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시불경 상권
[비바시 태자]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苾芻: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겁(劫)에 큰 국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만도마(滿度摩)였고, 그에게 한 태자(太子)가 있었으니 이름이 비바시(毘婆尸)였다.
[병자를 보다]
그는 오랫동안 깊은 궁중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 노닐고자 하여 차부(車夫) 유아(瑜誐)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달라.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유아는 분부를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하여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으로 나가 한 병자를 보았다.
태자는 물었다.
‘어떻게 이 사람은 얼굴이 바짝 여위고 기력이 쇠약한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 사람은 병자입니다.’
태자는 물었다.
‘어떤 것을 병이라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4대(大)는 거짓으로 모여 허망하여 실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조금만 보호와 조섭에 어긋나면 곧 고뇌(苦惱)를 냅니다.
그것을 병이라 합니다.’
태자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겠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모두 다 꼭두각시의 몸이라 4대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만일 보호와 조섭을 잃는다면 역시 면할 수 없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기쁘지 아니하여 곧 수레를 돌려 왕궁으로 돌아왔다.
단정히 앉아 병고(病苦)의 법은 진실하여 헛되지 않음만을 생각하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 태자
동산에서 노닐다가
갑자기 형색이 초췌(憔悴)한
병자를 보았네.
곧 차부에게 물어서 알았네.
태자도 또한 면하기 어려움을.
단정히 앉아 스스로 생각했네.
병으로 괴로울 것이 틀림없다고.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만도마왕은 곧 유아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태자는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기뻐하지 않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태자는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며 노닐다가
한 병인의 형색이 여위고 나쁜 것을 보고 기분이 편치 않았습니다.
태자가 몰라서 묻기를
≺어떤 사람인가?≻라고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바로 병자입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다시 묻기를
≺나는 면할 수 있느냐?≻고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모두 다 같은 꼭두각시의 몸이라 4대는 차별이 없으며,
만일 보호와 조섭을 잃으면 또한 면할 수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곧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 병의 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도마왕은 이 말을 듣고 지난날의 관상쟁이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으면 윤왕(輪王)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요,
만일 집을 나가면 즐거이 믿고 수행하여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궁전 안에 여러 가지 훌륭하고 묘한 5욕(欲)을 시설하여 태자를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거기에 애착하여 집을 떠날 생각을 끊게 하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도마 부왕(父王)은
아들이 노닐다가 돌아와
몸과 마음이 즐겁지 않은 것 알고
집 떠나기를 구할까 두려워했네.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으로
태자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뒷날 왕의 자리를 잇게 하였네.
[노인을 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말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달라.
나는 이제 성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유아는 그 말을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성을 나가 한 노인을 보았다.
그는 수염과 머리털이 하얗고 몸은 약하고 마음은 어두우며,
지팡이를 짚고 앞에 가면서 힘없이 끙끙거리며 괴로워하였다.
태자는 말했다.
‘이 사람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 사람은 바로 노인입니다.’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5온(蘊)으로 된 꼭두각시 몸이 4상(相)으로 옮기고 변하여
처음에는 어린아이 동자로부터 어느새 장성하였다가
노년이 되어 눈은 어둡고 귀는 멀고 몸과 마음이 쇠해지고 낡아 가는 것을 늙었다고 이름합니다.’
태자는 말했다.
‘나는 이것을 면할 수 있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귀하고 천한 것은 비록 다르지마는 꼭두각시의 몸임에는 차별이 없어
해가 가고 달이 오면 반드시 쇠하고 늙는 것입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돌아가 선정[定]에 들어 늙는 고통의 법은 면할 수 없음을 깊이 생각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 태자는
문득 한 노인의
수염과 머리털이 모두 하얗고
지팡이 짚고 헐떡임을 보았네.
선정에 들어 자세히 생각했네.
일체의 유위법(有爲法)은
한 찰나도 머무르지 않아
아무도 이것을 면하는 이 없다고.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왕은, 태자가 즐거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유아에게 물었다.
‘내 아들이 어찌하여 그 마음이 즐겁지 않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태자는 밖으로 나가 한 노인을 보았습니다.
태자는 말하기를
≺이것은 어떤 사람인가?≻고 하였고,
저는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바로 노인입니다≻고 했습니다.
