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1권
[대광명이 나타난 인연, 관자재보살의 행]
[지옥을 제도하다]
이때에 모인 대중들 중에서 제개장보살마하살이 자리로부터 일어나 한 쪽 옷을 걸어 오른쪽 어깨를 들어내고 오른 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공경하며, 존안을 우러러보며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드렸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마음속에 의심나는 것이 있어 부처님께 여쭙고자 합니다.
오직 원하건대 부처님이시여! 저의 여쭙는 바를 들어 주소서! 부처님이시여!
지금 이곳에 있는 대광명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떠한 인연으로 이와 같은 희귀하고 기특한 모습이 나타났습니까?”
이때에 세존께서 제개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할 것이니라.
이 대광명은 곧 성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아비지옥(大阿鼻地獄) 속에 들어가서 온갖 큰 고뇌를 받는 모든 유정들을 다 구제하여 제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들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나서는 다시 큰 성으로 들어가 모든 아귀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제도하여 주려는 것이다.”
이때에 제개장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대아비지옥은 철로 둘러싸여 있는 성으로써 땅도 또한 쇠입니다. 그 성의 네 둘레가 끊어짐이 없으며, 맹렬한 불과 연기와 불꽃이 항상 치열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악취지옥 중에 큰 가마솥에서는 그 물이 끓어오르고 있으며,
그리하여 백천 구지 나유타나 되는 유정들이 있어 모두 다 끓는 가마솥 물속에 던져지는 것이 비유하면, 마치 물 끓이는 남비에 콩을 삶는 것과 같습니다.
한창 이것을 끓일 때는 혹은 위로 올라오고, 혹은 아래로 내려가며, 그리하여 끊임없이 그들을 삶아 익힙니다.
아비지옥 속에 있는 유정들이 이와 같은 괴로움을 받고 있을 때.
세존이시여! 성관자재보살마하살은 어떤 방편으로서 그 가운데 들어가나이까?”
세존께서 다시 제개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전륜성왕이 천계(天界)의 마니보원(摩尼寶園)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야, 성관자재보살마하살은 대아비지옥으로 들어 갈 때에 그 몸에 어떠한 장애를 받는 것이 없으니,
아비지옥의 온갖 고난을 주는 도구들도 능히 보살의 몸을 핍박할 수 없으며,
그 대지옥의 맹렬한 불도 모두 멸하여 청정한 땅을 이루게 되느니라.”
이 때 옥중에 염마옥졸들이 마음에 놀라고 의심하고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무슨 까닭으로 이곳이 홀연히 변하여 이와 같은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이루는가?’
이 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 지옥 가운데에 들어가니 저 끊는 가마솥은 부서지고 맹렬한 불이 모두 사라지며, 그 큰 불구덩이가 변하여 보배의 연못으로 되며, 연못 속에 연꽃이 피어 크기가 마치 수레바퀴만 하였다.
염마옥졸이 이러한 일을 보고 여러 가지 벌을 다스리는 무기와 칼과 망치와 몽둥이와 활과 화살과 철륜(鉄輪)과 삼고차(三股叉) 등을 가지고 염마천자(閻魔天子)를 찾아가서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분명히 아실 수 있습니까?
어찌한 일로 저의 이 업보의 땅이 모두 다 멸하여 사라졌습니까?”
그러자 염마천자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업보의 땅이 모두 다 사라졌다고 하는가?”
염마옥졸이 다시 염마천자에게 말하였다.
“저 대아비지옥이 변하여 청량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있을 때에 한 분의 모습이 단엄한 사람이 머리에 상투를 틀고 정수리에 천계의 묘화를 이었으며 보배관으로 장엄하였습니다.
그의 몸이 지옥 가운데로 들어오니 끓는 솥가마가 파괴되고, 불구덩이는 연못으로 되었으며, 연못 가운데 [피어난] 연꽃은 크기가 수레와 같았습니다.”
이때 염마천자가 마음속으로 곰곰이 생각하였다.
‘어떤 천인의 위력이 이와 같을까? 대자재천이나 나라연천 등이 저 지옥에 가서 변화시켜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일을 나타냈을까?
아니면 십력(十力)을 가진 십두나찰(十頭羅刹)이 그의 위신력으로 변화시켰을까?’
그리고서 염마천자는 천안통으로써 이 천상을 관하여 모든 천을 보아 마쳤다.
다시 아비지옥을 관하면서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보았다.
이와 같이 보고 나서 속히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그곳에 이르러 머리를 땅에 대고 발에 예배하고서 성실한 말씨로써 게송으로 찬탄하여 송하였다.
연화왕(蓮華王)이신 대비(大悲)의
관자재보살께 귀명하나이다.
대자재(大自在)하신 길상(吉祥)이시어서
능히 유정들의 원을 들어주시나이다.
큰 위신력 갖추시어
지극히 포악한 자를 항복시키시며
어두운 악취에 밝은 등불이 되시어서
보는 자는 모두 두려움이 없어지이다.
백천의 팔을 나타내 보이시고
그 눈도 또한 다시 그러하오며
열한 개의 얼굴을 갖추셨고
지혜는 마치 사대해(四大海)와 같사옵니다.
미묘한 법을 즐겨 좋아하시며
여러 유정과 자라와
고기들의 수족 등을 구제하시는
가장 뛰어난 지혜는 산과 같사옵니다.
보배를 베풀어 뭇생명을 건지시며
가장 뛰어난 대 길상으로써
복과 지혜를 두루 갖추시어
이로써 장엄하시나이다.
아비지옥에 들어가시어
청량한 땅으로 변화시키시니
여러 천이 모두 다 공양하여
시무외(施無畏)께 정례하나이다.
