.
성문ㆍ연각과 그 밖의 대중으로서
질문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깊고도 가없는 지혜를 지니셨으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바른 법을 즐겨하여 통달하시고
법과 법이 아닌 것에도 집착이 없으시고
항상 선한 법을 지켜 동요하지 않으시니
이렇게 여래의 법을 여쭙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종자를 끊지 않으시고
바른 법과 스님과 승단을 옹호하시고
그 명성이 3세의 부처님께 떨치시니
이렇게 공덕의 바다에 대해 여쭙는 것입니다.
[허공장 보살의 질문들]
대허공장보살은 이 게송으로 공덕왕광명보살에게 답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보시바라밀다(布施波羅蜜多)를 저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계율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반야 바라밀을 저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복덕과 지혜의 이 두 가지로 장엄하여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불ㆍ법ㆍ승을 여의지 않고 항상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버림[捨]과 계율과 하늘을 항상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열반으로 모든 행을 평등하게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일체 유정들의 행의 모습에 대해 잘 아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부처님 법의 보배 창고를 잘 간직하여 여래께서 깨달으신 저 법의 성품에 대해 여실히 아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유정들의 본래의 청정함을 잘 알아서 성숙시키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이치에 상응하는 법을 닦아 구경(究竟)에 이르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신통을 잃지 않고서 일체의 법에 자재함을 얻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일체의 성문ㆍ벽지불도 측량할 수 없는 그 깊고도 깊은 부처님 법의 이치에 머무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연기(緣起)의 법에 들어가되 뛰어난 지혜로써 일체의 치우친 소견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여래의 인(印)으로써 진리의 인을 맺고 끊임없이 뛰어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법계의 그 깊은 처소에 들어가되 일체의 법이 다 평등한 성품의 것임을 관찰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금강처럼 견고한 뜻을 지니고서 이러한 대승(大乘)에 머물러 흔들리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보살이 스스로의 경계를 부처님의 경계처럼 청정하게 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다라니를 얻어서 그 법의 행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여래의 가호를 받아 걸림이 없는 변재(辯才)를 얻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생사(生死) 속에서 자재함을 얻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원수와 적을 꺾고 4마(魔)6 뛰어 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한량없는 복덕의 자량(資糧)을 쌓아서 유정들에게 의지할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부처님께서 없는 세간에 출현하여 유정들을 위해 온갖 불사를 일으키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해인(海印) 삼마지(三摩地:삼매)를 얻어서 일체 유정들의 마음의 행에 물들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집착에 물들지 않아서 마음이 허공의 바람처럼 아무런 걸림이 없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위의를 닦아 광명을 성취함으로써 다른 인연을 따르지 않고 저절로 지혜를 얻어 대승의 일체지(一切智)의 지혜에 이른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이에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네가 지금 이러한 깊은 이치를 여래에게 물은 것은 다 유정들을 위한 것이므로, 너는 일체의 부처님 법을 환히 깨닫게 되리라.
너는 이미 과거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받들어 공양하여 많은 선근(善根)을 심었고, 정진의 갑옷을 입은 채 부지런히 법을 구하여 그 지혜의 몽둥이로 마군을 몰아 냄으로써 항상 일체의 유정을 이롭게 하였느니라. 또 저 세간의 비난받거나 칭찬 받는 여덟 가지의 법을 초월하여 허공처럼 평등한 행을 닦고 오래도록 일체지의 지혜를 쌓았으므로, 이러한 너의 공덕이야말로 그지없고 한량없노라.
이와 같기에 보살이여, 항하사 수의 과거 부처님께 일찍이 그 이치를 물은 것과 같이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여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해, 보살이 공덕을 얻어 대승의 일체지의 지혜에 이르는 것에 대해 분별하여 해석하리라.”
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설법을 듣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