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보살경 제1권
[무소유보살의 질문과 세존의 대답(1)]
1.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를 낳게 하기 위하여 세존을 찬탄하고 게송으로 여쭈었다.
보살은 어느 곳에 노닐며
누가 그의 부모인가?
어느 곳에 머물고
무엇을 권속(眷屬)으로 삼는가?
이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저 무소유보살에게 대답하셨다.
용맹하여 하늘을 노니는 곳으로 삼으니,
반야는 어머니이고 부처님은 아버지로다.
불탑(佛塔)을 자신이 머물 곳으로 삼고
모든 보살을 권속으로 삼노라.
6바라밀에서 노닐며,
보리심(菩提心:진리를 깨치려는 마음)으로 부모를 삼으며
삼매로 머무는 곳을 삼으며,
온갖 복으로써 권속을 삼노라.
이때 무소유보살은 부처님을 따라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수순(隨順)하였다.
2.
다시 게송으로 세존께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一切智)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무엇을 인연이라 하며
어떠한 방편의 지혜를 쓰며
어떠한 법으로 증득하며
마땅히 깨달아야 할 지혜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저 무소유보살의 질문에 대답하셨다.
용맹은 보리(菩提)의 인연이고
방편으로써 중생들을 거두어들이며,
모든 법(法)이 공(空)한 사실을 밝혀
지혜로운 사람은 보리를 깨닫느니라.
3.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수순하였다.
그리고 게송으로 찬탄한 다음 다시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어떻게 해야 악행의 구렁에 빠지지 않으며
무섭게 불타올라 두려운 곳에 떨어지지 않아
모든 악한 곳을 다 버리고
곧바로 선한 곳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일체의 죄악을 짓지 않는다면
이로 인하여 악한 곳을 버리느니라.
항상 올바른 법(法)을 행한다면
이로 인하여 선한 곳에 이르게 되느니라.
4.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기쁘게 귀의하고 찬탄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무엇을 일컬어 많은 죄악이
지혜가 없는 곳을 마구 지을 때
이 모든 것을 곧바로 없애서
모조리 없애 남는 것이 없게 하는 것입니까?
이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무소유보살에게 대답하셨다.
중생은 해탈(解脫)을 구하면서
이들은 보리를 원하지만
보리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죄가 모두 없어져 다하지 않느니라.
5.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수순하고 기뻐하며 귀의하면서, 다시 게송을 지어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어떻게 하면 온갖 것에 애착(愛着)하고
끊임없이 떠돌며 번뇌로 괴로운데
마침내 보리를 성취했을 때
모두 사라져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되겠습니까?
이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곳은
전도(顚倒)된 번뇌[取]로서 허공이니라.
분명하게 진실[眞]을 깨달아 마치면
갈애(渴愛)는 모두 사라질 것이고,
아만(我慢)과 갈애와 번뇌 등이 없어져서
허공과 같이 되느니라.
안팎 어느 곳이든 머무르지 않아
저들은 얻을 곳이 없을 것이니라.
6.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 게송에 기쁘게 귀의하고 찬탄하면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마땅히 어떤 업을 지어야 하며,
그 종자(種子)는 무엇입니까?
저들에게는 재물이 많이 있어서
항상 다하는 일이 없습니다.
또 모든 사람에게 보시하고
골고루 베풀어 인색함이 없으며
몸과 살이며 재물과 머리 등도
저들은 남김없이 모두 버립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 질문을 들으시고 무소유를 위하여 해석하시면서 어울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항상 삼보(三寶)에 대해
공양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만약 또 세간(世間)에서
저 지혜로운 사람의 공양이 끊기면
보리심(菩提心)이 나는 곳에 공양을 하리니
중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이지.
그는 참다운 진리[菩提]를 짊어지고서
남들을 위해 수용(受用)할 것을 말한다.
모든 부처님의 지혜로서
중생에게 말씀을 하나니,
이런 까닭으로 그에게는 재물이 있어서
어느 때든 다하는 일이 없노라.
이 같은 업(業)을 짓기를 마치고
이 같은 씨앗 심기를 마치면
태어나는 모든 곳마다
복이 풍요롭고 재물은 많으리라.
혹은 거칠고 혹은 적어도 먹고
마시는 것은 법과 같이 깨끗할 것이다.
만약 새 옷을 얻으면
먼저 남에게 양보하고 나중에 내가 입으리라.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생(生) 가운데
모든 것이 완전히 갖추어지고 뛰어나리라.
공덕의 힘을 더하지 않더라도
다함이 없는 재물을 얻을 것이고,
이런 까닭으로 보시를 할 때마다
아낌없이 보시하여 인색함이 없을 것이다.
몸이며 살이며 머리까지도
저들에게 보시하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7.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 게송을 다 듣고 기쁘게 귀의하며, 다시 게송으로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무엇을 뜨거운 번뇌와
몸과 발과 뜻[意業]을 떠난다 합니까?
어떤 것이 상색(上色)이 있음에도
때 묻지 않고 가장 맑고 깨끗한 것입니까?