육바라밀을 설하시어
항상 법의 등불을 피우시며
법안은 해의 밝음과 같으시고
단정하고 엄숙하여 미묘한 상을 갖추셨습니다.
몸의 모습은 마치 금산과 같으시고
미묘한 배[腹]는 깊은 법의 바다를 덮으시고
진여의 뜻에 상응하오며
미묘한 덕을 입에서 나타내십니다.
삼마지를 적집하시어서
무수한 백천만의 무량한 쾌락이 있으시고
단엄함이 선인 가운데 최상이시니
악도 중의 중생들이 두려워하나이다.
칼과 쇠사슬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모든 두려움 없음을 베푸시나니
권속의 무리들이 위요하여
원하는 것은 모두 뜻과 같이 이루어지나이다.
마치 마니보를 얻음과 같아서
아귀(餓鬼)의 성을 파괴하고
열어서 적정도(寂静道)로 만드시고
세간의 병을 구제하여 건지시나니
마치 깃발을 덮는 것과 같으며,
난타(難陀)와 발난타(跋難陀)의 두 용은
그를 위하여 양쪽에서 부축하니
손에는 불공색(不空索)을 잡으시고
무수한 위덕을 나타내시어
능히 삼계의 두려움을 깨뜨리십니다.
금강수와 야차와 나찰 및 부다[歩多, Bhūta]와
미다(尾多)와 나기니[拏枳爾, Dākinī]와
구반다[拱畔拏, Kumbhāṇḍa]와 더불어
아바사마라(阿缽娑麼囉)가
모두 다 마음 속으로 두려워하니
우발라화(優缽羅華)의 눈을 지니신
두려움을 없애주시는 명주(明主)께서는
온갖 번뇌 등의 갖가지로부터 모두 해탈케 하시며
저 티끌의 수처럼 많은
백천의 삼마지에 들어서
여러 경계를 열어 보이시어
모든 악도 중에서
모두 다 해탈을 얻게 하시고
보리도를 성취케 하시나이다.”
이때에 염마천자는 갖가지로 관자재보살마하살을 찬탄하여 공양하고 나서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귀를 제도하다]
이때에 제개장보살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 괴로움을 구제하고 나서 다시 이 모임 속으로 돌아옵니까?”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관자재보살은 대아비지옥으로부터 나와서 다시 아귀대성으로 들어간다.
그 가운데 무수한 백천의 아귀가 있으니, 입으로 불길을 뿜어내어 얼굴을 태우며, 형체가 말라 파리하고, 머리칼이 쑥대 같이 흩어지고 몸의 털은 모두 다 곧추서며, 배는 크기가 산과 같고, 그 목구멍은 마치 바늘과 같으니라.
그러나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아귀대성에 다다르면, 그 성의 치열하게 불타오르는 업화(業火)가 모두 꺼지고 청량하게 변화하느니라.
그때에 문을 지키는 귀장(鬼将)이 있어 뜨거운 쇠몽둥이를 들고 추악한 큰 몸뚱이에 두 눈이 깊고 붉은데 이에 자비스런 마음을 일으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이와 같은 악업의 땅을 능히 지킬 수가 없다.’
이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대비심을 일으키니 열손가락 끝에서 각각 강물이 솟아나며, 또한 저 발가락에서도 또한 각각 강물이 솟아나고, 낱낱의 털구멍에서 모두 큰 강물이 솟아난다.
모든 아귀 등이 그 가운데에서 물을 마시니, 그 물을 마실 때에 목구멍이 넓어지며 큰 몸의 모양이 원만하여지고, 또한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어 모두 다 배부르게 된다.
모든 아귀들이 이와 같은 이익과 안락함을 얻고 나서 각각 마음속에 살펴 생각하였다.
‘남섬부주(南贍部洲) 사람은 어찌하여 항상 청량하고 안온한 쾌락을 받는가?
그 가운데 어떤 이는 항상 부모에게 공경과 효성스런 봉양을 행하며,
어떤 이는 능히 선지식에게 베풀고 따라 받들며,
어떤 이는 밝은 지혜가 총명하여 밝게 통달하고 항상 대승을 좋아하며,
어떤 이는 능히 팔성도를 잘 행하며,
어떤 이는 법의 건치(犍稚)를 잘 울리며,
어떤 이는 파괴된 승가람을 잘 고치며,
어떤 이는 옛 불탑을 잘 수리하며,
어떤 이는 파손된 탑의 상륜(相輪)을 잘 고치며,
어떤 이는 법사를 잘 공양하여 존중하며,
어떤 이는 능히 여래의 경행처(經行処)를 잘 보며,
어떤 이는 능히 보살의 경행처를 잘 볼 수 있으며,
어떤 이는 벽지불의 경행처를 잘 볼 수 있으며,
어떤 이는 능히 아라한의 경행처를 잘 볼 수 있는가?’
이렇게 남섬부주에서는 이와 같은 수행을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이때에 이 『대승장엄보왕경』중에서 자연스럽게 미묘한 소리가 나오니,
이에 모든 아귀가 그 소리를 듣자 마치 산봉우리만한 신견(身見)의 집착과 모든 번뇌가 금강지의 방망이로 남김이 없이 파괴되어 곧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되었으며,
모두 다 보살이 되어 이름을 수의구(随意口)라고 하였느니라.
[다른 유정을 재도하다]
이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러한 괴로움을 구제하여 마치고
또 다른 세계 속으로 가서 유정들을 구제하여 건지느니라.”
이때에 제개장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곳에 와서 유정을 구제할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관자재보살은 무수한 백천 구지 나유타의 유정을 항상 쉬지 아니하고 구제하여 건지되, 대위력을 갖춤이 여래보다 더 뛰어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