태자는 또 묻기를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하였고,
저는 대답기를
≺된 꼭두각시 몸이 4상(相)으로 옮기고 변하여
처음에는 어린아이 동자로부터 어느새 장성하였다가
노년이 되어 눈은 어둡고 귀는 멀고 몸과 마음이 쇠해지고 낡아 가는 것을 늙었다고 이름합니다≻ 하였습니다.
태자는 말하기를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귀하고 천한 것은 비록 다르지마는 꼭두각시의 몸임에는 차별이 없어
해가 가고 달이 오면 반드시 쇠하고 늙는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돌아와 선정에 들어 진실로 그것을 면할 이가 없다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옛날의 관상쟁이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으면 반드시 윤왕(輪王)이 될 것이요,
만일 집을 떠나면 반드시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다.’
그때 만도마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시 5욕의 묘한 즐거움으로써 태자를 즐겁게 하여 그로 하여금 애착하게 하여 집을 나갈 생각을 끊게 하여야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도마 부왕은
태자의 마음 불쾌한 것 보다가
옛날의 관상쟁이의 말 생각해 내어
태자가 집 떠나기를 구할까 저어했네.
곧 묘한 5욕으로써
갖가지로 그 마음 즐겁게 했네.
마치 저 천제석(天帝釋)이
환희원(歡喜園)의 즐거움 받는 것처럼.
[죽은 사람을 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다이 수레를 준비해 다오.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유아는 이 분부를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단속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에 나가 많은 사람들이 상여를 둘러싸고 소리를 높여 크게 우는 것을 보았다.
태자는 말했다.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의 모양입니다.’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죽었다고 이름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사람은 뜬 세상에 나서 수명에는 짧고 긺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한 번 어긋나면 기운은 끊어지고 정신은 떠나
길이 은혜와 사랑을 이별하고 길이 거친 들판에 있으매 권속들은 슬피 웁니다.
이것을 죽음이라 이름합니다.’
[人生浮世壽有短長, 一旦乖離氣絕神逝, 永別恩愛長處荒郊, 眷屬悲啼, 此名爲死.]
태자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삼계(三界)는 편안함이 없어 살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태자의 몸도 또한 면할 수 없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신심이 기쁘지 않아 수레[車]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왔다.
곧 선정에 들어
‘무상(無常)의 법은 사랑하고 즐거워할 것이 못 된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을 면할 수 있을까?’라고 깊이 생각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 태자는
저 죽은 사람을 보고
곧 마부에게 물어 알았네
이 고통은 면할 수 없다는 것을.
혼자 앉아 스스로 생각했나니
이것은 진실하여 틀림없는 것
내 몸이 또 어떻게 하면
이 무상(無常)의 근심을 면할 수 있을까를.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왕은 유아(瑜誐)에게 물었다.
‘태자는 어찌하여 즐거워하지 않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태자가 성을 나가 한 죽은 사람을 보고 묻기를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의 모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가 묻기를
≺어떤 것을 죽음이라 이름하는가?≻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사람은 뜬 세상에 나서 수명에는 짧고 긺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어긋나면 기운은 끊기고 정신은 떠나
길이 은혜와 사랑을 이별하고 길이 거친 들판에 있어 권속들은 슬피 웁니다.
이것을 죽음이라 이름합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가 말하기를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삼계는 편안함이 없어 생사(生死)를 벗어나지 못하나니
태자도 그것을 면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 선정에 들어
≺죽음이란 진실로 면할 이가 없다≻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왕은 이 일을 듣고 옛날의 관상쟁이의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을 수 있으면 반드시 윤왕(輪王)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면 반드시 불과를 이룰 것이다.’
왕은 다시 5욕의 즐거움으로써 태자를 기쁘게 하여 그로 하여금 거기에 낙착(樂着)하여 집을 떠나갈 뜻을 버리게 하고자 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도마 국왕의
비바시 태자는
저 죽은 사람을 보고
슬피 탄식하며 즐거워하지 않았네.
왕은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인
색ㆍ성ㆍ향 등의 경계로써
그를 기쁘게 하고 애착하게 하여
집 떠날 생각을 버리게 했네.