이때 세존께서는 또 덧붙여 말씀하시기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재(齋)와 계(戒)를 받아서 모자라는 일이 없고
항상 공(空)을 설하여 부족한 일이 없으며
일체가 모두 공(空)임을 알아서
온갖 비방과 욕설을 받더라도
몸[身]과 입[口]과 의지[意]로 참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뜨거운 번뇌가 없으며
마땅히 최상의 색(色)을 얻어
일체의 중생을 사랑하느니라.
일체의 좋은 말씀 가운데 간략히 말하고 있으며
일체의 온갖 물음의 해석 가운데 간략히 말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어떻게 굳은 마음으로 정진하여
어떤 곳에 있든지 어긋나거나 배신하지 않으며
어떻게 하여 온갖 승(乘)이 있음을 증득하여
세간에 있기도 하고 출세간(出世間)에 있기도 하겠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일을 할 때 두려워하거나 나약해지지 않으며
마음속으로 행동하면서 분별한다.
그러므로 정진과 지혜로움이
생기는 곳 가운데 항상 있다.
8.
이때 무소유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세존께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저 지혜는 어떻게 있기에
세간 속에서 결정을 내리며,
저 힘은 어떻게 있기에
중생으로 하여금 조복(調伏)함이 없게 하는 것입니까?
이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항상 온갖 불법(佛法)을 묻고
모든 법에 대해 비방하지 않으며
온갖 교묘한 방편을 구한다면
그리하여 그에게 최상의 지혜가 있으리라.
다섯 가지 맛을 항상 베풀며
중생에게 무외(無畏)를 보시한다.
이런 까닭으로 저 힘이 있어
중생으로 하여금 능히 조복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느니라.
9.
이때 무소유보살이 게송으로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어떻게 저 수승한 색(色)이
세간에 있어서 가장 뛰어나고,
어떻게 긴 수명을 얻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월을 얻겠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만약 허실(虛實)의 잘못을 듣더라도
남에게 전하여 말하지 말 것이며,
항상 삼보(三寶)를 칭찬하면
다문(多聞)이 시방세계에까지 이르리라.
모든 중생을 괴롭히지 않고
즐겨 살생하는 자를 따르지 않으면,
이런 까닭으로 장수(長壽)함을 얻어
백억(百億) 년의 기나긴 세월을 얻을 것이니라.
10.
이때 무소유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세존께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어떻게 하면 범음(梵音)을 얻을 수 있어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소리를 듣겠습니까?
만약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듣기를 마치면 환희를 얻게 되는 것입니까?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설법(說法)할 때에 찬탄하고
또 비방하는 말이 없으며
화합을 깨뜨리지 않으면
이런 까닭으로 범음(梵音)을 얻느니라.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잘못을 지키면서
항상 이로운 말만 하며
자기의 잘못은 능히 드러내면
이 까닭으로 범음을 얻느니라.
나팔과 북 등의 소리는
화합한 무리들이 내는 기악(伎樂)이니
여러 부처님들께 공양해 바치면
이런 까닭으로 범음을 얻느니라.
11.
이때 무소유보살이 게송으로 여쭈었다.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어떻게 하여 저 몸과 뱃속에
평화와 안정을 얻어
함께 하는 모든 권속들이
서로 수순(隨順)하겠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독약과 약이 되지 않는 것은
남에게 주지도 않고 가르치지도 않으며,
병의 상태에 맞추어 탕약(湯藥)을 베푸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뱃속이 평정하니라.
좋은 친구와 원한에 찬 원수에게도
골고루 평등한 광명을 비추면
저들의 마음에도 또한 비추어지니
이런 까닭으로 뱃속이 평정하니라.
살아가는 중생계(衆生界)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자들이
자신의 몸처럼 남들을 생각하고 사랑[愛念]하면
이런 까닭으로 뱃속이 평정하리라.
부모가 하나뿐인 자식에게
항상 연민(憐愍)의 마음을 일으키듯이
중생에게도 그와 같이 한다면
이런 까닭으로 뱃속이 평정함을 얻느니라.
보살과 부모가
공양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이런 까닭으로 그 권속들이
항상 순종하기를 내 몸과 같이 하느니라.
세존과 여러 나이 많은 어른들과
존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만약 저들의 일을 이어받아
고르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겸손하면
이런 까닭으로 저 권속들이
순종하기를 내 몸과 같이 하느니라.
그는 분별이 없으며
일체가 평등한 마음이며
4섭(攝)으로서 남을 거두며
능히 많은 중생을 거두느니라.
이 까닭으로 저 권속들이
마땅히 자신과 같이 될 수 있다.
온갖 선리(善利)를 실천하여
생각하지 않는 중생들을 가르치니
이런 까닭으로 저 권속들이
자신의 몸과 같이 수순한다.
생각하지 아니하는 중생에게서
보리심으로 화합하면
이런 까닭으로 저 권속들이
자신의 몸과 같이 수순한다.
여러 중생들의 곳에서
저들이 버리지 아니하니
그런 까닭으로 여러 중생들이
자신의 몸과 같이 수순한다.
여러 중생들에게 있어서
마땅히 같은 일을 함께 하면
이런 까닭으로 여러 중생들이
항상 모두 권속이 되어 함께 한다.
내가 가진 아끼는 물건을
능히 남에게 보시하되
생각하지 않고 분별하는 마음도 잃으니
이런 까닭으로 권속이 많아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